잔인한 5월이 끝나면 찬란한 6월이 올 줄 알았다. 

그러나 6월의 현실은 냉혹했다. 


지금 6월은 찬란하기는 커녕 야구와 담을 쌓고 싶은 심정이다. 6월 들어 위닝 시리즈 한번 하더니, 엘지엔 어이없지 지고, 삼성에 스윕까지 당했다. 그것도 2연속 끝내기 홈런을 홍상삼이 맞아 가면서. 오늘로 5연패 늪에 빠졌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두산 홈페이지가 엘지 홈페이지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감독교체 성화다. 심지어 김성근 감독 영입 요구까지 나왔다. 막장의 끝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전에도 포스팅 했지만, 5월 위기는 팀 컬러가 실종되었다는데 있다. 김진욱 감독의 선발야구가 유명무실해지고, 그렇다고 두산의 전통적인 끈끈한 플레이가 살아나지도 못했다. 김진욱 감독에게 김경문 감독의 뚝심있는 야구를 기대하진 않는다. 아니 그렇게 야구 하라고 해도 하지 못한다. 야구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김진욱 감독은 선발야구가 김경문 감독의 불펜야구를 넘어서길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5월엔 실패했다. 그리고 6월을 기대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6월도 승패에선 우울하기 짝이 없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징표들일랑 집어 치우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 숫자가 주는 의미 보다 숫자 이면의 의지를 읽고 싶다.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는 법 아닌가. 우선 김진욱 감독이 지향하는 선발야구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진걸 꼽을 수 있다. 니퍼트와 노경은 외 5이닝 2실점을 보여준 올슨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95개의 공을 던지면서 앞으로 몸관리를 잘한다면 6~7이닝도 소화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니퍼트, 나이트, 레이예스 등의 리그 특급 외국인 투수와 견줄 순 없다. 그러나 올슨이 앞으로 5~7승만 해준다면, 두산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이용찬의 컴백이다. 현재 불펜피칭을 하고 있어 6월 안에는 컴백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용찬의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직구가 그리워진다. 유희관도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쳐 불펜에만 두기에 아까운 실정이다. 그것도 삼성 장원삼을 상대로 한 성적이다. 빌고 승은 기록하진 못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자신의 가치를 가장 크게 어필한 경기였다. 아마 김진욱 감독도 유희관의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연패는 선수단의 힘이 아닌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뭔가 심적 부담을 안고 뛰는게 눈에 보인다. 득점 찬스에서 잔루를 남발하니 스윙도 점점 자신 없어지고, 스윙이 무뎌지니 타점이 주는 빈곤의 악순환인 상태다. 감독부터 화이팅을 외쳐야 한다. 감독이 주눅든 상태니 선수들이 힘이 날리 없다. 그러기 위해선 김진욱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발야구가 부활해야 한다. 선발야구가 성과를 거두면 김진욱 감독의 운신의 폭도 한결 넓어질 것이고, 안정적인 선수단 운용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을까. 김진욱 감독에 대한 진퇴 여부는 시즌 후에 거론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응원으로 선수단의 기를 북돋워줘야 할 타이밍이다. 



금요일엔 두산팬들과 TV 직관하고, 토요일엔 집관하고, 일요일엔 아예 야구보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뇌라는게 자활능력 혹은 위기대처능력을 갖고있어 더 이상 봤다가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듯 하니 스스로 관심분야를 바꿔버리더군요. 간만에 나가수와 1박 2일을 보며 바보상자에 고마워했습니다. 그래 이런거라도 있어야 내가 숨을 쉬지...

