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음악극 한편 봤습니다. 모임에서 4월 행사로 <미드썸머>라는 작품을 관람했는데요. 극본도 탄탄하고 연출이나 연기도 괜챦아서 90분이 전혀 지겹지 않았습니다. 음악극 특성상 노래가 작품을 휘돌아감는데, 통기타와 썩 잘 어울렸구요. 막판엔 우클렐레도 나왔네요. 예지원은 예전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처럼, 캐릭터에 녹아들어가는 연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노래와 기타, 우클렐레 연주솜씨도 괜챦았구요.
<미드썸머>는 30대 남녀의 사랑이야기입니다. 로맨틱 코미디란게 원래 결과는 뻔하지만 그 과정이 흥미롭죠. 밀고 당기기의 진수라고나 할까... 사회적 배경이 전혀 다른 두 남녀가 티격태격 부딪히면서도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맺음하는, 그래서 유쾌했습니다. 변호사와 조폭똘마니가 주말사이에 겪는 여러 사건들을 겪는데요. 사건은 이 둘을 뗄 수 없는 사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얼마전 골드미스들이 결혼할 남자들이 없다는 기사를 떠오르게 하더군요. 영국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이 작품은 시간이 뒤죽박죽 교차해가며 서로의 심리를 반복해서 보여주는데요. 그래서 각 상황별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는지 리얼하게 드러납니다. 같이 본 연극에 조예깊은 분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작품은 'Change is possible'의 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거스름돈 가능합니다'가 아닌 '변화가 가능합니다'로 해석하는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리고 두 주인공이 해피엔딩으로 골인하게 되죠. 우리네 인생도 그러한듯 싶습니다.
끝나고 예술의 전당 근처 와인바에서 뒷풀이를 했습니다. 때론 공연보다 공연본 감상을 서로 얘기하는게 더 재밌을 때가 있죠. 어제도 음악극 못지 않게 뒷풀이가 유쾌했습니다. 서로 다른 관점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신변잡기도 나누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뒷풀이 끝나고 몇명은 새벽까지 모임문제로 한잔 더 했습니다. 결론을 낼 수 있어 다행이구요. 우모와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져 흐믓했습니다.
Culture
- 음악극 미드썸머 2011.04.30
- 다시 꿈꾸는 첼로 2011.03.26 2
- 서열파괴의 충격 2011.03.20 2
- Concerto No.5 1st movement F. Seitz 2010.09.09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 2010.08.19
- 토이스토리 3 2010.08.15
- 정의란 무엇인가? 2010.08.08 4
- 인셉션 2010.08.08
- 셔터 아일랜드 2010.06.19 1
- Jason Mraz의 I'm yours 2010.05.24 2
음악극 미드썸머
2011. 4. 30. 01:13
다시 꿈꾸는 첼로
2011. 3. 26. 09:25
한 5개월 정도 레슨을 안받았나요? 얼추 그 정도 된거 같네요. 레슨을 안받으니, 압박도 없고, 또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첼로가 덩달아 케이스에서 잠만 자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아니다 싶어 다시 선생님을 찾았네요. 그간 배웠던 선생님은 기본기에 좀 신경을 안써주시는 듯 하여 새로 물색했죠. 게다가 평일에 집에 갔다가 첼로를 들고 다시 나오는 것도 좀 고역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 근처에서 악기대여도 해주면서 레슨도 해주는 곳을 찾았습니다. 양재동에 있는데요. 첫 수업을 받고 보니 잘 찾았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깐깐한 모습이 맘에 들었구요. 주변에 같이 배우는 학생들도 열의가 있어 환경도 괜챦았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선생님은 여러가지 기본기가 약한 제 스타일을 아시고 이것저것 지적해주시는데,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군요. 사실 알면서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잘 몰랐었거든요. 이제 남은건 그런 압박에 어느 정도 부응을 하고 연습을 하는건데 그건 제게 남겨진 숙제겠지요. 다시 먼지낀 케이스에서 첼로를 구출해줘야 겠습니다.
덧글...
연습곡은 스트링빌더 3권의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재미없는 곡이지만 도 닦는 심정으로...
그래서 회사 근처에서 악기대여도 해주면서 레슨도 해주는 곳을 찾았습니다. 양재동에 있는데요. 첫 수업을 받고 보니 잘 찾았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깐깐한 모습이 맘에 들었구요. 주변에 같이 배우는 학생들도 열의가 있어 환경도 괜챦았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선생님은 여러가지 기본기가 약한 제 스타일을 아시고 이것저것 지적해주시는데,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군요. 사실 알면서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잘 몰랐었거든요. 이제 남은건 그런 압박에 어느 정도 부응을 하고 연습을 하는건데 그건 제게 남겨진 숙제겠지요. 다시 먼지낀 케이스에서 첼로를 구출해줘야 겠습니다.
