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두산에게 FA란 Fly away입니다. 어차피 남이 먹는 떡과 동일한 의미이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죠, 두산팬들은... 오히려 올해는 내줄 선수가 없다는데 위안을 삼을 뿐입니다. 적어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눈물 흘릴 일은 없다는게 행복하네요. 그저 나중에 기계나 고젯, 애교, 용찬이가 FA 될 때 잡아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제발...

하지만 못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심정으로 포스팅한다면, 한화의 이범호가 눈에 쏙 들어오네요. 제일 비싼 FA야 당연히 김태균이지만, 두산과는 궁합이 안맞을 수 있습니다. 두산의 1루는 향후 김동주나 김현수가 가야 할 포지션이거든요. 때문에 3루 수비가 가능한 이범호는 김태균보다 더 두산에 적합하다고 봐야죠. 물론 이원석이 있긴 합니다만, 두산에서 두목곰 빼고 모든 포지션은 무한경쟁입니다.

만약 이범호가 두산에 온다면 김현수, 김동주, 이범호로 이어지는 클린업도 가능하구요. 이범호를 6번에 배치해서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을 후방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훨씬 파워가 느껴지는 타선이지 않나요? 하지만 역시 바램으로 끝나지 싶네요. 삼성같은 구단은 돈지갑을 만지작 거리는데, 두산은 먼 달만 쳐다보고 있으니...


두산베어스 팬들에게 FA란 Fade Away 혹은 Fly Away라는 말이 있습니다. FA를 통한 전력보강은 그저 남의 집 일인지라, 이번엔 누가 나갈까 싶어 스토브리그는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죠. 그래도 신은 공평하셔서 두산에게 화수분의 전통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나마도 없었다면 두산의 올해는 정말 암흑이었을겁니다.

그간 두산의 FA 선수들을 뽑아보니 아래와 같네요. 인터넷에서 뒤진거라 틀릴 수도 있으니 만약 사실과 다른게 잇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두산 -> 두산
2000 조계현 2.8억/1년
2002 안경현 15억/4년
2003 장원진 5.5억/2년
2005 전상렬 4억/2년
2006 홍원기 0.8억/1년
         김창희 1억/1년
2008 김동주 9억/1년

두산 -> 타팀
2004 정수근 롯데 40.6억/6년
2007 박명환 LG 40억/4년
2009 홍성흔 롯데 2,79억/1년
         이혜천 야쿠르트 400만달러/2년

타팀 -> 두산
全無

위의 내용을 얼핏보면 두산이 FA 선수를 많이 잡은 것 같지만. 타팀의 FA 선수 영입한 케이스는 한명도 없었구요. 내부 FA 잡은 선수도 김동주와 안경현, 장원진을 제외하면 솔직히 대어급은 아니었습니다. FA라고 하기에도 머쓱한 금액도 있었구요. 반면 프랜차이즈 선수들의 이탈은 심했습니다. FA로만 봐도 정수근, 박명환, 홍성흔, 이혜천이 떠났구요. FA는 아니었지만 최일언, 김형석, 이명수, 김경원, 김상진, 심정수, 진필중, 안경현 등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거나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죠. 

이런 아픔의 역사가 있었기에 두산팬들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애착은 유독 강했습니다. 박철순 이후 프랜차이즈 스타로 은퇴식을 하고 영구결번하는 선수가 탄생하길 손꼽아 기다렸죠. 그 가능성에 근접했던 안쌤, 홍포의 이탈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위야 어찌됐든 팬들의 실망감은 김경문감독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구요. 저도 안쌤, 홍포를 내보낸 달감독이 왠지 미웠습니다. 사실 홍포는 달감독이 내친게 아니었음에도...


