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야구 보면서 포스팅을 쓰고 있었는데, 완전히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이건 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감동의 쓰나미가 심장을 사정없이 휘몰아치는군요. 11회말 타신의 동점 2루타와 반장곰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심장 박동수는 저멀리 안드로메다를 향해 치닫고, 억누른 목소리는 터져나오고, 이제 정말 한이 서린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현장에 계신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이런 대첩을 직접 관람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의 대첩이라 격을 달리 하거든요. 어떻게든 표를 구해보는거였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오늘 0-4에서 6-4로 역전 그리고 6-6으로 동점, 연장전 돌입한 후 6-8로 재역전 당했을 때도, 왠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죠. 설사 지더라도 다시 4, 5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한국시리즈 티켓은 우리가 따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구요. 그리고 이어진 11회말에서 믿음이 현실로 둔갑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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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은 가장 숫자에 근접한 스포츠이면서도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묵직하게 존재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곧잘 인생과도 비교합니다만, 사실 11회초에 2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을 때, 이걸 역전시킬 수 있는 3점을 낼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죠. 단 세명의 타자만 잡으면 되는데, 투수의 방어율을 보나, 연속안타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을 보나 그렇죠.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고 배트도 둥글기 때문에 그 순간에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구라선생이 '야구 몰라요~', 요기 베라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라는 명언을 남기신거겠지요.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로 출루하는 순간 역전할 수 있다는 느낌... 저만 가졌을까요? 아마 두산팬 뿐만 아니라 삼성팬, 선감독, 마운드에 정인욱투수까지 느꼈을겁니다. 공 하나로 1년 농사의 결과가 왔다갔다 하는 그 무게를 정인욱이라는 신인급 투수가 견디기는 힘들었을테죠. 백전노장인 박진만도 수비의 달인 손시헌도 에러를 하는 자리인걸요. 결국 정인욱은 두목곰과 고젯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타신에게 동점 2루타를 맞았습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두목곰은 그렇다해도 고젯을 볼넷으로 내준게 참 뼈아팠네요. 포스트시즌에서 이름값 못하는 그를 감안한다면 맞더라도 무조건 승부했어야 하는데... 만루가 되는 순간 이미 경기는 끝내기 수순으로 접어든 셈이었습니다. 사색이 된 정인욱의 낯빛만 봐도 알 수 있었네요. 그 끝내기의 주인공이 반장곰인건, 참 하늘이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잘 써주셨나 싶습니다. 반장곰이 앞서 9회 끝내기 찬스를 날려버린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거니까요. 그리고 그 기회를 반장곰은 놓치지 않고, 팬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했습니다.   
오늘 결승타를 날린 손시헌, 누가 뭐래도 두산의 자존심인 김동주, 투혼의 야구를 보여준 임태훈, 동점타를 날린 임재철, 6타수 3안타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오재원, 든든한 허리를 지켜준 왈론드, 허슬플레이의 원조 이종욱, 두산의 신형 엔진 정수빈, 좋은 구질을 보여준 이현승, 홈런 맞아도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정재훈,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탄탄한 수비를 보여준 이원석... 정말 잘해줬구요. 그리고 개점휴업 중인 김현수, 서서히 컨디션 찾고 있는 고영민, 미래의 희망 성영훈, 한국시리즈에선 선발로 내보냈음 하는 김성배, 좌완 김창훈, 대주자로 잠깐 나온 용덕한, 아직 타격감 조율 중인 이성열, 오늘 모처럼 타석에 섰지만 불발에 그쳤던 김재호, 대주자로 나왔던 민병헌... 모두 자랑스럽습니다.(혹시 빼놓은 선수 없나요?)

성급하긴 하지만 누가 이번 가을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미러클 두산의 어게인 베이징 버젼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을야구가 무르익을수록 말할 수 없는 야망이 점점 탐스럽게 영글어만 갑니다. 너무 두레발치면 안되겠죠...? 제발... 이번 가을만은...

덧글 1...
제가 원하는 야구는 이렇게 용찬이가 빠지면 태훈이가 막아주고, 현수가 낙담해 주저앉으면 종욱이가 일으켜 세워주는 야구입니다. 특히 팀에 악재가 닥쳤을 때, 오히려 더 똘똘 뭉쳐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야구, 이제야 비로소 두산다운 야구를 하는 것 같아 흐믓하네요. 이제 두산은 힘도 없지만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덧글 2...
뭘 중계해도 sbs는 찌질합니다만, sbs 라디오 중계한 정동진 해설은 참... 명경기에 티만 남겼네요. 해설이란게 말 그대로 해설이어야 되는데, 게다가 지금 야구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데, 마냥 되도 않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잠깐 외출하면서 들었는데 임팩트 강한 헛웃음 여러번 했습니다. 해설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요?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두산이 졌습니다. 5-6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는데요.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두산은 늘 첫 경기를 졌던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냈었기에... 또 두팬으로서의 믿음이란게 있거든요. 게다가 정재훈이 홈런을 맞았다는 것... 이것도 왠지 롯데에게 역전한 시나리오와 동일하게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이번 플레이오프는 두산이 어쨌든 올라갈 것 같네요. 비록 전문가들은 삼성의 승리를 압도적으로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가볍게 비웃어주는게... 또 두산의 장기 아니겠습니까? 매 경기 부담없이 최선만 다해주면 됩니다.