덧글...
연습곡은 스트링빌더 3권의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재미없는 곡이지만 도 닦는 심정으로...
서열파괴의 충격
2011. 3. 20. 20:07
최근에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나는 가수다'인데요. 첫 탈락자가 김건모더군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국민가수 김건모가 탈락하리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네요. 본인도 예상외 결과에 충격받은 모습이 역력하던데, 나머지 6명에게도 그 쇼크의 무게는 비슷했을겁니다.
7명 중에서 유일하게 국민가수라는 칭호를 갖고 있고, 남녀노소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또 가요계에서 이제 선생님으로 대접받는 그가 제일 먼저 탈락한다...? 어떤 면에선 용납이 안되는 일이죠. 그 충격여파가 생각 이상으로 큰건 우리사회가 가진 익숙해진 서열이 붕괴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연배높은 분을 존중해주는 연령서열이나, 누가 먼저 업계에 발을 들여놨느냐로 따지는 선배서열 등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문화에서 그 최상위층을 형성하는 집단에게는 함부로 평가의 잣대를 대기는 어렵죠. 가령 원로가수에게 신인가수가 어떤 평가를 내린다는건, 그 내용과 상관없이 대단히 불손한 일이거든요. 그런 장유유서의 문화가 집단 내 질서를 잡는데 기여하긴 하지만, 실력있는 사람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역기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김건모의 탈락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누구도 대중의 평가앞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줬으니까요. 또 이 다음에 탈락하는 가수도 좀더 편한 마음으로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요? 천하에 김건모도 탈락했는데... 하면서 쿨한 마음을 가질겁니다. 다만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한건 원칙을 깼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서열파괴의 충격을 한국적인 정서로 치유해나가는 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네요.
이런 현상은 가요계에만 필요한건 아닙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언론 등 각 분야에서도 이런 창조적인 파괴가 있어야 더 발전이 있겠죠. 물론 그 기저에 우리문화 고유의 연장자 존중문화는 면면히 이어져야 하구요. 간만에 참 좋은 예능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예전에 쌀집 아저씨 아프리카 다녀온 여행기도 책으로 봤었는데, 괜히 다녀온게 아니었네요.^^
덧글...
참고로 개인적인 오늘 경연의 픽은 윤도현, 김범수, 정엽이었습니다. 특히 윤도현... 소름끼쳤습니다.
7명 중에서 유일하게 국민가수라는 칭호를 갖고 있고, 남녀노소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또 가요계에서 이제 선생님으로 대접받는 그가 제일 먼저 탈락한다...? 어떤 면에선 용납이 안되는 일이죠. 그 충격여파가 생각 이상으로 큰건 우리사회가 가진 익숙해진 서열이 붕괴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연배높은 분을 존중해주는 연령서열이나, 누가 먼저 업계에 발을 들여놨느냐로 따지는 선배서열 등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문화에서 그 최상위층을 형성하는 집단에게는 함부로 평가의 잣대를 대기는 어렵죠. 가령 원로가수에게 신인가수가 어떤 평가를 내린다는건, 그 내용과 상관없이 대단히 불손한 일이거든요. 그런 장유유서의 문화가 집단 내 질서를 잡는데 기여하긴 하지만, 실력있는 사람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역기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김건모의 탈락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누구도 대중의 평가앞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줬으니까요. 또 이 다음에 탈락하는 가수도 좀더 편한 마음으로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요? 천하에 김건모도 탈락했는데... 하면서 쿨한 마음을 가질겁니다. 다만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한건 원칙을 깼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서열파괴의 충격을 한국적인 정서로 치유해나가는 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네요.
이런 현상은 가요계에만 필요한건 아닙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언론 등 각 분야에서도 이런 창조적인 파괴가 있어야 더 발전이 있겠죠. 물론 그 기저에 우리문화 고유의 연장자 존중문화는 면면히 이어져야 하구요. 간만에 참 좋은 예능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예전에 쌀집 아저씨 아프리카 다녀온 여행기도 책으로 봤었는데, 괜히 다녀온게 아니었네요.^^
덧글...
참고로 개인적인 오늘 경연의 픽은 윤도현, 김범수, 정엽이었습니다. 특히 윤도현... 소름끼쳤습니다.
