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있던 일요일, 지방에서 집안일이 있어 올라오는 날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늦게 출발한데다 고속도로가 막혀 빙상장에 도착한 것은 3피리어드 시작할 때였죠. 바삐 안으로 들어가 전광판을 보니 1-1이더군요. 일단 지고 있지 않다는데 안도하며 자리를 찾았습니다. 서포터스석은 모두 꽉 차서 그 위에서 서서 관전했는데 관중 열기는 정말 시즌 최고였네요. 하키장에서 파도타기 응원까지 나온건 처음 봤으니까요. 한라대학교 학생들과 서포터스의 열정은 여전했구요. 일반 관중들도 정말 목이 터져라 응원하더군요. 어떤 외국인 4명은 동물 복장으로 응원해서 눈요깃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안양한라는 선취점을 먼저 얻고 동점을 내주는 패턴을 3피리어드에서도 반복했습니다. 2-1로 앞서는 골을 넣고 3분뒤 바로 어이없는 동점골을 내줘 2-2가 됐죠. 긴장의 순간에 승리의 함성이 터진건 라던스키의 개인기에 의한 골이었습니다. 서든데스방식의 연장전에서 라던스키가 골리의 왼쪽을 파고들다 수비수 2~3명을 제치며 결승골을 성공시킨거죠. 순간 모든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서 환호했구요. 선수들은 라던스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지난 마르티넥의 결승골을 본 이후 최고의 골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로써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안양이 가져갔구요. 2차전과 3차전만 이기면 홈에서 우승컵을 안게 됩니다.

부디 이번에는 크레인스에게 3-0으로 스트레이트로 이겨 작년의 패배를 갚고, 홈팀 팬들과 함께 기쁨을 함께 했음 하네요. 우승한다고해도 일본에서 한다면 중계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참 아쉬운 일이거든요. 오늘이 2차전인데 눈이 많이 오네요. 승리를 부르는 폭설이기를 기원합니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 전적 3:3의 마지막 경기.
스코어 2:2에 마지막 3피리어드 17초 남은 상황.

이 정도라면 누구나 연장전을 떠올리겠지만, 19분 43초 시점에 통한의 골을 허용해서 안양한라는 결승행의 꿈을 접었습니다. 시계는 단지 17초 남겨놓은 상황이었죠. 순간 빙상장은 긴 침묵으로 접어들었고, 크레인스 선수들과 서포터스들의 감격적인 환호성만이 메아리를... 빙빙빙... ㅜ.ㅜ

오늘은 어제 경기에서 연장전 골든골로 아쉽게 패한 복수전이자, 혹시나 지기라도 하면 시즌 마지막일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어제는 빙상장에 가고 싶었지만 회사 일로 못갔던 터라, 오늘은 일찍부터 집을 나섰죠. 낮잠을 자고 있는 아기곰을 깨워 둘이 빙상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내내 이 경기가 마지막이 아니기를 빌었구요. 근데 경기 중요도를 감안하면 관중들이 꽉 찰 줄 알았는데, 평소와 다를 바는 없더군요. 한 80~90% 정도의 자리만 메워졌습니다. 게다가 한라대학교 학생의 동원관중을 생각하면 쫌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WBC 한일전의 여파가 아닌가 싶네요.

자리는 골리 뒤가 아닌 사이드에 앉았는데요. 앞쪽에는 일본에서 온 크레인스 서포터스 4명이 있더군요. 한명만 여자였는데, 세명은 나이대가 다양한 남자들이었습니다. 북과 확성기를 들고 응워나는 모습이 흡사 울트라 닛폰 같더라구요. 그래도 멀리 한국의 안양까지 온 열정은 존경스러웠습니다. 일본말을 좀 할 줄 알면 말이라도 건네보련만... 이 서포터스 네명은 오늘 최고의 경기를 본 셈이네요.

경기는 정말 팽팽했습니다. 1피리어드 시작하자마자 중앙선 부근에서 인터셉트 당해서 어이없이 첫골을 먹었죠. 쉽지 않은 경기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연속 두골을 성공시켜서 1피리어드를 2:1로 기분좋게 마감했네요. 특히 골리 뒤에서 돌면서 벼락같이 넣은 송동환의 역전골은 재치만점이었죠. 분위기는 곧 승리로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피리어드에서 동점골을 허용한 상태로 3피리어드에 들어갔죠. 결과는 앞에서 얘기한대로 17초를 남기고 장렬하게 무너졌습니다.  순간 머리를 감싸던 우모... 안타까움에 차마 선수들을 보지 못하겠더라구요. 에혀~~~

그래도 남은 17초 동안 골을 넣겠다고 골리까지 빼고 김기성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외국인 선수들로 채웠구요. 마지막 1초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골문을 두드렸죠. 어쨌든 결과와 상관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준 선수들이 자랑스러웠구요. 아이스하키를 안지 얼마 안되지만 두산베어스 같은 나의 팀을 얻게 되어 너무 행복하네요. 내년 2009-2010 시즌에는 안양한라 유니폼을 입고 빙상장을 찾을까 합니다. 비싸긴 하지만 같이 뛰는 선수들과 일체감을 느끼기에는 유니폼만한게 없죠. 

크레인스는 일단 일본 선수들이나 용병 선수들이나 모두 드리블에 능하더군요. 기본기가 탄탄하다는건데, 수비 두세명은 끌고 다니면서 스케이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아쉬웠습니다. Radunske 같은 파워와 기술을 겸비한 국내파는 언제쯤 나올까요? 그리고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골을 넣어야 하는데 왠지 못미더운 느낌... 저만의 착각일까요? 하여튼 우리 선수들 하계훈련에서 열심히 기량 연마해서 내년 시즌에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결국 올 플레이오프 전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2008-2009 Semi Final Playoff Results
Game 1 :   6-2   Anyang W @Anyang
Game 2 :   7-5   Cranes W @Anyang
Game 3 :   5-3   Anyang W @Kushiro
Game 4 :   9-0   Cranes W @Kushiro
Game 5 :   4-3   Anyang OTW @Kushiro
Game 6 :   3-2   Cranes OTW @Anyang
Game 7 :   3-2   Cranes W @Anyang

덧글 1...
올해 빙상장 찾으면서 느꼈던건데요. 빙상장에 오는 관중들 대부분이 가족단위라는 겁니다. 야구장도 가족단위가 많긴하지만, 그래도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가 더 많은데, 아이스하키는 엄마 아빠 손잡고 오는 어린아이들이 어찌나 많은지죠. 저변확대는 시간문제일꺼 같네요. 아쉬운건 미디어의 관심일 뿐...

이제 아이스하키 시즌이 끝난 만큼 야구시즌 개막이 곧 눈앞이네요. 생각만 해도 너무 흐믓하네요. ㅎㅎㅎ

덧글 2...
아기곰은 옆에 앉은 처음 보는 누나와 친하게 잘 놀더군요. 서로 과자도 교환하고 쎄쎄쎄도 하고... 역시 애들은 애들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뻘쭘해 하더니 익숙해지니까 바로 손을 잡고, 좀 있다가 얼굴을 만지고, 그리고는 바로 뽀뽀를 하는 아기곰...ㅡㅡ;; 음... 좀 놀랐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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