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훗날 돌이켜보면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았던 시즌으로 기록될겁니다. 우선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는게 천추의 한으로 남았구요. 그것도 SK에게 우승컵을 내줬다는게 쓰리네요. 그리고 홍성흔이라는 베어스의 영혼을 빼았겼다는 점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안경현, 이혜천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래도 베어스는 늘 위기의 순간에서도 투혼으로 일어서왔기에 내년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올해 두산베어스를 책임졌던 선수들을 기억해보면 참 여러 선수들이 떠오르네요. 모두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것 같고... 일단 3명만 뽑아보면요. 김현수, 홍성흔, 이종욱을 선정하고 싶습니다. 랜들, 고영민, 김동주, 이재우도 있었지만, 기록과 허슬플레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연 김현수, 홍성흔, 이종욱이 두산 2위의 원동력이었죠.

1. 김현수(470타수 168안타 0.359, 9홈런, 89타점, 볼넷 80, 삼진 40)
김현수는 두 말할 필요 없습니다. 이제는 두산의 간판이구요. 국가대표에서도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장차 이승엽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말 그대로 전도유망한 곰청년이죠. 내년엔 거포로 거듭날지도 모른다는 설레발 기사가 나오고 있긴 한데... 그러면 좋지만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직 88년생 스무살이니까요.


김현수의 장점은 성실함입니다. 야구에 대한 자세가 진중하고 겸손해서 늘 인터뷰해도 재미있는 답변이 나오진 않죠. 타격왕 경쟁에 대해 물으면 나오는 멘트는 한결 같습니다. 전경기 출장하는게 목표라고... 거의 외울 지경인데요. 그런 성실함과 겸손함이 있기에 내년에도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게 하네요. 김광림코치도 현수에게만은 슬럼프가 없을꺼라고 단언하던데... 그 모습 변치 않길 바랍니다. 또 하나 김현수 칭찬할 점은 볼넷 숫자가 삼진의 두배라는 점이죠.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다는 얘기도 되지만, 투수의 공을 기다릴줄 안다는 것, 자기의 공으로 만들 수 있다는게 극강의 타자로 성장한 배경입니다. 이러니 투수가 무서워 할 밖에요.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타격할 때 오른발을 들었다 놓기 때문에 변칙투구에 대한 대처가 늦다는 점입니다. SK 투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이런 변칙패턴으로 김현수에게 재미를 봤는데, 김현수로서는 오른발을 너무 높지 않게 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2. 홍성흔(423타수 140안타 0.331, 8홈런, 볼넷 25, 삼진 35)
홍성흔은 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해였습니다. 1999년 데뷔한 이래 3할을 넘겼던 적은 2004년 0.329가 유일했었죠. 그리고 올해 0.331로 대박을 터뜨렸구요. 그래서 FA 특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를 열정적으로 야구하는 스타일인지라 어느 팀에 가도 제 몫은 하고도 남는 선수죠. 롯데는 정말 복받은 팀입니다.


홍성흔하면 포수였는데 포수에 대한 능력은 현재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그래서 내년 홍성흔의 성공여부는 우선 수비 포지션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포지션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경우, 1루와 외야수, 그리고 포수를 왔다 갔다한다면, 롯데에서 자리를 못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지명타자로 뛰는게 가장 안전해 보이긴 하지만, 홍성흔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1루가 무난해 보이네요. 외야수를 하기엔 발이 빠르지 않아서...

강민호가 내년에 홍성흔과 다양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하던데, 두산전에서 홍성흔이 주먹을 불끈쥐는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겉으로는 가슴아픈 침묵을, 속으로는 그를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3. 이종욱(458타수 138안타 0.301, 0홈런, 볼넷 52, 삼진 53, 도루 47)
이종욱이 있어 두산은 강합니다. 우승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롱런하는 선발투수, 강한 마무리, 철벽 유격수, 거포 4번타자, 그리고 최강의 리드오프를 꼽는데요. 두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드오프 이종욱이 있는한 강자로 군림할겁니다.


