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매한 표도 없었지만 친절한 두산팬 덕분에 직관을 할 수 있었습니다. 표를 양도해주신 보스베어님께 감사드리구요. 급하게 경기장에 뛰어가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나눴네요. 명함이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다음에 뵙게 된다면 두산팬으로서 얘기도 나누고 싶군요.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깨지고 나니 여기저기서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이제 겨우 한경기에 불과하다, 안됐다, 것봐라 너넨 안된다, 롯데나 같이 응원하자 등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게 되네요. 아침엔 상무님도 위로해 주시구요. 심지어 롯데팬 선배는 새벽 3시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경기 결과를 묻는 문자까지 보냈습니다. 그걸 기상하자마자 답문을 보냈더니, 로마에 도착하는 중이라며 무지 통쾌해 하더군요. 얄미운데 가르쳐주지 말걸 그랬나요..? ㅋㅋ 프랑크푸르트 공항 인터넷 사용이 1시간에 16유로라나 뭐라나... 하여간 준플에서 누가 이기든 이기는 팀 응원하자고 전에 약속했는데, 이거 이거 이러다 두산 유니폼입고 롯데 경기 응원가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제 경기 끝나고 집에 가는데 롯데팬 한명이 전철안에서 엄청 큰목소리로 떠들더군요. 일행이 두산팬이었던 것 같은데 한마디로 '너넨 안된다, 롯데가 3연승한다' 였습니다. 호기넘치는 목소리로 보아 술도 취한 것 같은데, 듣는 두산 원년팬은 심기가 좀 불편했네요. 그 롯데팬의 예언(?)처럼 두산은 지금 여건이 별로 안좋습니다. 니코스키는 부상으로 거의 접은 분위기고 롯데의 선발진은 산처럼 느껴지구요. 두산의 마운드는 턱없이 낮아 보이네요.

하지만 모든 드라마에는 기승전결이 있듯이, 지금의 두산은 기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다고 봅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곰들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1. 조정훈
이 친구를 첫번째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네요. 기아팬 선배와 얘기할 때 조정훈이 볼은 좋을지 몰라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어서 금방 무너질꺼라고 했는데요. 무너지기는 커녕 엄청난 포스를 뽐냈습니다. 그리고 부러웠네요. 우리는 왜 저런 선발이 없는걸까...?

2. 김경문
니코스키를 내렸을 때 이해가 안가서 달감독을 속으로 욕했었는데요. 알고보니 어깨 통증으로 인한 자진강판이었네요. 욕한거 죄송하구요. 올해는 꼭 한을 푸시길 바랍니다.

3. 김현수
기계의 홈런 포함한 2안타가 참 고마웠네요. 혹시나 작년 한국시리즈의 망령을 떨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기계에겐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계가 있는 한 두산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겁니다. 홈런도 멋졌지만, 원포인트 릴리프 강영식을 상대로 날린 안타도 통쾌했습니다.

4. 이종욱
1차전의 패인은 종박이 그라운드를 흔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예상 포스팅에서 두산의 핵심 플레이어로 종박을 꼽았었는데요. 종박이 무안타로 출루 한번 못하니 두산의 발야구가 실종되고 말았네요. 그래도 대선수는 분명 자기 역할을 해주기에 2차전부터 폭발하는 흙강아지 종박의 모습... 믿습니다!

5. 정수빈
우쭈쭈가 대타로 나올 때 8회말 2사 만루였습니다. 두산으로서는 마지막 찬스였는데요. 민뱅 타석에서 임경완 투수였으니 당연히 좌타자로 바꿀 것은 예상했었죠. 근데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이블성열이 아닌 우쭈쭈였습니다. 이블성열은 한방은 있지만 변화구에 약하기에 극강의 선구안을 지닌 우쭈쭈를 내보낸거죠. 여차하면 밀어내기라도 노리는... 하여간 신인에게 팀의 운명을 맡기는 기막힌 도박이었기에 정말 목이 터져라 응원했지만, 결과는 투볼에서 3구째를 휘둘러 3루 땅볼이었습니다. 패배를 직감한 순간이기도 했구요. 아쉽지만 믿어준 달감독과 최선을 다한 우쭈쭈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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