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 SK와의 3연전 첫경기여서 회사 마치고 잠실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경기도 중요하지만 SK와의 경기는 왠지 지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응원의 목소리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찾았는데, 다행히 멋진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두산은 1위로 올라가고, 2위는 기아가 차지하고, 3위는 SK가 내려가고, 4위 롯데는 그대로... 네요. 그래봐야 1위와 4위는 승률 2푼 차이니까 그닥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다고 봐야할겁니다.

경기는 4:0으로 끌려가던 6회 무사 만루에서 2번 이종욱의 1타점 적시타, 3번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 그리고 5번 최준석의 3점 홈런으로 가볍게 6점을 뽑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네요. 최준석의 빨랫줄같은 홈런도 멋있었지만, 포문을 연 이종욱의 좌전안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김동주는 타석에 들어설 때 거의 다른 선수의 2배가 넘는 환호성이 나오는데요. 특히나 이종욱은 모든 관중을 열광케 하죠. 어려운 타석이었는데,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했습니다.

투수진은 선발 세데뇨가 5이닝을 4실점으로 막고 김상현, 임태훈, 이용찬이 차례로 막았습니다. 승리투수는 김상현, 홀드는 임태훈, 세이브는 이용찬이구요. 이중에서 임태훈은 2와 2/3이닝을 피안타없이 무실점으로 야무지게 막아냈습니다. 수훈선수 인터뷰도 어찌나 애교넘치게 하던지 잠실벌의 누나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더군요. 확실히 용찬이가 무뚝뚝한 장남이라면, 태훈이는 애교넘치는 막내딸 이미지입니다.


경기 중간에 안쌤이 1루수 대수비로 출장하더군요. 한회 막고 들어가서 타석에 들어서나 했더니, 김재현과 교체되었습니다. 그래도 타격치는 모습이라도 봤으면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어쩌면 안보는게 나았을런지도 모르지만, 어디 가도 잘하는 모습 보고 싶네요. 홍포는 잘하고 있는데, 안쌤은 그닥 존재감이 없어서... 두산에서 코치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에혀... 본인의 선택이었으니 잘하리라 믿습니다. 위 사진에서 1루주자는 고영민인데요. 두산에서 2루수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인지라 보는 느낌이 색다르더군요. 2층 꼭대기에서 땡겨 찍어서 그닥 화질은 안습입니다.

덧글...
오늘 승리로 직관 4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작년에는 직관승률이 꽤 좋았었는데 올해는 좀 안좋네요. 그래도 오늘 졌다면 5할로 떨어질뻔 했는데... 다행입니다.


미리보는 한국시리즈였던 SK와의 잠실경기에서 두산이 승리했습니다. 두산은 최근 5연패였기에 무척 중요한 고비였는데요. 이재우, 임태훈의 호투와 김현수의 장타로 대어를 낚았습니다. 이재우는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구요. 벌서 4승이네요. 그리고 김현수는 홈런과 3루타를 포함한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오늘의 MVP로 뽑혔습니다. 77경기 만에 100호 안타를 돌파했네요. 특히 올스타 팬투표 1위 답게 좌투수 고효준을 상대로 우측으로 밀어넘긴 홈런... 역시 대단한 기계입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정상호였는데요. 박경완의 빈자리를 얼마나 잘 메우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박경완으로 인해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기에... 그의 부상을 메운 정상호에 대해 궁금한건 당연한거죠. 근데 정상호... 참 만만치 않은 선수더군요. 박경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허투루 볼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투수 리드도 괜챦았구요. 안정적이었습니다. 도루 저지도 한차례 기록했는데, 정수빈이 느린 스타트도 아니었는데 여유있게 잡아내더군요. 한국시리즈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타격도 나름 쓸 만 하더이다. 마치 로봇처럼 딱딱하게 서있는 폼이 좀 특이하긴 했는데, 임태훈을 상대로 2루타를 쳐내 타점도 얻어냈네요.

박경완이 시즌 후반기에는 나오겠지만, 설사 안나온다고 하더라도 정상호가 있으면 그닥 큰 걱정은 안해도 되지 싶네요. 역시 SK는 강팀입니다.