이종욱을 가끔 이용규와 비교하기도 하는데요. 이용규도 물론 좋은 선수입니다만... 중견수 수비의 안정성과 범위에서 이종욱에 밀립니다. 이용규는 전진수비를 하는 경향이 있어 뒤로 날라가는 볼, 즉 상하의 수비폭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종욱은 상하 좌우 모두 리그 최고수준의 수비범위를 지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겁니다. 공격과 주루능력은 두 선수 비슷하고, 창의적인 허슬플레이는 이종욱이 낫고, 송구능력은 이용규가 좀 낫지 싶네요. 하여간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1번과 중견수 자리는 이종욱이었다는건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이종욱이 중장거리포도 가끔 터뜨렸으면 하네요. 홍성흔의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메워야 하는 것도 있지만... 똑딱이 1번타자 보다는 중장거리형 호타준족이 훨씬 더 위력적이니까요. 그리고 늘 하던대로 허슬플레이 펼쳐주기 기대합니다. 다만 몸이 상할 정도로 과도하게 하지는 말구요. 보는 사람 가슴 아프답니다. 홍성흔이 없는 동안 우모의 유니폼은 39번 이종욱입니다.


이번 경기는 아쉽게도 회사 일 때문에 제대로 못봤네요. 8회부터야 보기 시작했으니 경기의 흐름은 전혀 모르구요. 그냥 승리했다는 기쁨에 혼자 짜릿해하고 있습니다. 끄트머리만 보고 관람평을 남기는건 어불성설이니 간단하게 느낌만 적어보겠습니다. 

저녁에 회의하다 밖을 보니 비가 쏟아지길래 은근히 걱정되더라구요. 행여나 이게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50분 넘게 지연되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기를 뺏기지 않은 우리 선수들 감사합니다. 이젠 SK에 대한 복수만 남았습니다. 작년 인천에서 흘린 눈물을 올해는 꼭 되갚아주길 고대합니다. 벌써부터 흥분되는 곰들의 리벤지매치. 커밍쑤운이네요.^^ 

오늘 경기에서도 역시 이종욱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8회말 번트로 타점을 올리는 상황은 이종욱이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는걸 입증해줍니다. 작전이 아닌 본인의 판단이었다는게 참 돋보였구요. 덕아웃에서 이종욱을 하이파이브로 맞이하는 모습 또한 압권이었죠. 단결된 두산선수들의 모습, 누구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번 2008년 플레이오프는 명실상부한 이종욱 시리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내맘대로 정하는 오늘의 MVP는 생략합니다.  

그리고 선전했던 삼성에 대한 칭찬을 빼놓을 수 없네요. 선동렬감독이 스몰볼에서 벗어나 빅볼로 귀순(?)한게 이번 플레이오프가 재밌었던, 그리고 치열했던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야구가 진정한 감독의 역할인데, 그런 면에서 선동렬은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보여지네요. 재밌게 잘 싸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삼성의 투혼은 기억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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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철 해설자는 유명한 두산 안티인데요. 오늘도 역시 편파해설 작렬하더군요. 공격이든 수비든 삼성 입장에서만 해설하는 버릇은 여전하구요. 삼성타자들이 아웃될 때마다 길어지는 장탄식... 그럴 때마다 왠지 진해지는 고소한 느낌... 그래서 때론 이용철의 자학적인 해설이 하일성보다 더 통쾌할 때도 있습니다.


4차전까지 2승 2패로 5차전에 왔다면,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벼랑까지 온 셈입니다. 분위기상 5차전의 승자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고 봤을 때, 오늘 경기에서의 총력전은 당연한 수순이었죠. 이번 플레이오프의 진검승부는 바로 5차전이었습니다. 역시 두 팀은 전통의 라이벌답게 명승부를 펼쳐줬네요.

오늘은 경기 전에 이상하게 긴장이 되지 않더군요. 1차전 때는 많이 긴장되었는데, 5차전은 그냥 페넌트레이스 때랑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두산 선수들도 가벼운 스윙을 보여 큰 경기 부담감에서 벗어난게 아닌가 싶구요. 경기가 누적되면서 이제 몸이 완전히 풀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모두 4차전 대승의 효과입니다.

오늘 라인업에서 주목할만한건 진갑용의 복귀였는데요. 현재윤이 아무리 화이팅이 넘친다해도 역시 진갑용의 안정감에는 미치지 못하죠. 어제 현재윤이 3타수 무안타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도 했구요. 이런 선동렬감독의 선택에 진갑용은 어긋나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1. 수비에서 갈린 양팀의 운명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7회말 이종욱의 다이빙캐치였습니다. 6:4의 불안한 리드 상황에서 맞은 2사 만루 위기. 진갑용이 친 타구가 빗맞으며 바가지안타로 이어지지 않나 싶던 순간에, 우리의 이종욱은 멋진 다이빙캐치로 타구를 잡아냈죠. 만약 놓쳤다면 공은 뒤로 빠지고 2사였기에 주자들은 모두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수비는 3점짜리 수비였습니다. 과거 손시헌을 두고 10승급 투수와도 바꾸지 않을 유격수라고 했는데, 이종욱도 그에 필적하지 않나 싶네요. 국내에서는 수비범위로 보나 주력으로 보나 어느 외야수와도 비교를 거부합니다.