하지만 2009 시즌이 중반에 치닫고 있는 지금 두산은 1위를 하고 있고, 세대교체를 가장 성공적으로 한 팀이 되었습니다. 이용찬, 홍상삼, 임태훈 등의 주축 투수들은 19~21살 정도이고, 정수빈, 김현수, 민병헌, 고영민 등의 야수들도 20대 초반에 불과하죠. 다른 팀에 가면 중간급 정도 밖에 안되는 손시헌이 고참행세를 하고 있으니, 타팀의 부러움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만큼 두산의 미래는 탄탄합니다. 덕분에 지금 두산팬들은 홍성흔, 안경현, 이혜천을 그리워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애정을 쏟게 되네요. 이원석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요. 홍포의 보상선수로 와서 트레이드 대상으로 전락하더니 지금은 두산의 없어서는 안될 유틸리티 선수가 되었죠. 우윳빛깔 이원석이라는 쌔끈한 별명도 얻었구요. 홍성흔의 롯데행이 없었다면 이원석은 두산과 인연을 맺지 못했을겁니다.

이런걸 아이러니하다고 해야 되나요? 아니면 새옹지마라고 해야 되나요? 김경문의 경쟁체제가 프랜차이즈의 퇴출로 이어졌지만, 또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가져왔으니... 물론 모든게 결과가 좋으니 이렇게 얘기하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하일성 아저씨가 야구는 모른다고 했지 싶습니다. 어쨌든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공은 당연히 달감독입니다. 김현수, 정수빈, 홍상삼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죠? 이들은 시즌 전 달감독이 주목해야 할 선수로 언급했던 히든카드였죠. 그리고 보기좋게 성공했구요. 달감독이 선수를 볼 줄 아는 좋은 안목을 지녔다는데 이젠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한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홍성흔에게 포수마스크를 벗기려했던 것도 수긍이 가구요.

프랜차이즈의 이적이 아쉽긴 하면서도 쑥쑥 커가는 아기곰들을 보는 맛에 익숙해져간다는건... 떫은 차맛속에 담백한 단맛을 맛본 듯한 느낌입니다.

흠... 그러고보니 김경문도 두산의 자랑스러운 프랜차이즈였네요.


사랑했던 세 놈이 둥지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저마다 사연 한보따리씩 들고 갔는데요.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있을 때 잘해줄껄 하는 마음이 샘솟긴 하는데요. 에혀.. 근데 제일 불쌍한게 누군지 아세요? 바로 남아있는 놈입니다. 남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말 그대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랄까...


1. 날아간 놈 이혜천...
일단 이혜천은 야쿠르트의 선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길 바랍니다. 두산에서 붙박이 선발한 별로 없었는데 일본에서는 선발에서 일단 밀리지 않았음 해요. 더 나아가 10승 이상을 거뒀으면 하구요. 임창용의 성공스토리를 넘어서면 금상첨화구요. 대표 차출되었던 적도 없어서리 일본에서 눈에 익은 선수는 별로 없다는게 장점이겠네요. 그래도 현미경 일본야구를 극복해서 야쿠르트의 수호신이 되길...

그리고 4~5년 후 두산으로 컴백해서 멋지게 선수생활하고 은퇴해주는 센스... 발휘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너무 비싼 몸값이라면 힘들겠지만 그래도 옛정이 있으니... 그쵸..?

2. 떠나간 놈 홍성흔...
OB에 박철순, 두산엔 홍성흔이라고 했는데, 아직 그 맘 변치 않았습니다. 홍성흔이 롯데 유니폼을 입은들 심장을 관통하는 곰의 피까지 부정할 수가 있을까요? 곰이 날씨 따뜻한 부산에서 갈매기랑 논다고 생각하렵니다. 비록 홍성흔 따라 롯데로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은 늘 롯데를 주시할꺼구요. 정말 잘되길 기원합니다. 롯데팬들도 우리 성흔이 격하게 아껴주시기 바래요.ㅜ.ㅜ

그리고 홍반장 나중에 은퇴는 두산에서 하는 것 절대 잊지 않았음 합니다. 아무리 두산구단이 섭섭하게 한들 10년간 정들었던 팬들을 잊을 수야 있을까요?