두산의 시리즈 승리를 긍정적으로 보는건 중간계투진의 구위가 좋다는겁니다. 특히 임태훈과 고창성은 쉽게 쳐낼 수 있는 공이 아니더군요. 아기곰은 묵직한 직구에 제구가 잡혔구요. 곱창이도 뱀직구의 화려함이 임창용을 연상케 하더라구요. 게다가 김동주와 최준석이 터졌다는 점. 상당히 희망적이죠. 역시 두산은 두목곰과 장돈건이 해줘야 강한 타선이 되죠. 고젯과 기계가 조금 부진하긴 한데,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분명 역할은 해주리라 믿습니다.

우리 메시아 정재훈의 트라우마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워낙 백전노장이니까 자고나면 분명 좋아질겁니다. 롯데전에서는 두번이나 맞았는데요 뭐...^^ 중요한건 2차전입니다. 대구에서 1승 1패로만 올라온다면 잠실에서 바로 끝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해보네요. 여튼 올 가을은 닥치고 V4입니다.

덧글 1...
롯데와의 준플은 떨렸는데, 플레이오프는 그닥 떨리지 않네요. 두산팬들도 큰 경기 경험이 쌓여서 그런가요? 덤덤합니다.

덧글 2...
용찬이 대신 덕후가 엔트리에 올라왔습니다. 유망주에게 큰 경기 경험쌓게 해주는건 달감독님의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몸을 보니 좀 부었던거 같은데 2군이 체질인가 보네요. 8회말에 한타자 상대했구요. 공은 빠르긴 한데 높더군요. 다행히 외야플라이로 잡았습니다. 왠지 덕후가 이번 시리즈에서 깜짝 스타가 될 것 같은 느낌은... 음... 너무 앞서간건가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의 우세를 예상했던 우모를 무색케하는 반전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습니다. 잠실에서 2연패 후 사직에서 다시 2연승을 거둬 시리즈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네요. 이제 잠실벌에서의 마지막 혈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만약 이길 경우 2패후 3연승이라는 미러클 두산의 기적을 또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오늘 경기는 저녁약속으로 하이라이트만 보고 짧게 남깁니다. 우선 오재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4회말에 보여준 오똘의 수비는 정말 소름을 돋게 하더군요. 감히 올 시즌 최고의 수비였다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아름답고 다이내믹한 수비동작도 그렇지만, 그 수비 덕분에 경기의 흐름을 지켜나갈 수 있었거든요. 1, 2차전의 허술한 수비로 화난 우모를 달래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정수빈의 홈런도 눈물나게 대견스러웠습니다. 폼이 예쁘고 스윙인 빠르고 간결해 분명 포스트 이종욱으로 손색이 없구요. 부담이 많았을 임태훈과 정재훈의 호투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또 용덕한의 멋진 수비와 멀티 안타 최고였구요. 이종욱의 허슬플레이...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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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황재균의 유격수 수비가 의외로 불안하더군요. 3루에선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데, 유격수에서는 스텝이 딱딱해 보였습니다. 특히 3유간의 깊숙한 땅볼은 잡더라도 1루로 던지는 송구동작이 느리고 부정확해서 내야안타 만들기 어렵지 않아 보이네요. 손캡틴의 간결한 송구동작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두산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을 듯 하네요.

걱정스러운건 투수진과 야수진의 소모가 심해 플레이오프에 오른다해도 삼성의 무지막지한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겁니다. 특히 선발투수는 김선우와 홍상삼을 제외하곤 선발 중간으로 모두 활용해 이제 어떻게 짜야할지도 모르게 되었네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 투혼을 발휘해서 미러클 두산의 면모를 과시해주기 바라구요. 화요일 경기에서도 꼭 승리해 우모의 예상을 깨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두산에는 정재훈이 두명 있습니다. 한 때 정작가로 불리우다 지금은 원투펀치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선발투수 정재훈. 그리고 주로 중간계투로 나왔던 작은 정재훈. 초등학교 때 이름이 같은 친구들을 큰 홍길동 작은 홍길동으로 구분했던 것처럼, 두산팬들은 이 두명을 그렇게 불렀죠. 백넘버도 41번과 40번이었던듯... 제 기억에 40번의 작은 정재훈은 구위가 뛰어나진 않지만, 제법 제구도 잘 잡히고, 가끔씩 떨어지는 포크볼인가요? 슬라이더인가요? 그런 볼도 잘 던졌던 걸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잠실보다는 이천에서 주로 생활했던 탓에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작은 정재훈이 은퇴하고 미국으로 간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제 야구계를 떠나 제2의 삶을 사는구나 싶었죠. 야구밖에 모르고 나이만 먹은 선수들이 겪는 고생을 하겠지만, 그래도 잘 적응하길 바라는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관심권의 선수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기사에 작은 정재훈이 미국에서 야구를 한다고 하네요. 확인해보니 미국의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고, 포트워스 캐츠(Fort Worth Cats)라는 구단 소속이네요. 캣츠에서의 정재훈 백넘버는 33번이구요

