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을 이겨 결국 한국의 결승상대는 일본으로 정해졌습니다. 농담처럼 얘기했던 한국과 일본이 최대 5번까지 만날 수 있다는게 현실이 되어버렸네요. 아무리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라는 제도가 원래 그렇다 하더라도, 한 팀과 경기하는 횟수가 다른 팀과 만나는 횟수와 비슷하다면, 이 제도가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건 거의 한국과 일본의 더비시리즈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거든요.

야구가 축구처럼 국가간 실력차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다고 봤을 때, 더블 일리미네이션 제도를 채택하는 한 내년에도 한일 더비시리즈가 될 확률이 농후합니다. 여전히 일본과 예선에서 두번 경기할 것이고, 본선에서도 그럴 확률이 상당히 높죠. 한국, 일본, 쿠바 3강을 본선에서 같은 조에 배치한데 대한 카스트로의 불만도 그래서 이해가 갑니다. 아무리 미국이 야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공정하지 못하게 운영하면 WBC의 권위는 떨어지고 회원은 이탈하겠죠. 과거 잉글랜드 중심의 축구 질서에 대항한 프랑스가 피파(FIFA)를 주도한 것처럼, 야구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주도의 대회가 탄생할 수도 있는겁니다.

이는 모두 오만한 MLB의 이기주의 때문인데요. 대회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공공연히 WBC를 MLB 입성하는 선수들을 위한 장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도 못마땅하구요. 국가대표를 평가할 때 MLB 선수가 몇명 있는가가 기준이 되는 것도 그닥 비호감이네요. 어차피 철저한 자본주의의 사회인 미국에서 MLB만큼 상업적 가치가 없는 WBC에 세심한 배려를 해달라고 하는게 우스운 일이기도 하지만요.

근데 이렇게 궁시렁 궁시렁 불만 많음에도 불구하고...
WBC를 애타게 기다리는 나는 대체 뭘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