결과를 보니 또 아쉽게 졌네요. 경기는 못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또 삼성한테 1점차로 졌다는게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네요. 이렇게 익숙해져가는 패배에 한주에 1승씩이라도 챙기는게 어디냐 하는 맘이, 한편으론 씁쓸하지만, 인생이란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한다고 다 되면 사람사는 맛이 닝닝하겠죠. 발라드의 신 김연우도 떨어지는 마당에 두산이라고 용빼는 재주 있을까요? (근데 김연우는 예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임재범, BMK, YB가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죠.) 그냥 그렇게 쿨하게 받아들이고 또 내일을 기대하면 되겠죠. 아, 내일은 야구가 없군요. 이젠 날짜까지... 차라리 없는 날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주는 lg와 한화전입니다. 둘다 잠실이지만 lg는 원정입니다. 상대를 고려해봤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맞을시 두산팬들의 인내력은 한계에 달할 듯 싶네요. 지금까지 자존심에 스크래치난 것도 상당하니까요. 그래도 두산팬들은 뚝배기같이 기다려 줄겁니다. 늘 그래왔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6월 첫 주말에 펼쳐지는 삼성전이 기다려집니다. 그래도 싸대기동맹인데 2승 1무로 갚아줘야 되지 않을까요? 으드득...


강팀과의 이번주 경기는 달감독님이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인천 원정경기에서는 니퍼트를 아껴 첫 게임에 배치했고, 스퀴즈번트를 감행하기도 했죠. 분명 김성근 감독을 감안한 도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승부근성이 꼭 성공하지만은 않다는 것. 그게 야구죠. 오히려 달감독님의 이런 강수가 이상하리만치 김성근 감독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오히려 스크와 삼성. 승패를 떠나 매경기 숨막히는 긴장감 넘치는 라이벌이라는게 고맙습니다. 이런 훌륭한 라이벌을 가져 행복하구요. 다만 행복감과 함께 승리감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즌은 각팀과의 3연전별로 리뷰를 남기는데, 이번주는 바쁘기도 했거니와 그닥 상세하게 남기고 싶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반드시 넘어야 할 라이벌과의 승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겠지요.

다음주는 친한 두산팬 선배와 함께 잠실로 출격합니다. 엘쥐와의 화요일 경기죠. 어린이날 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는 만큼 꼭 승리하도록 목놓아 응원하렵니다. 우리 곰돌이들 강팀과 혈투를 벌이느라 수고많았습니다. 모든걸 잊고 푹 쉬어 활력을 되찾는 오늘밤 되시고, 엘쥐에서 롯데로 이어지는 6연전에서 기필코 4승 이상을 거둬주길...


삼성과의 경기는 늘 재밌습니다. 작년 포스트시즌이 워낙 명승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두 팀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해왔죠. 80년대에는 김영덕감독 일로 인해 거의 앙숙관계였구요. 요새 싸대기동맹이니 뭐니 해서 라이벌관계로 발전 중입니다. 참고로 작년 플레이오프 이후 계속 한점차 승부를 이어가고 있네요.

1차전 : 1-2 패 삼성, 2-1로 두산 꺾어…'카도쿠라 첫승, 오승환 4S'
2차전 : 3-2 승 '이종욱 결승포' 두산, 19시간만에 승리 확정
3차전 : 4-5 패 '채상병 결승타' 삼성, 두산 3연전 우세로 장식

이 라이벌간의 첫 3연전은 기싸움인데 삼성에 1승을 더 내주고 말았네요. 아쉬운건 달세... 달세가 선발이 좀 아니다 싶어 계투로 돌렸는데, 중간에서도 달세는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랜디민익이 선발로 올라간 이상 왼손 불펜이 부족한데, 달세 자꾸 이러면 반칙입니다. 일본유학까지 갔다 왔음서... 자꾸 그러면 2군으로 내릴 수도 있다능... 음... 그리고 김ㅋㅋ의 스윙은 왜 그렇게 자신이 없을까요? 덕아웃에 앉아있는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야구를 즐기겠다고 했다던데, 설마 주장곰의 수비용 백업으로 그냥 만족하는건 아니겠죠? 재호재호를 외치는 아직도 많은 여성팬들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고젯도 마찬가지구요. 빨리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에서 변태짓을 맘껏 펼쳐주기 바랍니다. 그나마 오승환으로부터 오똘이 홈런을 뽑아 3차전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네요.

