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점에서 기아가 과거 해태왕조가 영광을 부활시킬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8월 성적으로 보면 정말 무서운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러다 말겠지...', '그래봐야 몇경기야...', '두산만 만나면 깨질꺼야...' 라고 무시하기도 했었죠. 근데 SK를 스윕하더니, 두산까지 스윕하면서 기아는 저멀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게 이런 심정일까요...? 하여간 이제 순위싸움에서 기아는 제쳐두고 나머지 팀들끼리 주판알 튕기는 신세가 되었네요.

지난 금요일 직접 기아전을 관람하고서 느낀건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특히 김상현의 홈런 두방은 거의 패닉상태로 몰고 갔죠. 찬스상황에서 거침없이 초구를 휘둘러 담장을 넘겨버린 그 장면은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어떻게 저런 선수가 LG에서 후보나 2군 신세를 면치 못했는지... 이런거 보면 참 인생은 알 수 없고, 야구도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기아의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는 농담같이만 들립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요. 8월에만 20승을 따냈구요, 20승 4패로 83.3%의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했다네요. 윤석민은 8월 5경기에 나와 전승, 마무리 유동훈은 0점대 방여율을 기록했구요. 김상현은 한술 더 뜨죠. 8월에만 0.409의 타율과 15홈런 38타점입니다. 이 정도면 왠만한 선수 한 시즌 기록과 맞먹는 수준을 한달 동안 거둬들인 셈이네요.

그렇다고 풀이 죽으면 두산팬, 두산선수라 할 수 없죠. 8월의 주인공이 기아였다면, 9월은 두산이 될 수 있도록 모두 집중해야 할 겁니다. 지난 1995년 9월에 역전의 드라마를 기록했던 전례도 있으니, 너무 상심말고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꺼구요. 맘 같아서는 고참중 한명이 삭발해서 분위기 일신했으면 하는데... 두목곰이 해주려나...?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도 기아에 3연패한건 자존심이 무지 상합니다. 잠실구장을 기아팬들에게 점령당한 것도 억울하고... 힘찬 응원 못보내줘서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패배의 순간을 잠실에서 같이 해주지 못한게 아쉽고... 하여간 우울한 8월은 뒤로 하고 9월엔 곰들의 셉템버 러쉬(September Rush)가 되었으면 하네요.

닥치고 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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