오랜만에 정재훈 선수 관련 기사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부럽더라구요. 대개 나이를 먹으면서 얻는게 고집이라면, 잃는게 꿈인데요. 나이에 반비례하는 꿈의 크기가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그래도 꿈을 쫓아 노력하는 모습은 참 아름다워 보이네요. 성공여부를 떠나서 말이죠. 사실 성공이란게 자신이 만족하느냐가 더 중요한거라고 보면 남들의 시선은 그닥 중요한게 아닐 수 있습니다.

작은 정재훈이 독립리그를 벗어나 마이너, 메이저로 진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야구의 본고장에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모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는군요.


'허걱... 어.. 어떻게 저런 일이...?'

1회 박경수에게 3점 홈런을 맞고 한동안 멍해지더군요. 정재훈이 초반에 연타맞고 실점은 했지만, 그래도 꾸역구역 추가 실점은 하지 않겠거니 했었는데... 3점 홈런이라뇨? 충격과 공포는 이때 쓰는 말인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승부는 여기서 갈렸습니다. 2점차라면 그닥 어렵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5:0이라면 이미 분위기는 넘어간 셈이었죠. 이후 두산선수들의 굼뜬 플레이와 LG선수들의 기세등등한 표정은 뭐... 참... 보기 힘든 장면이자, 계속 어려운 상황으로 끌려가더라구요. ㅜ.ㅜ

어떻게 보면 LG와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대패를 당하는게 차라리 낫지 싶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구요. 두산선수들도 반성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저도 2회까지인가 보고서는 띄엄띄엄 보다가 6회 넘어가서는 아예 신경껐습니다. 혹시나 역전의 기미가 보일래나 싶기도 했지만, 상승세를 탄 LG는 바닷속 용궁에서 도망친 토끼마냥 이미 저 멀리 달아나 있었습니다.

굳이 승패의 책임을 묻자면 정재훈입니다. 오늘 전반적으로 공이 높더라구요. 정재훈의 주무기는 타자 배꼽에서 무릎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인데, 타자 가슴에서 배꼽으로 떨어질 정도로 제구가 안되었습니다. 결국 밋밋한 그 공만 노리던 LG선수들은 배팅볼 치듯이 신나게 휘둘렀구요. 휘두르는 족족 펜스까지 굴러가기 바빴습니다. 반면 심수창은 낮게 제구가 잘 되었구요. 물론 심수창이 오늘 소위 공이 긁히던 날이기도 했지만, 두산타자들의 성급한 승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초반에는 최준석 제외하곤 거의 3구 이내에 내야땅볼로 물러났습니다. 3만 5백명의 관중앞에서 좀더 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심수창은 분명 사냥 가시권에 들어왔을텐데 말이죠.

뭐 어쨌든 경기는 졌습니다. LG팬님들 축하드리구요. 우리 두산선수들 크게 개의치 말고 이왕 진거 화끈한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내일 분투해주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오늘 잠실구장에 갔던 어린이들은 인생이 늘 해피엔딩은 아니라는거... 깨달았을겁니다. 하지만 늘 화창한 날만 있을 순 없고... 가끔은 이렇게 폭풍우가 매섭게 치는 날도 있다능... 그리고 나도 소시적에 무참하게 깨지던 경기도 묵묵히 지켜봤었기에... 지금의 맷집(?)이 생겼노라고 위로해주고 싶네요. ㅡㅡ;;


어제 두산의 1차전 승리를 평가하는 전문가 및 언론의 반응은 그닥 호의적이진 않았습니다. SK가 몸이 덜 풀려서 졌을 뿐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투더군요. 그저 의외의 SK 패배로 시리즈가 6~7차전까지 갈 정도로만 치부하는 느낌입니다. 글쎄요. 저는 당연히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두산선수들이 마음을 다잡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주요 길목마다 변수가 돌출했습니다. 그래서 경기흐름이 좀 둔탁하게 이어졌는데요. 큰 경기에서 작은 실수 하나가 승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경기는 양팀 모두 그런 뻑뻑한 플레이가 나왔기에 장군 멍군으로 끝났습니다. 3차전에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이번 경기에서 5점이면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오프에서 지금까지 두산이 승리했던 경기는 모두 5점 이상을 냈고, 졌던 경기는 모두 5점을 넘지 못했거든요. 더욱이 이재우를 제외한 두산의 허리와 마무리가 1차전에서 휴식을 취한 것을 감안한다면, 5점은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 없었죠. 하지만 의외로 임태훈이 무너지면서 인천 원정경기는 1승 1패로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어웨이에서 1승을 거뒀으니 실망스럽지는 않구요. 이제는 차분히 잠실대첩을 준비해야겠습니다.