걱정스러운건 임태훈의 혹사입니다. 이긴다 싶은 경기마다 나가고, 또 최근엔 지고 있어도 팀 사정상 마운드에 오르고, 거의 준 노예수준이죠. 정재훈의 2군행으로 이재우가 선발로 나간 덕에 거의 두산 불펜을 혼자 짊어지고 있습니다. 성영훈이 빨리 올라와야 하는데, 아직은 감감 무소식이고... 묵묵허니 마운드에서 씽씽 던져주는 아기곰 임태훈이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그리고 이용찬도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아줬습니다. 히어로즈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은 이후 후유증을 앓지나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네요. 가볍게 시즌 18세이브로 오승환과 함께 공동 1위입니다.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곰들이 다시 치고 올라갔으면 싶네요. 그동안 하위팀에게 뭇매를 맞았는데 전혀 곰답지 않았습니다. 영웅이와 쌍둥이는 다음에 만나면 혼내주기로 하고, 일단 라이벌 SK부터 다잡아놔야 한숨 돌리겠네요.

덧글...
어제 TV 카메라에 세데뇨가 방망이 갖고 있다가 두목곰한테 한대 맞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뭐 두목곰이야 장난 비스므리하게 왼손으로 머리를 툭 치는 수준이었는데, 한국정서에서야 전혀 문제가 안되지만, 세데뇨와 같은 외국인 선수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살짝 걱정했더랬죠. 하지만 왠걸... 세데뇨의 모습은 완전히 한국사람과 똑같더군요. 자리를 살살 피하며 겸연쩍어 하는 모습... 완전 군대에서 일병 모습이었습니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하구요. 세데뇨 참 귀엽네요. 이제 야구만 잘하자~


김선우와 김광현... 제대로 붙었습니다. 
2008년 한국시리즈의 후속판이자 미리보는 2009년 한국시리즈이기도 했죠.

오늘 두산과 SK 양강의 에이스끼리 선발 맞대결을 펼쳤는데요. 1, 2위팀 답게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여줬네요. 최근 무박2일 경기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잘해서라기 보다는 막장에 가까웠다는 야구팬들의 평이 많았죠. 하지만 두산과 SK의 지난 경기도 그렇고 오늘 경기도 그렇고 야구의 묘미란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진정한 명승부를 보여줬습니다. 경기 내내 심장이 잘근잘근 씹히는 느낌의 연속이었네요. 9회말 투아웃 만루에 투쓰리 풀카운트라는 보기 힘든 장면도 나왔죠. 그걸 임태훈이 9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김재현을 내야땅볼로 잡아냈구요. 오늘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봤으면 한마디 같습니다. "태훈아~ 니가 고생이 많다~"

결과는 두산의 4:2 역전승이었구요. 승리투수는 임태훈, 세이브는 이용찬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기쁜건 꼬꼬마 정수빈이 연장 12회에 결승 홈런을 쳤다는건데요. 워낙 선구안 좋고 히팅 포인트 뒤에서 잘 받쳐줘서 언젠가 터뜨리리라 예상은 했었는데 SK 가득염을 상대로 밀어서 좌측 홈런을 뽑아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종욱 없으면 정수빈, 고영민 없으면 김재호, 손시헌 없으면 이대수, 김동주 없으면 이원석... 정말 두산의 뎁스 정말 깊네요. 그리고 비록 12회에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세이브를 끝까지 지켜준 이용찬, 참 잘했습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포인트는 양팀 에이스의 맞대결, 그리고 포수싸움에서 누가 이기냐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SK에게 2년 연속 발린 이유가 바로 박경완이었다 보구요. 박경완에게 완벽하게 털렸기에 SK투수들이 실력 이상의 구위를 보였고, 덩달아 두산의 빠른 발야구까지 죽었더랬죠. 올해도 투수와 포수 싸움에서 밀리는 한 두산은 SK를 제치고 우승하기는 힘들껍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죠.