Concerto No.5 1st movement F. Seitz
2010. 9. 9. 08:24
9월부터 다시 레슨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곡인데, 좀 어렵더군요. 몇개월 쉰 탓도 있지만, 이제 점점 난이도가 세지네요. 유튜브에서 찾아봤더니 첼로로 연주한 동영상은 없어서 바이올린을 올립니다. 역시 끊임없는 연습만이 정답임을 새삼 실감합니다.
. 곡 : Concerto No. 5, 1st mvt. by F. Seitz(Suzuki IV)
. 레슨 : 9.1(수)부터
. 곡 : Concerto No. 5, 1st mvt. by F. Seitz(Suzuki IV)
. 레슨 : 9.1(수)부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
2010. 8. 19. 23:32
다른 작가들도 비슷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매 작품마다 비슷한 주제의식을 드러냅니다. 인간에 대한 고민이 그것인데, 마치 해부학자로서 인간의 습성을 파헤치죠. 그리고 인간을 만물의 영장의 반열에 놓는 지금까지의 타성을 비판합니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며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걸 강조하죠. 심지어 그의 소설에선 종교조차 해부의 대상이 되구요.
그런 베르베르의 필력이 '인간'이라는 작품에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지구가 멸망한 이후 남은 두 남녀를 외계인이 애완동물 관찰하듯 지켜본다는 설정인데요. 인류 역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졌던 동물실험을 은연중에 풍자하죠. 여주인공의 직업이 사자조련사라는 점도 그렇구요. 사실 인간이 만물의 지배자로 올라온 것도 유구한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잠깐에 불과합니다.
이 작품이 연극으로 상연된게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한번 올려진다면 꼭 보고싶네요. 한국적인 감각으로 채색이 된다면 더욱 좋겠구요. 2인극으로 구성되기에 딱 좋은 작품이네요.
그런 베르베르의 필력이 '인간'이라는 작품에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지구가 멸망한 이후 남은 두 남녀를 외계인이 애완동물 관찰하듯 지켜본다는 설정인데요. 인류 역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졌던 동물실험을 은연중에 풍자하죠. 여주인공의 직업이 사자조련사라는 점도 그렇구요. 사실 인간이 만물의 지배자로 올라온 것도 유구한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잠깐에 불과합니다.
이 작품이 연극으로 상연된게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한번 올려진다면 꼭 보고싶네요. 한국적인 감각으로 채색이 된다면 더욱 좋겠구요. 2인극으로 구성되기에 딱 좋은 작품이네요.
토이스토리 3
2010. 8. 15. 21:51
아기곰과 와이프, 셋이 함께 영화를 본건 오랜만입니다. 토이스토리 2를 워낙 좋아하는 아기곰인지라, 아이패드로 DVD로 보기 무척 좋아합니다, 3편도 분명 좋아하리라 생각했었는데요. 아기곰이 어두운 극장에서 2시간 영화를 집중하기엔 아직 무리인가 보네요. 어찌나 꼼지락대던지 진정시키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주위에 피해를 주진 않고 끝까지 자리는 지켰습니다.
토이스토리가 인터넷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은 점에 비해선 좀 실망스럽더군요. 슈렉에 비해서는 확실히 주제의식이나 스토리가 떨어지고 이제 더 이상 토이스토리로는 뽑을 얘기가 없겠구나, 막판에 다 털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특히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장난감을 함부로 다루는 무질서한 캐릭터로 규정한 점은 좋게 보아주기 힘들더군요. 앤디의 성장에 대한 장난감들의 불안을 애먼 보육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돌리는 꼼수... 꼼수치곤... 질이 떨어져서 기분 나빴습니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 생기는 무의식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 게다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픽사를 감안하면 더욱 괘씸했네요.
어쨌든 유쾌하게 주말을 보내려고 본 영화가 음... 관람료가 얼마였지? 하는... 휴우... 간만에 느껴보네요, 영화보고 본전 생각해보기는...
덧글...
평촌 CGV는 극장 운영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네요. 영화 도중에 극장안의 불을 10분간 켜놓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도 모자라, 그걸 사과한답시고 영화 상영 도중에 사과방송을 하는 통에 중요한 엔딩크레딧도 놓쳤습니다. 영화의 끝은 엔딩크레딧이 끝나야 끝난다는걸 왜 모르는지...
토이스토리가 인터넷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은 점에 비해선 좀 실망스럽더군요. 슈렉에 비해서는 확실히 주제의식이나 스토리가 떨어지고 이제 더 이상 토이스토리로는 뽑을 얘기가 없겠구나, 막판에 다 털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특히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장난감을 함부로 다루는 무질서한 캐릭터로 규정한 점은 좋게 보아주기 힘들더군요. 앤디의 성장에 대한 장난감들의 불안을 애먼 보육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돌리는 꼼수... 꼼수치곤... 질이 떨어져서 기분 나빴습니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 생기는 무의식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 게다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픽사를 감안하면 더욱 괘씸했네요.