다음주는 넥센과의 주중 잠실 3연전과 대전 원정 3연전입니다. 뒤로 물러설 데가 별로 없는 두팀인만큼 한게임 한게임 신중하게 임해야 할 것입니다. 5승 1패면 만족, 4승 2패면 불만족입니다.

덧글...
대구구장 정전사태로 토요일 경기는 1박2일로 승부를 가렸습니다. 비록 이기기는 했지만 창피합니다. 대한민국 3위의 도시가 이 정도라니 씁쓸하네요. 절대 수빈이의 안타가 날라가서 그런건 아닙니다. 흠흠흠...

(직관 후 너무 오랜만에 포스팅을 남기네요.)

간만에 포스트시즌 직관을 갔습니다. 4차전이었는데요.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나기도 했고, 또 지금은 이미 시리즈를 삼성에 내준 상태인지라 리뷰한다는게 김샌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위해 남겨두는 정도로 하렵니다.

4차전 결과는 뭐 아깝게 졌지만,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기에 전혀 아쉽지 않았네요. 물론 이기면 좋았겠지만,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준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티켓은 곰대에서 양도받아서 갔구요. 두산팬중에 사기꾼이 있겠어? 하는 심정으로 믿고 입금했습니다. 덕분에 잘 봤네요.
 
경기는 박진감 넘쳤습니다. 업치락 뒤치락 피말리는 승부로 9회까지 향방을 알 수 없었죠. 관중석에서 어찌나 소리질러댔는지 목이 쉬었습니다. 특히 2-7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아웃 이후 연속안타로 7-7 동점을 만든 순간... 그날의 경기 결과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 야구를 본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했고 자랑스러웠거든요. 가장 두산다운 방식의 야구를 같이 한다는게 승리보다 더 소중했습니다. 그런 야구만 해준다면, 우승을 못한다해도 속상하진 않을 것 같네요. 지난 2000년이 그랬었죠. 현대에 비록 우승을 내줬지만, 0-3에서 3-3까지 따라가고 7차전에서 3-4로 아쉽게 지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조계현의 투혼이 팬들을 눈물겹게 했구요. 선수들 모두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누볐죠. 준우승을 하고 나서 관중석에 올라 내년엔 꼭 우승하겠다고 약속해주고... 하여간 미러클 두산이라는 말이 참 실감이 나던 시리즈였습니다. 그런 자부심을 이번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느끼게 해주네요.
덧글...
삼성은 올라가서 SK에 2연패하고 있습니다. 'SK! 대단하구나~'라기보다 '삼성! 우리좀 밀어주지 그랬어?' 하는 심정이네요. 어쨌든 관심도는 확 떨어졌지만, 두팀의 아름다운 승부 기대합니다.