우선 선발투수 싸움은 김선우도 잘 던졌지만 김광현이 더 잘 했기에 판정패라고 볼 수 있네요. 김선우는 5이닝 4안타 1실점을 기록했는데요. 1실점도 자책이 아닌 1루수 실책으로 내준 점수였죠. 최준석이 잡을 수 있는 공을 그만 놓치는 바람에... 음... 우리의 오똘 오재원은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 두리번) 두산이 다른 팀과 경기에서는 수비로 기를 죽이곤 했는데, SK만은 예외네요. 하지만 김선우의 피칭도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습니다. 불안불안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습니다. 꾸역꾸역... 덕분에 후반에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구요.

김광현은 7회까지는 완벽했지만, 8회에 동점을 허용해서 승리투수 기회를 놓쳤습니다. 김광현은 경기가 잘 안풀릴 때 얼굴이 상기된다거나, 심판이 안도와줄 때 멋적은 웃음을 짓거나, 에러가 나올 때 찡그리거나 하는 등의 감정변화를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데요. 이럴 때 한번만 더 밀어부치면 김광현은 스스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역할이 이종욱에게 왔는데, 2사 1, 2루에서 그만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8구까지 끌고 갔음에도 아쉽네요. 그만큼 김광현이 잘 던진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포수싸움은 용덕한이 선전했습니다. 투수 리드도 좋았구요. 인사이드 웍도 훌륭했습니다. 타격도 안타 2개나 쳐냈으니 이 정도면 준수했죠. 전 채상병, 최승환, 김진수, 용덕한 중에서는 용덕한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일단 제대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투수와의 호흡면에서 밀릴 수는 있지만, 상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였기에 충분히 1군에서도 통하리라 봤습니다. 특히 나이가 젊다는 점은 체력소모가 많은 포수에겐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그래서 나름 용덕한의 별명으로 The Khan(더칸, 덕한)으로 지어줬는데요. 괜챦지 않나요...? 음... 아직 뭐 나만 부르는 별명이라는게 아쉽다능...

하지만 SK 박경완 역시 여전히 명불허전이더라구요. 수빈 어린이의 도루를 간발의 차로 저지했구요. 영리한 리드로 김광현의 구위를 더욱더 날카롭게 해줬습니다. 거의 20승급 포수라 불러도 손색없다능... 특히 가장 무서운 점은 발야구가 박경완 앞에서는 곰들의 빠른 야구가 꼬리 내리더란거죠. 좀 보란 듯이 도루를 시도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 없나요? 정수빈은 두번이나 실패했구요. 물론 한번은 박경완이 아닌 투수 견제에 걸린거지만... 다른 선수들은 9회까지 시도조차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맘에 걸려요. 악어는 사냥할 때 무조건 물속으로 끌고가죠. 이게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곳으로 상대를 몰아가는거거든요. 이미 물속에 들어온 이상 게임은 끝나는거구요. 두산의 창조적인 베이스 러닝은 상대 팀에게는 완전 악몽일 뿐니다. 다행히 오재원이 10회에 도루 성공해서 이기긴 했습니다. 그나마 투수가 정대현이었기에 가능했구요. 역시 두산은 뛰어야 이깁니다.

덧글...
김현수가 3회 정근우의 평범한 안타를 쓸데없는 슬라이딩으로 놓쳐 2루타로 만들어줬습니다. 아무래도 타율 1위 경쟁을 벌이는 정근우였기에 잡으려는 의욕이 앞서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이걸 김경문감독은 놓치지 않고 지적했네요. 이종욱과 교체... 아마 김현수도 이걸 계기로 좀더 마음을 다잡길 바랍니다. 가뜩이나 김광현한테 약한 모습만 보여줬는데 오늘도 2타수 무안타였구요.


이겨도 찝찝한 경기가 있다면 져도 기분좋은 경기가 있죠. 전자의 경우 이겼다기보다는 상대방이 진 경기일테고, 후자의 경우 지더라도 납득할만한 경기를 보였을 때의 느낌일텐데요. 오늘 SK와의 경기는 아쉽게 비겼지만 그닥 기분 나쁘지 않은 경기였네요. 8회부터 경기를 봐서 그 전까지의 흐름은 모르구요. 8회부터 보면 두산이 상당히 탄탄한 경기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K에 대한 두려움없는 플레이가 눈에 확 들어오던데요?

