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영화로 '아바타'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해리포터니 반지의 제왕이니 하는 판타지 영화를 안좋아하는지라, 큰 기대는 안했더랬죠. 다만, 하도 좋다는 말들이 많으니 일단 보기로 했습니다. 보고 재미없으면 속편이 나온다 해도 보지는 않을 생각이었네요. 참고로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도 1편만 보고 더 이상은 안보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 이상으로 괜챦네요.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만 노리는 판타지가 아니라, 메시지가 꽉 찬 영화라 맘에 듭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던건... 과거 제국주의의 약소국 침탈 역사가 눈에 그려지는 듯 싶더군요. 그걸 헐리웃이 만들었으니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조금 더 확장하면 용산참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무조건적인 개발과 원상태를 지키려는 원주민간의 처절한 싸움...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네요.

영화 자체는 상상력이 이렇게 아름답게 펼쳐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카메론 감독이구나 감탄하게 했네요. 흡사 동양적 철학이 담겨진 듯 싶었습니다. 제이크 설리가 오가는 현실과 꿈은 장자의 나비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꿈을 꾸면서 현실과 혼돈되게 펼쳐지는 꿈의 세계... 결국 영화에서는 꿈을 최종 목적지로 택했지만, 이 또한 영화적 상상력의 승리입니다. 광물 대신 자연을 지키려는 나비족의 사투 또한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적 사상이 녹아 있구요. 이런 메시지 덕분에 영화 보는 내내 거부감 없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집 근처에 있는 3D 극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워낙 매진이 빨리 되어서 2D로 봤네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3D로도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와이프는 혼자 따로 보겠다고 하더군요. 부럽... 부럽... 역시 학생은 그래서 좋습니다. 아바타 관객수가 벌써 70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고 하던데...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네요. 분명한건 지금까지의 어떤 기록도 이번에 깨질 가능성이 높다는거죠. 아바타의 메시지로 봤을 때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갈 수 있는 주제니까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자신이 펼치고 싶은 영화적 실험과 대중적인 성공을 동시에 구가하고 있는 감독은 거의 없을 겁니다. 기존의 영상문법과는 차별화된 스타일을 고집스레 끌고 나가면서도 그 안에 관객을 유인하죠. 대중과 영합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을 끌어모을 줄 안다고나 할까요? 그런 감독이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입니다. 전세계 감독들이 꿈꾸는 그런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요. <펄프픽션>, <데쓰 프루프>, <킬빌>에서 보듯 어딘지 70년대 촌스러운 분위기를 앞세웁니다. 하지만 이 맛에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기 힘들죠. 타란티노는 마치 몇달 푹 삭힌 하드코어 홍어같은 맛의 감독입니다.

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역시 딱 타란티노 감독 스타일의 영화네요. 지금까지의 영화에서 얘기했던 복수가 개인적인 것이었다면,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공적인 영역으로 격상시켰습니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악의 축 나치에 대한 여러 군상들의 복수가 테마구요. 복수극은 유태인 소녀 소샤나에서 시작해 소샤나에 의해 끝을 맺지만, 소샤나는 여러 인물들 중 한명에 불과합니다. 무자비한 특수 공작원 알도(브래드 피트 역)와 그의 부하 8명 모두 1/N 만큼의 무게를 갖구요. 그 총합의 끝이 관객의 감동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한명의 스타에 의지하지 않고 팽팽하게 긴장선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는 감독의 힘을 느끼게 하는데요. 타란티노 영화의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브래드 피트보다 오히려 한스 란다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왈츠가 돋보입니다. 유태인 사냥꾼의 냉혈한 이미지와, 불리한 상황에서 스파이를 자처하는 교활함, 그리고 독일인 특유의 예의바름을 똑부러지게 연기했네요. 처음엔 굉장히 젠틀하게 상대를 대하다 담배를 물면서 시작되는 그의 심문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과거 일제시대의 순사와는 또 다른 이미지더군요. 만약 한스같은 군인과 독대를 한다면 음... 오줌을 지리는 사람도 나오지 않을까요?