1.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박재홍과 김동주는 양팀의 베테랑이죠. 베테랑이라면 정규시즌보다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하기 마련인데요. 오늘만큼은 박재홍과 김동주가 스타일을 구겼네요. 신인급 선수가 벌벌 떨며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혀 박재홍, 김동주 답지 않았습니다.

먼저 박재홍은 4회초 김동주의 장타를 잡았다 놓치면서 돌글러브의 서막을 알렸죠. 근데 이 타구는 실수라기 보다는 김동주의 타구가 워낙 좋았기에 박재홍을 탓하기는 어려웠죠. 하지만 다음 홍성흔 타석에서 박재홍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합니다. 홍성흔이 우익수 앞에 앝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이걸 무리하게 노바운드로 잡으려다 뒤로 빠뜨렸죠. 이에 홍성흔은 3루로 내달렸구요. 1점을 헌납하는 동시에 추가 1점도 거저 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김동주도 만만치 않았죠. 3회말 정근우의 평범한 3루쪽 타구를 잡아 어이없이 송구하면서 무사 1루의 위기를 자초하죠. 다행히 점수로는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김선우의 체력과 의지를 쓸데없이 소모시켰습니다. 4회말에도 김동주는 유사한 상황을 반복하면서, 두산벤치는 김동주와 오재원을 맞바꾸는 결단을 내리죠. 허허허... 1루수 김동주와 3루수 오재원은 처음보는 포메이션입니다. 마치 콜롬비아 골키퍼 이기타가 중앙선에까지 공을 몰고 나왔을 때를 연상시키네요.

2. 역시 야구는 허리싸움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역시 중간계투가 승리에 열쇠를 쥐고 있었습니다. 선발인 김선우와 채병용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양팀은 본격적으로 불펜가동을 했구요. 승부는 이들 어깨에 의해 갈렸습니다.

우선 김선우는 4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마감했는데요. 3실점 중에는 에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포함되어 있어 김선우가 그리 나쁜 투구를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팀의 토종 에이스로서의 위상에는 많이 못미치는게 사실이죠. 특히 147km를 넘는 직구와 각이 큰 변화구를 가졌으면서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네요. 쌈닭같은 김선우가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천성이 착한 선수인지라 얌전한 투구만 하네요.

채병용도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습니다. 4이닝 4피안타 2실점이네요. 구위는 아주 좋았죠. 구석구석 꽂히는 제구력은 정규시즌 종료 이후 실전경험이 없었던 투수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습니다. 제구력 덕분에 참 3회까지는 잘 막아줬는데요. 타순이 한바퀴 돌고난 4회부터 조금씩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결정적으로 박재홍의 에러로 채병용은 5회를 넘기지 못했죠. 결국 양팀의 승부는 중간계투로 넘어갔습니다.

SK는 정우람과 윤길현으로 중반 계투작전을 성공시켰습니다. 정우람은 오재원을 견제아웃시키면서 위기를 벗어났고, 윤길현은 삼진을 잡으며 두산타자를 셧아웃시켰죠. 이승호도 강속구를 바탕으로 왼손 타자 3명을 깔끔하게 잡아냈구요. 마지막 정대현도 오른손 타자들을 잡으면서 게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려스러운건 두산은 SK계투진에게 안타 하나 뽑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3차전을 생각할 때 심히 우울하군요.
 
두산 계투진도 위력에서 뒤질게 없지만 홈런 한방에 경기를 내줬습니다. 정재훈은 명성에 걸맞게 5회 무사 2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플라이, 삼진, 땅볼로 추가실점을 막았구요. 이후 2.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았습니다. 특히 7회 정근우를 견제사시킨 후 주먹을 불끈쥐는 세리머니는 왜 정재훈인가 보여주는 짜릿한 장면이었죠. 다만 아쉬운건 아기곰 임태훈이었습니다. 임태훈은 나오자마자 김재현에게 홈런을 맞았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재현에게 허용했었죠. 어쨌든 임태훈은 올해 성장통을 지독하게 앓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어 올라온 김상현이 잘막아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는건 막았구요. 이승학과 이용찬도 그럭저럭 역할은 해줬습니다.  