반면 삼성은 김재걸의 에러로 초반에 2점을 내줬죠. 박진만과 함께 가장 믿음직스러운 김재걸이 어이없이 평범한 볼을 놓치면서 초반 흐름은 두산으로 훌러덩 넘어가 버렸습니다. 삼성으로서는 다행히 그 상황에서 마무리 지었지만 만약 이 공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오늘 경기는 알 수 없는 미궁속으로 빠졌을겁니다. 게다가 박진만까지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했죠. 4회초 무사 2루에서 고영민의 타구를 잡았다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는데요. 비록 안타로는 기록되었지만 박진만을 감안하면 잡아줬어야 했죠. 왠지 탄탄했던 삼성 내야가 갑자기 구멍이 커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2. 고영민과 진갑용의 배틀 2회전
4회초 무사 1, 3루에서 고영민과 진갑용은 다시 배틀 2회전을 갖습니다. 1루주자 고영민이 리드를 많이 하자 진갑용이 바로 견제구를 날리죠. 타이밍상 완전 아웃이었습니다. 박석민이 공을 잡고 난 후에야 고영민이 손을 뻗어 왔으니까요. 근데 고제트의 재치는 여기서 발합니다. 박석민이 터치하려고 뻗은 글러브를 넘어지면서 얼굴을 뒤로 젖혀 피했던거죠. 박석민이 당황해서 다시 태그를 해서, 결국은 아웃이 되었습니다만, 고제트는 절대 그냥 죽는 법이 없다는걸 또 보여줬죠. 솔직히 슬로우비디오로 봤을 때 터치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던데요. 근데 1루심은 과감하게 팔을 휘둘러 버리더군요. 보고 휘두른건지 그냥 냅다 휘두른건지는 잘 모르겠자만... 하여간 세입되었다면 진기명기감이었는데 에구 야속해라...

고영민은 다른건 몰라도 야구센스 하나는 국내 최고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주루 플레이도 그렇고 타격도 그렇고 영리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죠. 그래서 고제트라는 별명도 참 제격이라고 느껴지구요. 어쨌든 진갑용은 고영민과의 배틀 1회전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습니다.

3. 나는 김현수다
김현수가 초반 부진했을 때 제2의 조성환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죠. 롯데의 패배는 조성환의 물먹은 타격이 컸고, 김경문감독도 이를 우려해 타순을 조정하기도 했었습니다. 박진만은 '김현수 시프트'로 안타성 공을 거푸 잡아내기도 했었죠. 하지만 김현수는 역시 김현수더군요. '김현수 시프트'에 대비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빠질 때까지 그쪽으로 계속 치겠다고 했네요. 그런 도전정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너무 맘에 듭니다. 도저히 스무살의 청년이라고는 믿기 어렵죠. 이런 김현수의 배짱이 있기에 두산의 미래는 밝습니다.

결국 김현수는 오늘 5타수 3안타 1홈런의 불방망이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은 배영수를 강판시키는 결정타가 되었구요. 중반 흐름을 확실히 두산으로 가져왔죠. 김현수는 예의도 바릅니다. 전날 차우찬 투수를 강타하는 타구를 날려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고 하네요. 늘 이번 시즌 목표가 전경기 출장이라고 말하던 김현수를 생각한다면 무리도 아니지 싶구요. 참고로 김현수는 올해 유력한 MVP 후보입니다. 우리 현수좀 뽑아도~~

4. 아쉬운 이재우의 9회 등판
1이닝을 남기고 2점차로 이기고 있었다 해도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재우는 9회에 올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물론 김경문감독이 투수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결단을 내렸겠지만, 이재우는 이미 50개에 육박하는 공을 던져 힘이 빠진 상태였거든요. 주자없는 깨끗한 상황에서 임태훈에게 물려주는 것과 무사 1, 2루에서 임태훈을 올리는 것은 느낌는 부담의 무게가 확연히 다르거든요.