영화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았습니다. 원신연, 타란티노, 박찬욱 같은 색깔을 아끼는 스타일인지라... 다만 와이프는 무척 거북해 하더군요. 영화속에 나오는 잔인한 장면들... 살인, 머리가죽 벗기기, 몽둥이로 죽이기 등의 타란티노적인 폭력문법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극장 나오면서 한소리 들어야 했습니다. 이런걸 왜 보자고 했냐... 보기 전에 이런 장면이 있다는건 알려줘야 되는거 아니냐... 면서... 결국 다음부터는 혼자 보라고 하네요. 예전 올드보이 볼 때와 비슷한 반응...^^;;


임순례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한번 보고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평가도 좋았지만, 임순례감독과 오지혜, 박해일, 류승범이라는 매칭이 믿음을 줬거든요. 특히 오지혜는 의식있는 영화배우로서 화려하지 않지만 풋풋한 들꽃같은 연기를 그동안 보여줬죠. 이런 오지혜만의 매력이 개인적으로 맘에 들어서 늘 관심이 가던 배우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훌륭한 감독과 배우들의 조합이 기대에 부족함이 없네요. 수작입니다.  

하와이의 해변 이름에서 따온 와이키키는 한번쯤 가보고 싶은, 하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하는 꿈을 상징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밴드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은 꿈을 꾸지만, 실제 생활은 그저 가라오케에서 반주하고 캬바레에서 남의 노래나 부르는 신세죠. 와이키키를 꿈꾸지만 발을 딛고 서있는 곳은 대천 앞바다인 것과 비슷한... 그리고 와이키키는 밴드가 바라보는 세상과 세상이 바라보는 밴드의 시각차를 나타냅니다. 왠지 와이키키는 경치도 좋고, 예쁜 여자들도 많을 것 같아 지었지만, 그건 그들만의 생각이구요. 정작 사람들은 와이키키를 시골 캬바레에나 어울림직한... 칙칙한 느낌으로 받아들였죠.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이름을 듣고 여고생들이 보여준 첫반응은 킥킥...하는 웃음이었습니다. 
 


또한 영화 속의 등장인물은 모두 하나같이 결핍을 갖고 있더군요. 주인공 성우(이얼, 박해일역)는 애정, 정석(박원상 역)은 책임감, 강수(황정민 역)는 성실함, 인희(오지혜, 문혜원 역)는 정착 등에 대한 결핍을 앓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입니다. 어쩌면 사회에서 낙오된 그래서 조금은 구질구질하고 구차한 군상들이죠. 그런 밑바닥 인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굳이 아름답게 채색하지도,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려고도 않는 착한 연출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런 기법이 오히려 더 진한 여운을 남기는 법이죠. 그래서 이 영화가 잔잔하면서도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가 봅니다.

[시네토크] 임순례감독과 오지혜가 말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한가지 더 놀라운 점은 임순례감독이 여자면서도 남자들의 세계나 심리묘사를 잘 한다는 점입니다. 대개 페미니즘에 매몰되기 쉬운데 남자감독들보다 더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솜씨를 봐서는 예사 감독은 아니지 싶네요. 그리고 오지혜의 노래 솜씨도 정말 대단하더군요. 영화 내내 야채장사하는 촌스런 모습을 보여주다, 마지막에 내뿜는 요염한 자태와 가창력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괜히 배우가 아니구나 싶네요.


킬빌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라서 '데쓰 프루프(Death proof)'는 언젠가 꼭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주말 새벽에 봤는데요. 타란티노 감독의 색채가 물씬 풍겨나더군요. 역시 독특한 감독임에 틀림없습니다. 명장의 반열까지는 모르겠고, 여느 감독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맛이 매력적입니다. 왜 타란티노가 박찬욱감독을 좋아하는지도 알 것 같네요. 뭔가 묘하게 풍기는 둘만의 공통점이 눈에 뜨이네요.