어쨌든 유쾌하게 주말을 보내려고 본 영화가 음... 관람료가 얼마였지? 하는... 휴우... 간만에 느껴보네요, 영화보고 본전 생각해보기는...
덧글...
평촌 CGV는 극장 운영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네요. 영화 도중에 극장안의 불을 10분간 켜놓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도 모자라, 그걸 사과한답시고 영화 상영 도중에 사과방송을 하는 통에 중요한 엔딩크레딧도 놓쳤습니다. 영화의 끝은 엔딩크레딧이 끝나야 끝난다는걸 왜 모르는지...
정의란 무엇인가?
2010. 8. 8. 14:00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잘못된 선택은 아닐꺼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역시 기대를 충족시키는 괜챦은 책이네요. 덕분에 읽는 며칠 동안 정리되지 못한 부분들이 하나씩 메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 일독만으로는 다 채우진 못했지만 말입니다. 한번쯤 더 읽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 책은 정의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서양철학의 흐름을 고전에서 현대에까지 알기 쉽게 실증적인 예를 들어 훑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구멍이 나있는 이론체계를 튼실하게 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데요. 우선 샌델교수는 정의를 3가지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첫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을 강조하는 자유지상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그리고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는 이 관점을 하나하나씩 실증적 예를 들어가며 무너뜨리죠.
첫번째 공리주의는 행복을 수치화한다는 개념에서 인간 행복의 질적 차이, 쾌락의 가치 우열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이로 인해 인간의 기본 권리를 소수와 다수의 계산문제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해 사회 정의를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점이 있다는 점을 밝혀내죠. 그렇다고 자유주의 역시 공리주의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의 우열문제에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거죠. 결국 저자는 공리와 행복간의 가치우열을 판별하는 가치 측정이 중요한 문제이며, 그 기준은 사회적 미덕과 공동선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공동선과 더불어 연대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하죠. 개인이 태어나면서 사회와 맺게되는 불가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지역, 국가, 나아가 세계와의 연대는 특수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당연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적시합니다. 이는 일제시대 때 태어나지도 않았고 조선을 침탈해서 나 개인이 얻은 이익도 없는데, 일본인이 왜 한국에 사과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명징하게 답을 주죠. 그 연계성을 부정하면 과거 일본이 누린 영광의 역사 또한 현재의 개인과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기에, 결국 과거의 국가나 사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묵시적 승계를 하는건 당연하다고 말하는겁니다.
다만 저자가 주장하는 공동선이라는게 상대적인 측면이 있다는건 좀더 고민을 해야할 듯 하네요. 공동선이 절대적 가치인 도덕과는 분명 상충되기도 하거니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거든요. 저자가 주로 서양의 시각에서만 정의를 규정하기에 유교나 이슬람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정의, 공동선, 미덕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겠네요.
이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여러 저명인사들이 휴가지에서 읽겠노라고 하더군요. 한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걱정과 의구심이 드네요. 아무래도 같은 방망이도 야구선수가 드는 것과 조폭이 드는 것은 다르니까요.
이 책은 정의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서양철학의 흐름을 고전에서 현대에까지 알기 쉽게 실증적인 예를 들어 훑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구멍이 나있는 이론체계를 튼실하게 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데요. 우선 샌델교수는 정의를 3가지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첫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을 강조하는 자유지상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그리고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는 이 관점을 하나하나씩 실증적 예를 들어가며 무너뜨리죠.
첫번째 공리주의는 행복을 수치화한다는 개념에서 인간 행복의 질적 차이, 쾌락의 가치 우열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이로 인해 인간의 기본 권리를 소수와 다수의 계산문제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해 사회 정의를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점이 있다는 점을 밝혀내죠. 그렇다고 자유주의 역시 공리주의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의 우열문제에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거죠. 결국 저자는 공리와 행복간의 가치우열을 판별하는 가치 측정이 중요한 문제이며, 그 기준은 사회적 미덕과 공동선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공동선과 더불어 연대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하죠. 개인이 태어나면서 사회와 맺게되는 불가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지역, 국가, 나아가 세계와의 연대는 특수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당연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적시합니다. 이는 일제시대 때 태어나지도 않았고 조선을 침탈해서 나 개인이 얻은 이익도 없는데, 일본인이 왜 한국에 사과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명징하게 답을 주죠. 그 연계성을 부정하면 과거 일본이 누린 영광의 역사 또한 현재의 개인과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기에, 결국 과거의 국가나 사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묵시적 승계를 하는건 당연하다고 말하는겁니다.
