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아와의 경기에서 10:9로 힘들게 이겼습니다. 스코어 만큼이나 참 재밌었구요. 긴장감도 팽팽했죠. 역시 명문팀끼리의 경기라 그런지 만원도 기록하고 분위기도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7:0의 리드를 결국 지키지 못하고 동점까지 갔다는 점... 두산팬으로서 만족할 수 없는 대목이네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용찬이 자신감을 찾았다는 겁니다. 그간 짱짱한 구위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었죠. 시즌 초반 안좋았던 기억을 반복한다는게, 또 그걸 극복하지 못한다는게 참 마음 아팠습니다. 근데 오늘 이용찬의 모습은 자신의 공을 믿고 칠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승부하더군요. 눈빛도 남달랐구요. 제구력도 좋았습니다. 덕분에 타자들은 맞추기에도 급급한 모습이었죠. 세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화끈하게 잡은 점... 감동이네요. 그야말로 너무나도 반가운 왕의 귀환입니다.

오늘 승리보다 더 기쁜게 바로 이런 이용찬의 모습을 봤다는거죠. 이용찬만 오늘처럼 중심을 잡아주면 포스트시즌을 3위로 올라가든 1위로 올라가든 큰 차이 없습니다. 대권 3수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것 같네요. 누차 포스팅으로 언급했지만 올 시즌 두산 우승의 두 열쇠는 마무리와 포수구요. 그 중 핵심이 바로 이용찬입니다.

가을의 꿈이 이용찬과 함께 영글어가네요.
생각만 해도 배부릅니다.


두산이 자랑하는 KILL 라인이 최근 부진에 빠졌죠. 우선 이재우는 컨디션 저하로 2군에 내려갔구요. 이용찬은 마인드 문제인지 뭔지 하여간 불안하기 짝이 없는 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고창성은 방어율은 좋지만 최근에는 많이 얻어맞고 있죠. 그나마 임태훈이 잘 버텨줬는데, 지금은 혹사로 인해 많이 지쳤네요. 한마디로 지.리.멸.렬. 상태입니다.

선발이 강한 팀이 좋으냐? 마무리가 강한 팀이 좋으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장기전에는 선발 강한 팀이 유리하고, 한국시리즈처럼 단기전에는 마무리가 강한 팀이 무섭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이닝이터 선발이 많으면 많을수록 로테이션이 원활하고, 중간 계투들의 체력을 덜 소비시키니까 리그전에서는 빛을 발하죠. 하지만 마무리는 초긴박한 순간에 한점을 지켜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에, 단기전같은 빅게임에서 절대 유리합니다. 현재 선발왕국인 기아가 1등을 달리는 것과 SK가 정대현이라는 특급 마무리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전혀 무관한 얘기가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구분을 한다는거지 반드시 그런건 아니구요. 선발이냐 마무리냐 라는 질문 자체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반증입니다.


두산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는 여러가지가 있죠. Hustle DOO, 허슬플레이, 발야구, 우동수 트리오, 뚝심의 야구, 창조적 야구, 그리고 KILL 라인까지... 이 모든게 살아야 두산이 올해 우승할텐데요. 그중에서도 KILL 라인의 부활은 절대적입니다. 두산은 진필중, 김경원을 제외하곤 전통적으로 시원한 마무리를 가져본 적이 없죠. 덕분에 매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요. 이용찬이 그 전통을 깨주길 바랬습니다. 아직 희망이 깨진건 아니지만, 한국시리즈 9회 마지막 순간에 과감하게 그를 마운드에 올리기에는 주저스러운 것도 사실이네요. 뒷문의 화룡점정인 마무리가 확실해야 나머지 그림이 그려지는데 참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하여간 우리 중간 계투진들... 남은 기간 체력관리 잘하면서 동시에 순위도 올려줘야 하는데요. SK, 기아 등 강팀과 맞붙는 이번주 투혼을 발휘해주길 기원합니다. 위에 KILL 라인의 삼진 퍼레이드 보면서 부활의 소망을 걸어보죠. 생각 같아서는 삼계탕이라도 돌리고 싶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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