3. 1패보다 더 뼈아픈건...
2차전의 패배는 어웨이임을 감안하면 큰 탸격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 경기에서 불안한 점은 경기 결과보다 내용에 있습니다. 일단 세가지인데요. 세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내내 두산을 괴롭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2차전 한 경기를 통해 세가지의 아킬레스건이 나왔다는건 심히 못마땅하네요.

우선 수비불안입니다. 오재원이 3루를 맡으면서 안정을 꾀할줄 알았는데 오재원마저 에러를 범하면서 두산벤치는 고민이 커졌습니다. 한 선수에 의한 실수는 그닥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여러 선수가 실책을 반복하는건 왠지 꺼림칙하죠. 3루의 구멍으로 인해 투수들까지 덩달아 불안해졌습니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되는데요. 수비안정을 위해서는 김재호의 3루 투입까지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공격력이 약해지므로 최선은 김동주가 제 컨디션을 찾는겁니다. 김동주가 지금까지 수준급의 수비실력을 보여온 만큼 잘 이겨내리라 봅니다. 

두번째는 임태훈의 충격이 걱정되는군요. 한국시리즈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것, 그리고 그 홈런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는 점은 임태훈에게 적지않은 정신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올림픽 탈락 등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왔기에 기대를 해봅니다만,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겁니다. 주위 선배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죠.

세번째는 이종욱의 부진입니다. 작년을 떠올리기는 싫지만 1차전의 활약 이후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종욱이 올해 2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보여줬네요.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어이없는 볼에 방망이가 나간 삼진이었습니다. 이종욱의 부진은 두산 전체 공격력의 30%가 손실될 정도의 심각한 외상입니다. 이종욱선수! 부디 부진했던 기억은 인천에 두고 잠실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예전의 활기차고 폭발적인 플레이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정재훈입니다. 정재훈이 있었기에 게임의 무게중심을 중반까지 놓치지 않았었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그가 있기에 한국시리즈 제패의 꿈이 눈앞에 있습니다. 다른 투수들도 정재훈처럼 분발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어제 꿈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요즘 포스트시즌이 되니 머리 속이 야구로 가득 차서 가끔 꿈에서도 상황별 작전을 짜곤 한답니다. 덕분에 자다가 웃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나빠하기도 하죠. 그러다 어제는 이런 꿈을 꿨습니다.

두산이 4:0으로 지고 있는데, 만루찬스에서 김현수가 등장합니다.
김현수는 싹쓸이 3루타를 쳐서 역전시키죠.
그리고 나머지 타자들도 삼성 마운드를 두들겨 대역전승을 거두는... 그런 꿈을...

믿어지시나요? 오늘 플레이오프와 거의 유사한 장면을 마치 데자뷰처럼 꿈속에서 본겁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0:4에서 5:4로 뒤집는 순간 온 몸에 돋는 그 소름은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겁니다. 갑자기 달인의 말씀이 불현듯 스치는군요. '데자뷰 본 적 있어요? 없으면 말을 마세요~' 흠... 하여간 나도 이런 희귀한 경험을 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희한하기도 했답니다.

서론은 이만 각설하고 경기평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느낀건 삼성은 역시 전통의 강팀이라는거죠. 초반이긴 했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더군다나 오늘처럼 큰 경기에서 베테랑이나 신인급이나 집중할 수 있다는건 아무 팀이나 할 수 있는건 아니거든요. 앞으로 두산이 1승했다고 방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1. 이대수의 도루실패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
솔직히 '2루심의 오심으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라고 쓰고 싶었습니다. 분명 오심이었거든요. TV 카메라에 잡힌 슬로우비디로는 분명 이대수의 발이 먼저 닿았습니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이고, 두산도 오심으로 득을 볼 수 있기에 굳이 오심으로 제목을 뽑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 도루 실패로 초반 분위기는 삼성으로 넘어갔죠. 저는 작년 한국시리즈 때 박경완의 도루저지로 두산의 발야구가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구요.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넘어간 분위기는 이어진 3회의 대량실점으로 연결되었죠. 아무리 이대수의 도루실패가 아쉬웠다고는 하지만, 선발투수가 에이스 김선우였다는걸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네요. 게다가 만루상황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채 이혜천에게 마운드를 넘겼습니다. 앞으로 한국시리즈까지 감안한다면 김선우의 부진은 우울한 시그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혜천은 최형우를 밀어내기 데드볼로 실점한 이후 그럭저럭 잘 막아서 4점으로 마무리했는데요. 그나마 기복이 심한 이혜천을 고려한다면 연타를 맞지 않은게 행운이라 할 수 있겠죠?