다만 저자가 주장하는 공동선이라는게 상대적인 측면이 있다는건 좀더 고민을 해야할 듯 하네요. 공동선이 절대적 가치인 도덕과는 분명 상충되기도 하거니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거든요. 저자가 주로 서양의 시각에서만 정의를 규정하기에 유교나 이슬람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정의, 공동선, 미덕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겠네요.
이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여러 저명인사들이 휴가지에서 읽겠노라고 하더군요. 한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걱정과 의구심이 드네요. 아무래도 같은 방망이도 야구선수가 드는 것과 조폭이 드는 것은 다르니까요.
인셉션
2010. 8. 8. 12:43
그토록 벼르고 벼르던 영화 '인셉션'을 봤습니다. 보는 내내 머리속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두뇌싸움에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2시간 반이 마치 1시간 밖에 안지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몰입도도 높고, 스토리 구조도 탄탄하고, 연기도 훌륭한, 보기 드문 수작이 아닌가 싶네요. 어쩌면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다시 한번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놀란 감독이 낸 퍼즐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거든요.
영화는 예전에 책으로 접했던 장자, 프로이트, 그리고 수업시간에 들었던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 등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 철학적 연관성에 대해 뚜렷한 관점을 갖고 있지 않기에 영화의 내면적 재구성이 힘들긴 하지만, 인터넷에 오른 여러 비평들을 보니 어렴풋하게나마 그 고리의 연결구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이네요. 지적 호기심을 무한자극하는 놀란 감독님... 놀랍습니다.
우선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마지막 장면, 이게 과연 꿈인가 현실인가 하는 부분은 말 그대로 여운으로 남겨둘 수 있는 장면이겠지만... 감독의 의도가 꿈과 현실을 오가는 가운데 상상적 자아와 실체적 자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에서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거라면, 굳이 꿈 혹은 현실이라고 결론맺는 것은 의미없다고 봅니다. 그야말로 관객들의 해석영역으로 남겨두는게 현명하겠죠. 그보다 더 중요한건 과연 인간의 무의식과 의식과의 관계는 어떠하냐는 것입니다.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모든 것에 의심을 품은 데카르트가 발견한건 의심하고 있는 자아의 확실성이었습니다. 방법론적 회의라고 수업시간에 배웠죠. 그건 한마디로 이성이 작용하는 자아, 즉 의식세계에 주체적 지위를 부여한겁니다. 하지만 프로이트, 라캉 등으로 넘어오면서 의식은 무의식에 의해 조종되는 하나의 객체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주목하는게 바로 그 이론이죠. 무의식의 공간에 어떤 하나의 생각의 씨앗을 심으면 Inception, 추출하면 Extraction 이라고 하는데요. Inception을 통해 무의식 세계에 뿌려진 씨앗이 의식세계를 지배하게 되고, 나아가 그 사람의 자아를 형성하는 도그마가 되는겁니다. 단 전제조건은 무의식에 단초를 심는 과정을 의식세계가 인식하지 못해야 효력을 발휘하는건데요. 그건 의식세계는 무의식세계에 침투하려는 생각을 제거하려는 습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만장자 상속자 피셔 쥬니어의 꿈속에서 인식체계를 지키려는 피셔 쥬니어 인식의 공격을 받게 되는거구요. 마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체계가 발동하는 것처럼 말이죠. 영화 대사에서 그걸 암시하는 말이 나옵니다.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는 생각이라고... 참고로 이 영화는 그냥 허투루 만든 대사가 없더이다...
이런걸 감안하면, 어렸을 적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가 소름끼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의식과 자아를 지배하는 무의식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경험같은 감성적인 환경에 의해 조성되기 때문이죠. 결국 무의식 세계에 자리잡은 특정 기제가 의식세계를 리모콘으로 작용한다면, 그 사람을 노무현으로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전두환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결국 지금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우리는 무의식에 의해 움직여지는 아바타가 되는건가요? 또 이론의 근원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르는 호접몽에까지 이를 수 있는건가요? 참 오묘한 심리학의 세계입니다.
