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면서도 그 폭이 넓다. 논어는 정확하게 왕에 대한 충성, 부모에 대한 공경을 정의하지만 도덕경은 그렇지 않다. A=a가 아니라, A≠B, A≠C 즉, A가 아닌 다른 것들을 나열하여 A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도덕경에 등장하는 도라는 개념이 언어로 규정되는 순간 도가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도덕경의 매력이자 마력인 듯 하다. 


12. 

五色令人目盲(오색령인목맹) : 섯 가지 색깔로 사람의 눈이 멀게 되고 

五音令人耳聾(오음령인이롱) : 다섯 가지 음으로 사람의 귀가 멀게 되고 

五味令人口爽(오미령인구상) : 다섯 가지 맛으로 사람의 입맛이 고약해진다 

馳騁畋獵令人心發狂(치빙전렵령인심발광) : 말달리기 사냥하기로 사람의 마음이 광분하고 

難得之貨令人行妨(난득지화령인행방) : 얻기 어려운 재물로 사람의 행동이 그르게 된다 

是以聖人爲腹(시이성인위복) : 성인은 배를 위하고 

不爲目(불위목) : 눈을 위하지 않는다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 그러므로 후자는 뒤로하고 전자를 취한다

 

13. 

寵辱若驚(총욕약경)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하고 

貴大患若身(귀대환약신)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십시오 

何謂寵辱若驚(하위총욕약경)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 함은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寵爲下(총위하) : 낮아짐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得之若驚(득지약경) : 수모를 당해도 신기한 것 

失之若驚(실지약경) :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신기한 것 

是謂寵辱若驚(시위총욕약경) : 이것을 일러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고 한다 

何謂貴大患若身(하위귀대환약신)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吾所以有大患者(오소이유대환자) : 고난을 당하는 까닭은 

爲吾有身(위오유신) :내 몸이 있기 때문 

及吾無身(급오무신) : 내 몸이 없어진다면 

吾有何患(오유하환) : 무슨 고난이 있겠는가 

故貴以身爲天下(고귀이신위천하) : 내 몸 바쳐 세상을 귀히 여기는 사람 

若可寄天下(약가기천하) :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고 

愛以身爲天下(애이신위천하) :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 

若可託天下(약가탁천하) : 가히 세상을 떠맡을 수 있을 것이다

 

14. 

視之不見(시지불견) :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名曰夷(명왈이) : 이름하여 <이>라 하여 보자 

聽之不聞(청지불문) :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名曰希(명왈희) : 이름하여 <희>라 하여 보자 

搏之不得(박지불득) :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을 

名曰微(명왈미) : 이름하여 <미>라 하여 보자 

此三者(차삼자) : 이 세 가지로도 

不可致詰(불가치힐) : 밝혀 낼 수 없는 것 

故混而爲一(고혼이위일) : 그래서 세 가지가 하나로 혼연 일체를 이룬 상태 

其上不皦(기상불교) : 그 위라서 더 밝은 것도 아니고 

其下不昧(기하불매) : 그 아래라서 더 어두운 것도 아니다 

繩繩不可名(승승불가명) : 끝없이 이어지니 무어라 이름 붙일 수도 없다 

復歸於無物(복귀어무물) : 결국, <없음>의 세계로 돌아간다 

是謂無狀之狀(시위무상지상) : 이를 일러 <모양 없는 모양>이고 

無物之象(무물지상) : <아무것도 없음의 형상>이라 한다 

是謂惚恍(시위홀황) : 이것을 <황홀>이라 하겠다 

迎之不見其首(영지불견기수) : 앞에서 맞아도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隨之不見其後(수지불견기후) : 뒤에서 좇아도 그 뒤를 볼 수 없다 

執古之道(집고지도) : 태고의 도를 가지고 

以御今之有(이어금지유) : 오늘의 일을 처리하라 

能知古始(능지고시) : 태고의 시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是謂道紀(시위도기) : 이를 일컬어 <도의 실마리>라 한다

 

15. 

古之善爲士者(고지선위사자) : 도를 체득한 훌륭한 옛사람은 

微妙玄通(미묘현통) : 미묘현통하여 

深不可識(심불가식) :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夫唯不可識(부유불가식) :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니 

故强爲之容(고강위지용) : 드러난 모습을 가지고 억지로 형용을 하라 한다면 

豫焉若冬涉川(예언약동섭천) : 겨울에 강을 건너듯 머뭇거리고 

猶兮若畏四隣(유혜약외사린) : 사방의 이웃을 대하듯 주춤거리고 

儼兮其若容(엄혜기약용) : 손님처러 어려워하고 

渙兮若氷之將釋(환혜약빙지장석) : 녹으려는 얼름처럼 맺힘이 없고 

敦兮其若樸(돈혜기약박) :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소박하고 

曠兮其若谷(광혜기약곡) : 계곡처럼 트이고 

混兮其若濁(혼혜기약탁) : 흙탕물처럼 탁하다 

孰能濁以靜之徐淸(숙능탁이정지서청) : 누가 탁한 것을 고요히 하여 점점 맑아지게 할 수 있을까 

孰能安以久動之徐生(숙능안이구동지서생) : 누가 능히 가만히 있던 것을 움직여 점점 생동하게 할 수 있을까 

保此道者(보차도자) : 도를 체득한 사람은 

不欲盈(불욕영) :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夫唯不盈(부유불영) :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故能蔽不新成(고능폐불신성) :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진다

 

16. 