2. 천부적인 타격 DNA를 타고난 고영민
삼성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두산으로 돌린건 4회 고영민의 3루타였습니다. 2사 1루에서 낙차큰 슬라이더를 커트하듯 쳐낸 것이 우익선상을 가른거죠. 휘둘렀다기 보다 컨택만 했다고 보는게 정확한 표현일 정도로 욕심없이 밀었구요.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와은 또 다른 타격을 해야 한다는걸 몸소 보여준 셈이죠. 흡사 이치로의 컨택히트를 보여주는 듯 알흠다웠습니다.^^ 검객이 사과를 자르듯 춤추는 타법은 앞으로 고영민이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하기 어렵게 하네요. 흔히들 고영민을 두고 '세계 최초의 2익수'다, '이종욱을 능가하는 도루센스를 지녔다'고 하는데요. 이젠 '천부적인 타격 DNA를 보유했다'는 수식어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고영민의 안타가 오늘 경기에서 의미있는건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노볼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안타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거의 이닝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는데 거의 볼로 떨어지는 낙차 큰 변화구를 받아쳤죠. 예전에 LG와의 경기에서 옥스프링을 9회 내려버린 안타와 똑같았습니다. 덕분에 두산은 흐름을 탔고, 배영수는 1점을 더 내준 후 정현욱으로 강판되었습니다.

3. 김경문의 숨겨둔 비수, 롱릴리프 정재훈
이혜천이 위기상황을 어느 정도 수습하자 김경문감독은 이혜천을 내리고 정재훈을 투입하더군요. 정재훈이 누군가요? 아무리 작가라고도 놀림받지만 두산의 마무리입니다. 초강수를 둔거죠. 저는 정재훈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역시 김경문은 선수파악이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재훈은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더랬죠. 대신 선발에서는 괜챦은 기량을 보이기도 했구요. 결국 정재훈을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가 핵심포인트 중에 하나였는데, 김경문은 그를 롱릴리프로 선택한겁니다. 그리고 주자가 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올려 정재훈을 배려했구요.

김경문의 히든카드는 성공했습니다. 2.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버텼구요. 중반 이후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확실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또 마무리 이재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어 등판한 이재우도 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역시 수훈을 세웠습니다. 이로써 집단 마무리체제 첫 날 가동 이상무입니다. 뉴스에서는 돌려막기라고 하더군요. ^^

4. 이종욱의 발야구는 박진만도 춤추게 한다
두산팬들은 이종욱을 흙강아지라고 부르는데요. 늘 그라운드를 안방처럼 뒹굴고 허슬플레이를 펼쳐 팬들은 제발 안타 못쳐도 좋으니 살살하라고 부탁할 정도이기 때문이죠. 오늘도 어김없이 흙강아지의 진면목을 발휘했네요. 특히 7회말의 플레이는 왜 이종욱이 허슬심장인가를 잘 보여주네요.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 찬스를 만들구요. 김동주의 짧은 외야 플라이 때 허를 찌르는 언더베이스로 결승득점을 뽑아냅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한거죠. 그리고 그 틈을 타 오재원, 김현수도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하구요. 다른 팀이었다면 그저 만루는 그대로면서 아웃카운트만 늘어났을텐데 말이죠. 그 이후 삼성 수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단연 '이종욱 효과'입니다.


무너진 삼성 수비의 정점은 박진만이 찍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2루주자 김현수는 고영민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쇄도하는데요. 박진만이 공을 더듬는 사이 김현수는 냅다 홈으로 뛴거죠. 박진만은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구요. 아마 이번 시리즈에서 삼성이 가장 아쉬워할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이 박진만의 어이없는 실책이었기에, 그들의 영웅 박진만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을겁니다. 아울러 김현수도 이젠 발야구의 기본을 마스터한 듯 보이네요. 물론 모두 허슬심장 '이종욱 효과'입니다.

5. 그리고 명실상부한 스타로 탄생한 오재원
제가 누차 포스팅에서 얘기했듯이 오재원이 살아야 두산 타선의 짜임새가 완성됩니다. 오늘 오재원은 그의 첫 포스트시즌에서 제가 기대한 만큼의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네요. 많이 긴장했을텐데 동점 안타를 뽑아냈구요. 도루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견고한 수비는 물론이구요. 특히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짜릿한 환호동작은 그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죠. 스타는 중요한 순간에 안타도 쳐야 되지만, 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터프한 매력이 있어야 됩니다. 적어도 두산에서는 그래야만 하죠. 그런 면에서 오재원은 홍성흔의 대를 이을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오재원이 잘 해야 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바로 안경현인데요. 우리의 안쌤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진건 오재원이라는 예비스타의 존재 때문이죠. 안쌤을 존경하는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활약을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두산팬들을 위해서라도 오재원은 잘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김동주가 일본으로 진출하면 생길 내야의 공백도 오재원이 잘 메워줘야 하구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싸워줬구요. 이번 포스트시즌을 계기로 오재원은 두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뽀너스 #1. 그래서 뽑은 오늘의 MVP는 이종욱!
오늘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워줬습니다. 묵묵히 안방을 지켰던 채상병, 가을의 사나이답게 멋진 활약을 펼쳐준 이대수, 큰 경기에 강한 할매 전상렬, 안타는 없지만 존재감만으로도 든든한 김동주, 역시 안타는 없었지만 늘 화이팅이 넘치는 홍성흔, 부진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의 에이스인 김선우 등 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줬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종욱은 오늘의 MVP로 뽑히기에 손색이 없네요. 비록 실제로는 오재원이 뽑혔지만, 이종욱은 허슬플레이로 결승득점을 뽑았고,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삼성수비진을 농락했고, 4타수 3안타 1타점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기에 제 마음대로 이종욱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종욱의 야구하는 자세는 야구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치열함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의 성실함과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종욱은 제게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오늘을 살고 있는가?' 라고... 그래서 저의 두산 져지는 39번 이종욱입니다.

