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두산코칭스탭을 두고 말들 참 많습니다. '누구를 1군에 올려라', '누구를 내려라' 등 각자가 감독이 되어 이러콩 저러쿵 훈수두려 합니다. 물론 다 베어스팬들이고 두산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는건 알지만요. 그런 글 읽을 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리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팀 내부의 사정을 감독, 코치보다 더 잘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지식의 양과는 상관없는 직접 현장에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코칭스탭의 결정이라면 믿고 따라주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특히나 최근 두산의 부진이 외부악재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에 기인한 결과이기에, 따끔한 질책보다는 따뜻한 포옹이 더 절실한 때입니다.
이번주는 전반적으로 우울했습니다. 라이벌전에서 밀렸구요. 한화와의 첫 경기도 직관갔었는데 패했고, 한화전도 위닝시리즈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그닥 실망스럽지는 않은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듯 보여서요. 금주 마지막 경기에서 어쨌거나 역전승으로 힘겹게 연패를 탈출했습니다. 병살이 하나도 없었다는게 참 신기하구요. 상삼이가 퀄리티를 기록했다는 것도 대견스럽습니다. 거기에 외부악재에 대한 후유증이 서서히 씻겨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네요. 물론 상당 기간 이로 인한 비아냥은 들어야 할겁니다만... 에혀... 고인도 불쌍하고 태훈이도 안타깝네요.
이효봉 해설위원은 들으면 들을수록 참 인간적인 해설위원이더군요. 핵심도 잘 짚을 뿐만 아니라 늘 약자의 편에 선다는게 느껴집니다. 하일성이 시원한 효자손이고, 이순철이 날카로운 창이라면, 이효봉은 따뜻한 손수건 같다고나 할까요? 들으면서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주는 두산 최고 라이벌들과의 일전이 펼쳐집니다. 스크(원정)와 싸대기(홈)를 연달아 만나네요. 오늘 시작한 반전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 위해선 다음주 선전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2승이나마 건질까 싶지만, 감히 4승을 예상... 아니 기대해봅니다. 젭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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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대기 3연전의 첫 금요일 경기 직관할까 하는데, 직관 성적이 안좋아서 고민되네요. ㅜㅜ
예전 회사 동기들과 한화전 직관갔더랬죠.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물론 제목처럼 졌구요. 제목처럼 짜릿했습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늘 반전의 씨앗은 자라고 있었죠. 그 씨앗은 폭풍처럼 성장했고, 결국 곰을 잡아 먹었습니다. 허탈했구요. 동기들과 아쉬움의 포옹을 나눴습니다. 아, 동기들중 한명은 lg팬이었는데 그날부터 두산팬으로 돌아섰네요. 왜 그랬을까요?
한화의 공격 참 무섭더군요. 장성호, 최진행, 정원석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파괴력도 상당하고, 덕아웃 분위기도 센 기가 느껴지더이다. 한편 한화가 세컨팀이기에 기쁘기도 했죠. 하지만 상대가 두산이다보니 우울하네요. 두산도 빨리 원기를 회복해야 하는데 말이죠.
경기가 워낙 짜릿하다보니 늦게 끝났습니다. 덕분에 맥주한잔 못하고 다들 헤어졌는데요. 영화나 야구는 복기하는 자리가 때론 더 재밌고 유익한데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다들 재밌었고 간만에 맘껏 소리질러 행복했다고 하네요. 저도 그랬답니다.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재미, 참 쏠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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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구름관중은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분위기 안좋은데도 몰려드는거 보면, 두산야구 자체를 즐기는 마니아층도 많이 두터워진것 같습니다.
이번 한화전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부정적인 면은 일단 1승 2패로 밀렸구요. 1,110일만에 처음으로 5위를 했다네요. 그리고 간만에 5할 승부 밑으로 떨어졌구요. 니에베가 또 선발 실패했습니다. 덕분에 두산이 몰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골프로 치면 OB를 범한 후 날린 공이 벙커에 빠진 격이네요.