(중간에 야구 보면서 포스팅을 쓰고 있었는데, 완전히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이건 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감동의 쓰나미가 심장을 사정없이 휘몰아치는군요. 11회말 타신의 동점 2루타와 반장곰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심장 박동수는 저멀리 안드로메다를 향해 치닫고, 억누른 목소리는 터져나오고, 이제 정말 한이 서린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현장에 계신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이런 대첩을 직접 관람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의 대첩이라 격을 달리 하거든요. 어떻게든 표를 구해보는거였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오늘 0-4에서 6-4로 역전 그리고 6-6으로 동점, 연장전 돌입한 후 6-8로 재역전 당했을 때도, 왠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죠. 설사 지더라도 다시 4, 5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한국시리즈 티켓은 우리가 따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구요. 그리고 이어진 11회말에서 믿음이 현실로 둔갑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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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은 가장 숫자에 근접한 스포츠이면서도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묵직하게 존재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곧잘 인생과도 비교합니다만, 사실 11회초에 2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을 때, 이걸 역전시킬 수 있는 3점을 낼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죠. 단 세명의 타자만 잡으면 되는데, 투수의 방어율을 보나, 연속안타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을 보나 그렇죠.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고 배트도 둥글기 때문에 그 순간에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구라선생이 '야구 몰라요~', 요기 베라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라는 명언을 남기신거겠지요.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로 출루하는 순간 역전할 수 있다는 느낌... 저만 가졌을까요? 아마 두산팬 뿐만 아니라 삼성팬, 선감독, 마운드에 정인욱투수까지 느꼈을겁니다. 공 하나로 1년 농사의 결과가 왔다갔다 하는 그 무게를 정인욱이라는 신인급 투수가 견디기는 힘들었을테죠. 백전노장인 박진만도 수비의 달인 손시헌도 에러를 하는 자리인걸요. 결국 정인욱은 두목곰과 고젯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타신에게 동점 2루타를 맞았습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두목곰은 그렇다해도 고젯을 볼넷으로 내준게 참 뼈아팠네요. 포스트시즌에서 이름값 못하는 그를 감안한다면 맞더라도 무조건 승부했어야 하는데... 만루가 되는 순간 이미 경기는 끝내기 수순으로 접어든 셈이었습니다. 사색이 된 정인욱의 낯빛만 봐도 알 수 있었네요. 그 끝내기의 주인공이 반장곰인건, 참 하늘이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잘 써주셨나 싶습니다. 반장곰이 앞서 9회 끝내기 찬스를 날려버린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거니까요. 그리고 그 기회를 반장곰은 놓치지 않고, 팬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했습니다.   
오늘 결승타를 날린 손시헌, 누가 뭐래도 두산의 자존심인 김동주, 투혼의 야구를 보여준 임태훈, 동점타를 날린 임재철, 6타수 3안타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오재원, 든든한 허리를 지켜준 왈론드, 허슬플레이의 원조 이종욱, 두산의 신형 엔진 정수빈, 좋은 구질을 보여준 이현승, 홈런 맞아도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정재훈,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탄탄한 수비를 보여준 이원석... 정말 잘해줬구요. 그리고 개점휴업 중인 김현수, 서서히 컨디션 찾고 있는 고영민, 미래의 희망 성영훈, 한국시리즈에선 선발로 내보냈음 하는 김성배, 좌완 김창훈, 대주자로 잠깐 나온 용덕한, 아직 타격감 조율 중인 이성열, 오늘 모처럼 타석에 섰지만 불발에 그쳤던 김재호, 대주자로 나왔던 민병헌... 모두 자랑스럽습니다.(혹시 빼놓은 선수 없나요?)

성급하긴 하지만 누가 이번 가을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미러클 두산의 어게인 베이징 버젼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을야구가 무르익을수록 말할 수 없는 야망이 점점 탐스럽게 영글어만 갑니다. 너무 두레발치면 안되겠죠...? 제발... 이번 가을만은...

덧글 1...
제가 원하는 야구는 이렇게 용찬이가 빠지면 태훈이가 막아주고, 현수가 낙담해 주저앉으면 종욱이가 일으켜 세워주는 야구입니다. 특히 팀에 악재가 닥쳤을 때, 오히려 더 똘똘 뭉쳐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야구, 이제야 비로소 두산다운 야구를 하는 것 같아 흐믓하네요. 이제 두산은 힘도 없지만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덧글 2...
뭘 중계해도 sbs는 찌질합니다만, sbs 라디오 중계한 정동진 해설은 참... 명경기에 티만 남겼네요. 해설이란게 말 그대로 해설이어야 되는데, 게다가 지금 야구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데, 마냥 되도 않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잠깐 외출하면서 들었는데 임팩트 강한 헛웃음 여러번 했습니다. 해설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요? 


어차피 대구에서 1승만 거두면 목표 달성이었습니다. 적지에서 1승만 거두고 돌아온다면, 그것도 2차전을 이겨 두산 특유의 분위기만 타준다면, 그닥 어렵지 않게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그렇게 돌아가는거 같아 일단 희망적이네요. 이건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 듯이, 1차전에서 비록 졌지만 내용은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구요. 중간계투진이 살아있었던 덕분입니다. 게다가 왈론드가 부적처럼 붙여둔 WHY NOT 스티커의 효험이기도 하구요. 아주 깜찍한 왈롱입니다.