오늘 승리로 두산은 중요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이 좀더 가까워졌죠. 하지만 마음을 놓으면 안됩니다. 삼성은 결코 그냥 물러나는 나약한 팀이 아니며,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방심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오늘의 승리는 그저 8승 중 1승을 챙겼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鬪魂 V4!


올시즌 삼성에게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두산베어스. 오늘 삼성전은 미리보는 플레이오프라고 할 수 있었죠. 게다가 선발투수 에니스는 지금까지 두산에게 강한 성적을 보였으니까, 어쨌든 포스트시즌 대비 예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다행히 경기는 이겼습니다. 물론 1승 이상의 자신감을 가진게 가장 큰 소득이라 하겠네요.

3회말 고영민의 도루에 이은 김현수의 결승타점으로 가장 두산다운 방법으로 선제점을 뽑은 이후 0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삼성은 안지환이 에니스를 이어받아 잘 던졌구요. 두산도 이혜천의 선발 5.2이닝 무실점에 이어 김명제도 2.1이닝 무실점으로 투수전을 이어갔죠.

두산은 후반에 찬스를 잡습니다. 8회말 이대수가 좋은 타격감으로 선두타자 안타를 뽑아내자 선동렬감독은 안지환을 내리고 조현근으로 이종욱과 대결하죠. 오늘의 승부처였죠. 이종욱의 보내기번트, 고영민의 볼넷으로 맞은 1, 2루의 찬스에서 김현수가 안타를 쳐서 주자 만루를 만들구요. 이어 김동주의 부상으로 교체되어 들어온 김재호가 올라오자 김상수라는 투수를 맞세우더군요.

근데 김상수가 누구죠? 빠른 88년생인거 보면 거의 고졸 1~2년차 같은데 이 중요한 시기에 듣보잡 신인선수라니 좀 의아했습니다. 김재호를 겨냥한 1:1 맞춤 투수기용인가요. 김재호를 삼진아웃 시켜버리네요. (흠냐리...) 역시 선동렬감독이 투수 키우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이어 홍성흔도 좌익수 플라이로 잡으면서 김상수라는 이름을 각인시켜 버리네요. (아까비...) 김동주의 부상이 참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1:0으로 살얼음판 상황에서 정재훈이 마무리로 올라왔구요. 첫 타자 양준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서 불안한 출발을 보입니다. 예상대로 선감독은 양준혁 대신 이영욱 대주자로 바꾸고 현재윤에게 보내기번트를 지시했죠. 하지만 정재훈은 삼진으로 셧아웃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우동균도 삼진으로 잡구요. 마지막 타자 인간 버퍼링 박한이도 좌익수 플라이아웃으로 돌려보내 게임을 매조지했습니다.

오늘의 수훈선수는 김현수와 정재훈이구요. 특히 정재훈의 1:0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승리를 지켜낸게 무지 기쁘네요. 정재훈의 부활없이는 우승은 힘들어지는데요. 오늘 승리로 예전의 게임오버 정재훈의 위용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한가지 재밌는건 두산안티 김건우 해설위원의 해설이었는데요. 두산이 패하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을 억누르며 해설하는게 어찌나 재밌던지... 역시 해설은 두산안티가 할 때 더 통쾌한 것 같습니다.

일단 삼성에 승리하면서 주말 3연전에 유리한 고지를 밟았구요.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을지 모르는 삼성에게 승리할 수 있는 방정식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롯데보다는 삼성이 플레이오프에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롯데전 불패 기록중인 선배랑 롯데전에 갔었습니다. 롯데팬이지만 나랑 갈 때마다 승리를 선사했기에 당연히 승리를 예상했었는데요.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롯데에게 연장패배를 당했습니다. 어찌나 충격이 크던지 뒷목이 다... 뻐근... 어흑...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워낙 참사급의 패배였기에 블로그에 거론하는 것조차 심기가 불편하네요. 다만 두산의 뒷심부족, 즉 마무리 문제에 대해서는 김경문감독과 코칭스탭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항간의 얘기로는 정재훈을 2군으로 보내려했으나 코치진의 만류로 냅뒀다고 하는데, 왜 보내지 않았는지 궁금하네요. 다른 포지션은 모두 경쟁체제로 만들면서 마무리는 왜 성역인지 말입니다.