3. 쫓겨난 놈 안경현...
안쌤은 솔직히 1년만 더 선수생활하고 이후 코치로 남아줬음 했습니다. 그건 안쌤의 실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안쌤을 잃기 싫어서였죠. 하지만 안쌤의 선수생활 연장의지가 워낙 강했고, 그 역시 프랜차이즈 이전에 야구인으로서의 꿈도 있기에 존중해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K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과거로 부활했다는 소리는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경문감독의 단견이 입증될 정도로...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 듯이 안쌤은 로저 클레멘스의 컴백처럼 드라마틱하게 이뤄졌으면 합니다. 잠실에서 마이크를 들고 나타나 다시 팬들 앞에 서겠다는 외침... 이거 하나면 그간의 마음고생이 다 날아갈텐데 말이죠...

 

이혜천, 홍성흔에 이어 안경현도 다른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것도 앙숙인 SK와 계약했다고 하니... 내년엔 안쌤의 복수가 이어질텐데... 이걸 어떻게 바라보나...
에혀... 참 착잡하네요.

이로써 황금세대라 할 만한 두산의 OB세대는 김동주만 남았군요. 사실 김동주도 어찌 될런지는 모르죠. 쩝... 홍성흔의 롯데행에 하도 분해했더니 이제 안쌤의 SK행은 충격도 아닙니다. 어차피 올게 왔다고 밖에 생각이 안되네요. 난로시즌에 두산팬하기 정말 힘들군요. 홍성흔의 경우 무성의한 두산구단에 화가 났었는데, 안쌤의 경우는 구단보다 김경문감독에게 섭섭한 감정이 드는게 사실이구요. 무슨 이유였는지 감독은 안쌤을 쓰지 않았고, 공공연히 퇴출만 언론에 흘렸거든요. 안쌤과의 사적 감정에 대한 언급은 하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덕분에 안쌤은 무수한 소문에 시달렸죠. 사실 여부를 떠나 프랜차이즈에 대한 적절한 대우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이에 비해 구단은 은퇴시 코치연수까지 제안했으니 안쌤에게 무지막지하게 박대했다고는 보지 않구요.

어쨌든 결과는 홍성흔은 롯데로, 안경현은 SK로, 이혜천은 야쿠르트로 날아갔습니다. 두산에 이 세선수만 있는건 아니지만, 특히나 좋아했던 선수들이었고, 프랜차이즈에 대한 구단의 홀대가 남아있는 두산 꿈나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에... 구단에 대한 실망이 없을 수 없네요. 그리고 구단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를 깍는 반성을 해야 합니다.

고객만족은 커녕 고객의 눈에 피눈물을 맺히게 하는 기업이 무슨 존재가치가 있을까요?
참고로 프로야구 원년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이었습니다.


두산베어스 선수들 중에서 이쁘지 않은 선수 한명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홍포는 남달랐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자친구라고나 할까요. 홍성흔이 안타를 치건 못치건 그라운드에 서있는, 그리고 덕아웃에 앉아만 있어도 마냥 흐믓함을 안겨주던... 그런 존재였죠. 홍성흔이 타석에 들어서면 심장이 벌렁거렸고 포효하면 전율감에 온 신경이 들고 일어나 환호했습니다.

언제였나요... 2005년인가였던것 같은데요.
LG와의 어린이날 3연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을 때 홍반장이 격하게 세리머니 하던 장면... 아마 두산팬이라면 다들 기억을 하실텐데요. 전 현장에서 짜릿함에 온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통쾌하게 이긴 것도 감격스러웠지만, 멋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홍성흔이라는게 너무 고마웠죠. 자기보다 팬과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야구하는 홍성흔이었기에 감동은 곱절이었습니다.

올해 홍포가 포수 마스크를 벗은 후 화리양의 시구를 받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죠. 딸에게 아버지는 꽤 괜챦은 포수였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인터뷰를 보며, 꽤 괜챦은 포수일 뿐만 아니라 꽤 훌륭한 야구선수였다고 알게 될꺼라 생각했습니다. 자신때문에 팬들에게 비난받던 채상병에게 두산안방은 너의 자리라고 격려하던 모습, 수비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료들을 제일 앞에서 맞이해주던 모습, 채상병의 홈런을 누구보다 더 큰 웃음으로 맞아주던 모습... 훌륭한 야구선수 홍성흔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죠.