2차전은 막판에 어이없는 실수로 역전당할 뻔 했네요. 고젯이 글러브 안에서 공을 더듬는 바람에 병살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송구에러를 범해서 위기를 자초했죠. 바로 김재호로 교체되었음은 당연한 달감독님의 응징이었구요. 고젯은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주전은 이미 그의 자리가 아니구요. 이대로 가다간 백업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내년엔 오똘이 군대가야 하는데 참...

대신 오재원의 더블 플레이 2개는 초반에 승리를 예감하기에 충분했네요. 원래 이런 포텐셜이 충만한 선수였는데, 그간 고젯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았었죠. 그간 벤치에 앉아있던 오똘을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네요. 고맙다 오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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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수훈갑은 히메네스입니다. 히메공주님의 7이닝 무실점은 이닝이터 역할 겸 중간계투에게 꿀맛같은 휴식까지 챙겨준 효자손이었죠. 거의 사하라사막 한가운데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과 맞먹는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중간에 한시간 넘게 우천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은 점도 칭찬해줘야 되구요. 나중에 기사 보니 7회에는 자진등판했다고 하네요. 아... 정말 와락 안아주고 싶군요.

또 한명 빼먹을 수 없는 오늘의 히어로...! 우리에겐 아기곰 임태훈이 있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자신의 공을 믿고 마지막 타자를 삼진잡아 승리를 지켜낸 장면은 시리즈 최고의 압권이었네요. 임태훈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승부이자, 에러쟁이 고젯의 목숨을 살린 삼진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사직 무사 만루 상황에서 이대호 삼진잡고 홍성흔 병살로 잡았던 그 경기의 데쟈뷔였네요. 마운드는 외로운 자리라고 누가 그럴 때 별로 실감 안했었는데... 그순간 우리 아기곰 정말 외로웠을겁니다. 야수들이 뻘짓하는 동안 혼자 다 헤쳐나가고... 게임 마무리짓고... 1차전의 메시아와 2차전의 아기곰, 격하게 안아주고 싶네요. 관중석에서도 여러명 감격의 눈물 흘리던데... 정말 중계보면서 짠했습니다. 가뜩이나 우리 아기곰... 허리도 안좋은 상태인데...ㅜㅜ 이제 잠실에서의 승부를 겸손하게 맞을 때입니다.
그리고 투혼의 승부, 열정의 응원 다짐합니다.
역전의 명수 두산이 갑니다.
닥치고 V4!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두산이 졌습니다. 5-6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는데요.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두산은 늘 첫 경기를 졌던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냈었기에... 또 두팬으로서의 믿음이란게 있거든요. 게다가 정재훈이 홈런을 맞았다는 것... 이것도 왠지 롯데에게 역전한 시나리오와 동일하게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이번 플레이오프는 두산이 어쨌든 올라갈 것 같네요. 비록 전문가들은 삼성의 승리를 압도적으로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가볍게 비웃어주는게... 또 두산의 장기 아니겠습니까? 매 경기 부담없이 최선만 다해주면 됩니다.

두산의 시리즈 승리를 긍정적으로 보는건 중간계투진의 구위가 좋다는겁니다. 특히 임태훈과 고창성은 쉽게 쳐낼 수 있는 공이 아니더군요. 아기곰은 묵직한 직구에 제구가 잡혔구요. 곱창이도 뱀직구의 화려함이 임창용을 연상케 하더라구요. 게다가 김동주와 최준석이 터졌다는 점. 상당히 희망적이죠. 역시 두산은 두목곰과 장돈건이 해줘야 강한 타선이 되죠. 고젯과 기계가 조금 부진하긴 한데,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분명 역할은 해주리라 믿습니다.

