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꼽는 오레곤에서 가야할 곳 중 하나인 Crater lake. 화산 폭발 후 생긴 칼데라 호수라 볼게 참 많은데, 땅덩어리가 워낙 넓은 탓에 하루에 가긴 어려운 거리다. 그래서 1박 2일을 잡았고 가는 도중에 여러 호수와 화산폭발로 생긴 지형 등을 구경하기로 했다.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두 가족을 태운 차는  여기저기 섭렵했다. 들를 곳은 자형이 주로 정했고 우리는 따랐다. 아무래도 높은 산악지형을 드라이브하는 통에 귀가 띵하니 막히기도 했지만, 이국적인 풍광에 눈은 참 즐거웠다. 처음 들른 곳은 Odell lake. 한참을 달린 탓에 차에서 졸았는데 이 호수를 보자마자 잠은 확 달아났다. 이렇게 커다란 호수가 이렇게 울창한 숲속에 숨어있을 수 있는건지.. 호수는 웅장한 크기에 걸맞지 않게 작은 오두막 몇개의 숙박시설만을 제공하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낚시하는 두명만 눈에 띄었다. 참 이 나라사람들은 넓은 땅을 소심한 몇명이 독점하다시피 즐기니 그 스케일이 부러울 뿐이다.  중간에 놀이터도 있는걸로 봐선 가족단위 여행객도 배려한 모양인데 정작 이용하는 사람없다. 우리 아기곰만 신났을 뿐. 물맛을 봤다. 당연히 소금기 없는 신선한 맛이다. 예전에 시카고의 오대호에 갔을 때도 물맛을 일부러 봤는데 파도치는 호수가 신기할 뿐이다. 



차량은 계속 고도를 높였다. 이제 눈쌓인 곳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만 이제 7월인데 눈이라. 신기한 광경이 마냥 즐거웠다. 사실 중간에 만난 호수는 참 많았다. 호수 뿐 아니라 자연발화로 타다 남은 나무들도 이국적이었고 현무암으로 이룬 산도 평생에 다시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대체 어디서 서서 봐야 하는건가 싶었다. 그러다 들른 Devils lake. 뭐 이름과는 달리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호수를 향해 쓰러진 나무들도 호수 한켠에 쌓인 눈들도 주위의 정적과 함께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냥 둘러보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Odelle lake resort 같은 곳에서 며칠 묵으면서 쉬는 휴가도 보내보고 싶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에 익숙해져있어서 가능할런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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