그러나 우모는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우선 지금의 부진은 전력의 하락세라기보다 투타의 언발란스로 인한 침체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안되지만, 어느 팀이나 이런 시기는 겪기 마련입니다. 얼마나 그 기간을 줄이느냐의 문제죠. 몇해 전 조범현감독은 시즌 내내 6선발체제를 꿋꿋하게 지키며 우승을 일궈낸 바 있습니다. 팬들한테 욕 바가지로 먹으면서 선발야구를 고집했었죠. 그 뚝심은 정말 인정해줘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야구를 밀고 나갈 수 있는 배짱이면 믿고 맡길 만 하지 않을까요? 이런 면에서 달감독님도 믿음직스럽습니다. 이용찬을 선발로 키워보겠다는 마음씨가 느껴지거든요. 롱릴리프였던 이용찬을 덕아웃에서 나와 박수쳐주며 맞아주던 일, 좀 더 쓰고 싶겠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내려주는 모습 등은 앞으로 이용찬이 좀더 화이팅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봅니다. 이런 모습이 쌓여 지금은 어렵지만 분위기만 반전되면 빛을 발할 수 있게 될거구요.
그리고 두산은 니퍼트와 김선우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습니다. 여기에 이용찬이 선발의 한 축을 어느 정도 메워주리라 기대하고 있구요. 노경은과 니에베만 받쳐주고 임태훈이 올라온다면 투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타격은 현재 문제가 있으나, 워낙 부침이 심한 것이 방망이인지라 언젠가는 부담감을 떨치고 제 실력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 입니다. 5월에 어떻게든 +3 정도는 만들어야 할텐데 여정이 쉬워보이진 않네요. 그래도 우리 곰돌이들을 묵묵히 지켜볼랍니다. 분명 일어날 수 있는 뚝심은 갖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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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경기 직관했습니다. 다행히 이겼더랬죠. 아직 밤날씨는 바람으로 쌀쌀했는데 관중 많이 오셨더군요. 한화의 8회 육성응원 손발이 오글거리면서도 멋있었습니다.
두산이 최근 롯데에 스윕당하면서 2위 자리가 가물가물해지고 있었죠. 이렇게 분위기 안좋을 때 한화를 만난게 고맙긴 하지만, 한화에 행여나 지기라도 한다면 타격은 1패 이상이었습니다. 다행히 역전승을 거둬 2위에 대한 욕심을 좀더 오래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간만에 곰돌이 방망이에 불붙은 경기였습니다.
게임은 초반에 양의지의 에러로 점수를 헌납한게 타격이 컸습니다. 일단 거기서 경기 지는줄 알았죠. 근데 한화도 비슷한 실수를 하면서 분위기는 넘어왔구요. 고젯의 싹쓸이 2루타에 두목곰의 홈런으로 간단하게 한화의 벽을 넘어섰습니다.롯데랑도 이렇게 쉽게 경기를 풀어갔음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네요. 어쨌든 막판 이용찬의 씩씩한 세이브 투구까지 곁들여 값진 승리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번 직관은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친분을 튼 알렉스님과 같이 직관했는데요. 어색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야구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나이도 같은 연배라 나중에 친구먹기로도 했구요. 역시 영화와 야구는 보고 나서 리뷰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사케마시며 나누던 야구 얘기에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덕분에 유쾌한 직관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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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응원가가 드디어 바뀌었더군요. 확실히 저번보다는 낫긴 합니다만... 제발 롯데 수준의 응원가좀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언제쯤 가능하려나요? 이종욱, 손시헌 응원가 빼곤 참신한게 없어서리...