우선 임태훈의 빵빵 내리꽂는 공은 속이 후련한 느낌을 주고요. 고창성의 담대한 모습도 맘에 드네요. 주자가 있을 때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용찬의 윽박지르는 공도 좋았구요. 2안타 2볼넷 2타점의 민병헌도 괜챦았습니다. 그리고 정수빈... 정수빈을 빼놓을 수 없죠. 정수빈의 침착성과 선구안은 도무지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 그 자체더군요. 이승호에게 투스트라이크 원볼에 몰렸으면서도 볼 세개를 골라내서 기어이 출루하고 말았죠. 이승호의 유인구가 절대 컨트롤이 안된 것이 아니었는데도, 정수빈은 흔들리지 않더라구요. 정수빈의 안정된 폼이 후천적 노력의 결과라면, 선구안은 아무래도 선천적인 유전자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하여간 경기경험을 계속 샇는다면 이종욱의 대를 잇는 허슬플레이어 나올꺼 같습니다.

경기는 9회가 하이라이트였네요. 우선 9회초 SK가 2점 내면서 앞서 나갔는데요. 임태훈이 방심한 틈을 타 박경완이 3루 도루를  성공시키고 나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갔죠. 흔들린 임태훈은 정근우의 2루 도루에 이어 박재상에게 결승타를 내주고 말았죠. 안타맞은건 그렇다치더라도 박재상에게 2루까지 출루를 허용한건 중계플레이에 미스가 아니었나 싶고... 하지만 두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바로 9회말 원아웃에서 김동주가 안타치고 나가자, 이원석이 대주자로 나갔구요. 김현수의 안타와 에러를 틈타 1루주자 이원석이 홈까지 밟는 센스를 보여줬죠. 그리고 최준석의 볼넷 이후 유재웅의 동점타로 6:6 연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민병헌이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었는데, 나주환의 호수비로 무산된게 아쉬웠네요.

경기는 12회 연장전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무승부지만 사실상 패배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양팀 모두 패자였네요.

덧글1 ...
안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잠실구장에 섰네요. 12회말 대수비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2군에서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얼굴이 새까맣고 깡 말랐더군요. 에혀... 하여간 SK유니폼의 안쌤이 아직은 낯서네요.

덧글 2...
11회말 금민철이 타석에 올라왔습니다. 고창성 타석이었는데, 더이상 바꿔줄 선수가 없자, 그나마 타격감이 좋은(?) 금민철을 왼쪽 타석에 세웠는데요. 4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고등학교때 투수들이 타격연습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성영훈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하여간 상당히 보기 힘든 희귀한 장면이었습니다.

덧글 3...
오늘도 박재홍에 대한 야유는 이어지네요. 개인적으로 공필성코치에게 사과했는지는 모르지만, 박재홍의 무개념 행동으로 상처받았던 팬들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다는게 그 이유겠죠. 그런 박재홍이 이용찬에게 데드볼을 맞았습니다. 이용찬은 바로 모자벗고 인사했구요. 나이는 어리지만 이용찬이 더 어른스러워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2차전은 잠실야구장에서 직접 응원하고 왔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이 거의 만 하루가 지난 시간인데도, 목젖 부근이 아직도 칼칼하네요. 어찌나 함성을 질러댔는지 야구장에서 나올 무렵엔 극도의 피로감까지 몰려오더라구요. 이겼으면 모르겠는데 져서 그런가요. 허탈감까지 겹쳐 졸음까지 밀려오더군요. 이렇게 진이 빠지게 응원한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네요.

경기는 말 그대로 14회까지의 연장혈투 끝에 후련하게 패했습니다. 여기서 '후련하다'는 뜻은 잘했다기 보다, 정말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없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지 싶네요. 2차전 경기평은 직관 응원후기가 되겠네요. 우울한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1. 명불허전(名不虛傳) 랜들의 위기관리능력
단기전에서 선발투수의 의미는 처음 나오는 투수에 불과합니다. 양팀 감독이 승부에 물러섬이 없다는 점에서 봤을 때 교체 타이밍은 늘 한박자 앞섰죠. 랜들은 시즌 막판에 그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어떨지 걱정을 갖게 했는데요. 2차전 내용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만 하네요. 4이닝 1실점입니다.

