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인상적인 영화를 봤다. 

보는 내내 스토리가 극단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랐는데,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어디든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영화, 러스트 앤 본. 별 4개 반 날리고 싶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가장 빛난 건 스토리다. 역시 탄탄한 원작 소설 덕분이지 않을까. 이 영화엔 진부한 사랑 타령도, 케케묵은 권선징악도, 눈물 콧물 빼는 신파도 없다. 볼 땐 쥐어짜면서도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그런 시시한 영화가 아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의 평범한 이야기로 감동을 빚어냈기에 스토리는 묵직하다. 이런 영화를 사람들은 웰메이드 영화라고 한다. 



우선 남자 주인공 알리. 알리는 아들을 건사하기 위해 클럽의 경호원에서, 마트 노조를 감시하는 불법까지 서슴없는 별 볼 일 없는 삼류인생이다. 여자 주인공 스테파니는 평범한 범고래 조련사다. 그렇고 그런 두 사람이 클럽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스테파니가 공연 도중 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하면서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절망의 끝에서 스테파니가 문득 연락한 남자는 알리. 알리는 스테파니를 무심히 대하지만, 스테파니는 그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다. 반면 알리는 스테파니에게 섹스 파트너 이상의 감정은 갖지 않지만, 아들의 사고를 계기로 둘은 사랑의 길을 걷게 된다. 


탄탄한 스토리는 군더더기가 없다는 얘기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알리와 누나의 관계, 불법 감시로 누나가 실직하게 되고 자기도 직장을 잃게 되는 것 등은 훌륭히 빈 틈을 메워준다.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이야기가 흐르는 것과 어떻게 저렇게 이야기가 흘러가지 하는 차이는 흡입력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감독의 연출력이다. 

한 신에서 모든 결과를 보이려 하지 않고 절제해서 영화를 끌고 나가는 힘이 좋다.  결말도 충분히 길게 끌고 나갈 수 있음에도 감독은 굳이 그런 뻔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 듯 짤막하게 주인공들의 삶을 보여줬다. 그래서 여운이 더욱 깊게 남는 것 같다. 특히 손가락 뼈는 다른 뼈와 달리 아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충격이 있을 때마다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걸 자막으로 처리한 건 압권이다. 영상을 능가하는 텍스트의 힘이랄까. 감독의 탁월한 연출 덕분에 영화는 <챔프>같은 신파극이 아닌 명작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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