그래도 우리의 아기곰 임태훈이 박진만을 우익수 플라이로, 진갑용을 삼진으로, 김창희를 내야 플라이로 잘 처리하면서 게임을 매조지했습니다. 임태훈의 강철심장이 고마웠지만, 지켜보는 저는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해야 했죠. 김경문감독의 경기는 언제 봐도 재밌다는 허구연해설자의 조크도 그닥 반갑지 않았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불안하지만 랜들도 잘해줬고, 홈런친 김동주도 훌륭했고, 김현수도 플레이오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종욱의 다이빙캐치를 넘지는 못하지 싶네요. 이종욱의 환상적인 수비가 여러번 나오면서 두산은 중반 이후 느슨해진 타선의 힘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승리를 건진 이종욱의 다이빙캐치에 MVP를 주고 싶네요. 그런데 KBO는 김현수에게 MVP를 줬다는군요. 저랑은 한번도 맞질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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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감독이 오니손 투수 원용묵을 KS 대비 엔트리 명단에 넣었습니다. 원용묵이 요미우리 1군과의 경기에서 호투를 한게 픽업 이유라 하네요. 이승엽을 삼구 삼진으로 잡았던게 컸네요. 하지만 원용묵에 대한 기억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늘 1군 보다는 2군에 있었고, 1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이 별로 없었거든요. 어쩌면 그렇기에 원용묵이 SK를 상대로 깜짝 활약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너무 설레발인가요? 아직 삼성을 한번 더 이겨야 하는데 말이죠. 원용묵 대신 내려간 선수는 이성렬이군요. 아쉽겠지만 와신상담하며 좀더 기량을 가다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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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과 모레는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다고 하는데요. 안왔으면 합니다. 아니 오더라도 경기를 취소하지 않았음 하구요. 하루빨리 플레이오프를 매듭지었으면 싶군요.


어제 꿈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요즘 포스트시즌이 되니 머리 속이 야구로 가득 차서 가끔 꿈에서도 상황별 작전을 짜곤 한답니다. 덕분에 자다가 웃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나빠하기도 하죠. 그러다 어제는 이런 꿈을 꿨습니다.

두산이 4:0으로 지고 있는데, 만루찬스에서 김현수가 등장합니다.
김현수는 싹쓸이 3루타를 쳐서 역전시키죠.
그리고 나머지 타자들도 삼성 마운드를 두들겨 대역전승을 거두는... 그런 꿈을...

믿어지시나요? 오늘 플레이오프와 거의 유사한 장면을 마치 데자뷰처럼 꿈속에서 본겁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0:4에서 5:4로 뒤집는 순간 온 몸에 돋는 그 소름은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겁니다. 갑자기 달인의 말씀이 불현듯 스치는군요. '데자뷰 본 적 있어요? 없으면 말을 마세요~' 흠... 하여간 나도 이런 희귀한 경험을 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희한하기도 했답니다.

서론은 이만 각설하고 경기평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느낀건 삼성은 역시 전통의 강팀이라는거죠. 초반이긴 했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더군다나 오늘처럼 큰 경기에서 베테랑이나 신인급이나 집중할 수 있다는건 아무 팀이나 할 수 있는건 아니거든요. 앞으로 두산이 1승했다고 방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1. 이대수의 도루실패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
솔직히 '2루심의 오심으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라고 쓰고 싶었습니다. 분명 오심이었거든요. TV 카메라에 잡힌 슬로우비디로는 분명 이대수의 발이 먼저 닿았습니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이고, 두산도 오심으로 득을 볼 수 있기에 굳이 오심으로 제목을 뽑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 도루 실패로 초반 분위기는 삼성으로 넘어갔죠. 저는 작년 한국시리즈 때 박경완의 도루저지로 두산의 발야구가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구요.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넘어간 분위기는 이어진 3회의 대량실점으로 연결되었죠. 아무리 이대수의 도루실패가 아쉬웠다고는 하지만, 선발투수가 에이스 김선우였다는걸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네요. 게다가 만루상황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채 이혜천에게 마운드를 넘겼습니다. 앞으로 한국시리즈까지 감안한다면 김선우의 부진은 우울한 시그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혜천은 최형우를 밀어내기 데드볼로 실점한 이후 그럭저럭 잘 막아서 4점으로 마무리했는데요. 그나마 기복이 심한 이혜천을 고려한다면 연타를 맞지 않은게 행운이라 할 수 있겠죠?