가장 큰 위기는 4회였는데요. 안타없이 포볼 4개를 헌납하는 졸투를 했지만 다행히도 1점만으로 막아냈죠. 랜들의 위기관리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차전과 다른 점은 김경문감독이 랜들을 빨리 내리기 보다는 한번 지켜보는 느낌을 주더군요. 1차전 승리의 여유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요. 하여간 랜들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1점만으로 막고 마운드를 김상현에게 넘겨줬습니다.

2. 이제 여유마저 느껴지는 오재원
선취점은 오재원의 원맨쇼로 만들었습니다. 전상렬과 이종욱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2, 3루에서 오재원은 통쾌한 3루타를 뽑아내죠. 더불어 그의 전매특허인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도 보여줬습니다. 항상 똑같은 세리머니인거 보면 따로 연습하는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작이지 싶네요. 참고로 두산의 홍성흔은 라이트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구요. 이종욱은 박수치는 세리머니가 전매특허죠. 이대수는 작은 키지만 폴짝 뛰어 때리는 배구선수 스파이크 세리머니구요. 두목곰 김동주는 두손을 번쩍드는 만세 세리머니입니다. 고영민은 상대의 하복부를 라이트로 짧게 끊어치는 스타일인데요. 최홍만이 와서 좀 배웠으면 하는 타법이기도 하죠.


뭐 누구나 더 멋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간지작렬상으로 홍성흔 다음으로 오재원을 꼽고 싶습니다. 선수들 사기도 높이고 관중들 엔돌핀도 콸콸 솟게 하는 오재원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는 그의 긴 팔과 다리에 참 잘 어울리네요. 덕분에 팬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고영민의 짧은 땅볼 때 3루에 있던 오재원은 득달같이 홈을 파고들어 3점째를 추가했죠. 홈에 쇄도하는 모습은 심장에 칼을 꽂으러 달려가는 무사를 연상시키더이다. 반면 박진만은 어제의 본헤드 플레이 여파인지 홈에 던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1루로 던졌구요.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오늘도 여유있게 이기겠구나 싶었습니다. 초반에 3점의 리드를 하고 있었는데 연장까지 갈 줄은 누가 알았나요. 그리고 마지막에 질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3. 홍콩 할매귀신도 놀라는 전상렬의 완소 수비력
가을의 사나이, 아니 가을을 기다리는 할매 전상렬은 나이가 36세입니다. 올 시즌에는 그닥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했습니다. 두산에서 외야수 주전따기는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죠. 리그 극강의 김현수, 이종욱 붙박이에 유재웅, 이성렬, 전상렬, 민병헌의 무한경쟁입니다. 이런 쟁쟁한 후배들과의 경쟁속에서도 늘 밀알같은 존재감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전상렬은 두산의 든든한 자산이네요.

2차전에서도 두어번 정도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폴짝 뛰어 잡아내는 미기를 선보였습니다. 홍콩할매도 하기 힘든 뒤돌아 점프 캐치를 무리없이 해내는 할매 전상렬의 파인 플레이에 관중들은 전상렬을 연호했구요.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경기 내내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편안하게 지켜봤네요.

생각해보면 그 흔한 개인 응원가 하나 없는 전상렬이지만, 팬들에게 괴성과 함께 싸인을 요청받는 스타도 아니지만, 두산의 고참으로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가 참 고맙습니다.

4. 더블스토퍼의 진면목, 임태훈과 이재우
동점인 상황에서 올라와 임태훈과 이재우는 각각 3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줬습니다. 이재우는 경험이 많아 큰 걱정은 안했지만, 임태훈은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은근히 조마조마했었는데요. 다행히 과감한 정면승부로 삼성의 강타선을 무력화시켰죠. 특히 초반에는 직구에 비해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확연히 먼 곳으로 떨어져 두들겨 맞는거 아닐까 했는데, 잘 극복해냈습니다. 이제 아기곰에서 점점 불곰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구요.