야구는 참 모르는겁니다. 고전하리라 봤던 삼성-SK와의 8주차 경기는 의외로 잘해줬는데요. 4승이나 거뒀으니... 대신 하위팀 한화-LG를 만난 9주차엔 맘엔 안드는 경기를 했습니다. 단지 2승만을 추가했네요. 강팀엔 강하고 약팀엔 약한 과거 두산의 전철을 밟나요? 하지만 외형적으로 당한 3패보다 히메네스, 김동주의 부상과 김현수의 부진이 더 우울하게 하네요. 그래도 막판 2경기를 이겨서 그런지 왠지 잘했다는 느낌도 드는건... 뭐지...? 음... 이런게 조삼모사..?
우선 지난 SK와의 세번째 경기에서 히메네스를 중간계투를 기용했던 것.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네요. 결과론으로 팬들이 많이 비판하는거 같긴 한데요. 우모가 볼땐 악수이긴 했지만 무리수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간 고창성, 정재훈 등의 승리계투진이 많이 소모되었던 상황, 올해 무조건 우승에 올인한다는 점, SK와의 원정 3연전 스윕의 의미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이 경기 이후 4연패를 당했다는게 아쉽긴 하지만요. 달감독이 선수단미팅에서 자신의 책임이라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달감독이 매번 무리수를 두는 감독도 아니고, 장기레이스를 펼치다보면 한두번은 변칙적인 운용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한화는 분명 달라지고 있더군요. 별명이와 꽃을 열도에 내주고도 최진행, 김태완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다시 구축한거 보면 한대화감독의 리더십은 분명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리더십이 능력으로 평가받으려면 성적이 4강권에는 들어야겠지만, 1년차에 너무 많은걸 바라는건 그닥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구요. 일단 선수단 장악하고 새롭게 다진 모습은 해결사답네요. LG도 작년보다 좀더 짜임새있어졌구요. 박종훈감독을 영입한 이유가 두산의 화수분야구를 LG에 심고자하는 것이었다면 일단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오지환, 이형종, 박병호, 작은 이병규, 김태군 등의 젊은 피가 기존 멤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거든요. 특히 오지환은 정말 탐나는 물건이네요. 수비에서 돌글러브질을 가끔 합니다만, 타격의 파워는 잘만 키우면 대형유격수 하나 나올 것 같습니다.오히려 두산의 진야곱, 이원재, 서동환, 박민석 등이 생각보다 성장속도가 더 느린데요. 화수분야구의 명성에 걸맞게 성장촉진제라도 놔야될거 같습니다.
그래도 두산의 허슬야구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건 우선 종박이 살아났다는 점입니다. 요새 심심챦게 멀티안타와 도루를 추가하기 시작했죠. 두산의 전형적인 득점공식이 종박 안타-오똘 안타/종박 3루까지/이틈에 오똘도 2루까지-클린업의 싹쓸이 인데요. 그간 종박이 부상으로 조금 컨디션이 난조였는데 이제 대한민국 리드오프의 명성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고젯이 다음주에 복귀한다는군요. 변태적인 능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 다시 보여주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고젯이 돌아오면 ㅋㅋ는 또 자리를 뺏기는군요. 안타까워라...
투수진은 왈선생이 생명연장의 꿈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2경기 잘했다고 뭐라고 하긴 그렇지만, 일단은 옆쥐와의 대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퇴출이야기를 쑥집어넣게한건 사실이네요. 달감독이 일단 한경기는 지켜보겠다... 한경기는 더 지켜보겠다.... 하면서 압박한게 효험을 발휘한게 아닌가 싶구요. 반면 용찬이의 구위가 좀 걱정스럽습니다. 안타도 맞고 홈런도 맞더니 결국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죠. 남자답게 우직한 직구만 승부하다보니 읽힌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일시적인 현상이라 보고 싶습니다.
9주차 Weekly report...
. 성적 : 한화 홈(- X X), LG홈(X ○ ○)
. 투수 : 정재훈, 고창성 각 1승
. 타자 : 김현수, 손시헌 각 1홈런
. 관중 : 평균관중 17,737 총관중 425,686(한화 - 10,154/13,229, LG - 27,000/27,000/17,449)
. 순위 : 2위(26승 1무 17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