2. 천부적인 타격 DNA를 타고난 고영민
삼성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두산으로 돌린건 4회 고영민의 3루타였습니다. 2사 1루에서 낙차큰 슬라이더를 커트하듯 쳐낸 것이 우익선상을 가른거죠. 휘둘렀다기 보다 컨택만 했다고 보는게 정확한 표현일 정도로 욕심없이 밀었구요.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와은 또 다른 타격을 해야 한다는걸 몸소 보여준 셈이죠. 흡사 이치로의 컨택히트를 보여주는 듯 알흠다웠습니다.^^ 검객이 사과를 자르듯 춤추는 타법은 앞으로 고영민이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하기 어렵게 하네요. 흔히들 고영민을 두고 '세계 최초의 2익수'다, '이종욱을 능가하는 도루센스를 지녔다'고 하는데요. 이젠 '천부적인 타격 DNA를 보유했다'는 수식어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고영민의 안타가 오늘 경기에서 의미있는건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노볼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안타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거의 이닝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는데 거의 볼로 떨어지는 낙차 큰 변화구를 받아쳤죠. 예전에 LG와의 경기에서 옥스프링을 9회 내려버린 안타와 똑같았습니다. 덕분에 두산은 흐름을 탔고, 배영수는 1점을 더 내준 후 정현욱으로 강판되었습니다.

3. 김경문의 숨겨둔 비수, 롱릴리프 정재훈
이혜천이 위기상황을 어느 정도 수습하자 김경문감독은 이혜천을 내리고 정재훈을 투입하더군요. 정재훈이 누군가요? 아무리 작가라고도 놀림받지만 두산의 마무리입니다. 초강수를 둔거죠. 저는 정재훈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역시 김경문은 선수파악이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재훈은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더랬죠. 대신 선발에서는 괜챦은 기량을 보이기도 했구요. 결국 정재훈을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가 핵심포인트 중에 하나였는데, 김경문은 그를 롱릴리프로 선택한겁니다. 그리고 주자가 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올려 정재훈을 배려했구요.

김경문의 히든카드는 성공했습니다. 2.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버텼구요. 중반 이후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확실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또 마무리 이재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어 등판한 이재우도 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역시 수훈을 세웠습니다. 이로써 집단 마무리체제 첫 날 가동 이상무입니다. 뉴스에서는 돌려막기라고 하더군요. ^^

4. 이종욱의 발야구는 박진만도 춤추게 한다
두산팬들은 이종욱을 흙강아지라고 부르는데요. 늘 그라운드를 안방처럼 뒹굴고 허슬플레이를 펼쳐 팬들은 제발 안타 못쳐도 좋으니 살살하라고 부탁할 정도이기 때문이죠. 오늘도 어김없이 흙강아지의 진면목을 발휘했네요. 특히 7회말의 플레이는 왜 이종욱이 허슬심장인가를 잘 보여주네요.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 찬스를 만들구요. 김동주의 짧은 외야 플라이 때 허를 찌르는 언더베이스로 결승득점을 뽑아냅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한거죠. 그리고 그 틈을 타 오재원, 김현수도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하구요. 다른 팀이었다면 그저 만루는 그대로면서 아웃카운트만 늘어났을텐데 말이죠. 그 이후 삼성 수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단연 '이종욱 효과'입니다.


무너진 삼성 수비의 정점은 박진만이 찍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2루주자 김현수는 고영민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쇄도하는데요. 박진만이 공을 더듬는 사이 김현수는 냅다 홈으로 뛴거죠. 박진만은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구요. 아마 이번 시리즈에서 삼성이 가장 아쉬워할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이 박진만의 어이없는 실책이었기에, 그들의 영웅 박진만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을겁니다. 아울러 김현수도 이젠 발야구의 기본을 마스터한 듯 보이네요. 물론 모두 허슬심장 '이종욱 효과'입니다.