이재우는 다양한 구질의 공을 꽤 정확하게 제구해서 무리없이 3이닝을 막았습니다. 현재 두산 투수중에서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김경문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투수는 이재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과감성도 있구요. 제구력도 되구요. 경험도 있죠. 두산 불펜의 힘은 임태훈, 이재우의 더블 스토퍼가 있어 오승환이 부럽지 않습니다.

5. 부러져버린 날개 이용찬
김경문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명제를 임태훈보다 먼저 올린게 잘못이었다고 했는데요. 제가 볼 땐 이용찬을 가장 늦게 투입한게 더 큰 실수가 아니었나 싶네요. 14회 주자 1, 2루 상황에서 소방수의 임무를 맡긴건 이용찬에겐 너무 심한 압박감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용찬 뒤로는 더 나올 투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물론 이승학도 있긴 하지만 3차전 선발은 아껴둔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용찬은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헉 지금 뉴스에서 보니 3차전은 이혜천이네요. 그럼 2차전에서도 결장한 이승학은 뭥미??)

초구가 볼로 잡히자 만루를 의식해 이용찬은 가운데 공을 던졌고, 상대적으로 노련한 신명철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4회 연장에서 신명철의 싹쓸이 3루타는 거의 사망선고였고, 김경문감독은 그냥 그에게 이닝을 맡겼습니다.

제가 전에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오재원과 함께 이용찬을 주목해야 한다고 포스팅했었는데요. 제가 바라던 시나리오는 이용찬의 선발등판이었습니다. 어차피 선발은 단기전에서 첫번째 나오는 투수라는 점에서 부담이 덜하고, 의외의 카드가 오히려 파괴력이 클 수 있기에 그렇게 희망했더랬죠. 김경문감독과 제 생각이 달랐고 어쨌든 결과는 이용찬의 깜짝 활약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찬은 분명히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마운드에 서리라 믿습니다. 그의 포스를 믿기도 하지만, 이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개숙인 이용찬을 기다리며 격려해주는 선배선수들이 있기에 그 날은 반드시 올껍니다. (용찬아 힘내라! 승부에 연연하기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냥 야구를 즐기렴. 뒤는 선배들에게  맡기고~ 그리고 날개 부러진건 빨간약 바르면 바로 낫는다... ^^)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 아니 어제의 MVP를 뽑자니 좀 거시기 하네요. 이미 신명철은 뽑혀있으니 뭐 제가 뽑은들 큰 의미는 없겠죠. 하지만 두산선수로는 이재우와 임태훈으로 선정하고 싶네요. 무려 6이닝을 두 선수가 막아냈다는 점, 위력투로 투구로 승부의 추를 팽팽하게 땡긴 점, 향후 활약을 예고한다는 점 등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덧글 1...
선동렬감독의 2차전 승리소감을 보니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임했다고 하네요. 2패를 안고 대구에 갔더라면 다시 잠실땅을 밟긴 힘들었을테니 당연한 각오였겠죠. 인터뷰 사진을 보면 승리의 기쁨에 배시시 웃고 있군요. 하지만 진정한 2차전의 승자는 선동렬감독이 아닌 김성근감독일꺼 같은 느낌은 왜일까요?

덧글 2...
두산 응원단의 응원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봅니다. 관중석 가장 꼭대기에서 찍어서 그라운드는 좀 멀지만, 관중들의 열기는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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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베어스 동호회 카페에서 2차전 표를 구했는데요. 표를 얻기 위해 이수역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먼 길이 수고스럽지 않았던건 표를 양도해주신 친절한 두산팬 덕분이었네요. 양도 받은 후에도 잘 보시라고 문자 넣어주신 이름 모를 4077님 감사합니다.