그런 그가 두산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롯데팬들은 홍성흔 응원가를 벌써 만들어 환호하고 있네요. 듣고 있노라니 눈물이 절로 납니다. 사무실에서 쪽팔리게 휴지를 찾게 될 줄은... 마치 누군가가 사랑하는 나의 여자친구를 채가면서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무기력하게 바라보면서 질투심에 분노감에 어쩔줄 모르고 있네요. 난 이렇게 심장을 도려낸 듯한 아픔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정작 두산구단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양준혁도 기아, LG를 거쳐 친정 삼성에 복귀했다고 스스로를 애써 위로해보지만 상실감은 전혀 꿈쩍하지 않네요. 홍포가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희망보다 지금 내 곁에 없다는 현실이 몸서리쳐질 뿐... 그리고 홍포가 롯데가서도 잘해주길 바랄 뿐...

홍반장이 싸이에 이렇게 남겼네요. 읽으면서도 울컥해지는군요. 

두산베어스 모든분들 감사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팬 사랑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팬 여러분들의 눈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덧글...
곰들의 대화에서는 구단에 항의하는 팬광고를 내겠다는 움직임이 있더군요. 누군가 모금운동을 한다면 기꺼이 동참할까 합니다. 팬광고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한 두산팬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이런거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참 서럽습니다. 많이...


두산의 홍성흔이 롯데로 간다는 뉴스가 떳습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확실한 것 같네요. 게다가 롯데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올랐다고 롯데팬 후배가 그러더군요.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니.... 참 착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착잡? 그 정도 단어로는 감정표현을 다 할 수 없군요. 정말 슬픕니다. ㅜ.ㅜ

그런 속도 모르고 롯데팬 후배는 옆에서 '보상선수로 내야수가 낫겠슴까? 아님 외야수가 낫겠슴까?' 하네요. 지금 보상선수가 눈에 들어오나요? 그깟 보상선수 트럭으로 줘도 필요없습니다. 홍반장만 있음, 지터도 부럽지 않은데 말이죠. 불난 집에 부채질하던 후배는 저한테 헤드락 한번 당했구요. 여튼 한숨만 나옵니다.

홍성흔을 뺏기고도 두산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내 처지가 속상할 뿐이네요.

이제 야구를 봐도 야구가 아니고, 야구장을 가도 야구장이 아닙니다.
들이켜보니 올해는 정말 되는게 없군요. 젠장...


누가 제일 좋아하는 야구선수가 누구냐고 물어오면 늘 대답하는게 우모는 홍성흔입니다. 베어스만큼 홍성흔을 격하게 사랑하기에 홍성흔이 없는 베어스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홍성흔을 아끼는건 실력 이상으로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홍성흔은 성실하면서도 이타적인 자세로 두산팬들뿐만 아니라 타팀팬들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선수죠. 그리고 언제나 주위 사람들의 엔돌핀을 돌게 하는 희망 바이러스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그가 두산을 떠난다는건 두산에게 정말 큰 타격이 될겁니다. 당장 두산팬들의 분노가 분열로 이어질 것이고, 두산팬들을 내년 야구장에서 보기 어렵게 되겠죠.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홍반장을 어쩧게 보겠습니까? 차라리 안보고 말지요. OB에 박철순이 있다면 두산엔 홍성흔이 있다는게 우리 팬들의 생각이거든요.

TO 두산구단...
홍성흔을 잡아야 하는 이유 중에 첫번째는 홍성흔의 가치입니다. 전에도 포스팅에서 얘기했지만 프랜차이즈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이 소중하거든요. 왜냐하면 그건 팬들의 추억이기 때문입니다. 팬들의 머리속에서 홍성흔에 대한 기억을 이식수술하는 것처럼 어리석고 무모한 짓을 두산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홍성흔은 존재만으로도 두산의 팀컬러를 세워주는 선수입니다.

또 하나는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홍성흔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뉴욕양키스, 레알마드리드 등의 클럽명문들은 선수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법이죠. 지금 1~2억을 아끼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헐값에 주저앉힐 생각만 한다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처럼 머니게임만 하는 구단에 머물 뿐입니다. 두산이 명문구단이란걸 증명하기 위해선 팀을 대표할 수 있는 간판, 그리고 그 간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구단을 보고 후배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야구할 수 있는 충성심을 심어줘야 합니다. 기업을 하려면 일류기업이 되어야 하고, 야구단 운영하려면 명문구단이어야죠. 안그런가요..? 두산그룹..?