5. 그리고 명실상부한 스타로 탄생한 오재원
제가 누차 포스팅에서 얘기했듯이 오재원이 살아야 두산 타선의 짜임새가 완성됩니다. 오늘 오재원은 그의 첫 포스트시즌에서 제가 기대한 만큼의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네요. 많이 긴장했을텐데 동점 안타를 뽑아냈구요. 도루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견고한 수비는 물론이구요. 특히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짜릿한 환호동작은 그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죠. 스타는 중요한 순간에 안타도 쳐야 되지만, 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터프한 매력이 있어야 됩니다. 적어도 두산에서는 그래야만 하죠. 그런 면에서 오재원은 홍성흔의 대를 이을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오재원이 잘 해야 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바로 안경현인데요. 우리의 안쌤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진건 오재원이라는 예비스타의 존재 때문이죠. 안쌤을 존경하는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활약을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두산팬들을 위해서라도 오재원은 잘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김동주가 일본으로 진출하면 생길 내야의 공백도 오재원이 잘 메워줘야 하구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싸워줬구요. 이번 포스트시즌을 계기로 오재원은 두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뽀너스 #1. 그래서 뽑은 오늘의 MVP는 이종욱!
오늘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워줬습니다. 묵묵히 안방을 지켰던 채상병, 가을의 사나이답게 멋진 활약을 펼쳐준 이대수, 큰 경기에 강한 할매 전상렬, 안타는 없지만 존재감만으로도 든든한 김동주, 역시 안타는 없었지만 늘 화이팅이 넘치는 홍성흔, 부진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의 에이스인 김선우 등 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줬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종욱은 오늘의 MVP로 뽑히기에 손색이 없네요. 비록 실제로는 오재원이 뽑혔지만, 이종욱은 허슬플레이로 결승득점을 뽑았고,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삼성수비진을 농락했고, 4타수 3안타 1타점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기에 제 마음대로 이종욱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종욱의 야구하는 자세는 야구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치열함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의 성실함과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종욱은 제게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오늘을 살고 있는가?' 라고... 그래서 저의 두산 져지는 39번 이종욱입니다.

오늘 승리로 두산은 중요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이 좀더 가까워졌죠. 하지만 마음을 놓으면 안됩니다. 삼성은 결코 그냥 물러나는 나약한 팀이 아니며,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방심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오늘의 승리는 그저 8승 중 1승을 챙겼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鬪魂 V4!


한국이 일본을 준결승에서도 물리쳤습니다. 다들 1점차 승부일꺼라 했지만 6:2로 두 말할 필요없는 깨끗한 완승을 거뒀죠. 덕분에 일본의 호시노 감독은  입치로에 이어 혀시노로 불리게 되었구요. 김경문감독은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올림픽 결승진출을 해냈으니까요.  

우선 김경문감독의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던 박동희기자를 비롯한 일부 안티 두산 기자들, 그리고 죄없는 임태훈에게 욕지거리를 했던 일부 몰지각한 기아 팬들, 그리고 김경문 감독에게 트집잡기 욕하기에 골몰했던 일부 엘지팬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줘서 김감독님에게 감사하고 싶네요.

김경문감독이 안경현, 홍성흔과 충돌하면서 두산팬들조차 안티 달감독이 많아졌던게 사실이지만... 그리고 프랜차이즈를 홀대하는 듯한 모습에 나조차도 격분했던 것이 사살입니다. 하지만 김감독님의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수긍을 해왔었구요. 어쨌든 올림픽을 통해 그간의 팬으로서 입었던 마음고생을 다 보상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이번에 얻은 성과 중에 가장 큰건 대표팀의 세대교체입니다. 그동안 이종범, 구대성, 이승엽, 박재홍 등을 필두로 국제대회에서 버텨왔는데요. 이번에는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죠. 이제 확실히 세대교체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랑스러운 두산선수들이 있습니다.

우선 타자로는 김현수, 정근우, 이종욱, 이대호, 이용규, 고영민 등이 대표팀의 확실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김현수는 이승엽을 능가할꺼라는 국내외 야구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칭찬이 줄을 이었죠. 부드러운 폼에 안정된 폼, 탁월한 컨택능력에 파워까지 보강한다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근우는 얄밉지만 참 야구 성실히 하는 선수구요. 송구능력에서 좀 떨어지지만 분명 힘을 갖춘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종욱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리드오프구요. 발야구의 선봉입니다. 그리고 고영민은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한방 능력을 갖춘 뛰어난 2루수임을 부인할 수 없죠. 김경문감독의 말처럼 대한민국 2루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껍니다.

투수로는 김광현, 류현진, 권혁, 윤석민 등이 눈에 뜨이네요. 특히 김광현은 경험만 쌓는다면 류현진을 능가할 잠재력이 넘치는 재목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류현진이 우위지만요.


