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d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Crater lake이다. 아니 Crater lake을 오르기 위해 Bend에 간다는게 맞는 말이겠다. Crater lake을 천지와 비교한다면 산의 높이는 비슷하지만 호수의 깊이는 두배 정도 깊다. 가장 깊은 곳이 594m 란다. 서해바다 평균 수심이 44m라는걸 감안하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호수에 오르다 보면 기압과 온도가 떨어지는걸 체험할 수 있다. 한 여름이건만 정상엔 눈이 키높이만큼 쌓여있는 곳이 있을 정도니까 옷은 두둑히 챙겨야 한다. 그렇다고 영하는 아니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르는 길에 미국적인 모습을 봤다. 자전거로 산을 오르는 2명의 라이더와 마주쳤는데, 2명 모두 할머니였다. 순간 잘못 봤나 싶어 뒤돌아 봤는데 맞다. 할머니다. 어디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SUV가 힘겹게 오르는 그 길을 페달을 밟고 계셨던거다. 누가 미국이 스포츠 천국아니랄까봐. 대단한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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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고 차에서 Crater lake을 바라본 우리의 반응은 헉하는 탄성이었다. 아니 비명에 가까웠다. 파란 하늘 밑에 더 파란 호수는 산을 경계로 나뉘어 있지만 하나였고, 하늘을 품은 호수가 그 자체로 하늘이었다. 그리고 발밑으로 깎아지는 듯 내리치는 절벽은 어지러워 시선을 아래에 두기 꺼려졌다. 그 와중에 그 위에 누워 태연스레 책을 보는 미국아이나 그걸 보고 있는 부모나 대단하다 싶었다. 자세히 보니 아이 셋인 그 가족은 한 아이는 절벽 위 경계석에, 두 아이는 SUV 천정위에 누워서 독서하고 있었다. 신기해 하는 나를 의식했는지 그 아이의 엄마는 내게 자기 아이들은 쉬고 있는 중이라고 친절히 설명해줬다. 


유심히 보니 호수 안에는 또 하나의 섬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섬에서 수영과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관광코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섬에 가기 위해선 한길 낭떠러지 같은 길을 줄잡고 내려가야 했고, 날씨 탓인지 그 배도 운항하지 않았다. 차라리 고민거리를 없애줘서 다행이다. 호수 주위를 한바퀴 돌아 보기에도 시간은 빠듯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계산하면 밑에 내려가는건 무리였다. 호수 주변 곳곳에는 사진찍기 좋은 전망대를 갖추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세워 구경하기에도 하루 해는 짧았다. 


호수에서 내려와 집으로 가는 길은 길고 피곤했다. 여기저기 다니느라 몸도 몸이지만, 고해상도의 이미지와 동영상들을 기억 속에 저장시키느라 머리도 휴식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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