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1박 2일이 잘한게 없다는 면에서 지금까지의 네티즌 생각과 유사합니다.
근데 한번쯤 더 깊이 비판해야 할게 있는데요.
그건 바로 연예오락이든 스포츠든 방송 프로그램에 매여있는 야구의 현실입니다.  

1박 2일이 가장 잘못한 점은 '방송 특권의식'이죠. 1박 2일 측은 '축하하러 부산까지 간 방송이니까 어느 정도의 천방지축은 용인되겠지' 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대부분 그런 컨셉이니까요. 하지만 '방송이니까 모든게 용서된다'는 생각은 '방송만 되면 너의 권리는 좀 훼손되도 상관없어'라는 폭력과 동의어라는거 잊지 말았으면 해요.

근데 아이러니한건 1박 2일의 오바를 국민적 분노(?)로 격상시킨게 스포츠중계였다는거죠. 제가 보기엔 스포츠 프로그램도 프로야구를 뭐같이 알기로는 종이 한장 차이거든요. 한명재와 허구연은 예능 프로그램이 야구를 무시한게 기분 나쁘다라고 얘기했지만, 진짜 기분 나쁜건 자기 프로그램 영역에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그것도 타방송 프로그램이 설치고 다니는게 기분나쁜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네요. 정작 일요일 열린 사직대첩 경기시간이 2시로 변경된건 MBC 때문이었는데 그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얘기를 할런지도 궁금해지구요.

방송사가 프로야구 중계를 2시로 편성하면 야구선수나 야구팬들은 무조건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것, 또한 '방송만 되면 너의 권리는 좀 훼손되도 상관없어' 라는 폭력의 또 다른 표현이거든요.

곧 포스트시즌이 열리는데요. 코리안시리즈는 공중파에서 중계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사인 경우 보편적 채널에서 중계한다는 뭐 그런 원칙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덕분에 경기 끝나기 전에 '정규방송 관계로 끝까지 중계하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라는 억지 사과 방송을 들어야 하는 것 또한 그닥 유쾌하진 않네요.

또 일본야구 중계도 마찬가지입니다. sbs에서 중계하는건 이승엽과 겹치는 순간 대체되기 일쑤죠. 시청률을 확인해보지느 않았지만 한국프로야구보다 딱히 높지도 않은거 같은데, 일단 일본에 거액의 방송중계권료는 지불했으니 안할 수도 없고 뭐 대충 그런 분위기에서 하는거 같긴 합니다.

거꾸로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중계방송을 MBC가 아닌 KBS가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마 모르긴 해도 이용철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조화라는 등 말도 안되는 미사려구를 동원하지 않았을까요?  

이게 바로 방송사의 생리이자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어차피 방송사 직원끼리 하는건데 대충 넘어가자고 하는 편협한 동업의식이 프로야구를 우습게 보고있는건 아닌지 방송사 관계자들은 자문했음 좋겠구요. 결국 방송 권력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파워를 KBO가 스스로 갖추지 않는한, 연예오락이든 스포츠든 프로야구를 그저 여러 프로그램 중의 하나 정도로만 여기는 상황은 계속 될껍니다. 좀더 KBO 관계자들이 각성해서 장기적으로는 EPL이나 메이저리그처럼 자체 사업루트도 확보하고 방송사 중계료도 제대로 된 값에 받을 수 있도록 자존감을 갖춰가길 바래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