마지막으로 구단에 당부하고 싶은건 홍성흔을 보고 두산매니아가 된 수십만의 어린 팬들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박철순을 보고 두산팬이 된 우모가 평생 두산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것처럼, 야구를 보기 시작하면서 두산을 응원한 팬들에게 상처를 주면 돌이킬 수 없는 무형자산의 소실이 됩니다. 애초 프로야구의 기치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이라는거 아니었나요? 초심으로 돌아가 1~2억에 어린 팬들의 가슴에 응어리를 남기지 않기 부탁드립니다.

TO 홍성흔...
솔직히 홍성흔은 학교후배라서 내 새끼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재원도 그런 케이스긴 합니다만... 어쨌든 홍성흔은 학연으로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선 두산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런 홍성흔이 좋은 대우를 받고 영원한 두산의 프랜차이즈가 되어주길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는 아마가 아니기에 돈이 중요하다는 것, 잘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딱히 할 말은 없어요. 가장의 의미를 알기에... 그래서 우즈, 리오스, 이혜천의 일본행, 그리고 김동주의 일본행 추진을 보며 아쉽지만 이해는 하는 입장이죠.

하지만 돈만큼 중요한 가치도 있다는 것 알아주었으면 해요. OB의 박철순, 해태의 선동렬, 삼성의 이만수, 롯데의 박정태, 한화의 장종훈, LG의 김용수처럼 어느 팀의 상징이 되어 평생 기억에 자리잡는다는 것, 그 역시 행복하고 가치있는 일 아닐까요?

특히 LG에서 영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데, LG가 원하는건 홍성흔을 데려와서 전력을 강화한다기 보다 두산에 댓한 열등감을 홍성흔으로 뒤엎어보겠다는 수준의 전략이란거... 아마 본인이 더 잘 알겁니다. 한화라면 모르지만 LG는 가봐야 LG 적자들의 뒤치닥거리하는 용병일 수 밖에 없다는거 지켜보는 팬 입장에서 상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이제 곧 겨울이네요. 두산구단과 홍성흔선수 뜨거운 가슴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되 두산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정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내년에도 잠실벌에서 홍성흔 응원가를 부르길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두산에 홍성~흔! 워워워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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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관련 포스팅을 한 10일간 안썼습니다. 지난 한국시리즈 패배의 충격이 가시려면 야구와 격리된 최소한의 감정정화 기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가급적 관심도 끊었습니다만, 홍성흔 관련 소식에 자판앞에 앉지 않을 수 없게 하네요. 그리고 우모가 어떻게 야구없이 살 수 있나요? 자고로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사는 법입니다.

두산이 올해도 FA 때문에 팬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군요. 올해 FA는 김동주, 홍성흔, 이혜천인데요. 김동주은 팬들이 보내주기는 싫지만 보내줄 만한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구요. 이혜천도 한번쯤 본인을 위해 일본 프로야구 경험을 갖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꺼라는 생각에 이별할 자세가 어느 정도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홍성흔은 절대 안됩니다. 홍성흔을 파는건 두산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홍성흔의 가치는 여러 사람들이 수치를 들어 얘기합니다. 혹자는 올시즌 타율을 들어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구요. 혹자는 수비 포메이션의 한계를 들어 FA 가치가 떨어진다고도 합니다. 뭐 다 맞는 말입니다. 현재 스코어로만 보면 홍성흔은 타자로서는 매력있지만, 야수로서는 그닥 매력이 없는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홍성흔을 타자와 야수로만 평가한다면 그 사람은 야구를 숫자로만 보는 사람입니다. 100m 높이의 빙하를 눈에 보이는 크기로만 짐작하면 안되죠. 수면하에는 1,000m의 거대한 빙산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베어스의 홍성흔을 양키스의 데릭 지터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데릭 지터가 양키스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면, 홍성흔도 당연히 두산 유니폼 외에는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두산에 어울리고, 두산스러운, 그리고 두산에서 가장 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홍성흔이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잠깐 지터에 대해 언급하면, 지터는 한 때 A-Rod, 가르시아 파라와 함께 메이저리그 3대 유격수라고 꼽혔던 뉴욕양키스의 간판선수죠. 공격도 좋아서 늘 3할 언저리를 유지하구요. 작전 수행능력도 훌륭해서 양키스에서 붙박이 2번을 맡고 있습니다. 찬스에도 강한 면이 있구요. 또 지터에게 허슬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죠. 여러모로 훌륭한 선수입니다. 외무도 수려해서 마돈나 등 여러 배우들과 염문설을 뿌리기도 했구요. 하지만 데릭 지터를 수식하는 최고의 핵심어는 바로 리더십입니다. 그의 리더십은 양키스의 전통을 잇는 상징이 되었고, 그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뭉치는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A-Rod도 양키스에 입단했을 때는 지터에게 유격수를 내놔야만 했고, 말년에 지터에게 미움을 사 팀을 옮겼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지터의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물론 이런 지터의 리더십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에서 비롯되구요.