'데쓰 프루프'는 2007년에 제작되었구요. '킬빌'은 2003년과 2004년에 만들어졌는데요. '킬빌'이 동양적 느낌의 복수극이라면, '데쓰 프루프'는 웨스턴 무비 스타일의 복수극이라 할 수 있죠. 두 영화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키워드가 복수라는 것 외에도 많습니다. 복수의 대상이 남자고, 주인공은 여자라는 점, 흑백의 장면이 사용된다는 점, 잔혹한 장면이 희화화된다는 점, 그리고 '킬빌'에서 휘파람으로 불렸던 노래가 '데쓰 프루프'에서는 핸드폰 컬러링으로 사용된다는 점... 등 '킬빌'의 후예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타란티노 감독이 말하는 바가 무얼까 생각했습니다. 미치광이의 말로는 이렇다는 것일까? 아니면 자동차는 함부로 몰면 안된다는 걸까? 딱히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감독의 의도가 헷갈렸거든요. 근데 곰곰 생각해 보면, 아마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섹스의 쾌감을 표현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영화 전반부에는 마초적인 냄새가 가득합니다. 사이코적인 커트 러셀에게 미모의 여자들이 달라붙고 유혹하기도 하거든요.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죠. 기괴한 차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순순히 올라타는 미녀, 그리고 무턱대고 들이대는 사이코에게 호감을 감추지 않는 또 하나의 미녀... 모두 남성본위의 섹스 판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차안에서 죽음에 이르는 미녀가 사이코에게 애원하는 장면, 그리고 그 모습에 쾌감을 느끼며 웃음을 짓는 사이코 모습은 마초의 궁극 절정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후반부에는 달라지죠. 처음에는 사이코에게 당하지만, 결국 보이시한 여자들의 복수로 사이코는 처절하게 응징을 당하거든요. 복수의 주인공들은 강간을 혐오하기에 늘 총을 휴대하고 다니는가 하면, 스턴트우먼의 길을 걷기도 하고, 터프한 운전실력을 갖추고 있는 등 범상치 않은 여자들입니다. 여성상위시대의 전사가 아닐까 하는... 결국 이들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철저하게 여자의 시각에서 진행되죠. 영화의 스토리부터 여자들의 수다로 이끌어지구요. 별다른 장면없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수다로 스토리의 앞뒤가 꿰맞춰집니다. 그리고 달리는 차 위의 본넷에 오른 조이 벨의 희열은 오르가슴을 상징하지 싶네요. 이런 오르가슴을 방해한 사이코는 여전사 4명의 무차별 구타로 뻗구요. 최후의 일격은 공포의 스템핑이었습니다. 사이코의 눈을 정확히 찍었죠. UFC에서도 보기 힘든... 그런 기술... 흠냘...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타란티노 감독은 엽기적인 상상력으로 재밌게 해줬구요. 영화 보는 내내 짜릿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짜릿함이 감독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나 싶네요. '킬빌'도 결국 그런 패턴이었구요. 영화 '데쓰 프로프'가 국내에서 개봉했었는지는 모르지만, 흥행까지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킬빌'에 비해 영화적 재미는 다소 떨어졌거든요. 어쩌면 타란티노 감독에게 늘 '킬빌'을 능가하는 강렬한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것, 그건 흥행의 약이자 독이니까요.

덧글...
예전 영화 '탱고와 캐쉬'에서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했던 커트 러셀... 많이 늙었더군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게 역시 세월인가 봅니다. 커트 러셀의 사이코 연기도 꽤 잘 어울리구요. 역시 대배우의 변신은 무죄라능... 흠... 그리고 예전에 단짝친구와 휘젖고 다닐 때, 그 친구는 탱고로 우모는 캐쉬로 불리기도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능...(퍽!) 흐...