영화에서 꿈은 5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근데 영화를 한번 봐서는 단계별 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좀 헷갈립니다. 첫 장면에 나왔던 사이토의 꿈이 어디에서 연결되었던건지도 명확치 않구요. 따라서 영화를 한번 더 봐야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인터넷의 글들을 좀더 검색하면 분명해지겠지만, 이 영화만큼은 타인의 시각에 의지하고 싶진 않더군요. 그만큼 매력에 풍덩 빠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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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가 맘에 드는 또 한가지, 악당이 없다는 점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선과 악의 대립구도(람보, 공공의 적 등)는 말초적인 자극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끝모를 적개심과 통쾌함을 가장한 권선징악만 나열하는 유치한 이야기죠. 반면 이 영화는 꿈과 현실, 그리고 꿈 속의 꿈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헤쳐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개 선과 악은 한 인물안에 공존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죠. 그렇기에 주인공인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코브 역)가 법률상의 범법자 신분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거나, 와타나베 켄(사이토 역)가 국경을 넘어서는 초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부분 등은 이 영화에선 중요하지 않습니다.
'셔터 아일랜드' 이후 또 한편의 영화다운 영화를 봐서인지 주말 오후가 풍족해졌네요. 최근 방콕같은 날씨에 지쳤는데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를 맞은 느낌입니다. 서둘러 포스팅 마무리하고 수영이나 하러 가야겠습니다. 뇌속에 무의식이 수영복을 챙기라는 명령을 내리네요. 수영장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누군가 내 머릿속에 inception을 한건지도... 모르겠... 음... 그렇담 토템을 돌려봐야 하나요...?
영화는 예전에 책으로 접했던 장자, 프로이트, 그리고 수업시간에 들었던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 등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 철학적 연관성에 대해 뚜렷한 관점을 갖고 있지 않기에 영화의 내면적 재구성이 힘들긴 하지만, 인터넷에 오른 여러 비평들을 보니 어렴풋하게나마 그 고리의 연결구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이네요. 지적 호기심을 무한자극하는 놀란 감독님... 놀랍습니다.
우선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마지막 장면, 이게 과연 꿈인가 현실인가 하는 부분은 말 그대로 여운으로 남겨둘 수 있는 장면이겠지만... 감독의 의도가 꿈과 현실을 오가는 가운데 상상적 자아와 실체적 자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에서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거라면, 굳이 꿈 혹은 현실이라고 결론맺는 것은 의미없다고 봅니다. 그야말로 관객들의 해석영역으로 남겨두는게 현명하겠죠. 그보다 더 중요한건 과연 인간의 무의식과 의식과의 관계는 어떠하냐는 것입니다.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모든 것에 의심을 품은 데카르트가 발견한건 의심하고 있는 자아의 확실성이었습니다. 방법론적 회의라고 수업시간에 배웠죠. 그건 한마디로 이성이 작용하는 자아, 즉 의식세계에 주체적 지위를 부여한겁니다. 하지만 프로이트, 라캉 등으로 넘어오면서 의식은 무의식에 의해 조종되는 하나의 객체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주목하는게 바로 그 이론이죠. 무의식의 공간에 어떤 하나의 생각의 씨앗을 심으면 Inception, 추출하면 Extraction 이라고 하는데요. Inception을 통해 무의식 세계에 뿌려진 씨앗이 의식세계를 지배하게 되고, 나아가 그 사람의 자아를 형성하는 도그마가 되는겁니다. 단 전제조건은 무의식에 단초를 심는 과정을 의식세계가 인식하지 못해야 효력을 발휘하는건데요. 그건 의식세계는 무의식세계에 침투하려는 생각을 제거하려는 습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만장자 상속자 피셔 쥬니어의 꿈속에서 인식체계를 지키려는 피셔 쥬니어 인식의 공격을 받게 되는거구요. 마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체계가 발동하는 것처럼 말이죠. 영화 대사에서 그걸 암시하는 말이 나옵니다.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는 생각이라고... 참고로 이 영화는 그냥 허투루 만든 대사가 없더이다...
이런걸 감안하면, 어렸을 적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가 소름끼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의식과 자아를 지배하는 무의식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경험같은 감성적인 환경에 의해 조성되기 때문이죠. 결국 무의식 세계에 자리잡은 특정 기제가 의식세계를 리모콘으로 작용한다면, 그 사람을 노무현으로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전두환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결국 지금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우리는 무의식에 의해 움직여지는 아바타가 되는건가요? 또 이론의 근원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르는 호접몽에까지 이를 수 있는건가요? 참 오묘한 심리학의 세계입니다.
영화에서 꿈은 5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근데 영화를 한번 봐서는 단계별 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좀 헷갈립니다. 첫 장면에 나왔던 사이토의 꿈이 어디에서 연결되었던건지도 명확치 않구요. 따라서 영화를 한번 더 봐야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인터넷의 글들을 좀더 검색하면 분명해지겠지만, 이 영화만큼은 타인의 시각에 의지하고 싶진 않더군요. 그만큼 매력에 풍덩 빠진 느낌입니다.
