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토브리그의 첫 트레이드가 발표 직전입니다. 히어로즈에게 이현승을 받는 대신 금민철에 10억을 얹어서 준다고 하는데요. 두산팬으로서 약간 미묘한 감정이 드네요. 우선 이현승, 장원삼, 이택근을 잃어 마음이 찢어지는 영웅팬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하구요. 두산팬으로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한 느낌을 적어봅니다.

비정하긴 하지만 트레이드 득실을 따지려면 우선 성적을 들쳐봐야 합니다. 우선 스탯상 이현승이 훨씬 활약이 많았네요. 이현승은 2009년 히어로즈에서 13승을 올려 확실한 선발진이었지만, 금민철은 중간과 선발을 오가는 불안한 포지션이었습니다. 때문에 단순비교가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름값이나 활약도를 봤을 때 이현승에 무게감이 가는건 사실이죠. 특히 이현승의 묵직한 직구는 삼진잡는데 톡톡히 쓰일 정도로 위력적이구요. 140km 후반대의 전형적인 정통파 투수죠. 반면 금민철은 직구구속은 그닥 빠르지 않지만 커터가 좋고 볼끝의 움직임이 살아있는 기교파 투수입니다. 경험상 주자가 나갔을 때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사실 제가 가장 맘에 안들어하는 부분이네요. 배짱있게 칠테면 쳐봐라 하고 던지는 모습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워낙 숫기 없는 성격이라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이현승 
- 83년생, 계약금 1.8억원/연봉 7천만원 군미필
- 170이닝 13승 10패 방어율 4.18 볼넷 66 삼진 120 피홈런 25 (2009년)
- 353이닝 22승 20패 방어율 4.46 볼넷 142 삼진 255 피홈런 39 (2006년~2009년)

금민철 
- 86년생, 계약금 4천 5백만원/연봉 6천만원 군미필
- 83.1이닝 7승 2패 방어율 4.43 볼넷 52 삼진 55 피홈런 1 (2009년)
- 311이닝 13승 11패 방어율 4.02 볼넷 172 삼진 233 피홈런 17 (2005년~2009년)

문제는 이현승이 성적상 가치있는 투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연 10억을 얹어줄만하냐는 것입니다. 금민철의 최근 가파른 상승세, 적은 나이 등을 감안하면 10억이라는 금액은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금민철은 김광현 부럽지 않은 포스였거든요. 두산팬들은 이제야 금동이가 터졌구나 하고 좋아했구요. 무표정한 그의 표정에서 오히려 침착함을 느꼈더랬죠. 그래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상실감이 크고 이면에 어떤 모종의 거래가 있는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현승과 10억은 정해놓고 카드를 이리저리 맞춰봤는데, 여론을 의식해서 금민철로 귀결된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흠냘...

선수 개인으로 보면 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변수가 있지만, 이현승에게 좀더 기대가 커지네요. 그 근거로는 우선 피홈런 갯수인데요. 이현승은 빠른 볼을 구사하는만큼 홈런도 많이 얻어맞았습니다. 2009 시즌은 무려 25개... 하지만 투수친화적인 잠실이라면 분명 줄어들테구요. 삼진이 볼넷에 비해 훨씬 많다는게 김경문 감독의 마음에 쏙 들게 할겁니다. 그리고 구단운영이 불안한 히어로즈보다는 두산이 한결 낫겠죠.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겨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테구요. 대신 금민철은 우선 심리적인 허탈감을 극복하는게 중요할겁니다. 이현승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했기에 별 동요는 없겠지만, 금민철은 다르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 보금자리로 옮기는건 유쾌한 일이 아니니까요. 그것도 처음 겪는 일이니... 휴우... 긍정적인 면은 이현승과 장원삼이 빠진 히어로즈 선발진에서 금민철은 붙박이 선발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 마일영, 번사이드가 있지만, 강윤구, 김영민 등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 반해, 금민철은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선수거든요. 게다가 어린 나이에 포스트시즌 1선발도 뛰어봤구요. 아울러 최고 투수 반열의 정민태 코치를 만난다는 점, 기대를 걸 만하죠. 다만 변화무쌍한 커터의 위력을 배가할 직구가 5km 정도만 빨라지고 볼넷 좀 줄이면 참 좋겠다능...^^;;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에서 터진 금민철에 대한 포텐셜이 아깝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합니다. 아마도 금민철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하는 이현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도 있구요. 트레이드 카드로 오르내리던, 임태훈, 이용찬, 고창성 등의 KILL 라인, 혹은 김상현+민병헌 등 어이없는 루머들로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이유도 있지 싶네요. 하지만 삼성과 엘지가 내준 선수들을 보면 배아프기는 합니다. 두팀은 거의 출혈없이 선수를 돈주고 산 격이라...

바라는건 두 선수 모두 적응잘해서 기량을 맘껏 떨치는 겁니다. 금동이가 두산을 상대로 호투를 해도 밉지 않을만큼 정말 잘 커줬으면 하구요. 이현승도 두산우승을 위해 데려온 기대대로 좌완 에이스가 되어줬음 하네요. 늘 트레이드 때마다 느끼는건 어디 가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 두 선수의 분투를 기원합니다.


이용찬이 마무리로서 올시즌 우승에 기여할까요?
못할까요?