전에 포스팅으로 정재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만, 정재훈은 마무리로서의 가치는 리그 하위급입니다. 공의 위력없이 관록으로만 근근히 버텨내는, 혹은 경기를 날려버리는 행태는 습관으로 여겨질 정도니까요. 사실 롯데 임경완 보고 임작가 임작가 하지만 작가라는 명칭을 팬들이 붙이기 시작한건 정작가가 처음입니다. 그만큼 정재훈의 마무리 실력은 미덥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일단 두산 코칭스탭은 올림픽 브레이크 동안 마무리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것도 심각하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현재 스코어상 이재우가 대안으로 가장 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시즌 목표를 우승으로 하는한 지금의 정재훈으로는 버겁습니다. 올림픽 브레이크 동안 정재훈을 업그레이드 시키든가, 마무리를 이재우로 돌리고 정재훈 대신 2군의 김강률을 중간계투진에 포함시키든가 하는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참고로 김경문 감독이 경기후 '우리팀에 필요한게 뭔지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인터뷰 했군요. 이제 본격적인 마무리 리빌딩에 들어가려나요? 하아... 원년팬 가슴 답답해집니다...


두산이 9연승 이후 충격의 5연패를 당했습니다. 야구가 원래 의외성의 스포츠라지만 좀 충격이 크군요. 특히나 지난 일요일 삼성에게 연장전까지 가서 진건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습니다. 연장불패의 기록이 깨진 것도 그렇지만 무기력한 플레이가 혹시나 5연패에서 더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왠지... ㅜ.ㅜ

하여간 오늘 내일 푸욱 쉬고 올림픽 브레이크 전 마지막 관문을 잘 넘기기 바랍니다. 이번주 주중 3연전은 롯데와의 잠실혈전입니다. 부디 2승 1패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를...

그나저나 두산의 올시즌 과제는 1순위가 마무리입니다. 페넌트 레이스에서는 마무리 부실이 큰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에 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근데 두산의 마무리 정재훈은 우승청부사로서는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재훈의 구질입니다. 그의 구질은 마운드를 지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죠. 알다시피 정재훈은 파이어볼러는 아니고 제구력과 포크볼로 승부하는 마무리입니다. 과거 LG의 김용수와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포크볼은 구위가 여전히 살아있지만 직구 시속은 143k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타자는 포크볼은 포기하고 바깥쪽 직구 혹은 실투성 직구만 기다리게 되구요. 볼카운트가 밀리니까 자꾸 어려운 승부를 하게 됩니다. 결국 정재훈이 직구의 위력을 올리기 전에는 리그 정상급의 포크불은 그냥 묻힐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정재훈은 수싸움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스타일인데요. 타이밍을 뺏는 능력은 작년까지 그럭저럭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젠 타자의 눈에 읽혔다고 봐야됩니다. 수싸움에서 수세에 몰린다는걸 달리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저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죠. 그래서 제 의견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풀카운트까지 몰리고 좀처럼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건 타자가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다는걸 말합니다. 그만큼 정재훈의 수싸움이 밀린다는 얘기겠죠.

현상황에서의 정재훈의 장점은 마무리로서의 경험이 유일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한때 오승환급의 마무리 실력을 과시했고, 수많은 큰경기를 경험했다는 점이 두산의 다른 투수들을 능가하죠. 원래 2005년 서동환으로 마무리를 가려다 실패한 이후 쟁재훈이 등장했으니 벌써 햇수로 4년째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부진은 일시적인게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두산팬으로서는 답답해집니다. 경험이나 관록으로 경기를 꾸려나간다는건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요. 특히 SK의 두터운 투수층을 보면서 한숨만 나오구요. 정재훈을 못미더워하면서도 그를 대체할 만한 투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한숨이 나옵니다. 내년엔 성영훈이라는 초고교급 투수가 마무리로 뛰어주기를 기대해보지만... 신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건 모험이기에 지금의 정재훈을 보면서 먹먹해 지네요.

진필중이 2000년 방어율 2.34에 42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두산 구단 역대 최고에 등극했었습니다. 이때의 진필중은 정말 필중필승이었는데요. 내년 두산의 마무리는 2000년의 진필중처럼 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파이어볼러가 나와줬으면 합니다. 참고로 정재훈은 2006년 방어율 1.33에 38세이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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