괜챦은 영화 리뷰보기
인셉션, 미장아빔(mise en abyme)이 꿰뚫다
인셉션(2010), 라캉 정신분석과 주체의 문제
인셉션, 알고보면 더 재밌는 몇가지
인셉션 세계관 가이드
그리고 이 영화가 맘에 드는 또 한가지, 악당이 없다는 점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선과 악의 대립구도(람보, 공공의 적 등)는 말초적인 자극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끝모를 적개심과 통쾌함을 가장한 권선징악만 나열하는 유치한 이야기죠. 반면 이 영화는 꿈과 현실, 그리고 꿈 속의 꿈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헤쳐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개 선과 악은 한 인물안에 공존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죠. 그렇기에 주인공인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코브 역)가 법률상의 범법자 신분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거나, 와타나베 켄(사이토 역)가 국경을 넘어서는 초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부분 등은 이 영화에선 중요하지 않습니다.
'셔터 아일랜드' 이후 또 한편의 영화다운 영화를 봐서인지 주말 오후가 풍족해졌네요. 최근 방콕같은 날씨에 지쳤는데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를 맞은 느낌입니다. 서둘러 포스팅 마무리하고 수영이나 하러 가야겠습니다. 뇌속에 무의식이 수영복을 챙기라는 명령을 내리네요. 수영장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누군가 내 머릿속에 inception을 한건지도... 모르겠... 음... 그렇담 토템을 돌려봐야 하나요...?
셔터 아일랜드
2010. 6. 19. 13:24
회사 동료가 '셔터 아일랜드'를 보면서 내가 생각났다고 하더군요. 워낙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딱 우모스타일이라고 본거죠. 예전에 '아이덴티티'에 대해 극찬을 했던게 기억났나 봅니다. 안그래도 '셔터 아일랜드'는 극장에서 꼭 보려했는데요. 기회를 놓치다 이제사 봤네요. 예상했던대로 명장 스콜세지 감독의 연출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구요. 인상깊었습니다.
영화는 정신병동에서 환자가 사라진 사건을 연방수사관이 투입되면서 시작됩니다. 연방수사관은 디카프리오구요. 촌스런 넥타이를 달고 나옵니다. 의욕적인 수사는 병원 관계자들의 드러나지 않는 비협조 속에 미궁에 빠지는데, 사라졌던 환자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종결되는 듯 하죠. 하지만 디카프리오가 이 섬에 품고 있는 의문, 이 병원에서 조직적으로 뇌에 대한 생체실험 의혹을 파헤치고, 자신의 아내를 죽게 만든 방화범을 만나기 위해 섬을 수색합니다. 이 와중에 디카프리오는 여러가지 환영을 보게 되는데, 자신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의 참혹했던 광경, 그리고 자신의 아내와 가족이 죽게되는 장면이 어지럽게 펼쳐집니다.
대략 이 즈음에서 영화에 대한 반전이 대충 그려지긴 했습니다. '아이덴티티'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거든요. 주인공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지만, 결국 자신이 그 문제의 해답이라는 설정... 다만 '셔터 아일랜드'는 '아이덴티티'와는 달리 고립된 섬과 정신병원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개인이 하나의 객체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셔터 아일랜드'의 디카프리오는 한 인간이 권력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되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죠. 여기에서의 인간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고와 행동은 차단된 채, 사회권력체계에 훈육되고 길들여진 부속품같은 존재입니다. 의사와 환자, 지시와 복종을 상징하는 정신병원의 고압적인 건축물이 그렇구요. 환자들에게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각 병동과 등대, 동굴 등도 개인의 자유로운 왕래와 사고를 차단하는 구조주의가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의 방어기제로서 없는 환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간는 것, 또한 눈여겨볼 만 하죠. 마치 수조 속에 갇힌 물고기가 아직 바다에서 살고 있다고 자기체면화하는 듯한... 적당한 비유일런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디카프리오가 전쟁경험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가정 파괴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탈출하기 위해 스스로를 연방수사관 테디라는 가공의 인물로 스스로를 설정한 것은 차라리 애처로웠습니다. 한편 이해가 가기도 하구요. 하지만 정작 우모를 놀라게 한건 그의 마지막 대사였습니다. 그는 정신이상자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미친 척 했을 뿐...
