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잡은 숙소는 호텔도 리조트도 펜션도 아닌 일반 가정집이다. 워낙 성수기라 숙소 예약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아는 분 소개로 민박 아닌 민박을 하게 되었다. 이 집은 한림읍에 위치한 농장으로 닭도 3천 마리나 키우고 텃밭에 이런저런 농작물을 키우는 곳이다. 


농장의 첫 인상은 누군가의 워너비를 보는 듯 했다. 넓직한 농장과 양계장, 그리고 깔끔한 집안 등 모든게 최근 핫 이슈인 제주도 귀촌의 롤모델이라 해도 무방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두분이 흘리신 땀과 열정이 결코 작지 않았다는건 몇마디 대화에서 알 수 있었다. 워낙 돌이 많은 지방이라 그 작물들을 키우기까지 겪은 고생은 꽤나 크셨던 모양이다. 징글맞은 돌무데기, 징글맞은 돌무데기, 입에 달고 계셨다. 그러고 보니 농장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들이 모두 파내고 파냈던 돌들의 흔적이다. 보기엔 운치있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 사는 사람들에겐 투쟁의 결과였다는걸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 정착을 위한 9년의 세월에도 작물들은 시원시원하게 자라진 않는다고 하신다. 이유는 모르신다지만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척박한 땅 때문이 아닐까.


두 내외분 덕분에 우린 제주도에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폭염경보가 난무하는 땡볕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방과 마루에 불어쳐 에어콘이 필요 없었고, 별도의 거실과 화장실이 있어 또 편하게 쓸 수 있었다. 피곤한 여행 후 돌아오면 저녁식사도 챙겨주셔서 또 얼마나 비용을 절감했는지 모른다. 너무 고마워서 수박과 과일들을 따로 사서 들어가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주도 현지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휴양지가 아닌 생활터전으로서의 제주도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에. 결국 어디 가나 사람이 사는 모습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특정지역을 막연하게 동경하는 것과 실제로 살아보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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