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콘텐츠가 많이 다양해졌다고 느끼는게, 몇 년 전 왔을 때 몰랐던 관광지가 새롭게 뜨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제주도엔 숨겨진 비경이 많다는 얘기다. 그 새로운 비경에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가꾸고 또 그것을 찾아와서 퍼뜨려주는, 이른바 관광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게 지금의 제주도다. 


사려니 숲길도 그 중 하나다. 가보면 그냥 울창한 숲길이다. 어찌 보면 광릉의 숲길 만도 못할지 모른다. 그런데 힐링 이미지가 입혀져서 인지, 사려니 숲길은 걷는 그 자체만으로도 묘하게 편안함을 준다. 걷는 사람들도 그런 기분을 만끽하는 얼굴이다. 만약 풀과 나무들에 대한 지식만 좀 있었다면 좀 더 사려니 숲길의 진가를 느꼈을지 모르겠다. 뭍에서는 보기 힘든 식물들이 곧잘 눈에 띄었는데, 지식의 한계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한가지 아쉬운건 일부 숲길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슨 이유로 포장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연 그대로의 길을 걷고 싶었던 기대를 일부 깎아 먹은건 사실이다. 붉은 황톳길을 걷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데... 아쉬울 뿐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 일정은 대부분 꼬마곰에 맞춰져 있다. 그중 나를 위한 코스 하나가 바로 이 사려니 숲길이었는데, 살인적인 무더운 날씨 때문에 중간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다음에, 언제가 될런지 기약할 순 없지만,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행을 올 때 다시 천천히 산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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