홍성흔 역시 기록으로 보면 데릭 지터만큼은 아니어도, 한국 프로야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선수임에 틀림 없습니다. 0.331이라는 올시즌 타율도 그렇지만, 포수로서 기록한 0.291이라는 통산 타율도 대단하죠. 통산 홈런도 107개를 기록중입니다. 포수로서도 홍성흔은 두드러진 실력을 보유한 선수였구요. 포수왕국이라는 두산의 안방마님 자리를 대번에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진갑용, 최기문을 트레이드 시킬 정도였으니 신인 때의 홍성흔의 기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덕분에 시드니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주전포수를 차지하곤 했구요.

하지만 이런 외적인 홍성흔의 가치보다 더욱 빛나는 것이 바로 홍성흔의 허슬플레이와 리더십입니다. 지터와 동일합니다. 단언컨대 현재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홍성흔이 이 분야 최고라고 평가하는데요. 실력은 뛰어나지만 이기적인 선수들, 구체적으로 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팀에 마이너스입니다. 그런 선수들 두산에 온다면 쌍수를 들고 말리겠습니다. 한 트럭으로 줘도 필요 없습니다. 농구는 마이클 조던만 있으면 우승할 수 있지만, 야구는 엘렉스 로드리게스만으로는 우승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홍성흔의 이타적 심성은 두산의 큰 자산이 아닐 수 없죠. 돈으로 따질 성질이 아닙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프랜차이즈로서의 홍성흔의 가치입니다. 홍성흔은 타팀 팬들에게 미워할 수는 있어도 싫어할 수는 없는 존재입니다. 타팀 팬들도 그의 허슬플레이를 보면 속이 뒤집어지지만, 덕아웃에서 동료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면 마냥 부러워하거든요. 그게 바로 홍성흔입니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로 인해 다른 선수들까지 활력이 전이되는, 바이러스 숙주같은 역할을 하는게 홍성흔이구요.

개인적으로는 10년 후 홍성흔이 박철순과 함께 두산의 레젼드로 남아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21번 영구결번에 이어 22번 영구결번도 해야 하구요. 코치, 감독도 오래 해서 허슬플레이와 팀 케미스트리가 두산베어스와 동의어가 되도록 버팀목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허슬플레이를 하지 않는 선수는 두산에서 주전이 될 수 없고, 이기적인 선수는 아예 두산 유니폼을 입지 못하는 전통도 세웠으면 하네요. 뭐 이미 허슬플레이는 두산의 대명사가 되었지만요.

다행히 두산단장도 홍성흔 없는 두산을 상상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니 한숨은 놓입니다만, 홍성흔을 놓치는 경우는 털끝 만큼의 가능성도 두어서는 안됩니다. 다른 팀 FA 영입은 한해 농사에만 도움되지만, 두산맨 홍성흔은 구단 역사를 계승, 발전시켜가는 의미가 있거든요. 홍성흔 없는 두산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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