우리 메시아 정재훈의 트라우마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워낙 백전노장이니까 자고나면 분명 좋아질겁니다. 롯데전에서는 두번이나 맞았는데요 뭐...^^ 중요한건 2차전입니다. 대구에서 1승 1패로만 올라온다면 잠실에서 바로 끝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해보네요. 여튼 올 가을은 닥치고 V4입니다.

덧글 1...
롯데와의 준플은 떨렸는데, 플레이오프는 그닥 떨리지 않네요. 두산팬들도 큰 경기 경험이 쌓여서 그런가요? 덤덤합니다.

덧글 2...
용찬이 대신 덕후가 엔트리에 올라왔습니다. 유망주에게 큰 경기 경험쌓게 해주는건 달감독님의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몸을 보니 좀 부었던거 같은데 2군이 체질인가 보네요. 8회말에 한타자 상대했구요. 공은 빠르긴 한데 높더군요. 다행히 외야플라이로 잡았습니다. 왠지 덕후가 이번 시리즈에서 깜짝 스타가 될 것 같은 느낌은... 음... 너무 앞서간건가요...?


누가 싸대기 동맹 아니랄까봐 두산과 삼성이 트레이드 패를 맞춰보고 있습니다. 외견상 선감독이 포수를 달라고 제안하고, 이에 달감독이 화답하는 모양새네요.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트레이드 카드의 주인공으로 채상병과 지승민을 지목하는 듯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두산팬으로서 환영입니다. 채상병이 아쉽긴 하지만, 최승환과 용덕한이 든든하게 포수 주전과 백업을 맡고 있고, 양의지와 김재환, 최재훈이 성장하면 두산은 다시 포수 왕국을 건설하게 되죠. 채상병은 그 실력으로 2군에 있는 것보다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잡는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2루 송구시의 약점만 빼면 어디 가나 주전은 할 수 있으니까요. 한 때 국대포수 홍성흔을 밀어냈던 실력이 바로 채상병이기에... 삼성도 손해는 안볼겁니다.

이에 반해 지승민에 대해선 솔직히 잘 모릅니다. 왼손에 승리조 불펜이고, 간이 안좋다는 얘기 정도만 알고 있는데요. 삼성팬들이 트레이드를 반대하는 것으로 봐서는 팬들의 애정이 있는 것 같네요. 그러니 더욱 탐이 나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트레이드 판을 키워서라도 권혁을 잡았으면 합니다. 지금 상황의 두산은 왼손투수가 없는게 아니거든요. 1군엔 아직 검증은 안됐지만 니코스키에 세데뇨, 유희관, 금민철이 있구요. 2군엔 기대주 진야곱이 있습니다. 괜히 어설픈 선수를 가져와서 이래저래 써먹기 힘든 것보다는 판을 확실히 키우는게 양팀에 득이 됩니다.

그래서 갑자기 생각한 트레이드 카드는 권혁과 용덕한 혹은 권혁과 채상병+알파입니다. 알파는 외야수쪽의 신진급이지 않을까 싶은데, 삼성의 외야수가 노쇠한 편이어서 서서히 유망주를 키워야 한다는 시기라는 전제 하에 예상해 봅니다.

그나저나 두산은 기아나 SK, 히어로즈의 왼손 선수를 탐냈었는데, 삼성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네요. 이런거 보면 만사가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친소관계가 트레이드 성사의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조범현은 김경문과 라이벌 의식이 있고, 김성근은 적대적 관계고, 흠... 결국 돌고 돌아 방장과 방졸만한 관계도 없군요.  