정리를 해보니 세대교체의 중심은 역시 두산, SK 선수들이네요. 역시 1, 2위를 다투는 팀은 우연이 아니라 선수의 실력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란걸 증명해줍니다. 그간 어떤 팀 팬들은 두산선수가 듣보잡이다, 운빨로 경기한다, 못생겼다, 심지어 자기들한테만 강하다 등 어이없는 헐뜯기를 했었는데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자기팀과 제대로 수준차이를 느꼈으리라 봅니다.

아울러 김경문감독에 대한 비난도 정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어도 김경문 감독에 대한 비난을 하려면 그간 역대 대표팀 감독의 성적과 비교를 한 후에 해야 이성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김재박감독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사회인야구팀에게도 졌고, 대만에게도 깨지지 않았나요? 이번 올림픽을 그가맡았다면 어땠을까요? 끔찍합니다. ㅡㅡ;;

어쨌든 두산의 꿈나무들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성장했으리라 봅니다. 앞으로도 허슬두의 팀컬러를 더욱 발전시켜서 명문구단의 이미지를 굳혔으면 하네요. 밥 안먹어도 배부른... 기분 좋은 밤입니다. ^^


스포츠가 국가간의 대결을 대리한다는 견지에서 본다면 이번 올림픽에서 한일전의 의미는 여느 때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교과서 파동도 그렇고 독도 관련 망언도 그렇고 현재로선 결코 화합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죠. 오늘 올림픽 야구 한일전은 그런 특수관계 속에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역시 관중석에도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플래카드가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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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인식 때문인지 대결도 역시 팽팽했습니다. 김광현에 이어 나온 윤석민이 홈런을 맞아 2:0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호는 바로 투런홈런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2:2 동점. 그리고 운명의 9회. 후덜덜덜....

김동주의 안타에 이어 이대호의 보내기 번트로 맞은 1사 2루의 찬스. 하지만 이진영은 범타로 물러났구요. 이어 진갑용이 볼넷을 골라 나간 순간 김경문감독은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웁니다. 김현수! 김현수가 누군가요? 두산의 상징 아닙니까? 호시노 감독이 가장 믿는 이와세를 상대로 김현수가 깨끗한 중전안타를 터뜨리네요. 푸하하하하하... 아유.. 눈물이 다나네요. 역시 김현수입니다. 아유 이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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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김현수의 도루가 이어지면서 2사 2, 3루. 여기서 이종욱은 이종욱 다운 기습번트를 성공시키면서 진갑용을 홈으로 불러들이죠. 점수는 순식간에 4:2!!! 푸하하하하하하... 역시 대한민국 리드오프는 이종욱입니다.
 
이종욱의 진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종욱이 타석에서 안타로 한점을 뽑았다면 주루 플레이로 한점을 더 뽑게 되죠. 이종욱의 도루를 잡으려던 아베 포수의 송구가 터무니 없이 중견수 방향으로 날라가면서 3루 김현수도 득점에 성공합니다. 덕분에 5:2로 달아나네요. 완전히 두산의 발야구가 일본의 혼을 빼놓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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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도 만만치 않더이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한기주의 난조를 틈타 1점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구요. 경기는 5:3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은 경기 내내 긴장감이 낮아지지 않았는데, 역시나 태극전사들은 승부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하하하^^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통쾌한 한일전 승리에 떠오르는 독도 광고가 있습니다. 예전에 김장훈씨가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광고를 냈었죠. 바로 선행가수 김장훈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는데요. 오늘의 한일전 승리는 감동이었지만, 그때의 광고는 기쁘기도 하면서 우리 자식을 우리 자식이라고 꼭 광고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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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이 다른 국가와의 경기처럼 평범하게 여겨지는 날이 어서 빨리 왔음 좋겠는데, 일본이 정신을 언제 차리느냐가 관건이 되겠지요. 일본이 군국주의 망령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스포츠에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재밌긴 하지만 과도한 긴장으로 피곤하기도 하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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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왼 무릎에 난 핏자국 보이시나요?
저 선수가 바로 허슬심장 이종욱입니다.
온 몸을 던져 야구하는 남자 이종욱입니다.