기분이 안좋거나 뭔가 파괴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릴때 듣는 음악이 있습니다. 주로 헤비메탈이나 시끄러운 rock인데요. 이 노래도 감정을 순화시켜주는데 꽤 효과가 있습니다. 헤드윅 OST 삽입곡 중에 'The origin of love' 라는 곡입니다. 최근에 우모의 MP3플레이어 단골 음악이라는...


노래 가사도 좋지만, 나즈막한 목소리에서 절정에 이르는 선율도 괜챦구요. 파괴적인 드럼소리도 끌립니다. 영화 속에 헤드윅이 이 노래를 부를 때의 느낌을 상상하면서 들으면 가사는 더욱 리얼하게 느껴지구요. 가사는 좀 긴데요. 곱씹어들으면 마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사고의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계인 헤드윅이 보는 사랑과 성에 대한 관점, 그리고 분노가 잘 담겨져 있네요.

가사에 간혹 문법에 안맞는 부분이 보이는데요, 동베를린 이민자였던 헤드윅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When the earth was still flat
And clouds made of fire
And mountains stretched up to the sky
Sometimes higher
Folks roamed the earth like big rolling kegs
They had two sets of arms
They had two sets of legs
They had two faces peering out of one giant head
So they could watch all around them
As they talked while they read
And they never knew nothing of love
It was befor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Now there was three sexes then
One that looked like two men glued up back to back
They called the children of the sun
And similar in shape and girth was the children of the earth
They looked like two girls rolled up in one
And the children of the moon
Looked like a fork shoved on a spoon
They was part sun, part earth,
Part daughter, part son
The origin of love

Now the gods grew quite scared of our strength and defiance
And Thor said,
“I’m gonna kill them all with my hammer like I killed the giants”
But Zeus said,
"No, You better let me
Use my lightning like scissors
like I cut the legs off the whales dinosaurs into lizards.”
"And then he grabbed up some bolts
He let out a laugh
Said,
“I’ll split them right down the middle gonna cut them right up in half.”
And the storm clouds gathered above
Into great balls of fire

And then fire shot down from the sky in bolts
Like shining blades of a knife
And it ripped right through
the flesh of the children of the sun and the moon and the earth
And some Indian god
Sewed the wound up to a hole
Pulled around to our bellies
To remind us of the price we pay
And Osiris and the gods of the Nile
Gathered up a big storm
To blow a hurricane
To scatter us away
In a flood of wind and rain
A sea of tidal waves
To wash us all away
If we don't behave they'll cut us down again
And we'll be hopping around on one foot
And looking through one eye

Last time I saw you
We just split in two
You was looking at me I was looking at you
You had a way so familiar,
I could not recognize
Cause you had blood on your face I had blood in my eyes
But I could swear by your expression!
That the pain down in your soul
Was the same as the one down in my mine
That's the pain It cuts a straight line
Down through the heart
We called it love
We wrapped our arms around each other
Tried to shove ourselves back together
We was making love Making love
It was a cold dark evening Such a long time ago
When by the mighty hand of Jove,
It was a sad story
How we became Lonely two-legged creatures It’s the story of The origin of love
That’s the origin of love
Yeah,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화양연화(花樣年華)'는 특이하게 영화보다 먼저 OST가 귀에 익었던 영화입니다. 자동차 사기 전에 자동차 엔진소리에 빠진 격이라고 할 까요. OST의 애절함이 거꾸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던 케이스죠. 물론 소문으로 영화가 좋다는 얘기는 숱하게 들었지만요. 그런 화양연화를 개봉한지 8년이 지나서야 보게 되었네요. 역시 영화는 강추더군요. OST도 애잔하구요.

화양연화는 약간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불륜영화가 금지된 사랑을 하는 두 남녀가 주인공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런 배우자를 둔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그것도 자신의 아내와 상대방의 남편이 부적절한 관계이기에, 서로를 위로하면서 정이 들고, 사랑에 빠지는 그런 내용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배우자의 불륜을 증오하면서 자신들도 금지된 사랑에 빠지고 있다는데 대한 정신적 갈등이 역으로 그들을 옥죄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인데요. 가령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육체적 관계는 맺지 않는 방식으로 부도덕한 배우자들과는 다르다고 위안을 삼죠. 결국 그들은 남들의 시선 때문에 감칠 맛나는 하지만 진솔하지 못한 사랑을 합니다.