致虛極(치허극) : 완전한 비움에 이르게 하고 

守靜篤(수정독) : 참된 고요함을 지키라 

萬物竝作(만물병작) : 온갖 것 어울려 생겨날 때 

吾以觀復(오이관복) : 나는 그들의 되돌아감을 눈여겨 본다 

夫物芸芸(부물운운) : 온갖 것 무성하게 뻗어 가나 

各復歸其根(각복귀기근) : 결국 모두 그 뿌리로 돌아가게 된다 

歸根曰靜(귀근왈정) : 그 뿌리로 돌아감은 고요함을 찾음이다 

是謂復命(시위복명) : 이를 일러 제 명을 찾아감이라 한다 

復命曰常(복명왈상) : 제 명을 찾아감이 영원한 것이다 

知常曰明(지상왈명) : 영원한 것을 아는 것이 밝아짐이다 

不知常(불지상) : 영원한 것을 알지 못하면 

妄作凶(망작흉) : 미망으로 재난을 당한다 

知常容(지상용) : 영원한 것을 알면 너그러워진다 

容乃公(용내공) : 너그러워지면 공평해진다 

公乃王(공내왕) : 공평해지면 왕같이 된다 

王乃天(왕내천) : 왕같이 되면 하늘같이 된다 

天乃道(천내도) : 하늘같이 되면 도같이 된다 

道乃久(도내구) : 도같이 되면 영원히 사는 것이다 

沒身不殆(몰신불태) : 몸이 다하는 날까지 두려울 것이 없다


17. 

太上不知有之(태상부지유지) :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其次親而譽之(기차친이예지) :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其次畏之(기차외지) :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其次侮之(기차모지) :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信不足焉(신불족언) : 지도자에게 신의가 모자라면 

有不信焉(유불신언) : 사람들의 불신이 따르게 된다 

悠兮其貴言(유혜기귀언) :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낀다 

功成事遂(공성사수) :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百姓皆謂我自然(백성개위아자연) : 사람들은 말하기를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다>고


이쯤 읽으면 도덕경은 통치철학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나 16장과 17장은 하나로 해석하는 것이 무리 없다. 춘추전국시대 중국 패권을 노리는 왕들과 제자백가들에게는 왕의 자격론이 중요했을 테고 노자의 도덕경은 그들의 논리적 무기가 충분히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16장에 왕(王)이 명문화되었음에도 신분으로서의 왕이 아닌 서열로서의 왕으로 해석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런 것이 또 도덕경의 매력이니까.


모임에서 들은 얘기가 있다. 

"지배계층의 주관이 피지배계층의 객관이다."

"현자는 없다. 다만 현자를 알아보는 현자만 있을 뿐."


정말 도덕경에서도 찾을 수 없는 명언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자는 없다는 말은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올 시즌 이상하게 직관 승률이 안좋다. 1무 3패. 돈내고 야구장 갔는데 지면 열받을 것 같지만, 생각만큼 우울하진 않다. 그냥 푸른 잔디만 봐도 일단 기분은 좋아진다. 다만 직관 승리 좀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커질 뿐. 작년엔 그래도 승률이 좋았는데, 올해는 정말 별로다. 


언젠가 기록은 깨지기 마련. 그날이 왔다. 모임에서 야구장에 가기로 했다. 그것도 한번도 안가본 테이블 석에서 본다. 두산 구단 관계자 통해서 미리 13장을 예매하고 3루쪽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52만원어치다. 일찌감치 자리잡고 앉았는데, 카톡으로 메시지가 온다. 오늘 '미란다 커'란 친구가 시구한단다. 검색해보니 호주의 모델이다. 반응들이 뜨겁다. 평소 지각하던 선배들이 득달같이 달려온다. 특히 세번째로 도착한 선배는 오자마자 미란다 커를 찾았다. 그러나 그땐 이미 미란다가 시구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날 무렵이었다. 선배는 내가 준 표를 받아 쥐더니 바로 사람들 많은 쪽으로 뛴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집어 든 핸드폰 카메라로 마구 찍어댔다. 미란다가 차타고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사실 시구하러 나올 때 본 미란다는 생각보다 늙어 보였다. 모델 특유의 핏은 참 착한데, 백인 특유의 푸석푸석한 피부가 좀 그랬다. 미리 말해줄걸 그랬나? 어쨌든 그 선배는 사진찍기에 성공했고, 자기를 보기 위해 차창을 내렸다는 너스레까지 떨었다. 이제 야구는 됐고 집에 가도 된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참고로 이 선배는 잘나가는 변호사다. 모임 사람들이 한명 한명 올 때마다, 난 표를 전달하러 들락날락 거려야 했다. 정작 내가 주장해서 찾은 야구장인데, 4회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도 틈틈히 확인한 스코어는 행복했고 올슨은 대견스러웠다. 


라면은 내무반에서 먹어야 제 맛이고, 치킨은 야구장에서 뜯어야 최고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과 두런두런 얘기하며 맥주까지 마시면 세상 부러울게 없다. 어제도 그랬다. 마주 보는 것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얘기하는게 더 편하다. 남들은 필드에서 많은 얘기하며 친해진다는데, 난 그게 야구장이다. 게다가 경기도 이겼다. 6연패 뒤 2연승이다. 스크에게서 위닝시리즈를 가져왔다. 올슨이 리그 첫승을 신고했고 최재훈도 맹타를 날렸다. 술이 목구멍 뒤로 꿀꺽꿀꺽 넘어갔다. 


경기 끝나고 가진 뒷풀이는 경기장 밖 좌판에서 이어졌다. 다들 아스팔트 위에 앉아 술마셔 본지 정말 오랜 만이었다. 아마 대부분 학부 시절 이후 처음이었으리라. 경기 내내 이어진 흥겨운 분위기 탓도 있지만, 엉덩이를 타고 전해지는 아스팔트 촉감이 사람들을 들뜨게 했다. 술 마시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제 오늘 밴드에 각자 올린 사진들 중 일부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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