오늘 기아와의 2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롯데와의 2위 싸움도 그렇지만 윤석민이 선발이기 때문네 남다른 느낌이죠. 뭐 딱히 윤석민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임태훈이 올림픽 선발에서 막판에 밀린 기억 때문에 윤석민이 솔직히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임태훈 홈피에 욕설을 퍼부은 기아 팬들도 그렇구요. 약간의 복수심(?)을 품고 야구장으로 향했습니다.^^;;



야구장에는 자전거 타고 갑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같은 코스로 양재천을 따라 잠실구장으로 가는거구요. 대략 70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어제의 55km 라이딩으로 허벅지와 고관절이 아파서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운동으로 뭉친건 운동으로 풀자 싶어 자리를 박차고 나갔죠.

익숙해진 코스라 그런지 얼추 비슷한 예정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늦게 출발해서 입장했을 때 경기는 이미 2회말 진행중이었구요. 김선우는 7.1이닝 3실점, 윤석민은 5이닝 1실점하는등 선발진은 팽팽한 대결이었지만 윤석민이 내려가고 나서 기아 계투조를 두들겨서 두산이 완승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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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이 나왔더라면 더 그림이 좋았을텐데 그럴만한 점수차가 아니어서 아쉽게 출전은 못했습니다. 결과는 어제와 같은 8:3 승리네요.


솔직히 시즌 전에 김선우에 대해서 기대를 안했었습니다. 메이저에서 좀 던졌다고 만만하게 볼 한국야구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메이저 출신들이 그닥 첫해에는 큰 활약을 못펼쳐서 더욱 그랬죠. 김선우도 전반기에는 그랬습니다. 2군을 오르락 내리락 했구요.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더군요. 퀄리티스타트는 물론, 이닝이터로 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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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리오스 이후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이 아닐까 잔뜩 기대를 품게 하네요. 오늘도 8회에 좀 얻어맞긴 했지만 토종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올시즌 뿐 아니라 향후계속 두산의 에이스로 마운드를 지켜줬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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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성당의 야경.. 알흠다워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과천성당의 야경모습을 찍어봤습니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잔잔한 분위기가 참 아름답더라구요. 자전거 덕분에 주변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참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체력도 좋아지구요. 참... 인덕원에서 평촌으로 오는 한적한 길도 발견했습니다. 어제는 대로변으로 와서 좀 복잡했는데 아~~주 한산해서 달리기에 거리낄게 없더군요. 마치 숨겨둔 보물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더군요.^^ ㅎㅎㅎ

집에 와서 샤워하고 몸무게를 재보니 71.8kg이군요. 추석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운동해도 조금 늘었네요. 그나마 자전거가 없었다면 아마 73kg을 상회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ㅋㅋ


어제 LG를 이긴 것보다 더 기쁜게 임태훈의 세이브입니다. 올림픽 이후 스트레스에 시달렸을게 뻔한데, 그리고 최근의 경기에서 그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었는데요.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그래도 꿋꿋이 잘 버티고 있어 보기 좋네요.

9회말 2사 만루 이재우에 이어 마운드에 오를 때 살짝 긴장되더군요. 혹시나 박용택에게 어줍쟎은 안타를 맞고 실점하는건 아닌지, 블로운 세이브를 기록하는건 아닌지... 초구에 볼을 던져서 걱정이 조금 짙어지기도 했었죠. 하지만 다행히 박용택은 내야 플라이로 물러났고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짝짝짝~^^

임태훈 그러고 보니 살이 좀 찐거 같은데 맞나요? 북경올림픽 스트레스를 혹시 먹는 걸로 풀었나 싶던데... 임태훈은 왠지 아들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 아기곰과도 비슷하게 생겨서리...^^

김경문감독님이 임태훈과 이재우를 더블 마무리로 삼는다고 했는데 이번 세이브를 발판으로 더욱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줬음 하네요. 아, 참고로 LG전 7연승에 올시즌 상대전적 12승 3패입니다. 그나저나 롯데의 상승세가 무섭네요. 어느덧 2위 자리도 안정적으로 보이진 않고... 쩝...


임태훈이 대표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것도 주군인 김경문감독의 단칼에 날라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안타깝기도 하고, 김경문감독은 참 독한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고, 임태훈이 이 난관을 어떻게 잘 뚫고 나갈까 싶기도 하고, 기분이 초~ 복잡미묘합니다.

