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직관 갈 계획이 없었다. 요 며칠 술자리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일찍 귀가하여 쉴까 했는데, 회사 선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버렸다. 그 놈의 두산팬심이란게 뭔지. 누가 가자고 하면 귀는 펄럭귀가 되고 마음은 이미 잠실을 향해 날아간다. 


잠실구장에 들어설 무렵 이미 1회초부터 실점한 상태였다. 차안에서 선배와 써니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나눴다. 내려간 팔의 각도, 떨어지는 직구 구속에,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멘털문제까지. 지금에서야 말하건대 오늘 선발이 써니여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장호연 같은 능글맞은 성격도 아니면서 140이 안되는 직구 구속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은 터. 써니는 너무 양반같은 성격이 흠이다. 그저 5회까지 엘쥐와 비슷하게만 꾸려나가주길 바랬다. 근데 바람은 바람일 뿐. 상대 타자들은 대놓고 휘두르고 있었다. 지켜보기 괴롭다. 중앙석에서 나와 구장 내에 있는 불량식품들로 대충 허기를 채웠다. 경기는 내내 9회말까지 답답한 상황을 연신 카피 앤 페이스트를 해댔다. 이거이거 5월의 악몽이 다시 반복되는건 아닌가 싶었다. 



얼마 전 포스팅 한 '4월의 허슬두'에서 언급했듯이 근자 몇년간 두산에게 5월은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봄 햇살이 잠실벌에 내리 쬐기 시작하면 곰들은 지치기 시작했고, 무너지기 시작했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그 추락의 발단은 어린이날 시리즈였다. 봄날의 곰에게 엘쥐란 뭔가 꺼림칙한 존재였다. 잠실더비는 객관적인 전력 차이와 상관없는 기싸움이니까. 마치 고교야구와 비슷하다. 한번 말리면 계속 말리게 되는.


결국 어린이날 시리즈 첫 경기는 놓쳤다. 게다가 내일 선발 예정되어 있던 니퍼트가 아파서 한번 거른단다. 대신 선발은 유희관이다. 확실하게 경기를 매조지 할 수 있는 에이스가 빠진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그나마 자기 공을 두려움 없이 던질 수 있는 유희관이라니 기대는 갖게 된다. 


사진은 홍성흔이 홈런치고 들어오는 장면이다. 중앙석에서 찍으면 뷰가 탁 트인다. 게다가 홍성흔의 홈런이라니 가슴까지 시원하다. 올해 홍성흔이 없었다면 두산의 클린업은 어땠을까 싶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기계는 2할 7푼대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고, 두목곰은 2군 안가는게 다행일 정도다. 홈경기 승률 50%도 안되는건 중심타선의 침묵 때문. 참고로 나의 올 시즌 직관승률은 제로다. 1무 3패. 언제쯤 승리의 직관을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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