특히 이웃의 일에 지나치리만치 간섭하는 홍콩이라는 특수한 분위기는 더욱 그들의 사랑을 음지로 내몹니다. 남자 주인공인 차우(왕조위)가 싱가포르로 탈출하면서 윤리적 족쇄에서의 일탈을 이루지만, 여전히 그들은 윤리적 틀을 넘지는 못합니다. 역시 문제가 되는건 관습에 물든 그들의 생각이지 지리적 위치는 아니었던거죠. 수리쩐(장만옥)은 싱가포르까지 가면서도 만나지 않고 그냥 돌아서기도 하구요. 차우도 홍콩의 옛 거처지로 수리쩐을 찾으러 오기도 하죠. 하지만 끝내 두사람은 만나지 못합니다.  

차우가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지극히 도덕적인 방식입니다. 캄보디아의 사원에 자신이 숨겨온 진실을 털어놓는 건데요. 종교적이기까지 하네요. 수백년의 비밀을 간직해온 사원에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는 설정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고 대밭에 소리치는 행위로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났던 어떤 옛날 이야기를 연상시키네요. 마찬가지로 차우도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행하지 않았을까요?

영화는 시간적 순서를 다르게 배치함으로써 생소함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원인-결과가 아닌 결과-원인의 순으로 보여줘서 관객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는 기법을 쓰더군요. 왕가위 감독의 영상문법인 듯 보이는데 괜챻네요. 굳이 모든걸 정해진 순서대로 보여줄 필요는 없는거죠. 그러고보니 왕가위 감독은 영화 도입부에 결과를 미리 말해놨네요. 남자의 소심함에 여자는 떠났다 라고...

영화 '화양연화' 덕분에 주말 밤이 풍성해졌습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허점 투성이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비교적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으로 메운 영화입니다. 그냥 내용만 본다면 어떻게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싶은데, 직접 보면 한편 고개가 끄덕여지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죠. 이런게 영상의 힘이고 연출의 힘이겠죠? 

영화는 주인아(손예진)가 노덕훈(김주혁)과 한재경(주상욱)을 거느리고 사는 21세기판 '일처이부제(一妻二夫制)'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중심에는 손예진이 있지만, 실질적인 이야기는 김주혁이 끌고 나가죠. 이 세명 가운데 가장 상실감이 큰 사람도, 가장 많은 양보를 해야 하는 사람도, 가장 고뇌하는 사람도 김주혁이기 때문이죠. 그런 김주혁이 인정한 '일처이부제'이기에 관객들도 손예진을 공감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서 영화는 최대 피해자(?)인 김주혁의 나레이션에 의해 굴러갑니다.


영화 내내 김주혁은 다양한 감정의 질곡을 거치는데요. 아내의 별난 행각에 황당-분노-이별-애정구걸-수용-적응의 단계를 밟게 되죠. 종착지가 결국 적응이라는게... 남자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낯선 곳이지만요. 근데 김주혁은 정착 뿐만 아니라 주상욱과 라이벌 이상의 인간적인 교감까지 갖게 되거든요. 과거 '일부다처제'에서 부인들끼리 형님 아우하면서 오손도손(?) 살았던 것처럼...

이 영화는 '지금까지 믿어온 사랑과 가족의 정의가 정말 정답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의 카피처럼 '평생 한명만을 사랑할 수 있는가?' 의 질문에 단호하게 '네'라고 답변할 수 없는 한, 손예진에게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어 보이구요. 영화 속의 손예진처럼 예쁘면서 시댁에도 완벽한 여자에 인생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김주혁에게도 한심하다고 혀를 찰 필요는 없을껍니다. 다만 누구의 말대로 가족이란게 핏줄이 섞인 사람이 아닌, 같이 사는 사람들로 바뀌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일면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사회적 통념의 관용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게 현실이지 싶네요. 