시즌 전 두산의 1루수 주전 후보는 오재원, 최준석, 이성열이었습니다. 이 3명을 특징별로 나눈다면 공수주 3박자의 오재원, 수비는 떨어지지만 장타력이 돋보이는 최준석, 호타준족의 기대주 이성열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큰 경기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니까 오재원이 주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 최준석과 이성열은 타격이 일취월장해야 주전입성을 이룰 수 있을꺼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고 난 후 뚜껑을 열고보니 최준석이 정말 열심히 했다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 랭크되어 있고, 확실한 두산의 5번타자가 되었죠. 반면에 오재원은 약간의 전투력만 상승했고, 이성열은 아직 물음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재원은 수비와 빠른 발이 있기에 주전으로서의 가치가 있지만, 이성열은 선풍기의 오명을 털어내지 못하는 한 쉽지 않을꺼 같네요.

도대체 최준석과 이성열의 차이는 뭘까요? 둘다 거포로서의 신체적 장점은 갖고 있는데, 성적에서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제가 보기엔 선구안으로 보이는데요. 최준석은 약점인 변화구 대처능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켰거든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 빠지는 볼, 혹은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드는 슬라이더에 그간 헛손질을 했었죠. 그러다보니 직구에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인구에 속지 않게 되면서 투수들이 던질 곳이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치다보니 안쪽, 바깥쪽, 직구, 변화구 모두 약점이 별로 보이지 않게 된거죠. 하지만 최준석... 아직은 부족합니다. 볼넷 보다 삼진 숫자가 아직은 더 많습니다. 14개와 18개니까요.

이에 반해 이성열은 선구안이 안습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시력이 안좋다고도 하는데, 그보다는 타격폼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죠. 타격시 고개가 좌상향으로 미리 올라가는 듯 한데요. 그러다보니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볼에 속수무책입니다. 오늘은 안경을 벗고 렌즈를 낀 것 같은데, 정말 시력이 문제라면 시즌 전에 어떻게든 교정을 했어야 하니까, 어쨌든 그 역시 핑계에 불과합니다. 이성열은 오늘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2번타자로 선발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로 번번히 찬스를 날려먹기만 하고, 결국 1사 1, 3루 찬스에서 정수빈에게 대타 교체되고 말았네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정수빈과 비교하면, 정말 정수빈은 극강의 선구안을 갖고 있습니다. 고졸 1년차라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침착하고 또 변화구에 속는 일도 거의 없더군요. 8회말 2사 만루에서 결승 밀어내기 뽑아낸거 보면 예사 솜씨는 아니죠. 타격폼도 이성열은 건들거리는데 반해 정수빈은 안정된 상태에서 당겨치는 타법이구요. 하여간 언젠가 포텐셜을 터뜨려주겠지 하고 기대는 하지만, 이성열은 늘 희망고문이네요. 달감독이 언제까지 기회를 줄지 모르겠습니다만, 기회는 주어질 때 잡지 않으면 지나고 나면 바람일 뿐이어서, 이성열은 정말 정신 바짝차려야 됩니다. 외야는 임재철, 민병헌, 정수빈에 밀리고, 1루는 오재원, 최준석에 밀리는게 현실이거든요. 그나마 왓슨이 이천에 내려갔기에 그나마 잠실 공기 마시는 겁니다.

덧글...
오늘 삼성과의 더블헤더는 1승 1패 했습니다. 누가 싸대기동맹 아니랄까봐 사이좋게 나눠가졌네요. 토요일 비가 온게 아쉽게도 두산 7연승의 기세를 한풀 꺾어놨구요. 에이스라 하기엔 뭔가 쑥쓰러운 김선우의 부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두산이 강팀이지만 최강팀이 되기엔 2% 부족하구나 또 느끼게 해준 경기였네요. 확실한 에이스 없이 스크를 꺾는건 뭐... 참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천쌀밥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 세데뇨에게 기대를 걸어햐 하나 봅니다. 에혀...

반면에 마무리 이용찬은 참 이쁘네요. 박빙의 승부에서 최형우, 양준혁을 삼진잡고 박진만을 내야땅볼로 셧아웃시켰습니다. 국내 최고의 152km 강속구, 종으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자신있게 뿌리는 기세등등한 모습... 예전 김경원과 진필중을 보는 듯 하군요. (흐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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