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산의 개막전이 있었는데 관심이 좀 떨어지네요. 야구장에도 안갔지만 TV나 인터넷으로도 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두산 야구만 나오면 온 신경을 쏟곤 했었는데 말이죠. 외출한 이후 피곤해서 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홍성흔, 안경현이 없는 팀에 대한 서운함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네요.

아무리 실력 위주로 선수를 뽑는다 하더라도 팀의 상징에 대해서 홀대하는건 분명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메이저리그에도 분명히 고참선수에 대한 예우가 있고 서열이 엄격합니다. 특히 최고 명문 양키스가 그렇죠. 이렇게 명문구단일수록 프랜차이즈를 우대하는건 그들의 역사를 지키기 위함인데요.

두산은 그런 면에서 아쉽습니다. 오늘 롯데의 마해영은 홈런을 쳤는데요. 덕아웃 앞에서 마해영과 로이스터 감독이 껴안는 모습은 두산팬인 저에게도 짜릿한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한경기 이기는 것보다 팬들은 이런 드라마를 원하는거거든요. 롯데팬들 지금 얼마나 기뻐하며 술잔을 기울일래나... 에혀~ 부러워라..

OB가 하위권을 맴돌던 80년대 암울했던 시절에 그래도 변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건 박철순이라는 불사조 신화가 큰데, 이런걸 어떻게 값어치로 환산할 수 있나요? 실력이 우선순위였다면 아마 박철순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이제사 인터넷에서 보니 오늘 두산이 우리 히어로즈를 4:1로 이겼네요. 잘했네요. 근데 뭐 그닥 기쁘지도 않고 그렇습니다. 언제쯤 신명나게 응원을 할 수 있을런지... 쩝~


안쌤의 기량점검도 하지 않고 전력제외를 한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하네요. 기분좋지 않은 기사입니다. 그러나 기사의 뉘앙스를 보면 분명 안쌤에게 김감독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건 사실로 여겨지네요.

저번에 포스팅했을 때 분명 김경문감독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전성기를 지난 선수의 백업차원에서 세대교체를 준비한다면 수긍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근데, 이건 아니네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다른 차원의 문제라니...

그동안 프로야구는 어린이에게 꿈을 주는 스포츠로 포지셔닝을 해왔고,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박철순, 김우열, 신경식 등을 응원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두산과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로 자리를 잡았죠. 그 전설적인 프랜차이즈의 가치는 우승과도 맞먹는 효과입니다.

분명 안쌤도 두산베어스의 프랜차이즈이며 먼 훗날 두산의 자산이 될 선수인데, 이런 식으로 사적감정(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에 의해 내친다면 팬으로서 묵과하기 힘듭니다. 도대체 안쌤과 김경문감독 간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혹은 구단에서 짐작하고 있는 바가 뭔지 팬들에게 설명해주기 바랍니다.

프로야구가 팬을 위한 서비스인 이상, 팬은 구단의 손님이 아니라 엄연한 주체입니다.


스토브리그에는 두산베어스 홈페이지에 가기가 싫어집니다. 시즌 중에는 팬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지만, 시즌만 종료되면 항상 시끄럽죠. 가장 큰 이유가 두산과 선수의 갈등 때문입니다. 심정수, 정수근, 진필중 등...(아! 가슴 아파라) 올해는 홍성흔과 안경현이 그 대상이네요.

홍성흔과 안경현이라... 한마디로 충격이죠. 효도르한테 파운딩 맞는 느낌입니다. 두산팬에게 홍성흔과 안경현은 그야말로 허슬두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상실감은 더욱 큽니다. 물론 아직 홍성흔이 트레이드로 결론이 난건 아니지만, 또 안경현이 2군행으로 확정된건 아니지만...

김감독이 올해 안경현을 내치고 정원석을 중용한다고 하니 안경현을 그라운드에서 보기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팬으로서 참 수용하기 어렵군요. 안경현을 주전에서 제외한다는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안쌤이 어떤 안쌤인데...

이번 갈등의 근원이 바로 김경문감독인 만큼 그의 스타일을 찬찬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경문감독은 선수를 한번 믿으면 충분한 배려를 해준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 뚝심이 있다고도 하고, 믿음의 감독이라고도 하고,... 그 성공 케이스는 이종욱, 김현수라 할 수 있겠구요, 반대 케이스는 문희성, 유재웅 등이 있겠네요.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또 김감독은 선수단 운영을 잘하는걸로 보여집니다. 국대를 무리없이 이끌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고, 베스트멤버가 아닌데도 일본전에서 선전하거 보면, 어느 정도의 능력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도 알아줄 만 합니다. 과거 리오스가 김경문감독을 위해 야구를 한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어쩌면 그가 안경현을 정원석으로 대체하려는 계획이 현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됩니다. 어쨌든 안경현은 전성기는 지났으니까요. 나이가 많은 선수보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키워준다는건 어찌 보면 수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선견지명의 결과로 판단하는 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 외에 어떤 사심이 개입되었다면 도저희 묵과하기 어렵죠.

관련해서 김인식감독님이 굳이 억지로 세대교체할 필요있냐는 발언을 하셨다네요. 역시 재활공장장 다운 생각입니다. 누가 맞는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두산의 상징인 안쌤을 안락사 시키겠다는 계획은 참 불편하게 합니다. 그것도 정원석에게 말입니다. 두산팬들은 그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올해는 일단 인내심을 갖고, 감독의 판단을 믿고 지켜볼랍니다. 사심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감독의 판단이 가장 정확할테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서도 꾸준히 자기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안쌤.... 너무 멋집니다. 꼭 주전으로 당당히 그라운드에 서길 바라겠습니다.



2001년 6월 13일 잠실 해태전.

9회말까지 6:6에서 연장전에 돌입하는데 두산은 10회초 4점을 내주고 만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 10회말에 두산은 미라클 두산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마지막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도는 우리의 안쌤~ 너무 듬직한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런 뚝심이 있었기에 2001년 우승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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