임태훈을 격하게 아끼는 팬으로서 마음을 삭히며 대충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왜 임태훈인가?
대표팀 명단 발표하자마자 가장 먼저 나왔던 얘기가 '왜 윤석민인가?' 였습니다. 현재 국내 우투수 중에서 세손가락 안에 드는 구위를 지닌 윤석민이 왜 탈락자에 들어가는가 였죠. 특히 기아팬들의 불만이 높았습니다. 야구에 대해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먹혔구요. 저도 윤석민의 탈락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대신 빠져야 되는 투수가 왜 하필 임태훈인가에 대해 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왼손투수가 너무 많다는데 주목을 하고 싶습니다. 오른손은 언더핸드 정대현 포함 5명인데, 왼손은 류현진, 김광현, 장원삼, 봉중근, 권혁 등 무려 5명이나 됩니다.

어떤 기자의 말처럼 올림픽 출전국중 왼손타자가 주축인 나라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왼손을 많이 뽑은 것은 재고했어야 마땅하죠. 특히 모선수의 경우 올시즌 그닥 높은 성적을 올리지도 않았고, 또 다른 모선수는 최근 컨디션이 안좋아서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임태훈에 비해 별로 나을게 없었다는 얘기죠.

2. 김경문은 독하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임태훈에게 칼을 들이댄건 김경문감독입니다. 두산베어스 홈페이지에는 김경문을 욕하는 팬들이 많은데요. 전 욕하고 싶진 않습니다. 어쩌면 그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역할에 냉혹하리만치 철저하게 선수들을 관리하는지도 모르죠. 저는 오히려 올림픽대표 선발 발표를 김경문에게 시킨 KBO의 무책임한 행정에 비판적이었죠. 당연히 감독의 입김에 의해 발탁을 했겠지만 그래도 여론의 질타를 김경문에게 맡기고 뒤에 숨는 KBO는 아무래도 비겁해 보였거든요.

얘기가 겉돌았지만, 어쨌든 김경문은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구요. 결정하면서도 많이 아파했을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독한 사람입니다. 안경현, 홍성흔을 대하는 자세도 그렇구요. 정말 무서운 감독입니다.


3. 태훈아 극복해야 하는건 네 몫이다
갑자기 '태훈아'라고 부른건 정말 임태훈을 아끼기 때문입니다. 임태훈이 향후 두산을 이끌어갈 보배라는 점도 의심할 여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거니와, 아기곰이라는 별명이 우리집 아기곰을 연상케 해서 은근히 아들같은 느낌도 든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길 바랍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기에 다소간의 실망과 방황은 될지 모르겠지만 꿋꿋하게 일어서리라 굳게 믿습니다.

당부하고 싶은건, 행여라도 언론 등 외부에 노출될 때 이번 일로 상심했다는, 그래서 구위가 더 나빠졌다는 식의 바보같은 말이 들려오지 않았음 합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더욱 나를 성장시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야, 야구팬들도 임태훈을 다시 인정하고 임태훈에게 사이버테러를 했던 일부 팬들에게도 자숙의 기회를 제공하게 됩니다.

"태훈아 힘들지? 걱정마. 우리가 뒤에서 널 응원해주니까!"

4.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작은 전투에서의 패배도 때론 각오해야 합니다. 작은 패배에 위축되어서는 절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죠. 임태훈은 이제 작은 전투에서 패배했을 뿐이고 아직은 갈길이 멉니다. 윤석민은 뽑혔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덕분에 임태훈을 몰아내고 올라갔다는 마음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좋든 싫든 앞으로 윤석민과 임태훈의 행보를 비교하는 얘기도 심심챦게 나올꺼구요.

국가대표 막판 탈락이 임태훈에게 2년간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고 실력배가에 매진한다면 송진우처럼 20년 에이스로 남을 수도 있을겁니다. 모든게 맘먹이에 달렸고, 인생지사 새옹지마입니다.

늘 귀여운 웃음을 뒤로 감추고 포커페이스로 마운드에 오르는 임태훈답게 이번 사태도 쿨하게 셧아웃시키기 바랍니다. 두산베어스 아기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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