'당신이라면 어떻게 선택을 하겠는가? 괴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좋은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영화 끄트머리에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을 인정했기에 정신병원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음에도, 마지막 순간에 주치의에게 자신의 환상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디카프리오. 스스로 괴물임을 인정한다면 이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 수는 있겠지만, 그러느니 차라리 가공의 자아로 남아 죽음을 택하겠다는... 어떻게 보면 구조에 저항하는 인간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여겨지네요. 그러고보면 '올드보이'의 최민수가 최면을 선택하여 과거를 지우고 딸을 취한 것도 현실을 수용할 수 없는 인간의 고뇌였던 겁니다. 슬프네요.
영화는 정신병동에서 환자가 사라진 사건을 연방수사관이 투입되면서 시작됩니다. 연방수사관은 디카프리오구요. 촌스런 넥타이를 달고 나옵니다. 의욕적인 수사는 병원 관계자들의 드러나지 않는 비협조 속에 미궁에 빠지는데, 사라졌던 환자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종결되는 듯 하죠. 하지만 디카프리오가 이 섬에 품고 있는 의문, 이 병원에서 조직적으로 뇌에 대한 생체실험 의혹을 파헤치고, 자신의 아내를 죽게 만든 방화범을 만나기 위해 섬을 수색합니다. 이 와중에 디카프리오는 여러가지 환영을 보게 되는데, 자신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의 참혹했던 광경, 그리고 자신의 아내와 가족이 죽게되는 장면이 어지럽게 펼쳐집니다.
대략 이 즈음에서 영화에 대한 반전이 대충 그려지긴 했습니다. '아이덴티티'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거든요. 주인공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지만, 결국 자신이 그 문제의 해답이라는 설정... 다만 '셔터 아일랜드'는 '아이덴티티'와는 달리 고립된 섬과 정신병원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개인이 하나의 객체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셔터 아일랜드'의 디카프리오는 한 인간이 권력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되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죠. 여기에서의 인간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고와 행동은 차단된 채, 사회권력체계에 훈육되고 길들여진 부속품같은 존재입니다. 의사와 환자, 지시와 복종을 상징하는 정신병원의 고압적인 건축물이 그렇구요. 환자들에게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각 병동과 등대, 동굴 등도 개인의 자유로운 왕래와 사고를 차단하는 구조주의가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의 방어기제로서 없는 환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간는 것, 또한 눈여겨볼 만 하죠. 마치 수조 속에 갇힌 물고기가 아직 바다에서 살고 있다고 자기체면화하는 듯한... 적당한 비유일런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디카프리오가 전쟁경험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가정 파괴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탈출하기 위해 스스로를 연방수사관 테디라는 가공의 인물로 스스로를 설정한 것은 차라리 애처로웠습니다. 한편 이해가 가기도 하구요. 하지만 정작 우모를 놀라게 한건 그의 마지막 대사였습니다. 그는 정신이상자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미친 척 했을 뿐...
'당신이라면 어떻게 선택을 하겠는가? 괴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좋은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영화 끄트머리에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을 인정했기에 정신병원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음에도, 마지막 순간에 주치의에게 자신의 환상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디카프리오. 스스로 괴물임을 인정한다면 이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 수는 있겠지만, 그러느니 차라리 가공의 자아로 남아 죽음을 택하겠다는... 어떻게 보면 구조에 저항하는 인간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여겨지네요. 그러고보면 '올드보이'의 최민수가 최면을 선택하여 과거를 지우고 딸을 취한 것도 현실을 수용할 수 없는 인간의 고뇌였던 겁니다. 슬프네요.
Jason Mraz의 I'm yours
2010. 5. 24. 11:11
오늘같이 비오는 날 들으면 딱 좋을꺼 같은 잔잔한 음악 하나 포스팅합니다. 우연히 카페에서 듣게 된 노래인데요. 편안하면서도 심플한 기타 음색이 맘에 드네요. 오염되지 않은 상큼한 토마토를 딱먹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친구와 같이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음악에 젖어들게 되어 인터넷에서 찾아보게 되네요.
위키피디어에서 찾아보니 핸섬하게 생긴 버지니어 출신 양키군요. 얼핏보니 휴 그랜트랑 비슷하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흠... 아니군요.^^ 위의 동영상도 보니 한국에도 와서 간단하나마 공연도 했었네요. 흠... 다른 노래들도 한번씩 들어봐야겠네요.
위키피디어에서 찾아보니 핸섬하게 생긴 버지니어 출신 양키군요. 얼핏보니 휴 그랜트랑 비슷하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흠... 아니군요.^^ 위의 동영상도 보니 한국에도 와서 간단하나마 공연도 했었네요. 흠... 다른 노래들도 한번씩 들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