하지만 주위를 둘러 보면요. 미국 오레곤주에서도 최초의 프랜스젠더 시장이 탄생했구요. 몰몬교에서는 일부다처제가 아직도 관습처럼 내려오고 있죠.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습니다. 어찌보면 지금의 관습은 선택한게 아니라, 단지 선택되어진 것일 뿐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뭔가 좀 정돈되지 않은 중구난방 관람평이긴 한데... 한마디로 하면 이렇습니다.
영화는 영화일뿐 괜히 흥분하지 말자...^^


그동안 와이프가 집에서 많이 틀어놓는 음악이 있었는데요. 하도 많이 틀어서 절로 흥얼거리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노래제목이 뭔지 가수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와이프가 뮤지컬을 보고 와서 사온 CD였기에, 그저 신나고 듣기 좋은 뮤지컬이겠거니 했었죠. 간만에 같이 영화를 볼겸 비디오를 빌려왔는데 그게 바로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헤드윅(Hedwig)이었습니다.

약간 중의적인 의미가 풍기는 헤드윅(Hedwig)은 동독의 한 소년의 이름인데요. 헤드윅이 미국이라는 신천지를 향해 나가기 위해 성전환수술을 하지만, 실패로 끝나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정쩡한 삶을 살게 되는 자신의 삶을 모놀로그 형식으로 풀어내는 영화입니다.


제가 헤드윅을 중의적인 의미라고 느꼈던건 머리에 쓰는 가발(head wig)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함의점이 되고 있어서입니다. 트렌스젠더가 여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써야 하는 가발, 하지만 자신의 신체는 아닌 인위적인 자아를 상징하는게 가발이거든요. 헤드윅은 항상 가발을 쓰고 무대위에 섰지만, 마지막 장면엔 가발이 없는 맨몸으로 세상을 나서면서 끝을 맺습니다. 결국 비로소 헤드윅이 헤드 윅(Head wig)을 벗어던지고 자아를 찾는걸 상징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영화는 약간 몽환적입니다. 아동 취향의 애니메이션이 섞이기도 하고 퇴폐적인 하드코어 영상이 흐르기도 합니다. 음악도 좋습니다. 잔잔한 독백형식의 음악도 흐르고요. 폭발적인 락이 어깨를 들썩이게도 합니다. 스토리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헤드윅(존 카메론 미첼)의 성 정체성을 찾는 형식을 취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도 꽤나 매력적이죠. 헤드윅을 이용하지만 나중에 깨닫는 토미(마이클 피트), 헤드윅에 매여 살지만 나중에 뮤지컬 렌트를 통해 자신의 길을 걷는 이츠학(미리엄 쇼어). 모두 끊임없이 자아와 투쟁하는 인간군상이네요.

영화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뮤지컬에서도 감동적일 것이라 보여지네요. 뮤지컬을 본 와이프도 그렇게 얘기하구요. 언제 한번 뮤지컬로 직접 봐야겠네요. 헤드윅.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 하나 올려봅니다.
Wig in a box라는 곡입니다.




Generated by Mp3Realm.org

On nights like this
when the world's a bit amiss
and the lights go down
across the trailer park
I get down
I feel had
I feel on the verge of going mad
and then it's time to punch the clock

I put on some make-up
and turn up the tape deck
and pull the wig down on my head
suddenly I'm Miss Midwest
Midnight Checkout Queen
until I head home
and put myself to bed

I look back on where I'm from
look at the woman I've become
and the strangest things
seem suddenly routine
I look up from my Vermouth on the rocks
a gift-wrapped wig still in the box
of towering velveteen.