두산베어스 허슬심장 이종욱



오늘 2차전도 두산이 이겼습니다. 스코어는 9:5 였지만, 매회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었죠. 우모는 월요일 수업이 있어서 중간에 한시간 정도 보지 못했지만 여러모로 통쾌감보다는 찝찝함이 남더군요. 한화는 두산 다음으로 좋아라 하는 팀인데 오늘 이종욱선수에게 안영명투수가 빈볼을 던졌습니다. 뭐 누구는 빈볼성이라고 하겠지만, 네, 빈볼입니다. 이게 빈볼이 아니면 어떤게 빈볼인가요? 정말 화나더군요. 그렇게 해서 화풀이하면 뭐가 남는지 묻고 싶네요.

올해 5월에 봉중근이 안경현선수에게 패륜성 빈볼을 던져 그라운드가 격앙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두산은 더욱 단결해서 승승장구 했었더랬죠. 뭐 그걸 상기하고 싶지 않지만 이걸 오히려 선수단 단결의 분위기로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하여간 안영명 선수 유감입니다. 그리고 반성하세요!

하나 더 짚고 넘어가면 한화 백재호 선수 병살타 치면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나서 고의로 채상병 선수에게 던지다 시피 했죠. 덕분에 채상병 선수 부상당해서 김진수 선수와 교체 되었습니다. 지고 있다고 이런 식으로 화풀이하는건 참 아햏햏입니다. 어쨌든 이겼으니 이쯤에서 넘어갈께요. 백선수도 반성하세요!

오늘 경기는 이종욱 선수가 MVP입니다. 정말 이치로 급의 타자로 성장한 것 같은 활약이었죠. 똑딱이 타자에서 중장거리포도 날려주는 정말 수비위치 잡기 헷갈리는 선수입니다. 오늘 첫 타석에 나와 풀카운트에서 정민철의 공을 받아쳐 우측 폴대 상단을 맞치는 선제 솔로 날렸죠. 긴장된 순간에 선빵을 멋지게 날렸습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김현수선수도 마수걸이 홈런을 기록했다네요.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김현수 영건 4인방 중에서 유일하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가 김현수였는데 오늘 확실히 슬럼프 탈출했습니다. 이래저래 한화는 두산의 훌륭한 스파링 상대가 되었네요. 그냥 코리안시리즈 치르는 것보다 이렇게 예방주사 맞고 올라가는게 경기 감각 유지 측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SK 긴장하기 바랍니다.

영건 활약 못지 않게 고참의 안타도 이어졌죠. 김동주가 좀 안타를 못쳐 아쉽지만 견제가 심해서 그런거죠. 고의4구 2개 포함 볼넷이 두개나 있었습니다. 안경현 선수 6회에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 쳐서 도망가는 점수 발판을 마련했구요. 맏형 장원진 선수도 대타로 나와 1타점 우전안타 뽑아 냈습니다. 아래서 밀고 위에서 땡기고 이래저래 되는 집안, 두산이군요.

투수쪽은 조금 아쉽습니다. 점수도 많이 내줬지만 집중력이 흔들리는 모습 보이더라구요. 이승학 선수는 투아웃 잡아놓고 도루 허용하구요. 임태훈 선수 연속 2안타 맞고 1점 가볍게 헌납해줬구요. 껨오버, 정재훈 투수 마무리로서는 좀 안정감이 떨어집니다. 오늘도 한타자 풀카운트 접전끝에 2익수 플라이로 매조지 했지만요. 윽박지르는 투구가 없어 늘~ 불안하네요. 이번 시즌은 대안부재로 정재훈 마무리 체제지만 올 동계훈련 때는 임태훈으로 보직변경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네요.

김인식감독님! 리오스 선수에게 비겁한 놈이라고 하셨더라구요. 왜 그러셨나요?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신경전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근데 이런 식으로 신경전 벌이는건 국민감독 답지 않은 모습이에요. 성근옹마저 연상시키네요. 최선을 다하고 여유있게 칭찬해 줄 수 있는 여유가 김감독님의 트레이드 마크 아녔나요? 뭐 어제의 영봉패 충격으로 그렇게 넋두리하신 걸로 이해할께요.

오늘의 맛배기는 김장훈입니다. 두산 골수팬으로 알려진 김장훈씨. 오늘 애국가 열창하고 흥에 겨워 두산응원석에 뛰어 오르셨군요. 잘하셨습니다 짝짝짝~ 평소 익살스럽지만 바른 청년의 이미지였는데 역시나 두산팬이셨네요. 앞으로 더욱 사랑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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