I put on some make-up
and some LaVern Baker
and pull the wig down from the shelf
Suddenly I'm Miss Beehive 1963
Until I wake up
And turn back to myself

Some girls they have natural ease
they wear it any way they please
with their French flip curls
and perfumed magazines
Wear it up
Let it down
This is the best way that I've found
to be the best you've ever seen

I put on some make-up
and turn up the eight-track
I'm pulling the wig down from the shelf
Suddenly I'm Miss Farrah Fawcett
from TV
until I wake up
and turn back to myself

Shag, bi-level, bob
Dorothy Hammil do,
Sausage curls, chicken wings
It's all because of you
With your blow dried, feather back,
Toni home wave, too
flip, fro, frizz, flop,
It's all because of you
It's all because of you
It's all because of you

I put on some make-up
turn up the eight-track
I'm pulling the wig down from the shelf
Suddenly I'm this punk rock star
of stage and screen
and I ain't never
I'm never turning back

예전에 맘마미아를 뮤지컬로 봤을 때 아마조네스의 꿈이 20세기에 환생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남성 본위의 사회가 오히려 여자들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 아마조네스를 맘마미아를 통해 부활시켰다고 느낀거죠. 그래도 남자인 저로서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스토리의 이질감을 뛰어 넘을 정도로 너무나 신나고 유쾌한 작품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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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맘마미아도 역시 그런 뮤지컬의 감동에 전혀 손색없는 수준이더군요. 현장감은 물론 뮤지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영상미는 훨씬 뛰어나네요.(당연한건가?) 불현듯 그리스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볼 만합니다. 매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등의 완숙미 넘치는 연기는 당연하고, 수준급의 노래 솜씨까지 뽀~너스로 제공되죠. 춤솜씨는 또 어떤가요? 맘마미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춤도 노익장들은 잘 소화해 냅니다. 따로 편집해서 뮤직비디오로 보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요.


뮤지컬에서는 커튼콜 이후 춤과 노래가 몇곡 이어지면서 관객이 모두 일어나 춤을 추는데요. 영화에서도 그런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더군요. 영화 끝났다고 성급히 나가버리면 이 영화는 큰일나지 말입니다. 특히 매릴 스트립의 넘치는 끼를 감상하려면 느긋하게 엔딩 크레딧을 기다리는게 좋습니다.


남들은 다들 극장에서 보고 이미 DVD로 나와있는 '색계(色戒, Lust, Caution)'를 전 이제사 봤습니다. 스카이라이프에서 스카이초이스로 봤는데요. 무삭제판이라 그런지 좀 야하더군요. 극장판은 어느 부분을 얼마나 잘랐을지 모르지만 그냥 아는 친구끼리 봤다면 보기 좀 민망스럽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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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괜챦네요. 이안감독이 이 영화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촬영상을 휩쓸었으니 작품성은 이미 인정받은거구요. 내용도 그런대로 고개를 끄덕일만 하네요. 역시 이안감독이구나 싶습니다.

색, 계라는 독특한 제목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성격을 규정짓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색(色)과 계(戒)를 욕망과 죽음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 욕망과 죽음은 양날의 칼과 같은 의미입니다. 대의를 위해 욕망을 사용하는 왕치아즈(탕웨이 역)에게 색(色)을 경계하는 이(양조위 역)는 3년의 세월을 두고 결국 욕망을 넘어서고 말죠.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은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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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먼저 파멸의 길을 선택한건 탕웨이였습니다. 3년간의 노력끝에 양조위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욕망의 덫에 걸려 그를 살려주고 말죠. 그녀의 냉정하지 못한 색(色), 즉 욕망은 양조위에게는 오히려 계(戒)를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구요. 양조위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탕웨이를 죽일 것을 승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양조위 역시 탕웨이와 같이 욕망이 파멸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요.

이 영화는 중국이 처한 시대적 배경보다 탕웨이의 육체적 매력이 더 포커싱이 되었죠. 양조위와의 강렬한 베드신도 사실이냐 아니냐를 놓고 말들도 많았구요. 이안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친 중화주의적 시나리오를 탕웨이의 매력으로 적절히 채색한게 아닌가 싶네요. 저도 중화주의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아서 이 영화에서 탕웨이가 없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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