이 질문은 두산팬에게는 절실한 문제인데요. 확실한건 이용찬이 없다면 우승은 어렵다는겁니다. 꼭 이용찬이 아니더라도 믿음직스러운 마무리가 없다면 우승은 요원한 얘기죠. 역대 우승순간을 보면 100% 강력한 마무리의 매조지가 있었습니다. 끝내기로 우승한 케이스는 단 한번도 없었죠. 그만큼 마무리 투수는 최고의 순간을 차가운 심장으로 지켜내야 하는 냉철함과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구위를 지녀야 하죠. 지난 두번의 연속 준우승도 결국 포수와 마무리 열세가 불러온 참사였다고 봐야됩니다.

만약 이용찬이 마무리에서 안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줘서 실패한다면, 결국 이재우가 그 자리를 맡아야 하고, 이재우의 빈자리는 또 정재훈이 메워줘야 하는데, 이런 연쇄부도는 중간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고창성, 임태훈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되죠. 두산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지승민-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이 나오는 지킬(지-KILL)라인이 가동될 때입니다. 물론 그 핵심은 이용찬이구요.

그래서 올시즌 마무리 이용찬에 대한 기대는 차라리 염원에 가까웠죠. 부상경력이 있는 신인급 투수가 과연 그 힘든 자리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구요. 하지만 이용찬은 지금까지 잘 해줬습니다. 22세이브로 1위를 달리고 있구요. 초반 페타지니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았던 악몽도 잘 이겨냈죠. 김경문 감독도 올시즌만 보는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키워야하는 선수라고 믿음을 보여줬습니다. 선수를 보는 안목에 일가견이 있는 달감독이니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이용찬에게 있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올시즌 챔피언이 되기에 이용찬이 아쉬운것 역시 사실입니다. 오늘 경기만 하더라도 1점차 앞선 9회말 올라와서 안타 하나 없이 볼넷-땅볼-볼넷-땅볼-볼넷-볼넷으로 승리를 날렸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김시진 감독의 배짱 두둑한 작전...! 경기를 자세히 보면 볼넷 이후 땅볼이 두개 나왔는데요. 모두 평범한 유격수쪽이었죠. 그럼에도 주자가 살았던건 모두 히트앤런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김시진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 없었다면 이용찬은 병살로 터프세이브를 거둘 수 있었던거죠. 그 상황에서 작전을 걸고 성공시킬 수 있었던 김시진 감독의 결단력... 참 대단하더라구요. 어쨌든 이용찬은 리그 마무리 1위답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공은 짱짱하게 미트에 꽂혔지만, 너무 힘에만 의존하다보니 제구가 전혀 안됐네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이 휘어나가는게 이를 증명하죠. 박찬호의 라이징 패스트볼은 제구가 되면서 공 끝이 살아 있는데... 쩝... 하마터면 본의 아니게 데드볼도 두어번 나올 뻔 했습니다.

무릎에 문제가 있는건지, 마인드가 유약한건지,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올라와서 경기감각이 떨어진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용찬이 좀더 다부지게 마음을 먹었으면 하네요. 기회는 감독이 제공하지만 기회를 잡는건 결국 자신이라는걸 명심하고 멋지게 해냈으면 합니다. 용찬아 형은 너를 격하게 믿는다...

덧글...
비록 히어로즈에게 9회 동점을 허용했지만, 연장 10회에서 손시헌의 싹쓸이 2루타와 고창성의 1.1이닝 무안타 호투로 8:5로 승리했습니다. 오늘 기아가 삼성에 졌으니 1위와의 게임차는 1.5로 줄었네요. 지금처럼 기아를 계속 추격권에 두기만 한다면, Shadow chaser 두산은 막판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히어로즈와의 잠실 경기에 모처럼 나들이했습니다. 직관멤버는 아기곰, 할머니, 고모부, 우모 모두 4명인데요. 3대에 걸친 남녀노소 멤버이긴 하지만, 모두 허슬두 가족인지라 한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아기곰은 올시즌 첫 잠실행이었구요. 전보다는 함성소리에 놀라는 일이 적어지긴 했지만, 간혹 놀랄 때마다 아빠품으로 파고드네요. 그러다가 김동주 응원가에는 즉각 반응을 보이구요. 아기곰의 태교음악이 김동주 응원가여서인지 너무 좋아합니다.

오늘 경기는 12:8로 이겼습니다. 하지만 승리보다 더 기쁜 것이 바로 허슬심장 이종욱의 컴백이네요. 이종욱이 6회말 손시헌을 대신해서 대주자로 들어서는 순간 관중석은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습니다. 대주자 교체한다는 방송도 나오기전, 그를 알아본 팬들은 일제히 괴성으로 환영했구요. 순간 콘서트장인줄 알았습니다. 김현수, 임태훈이 등장할 때면 아이돌 그룹이 스테이지에 올라올 때처럼 '꺅~' 하는 여성팬들의 소리가 잠실벌을 울리곤 하는데요. 이종욱이 그럴 줄은 또 몰랐습니다.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통통 튀는 그의 모습이 어찌나 반갑고도 감격스러운지요. 특히 중견수 수비 들어가서 어려운 타구를 빠른 발로 잡아낼 때, 잠실벌은 또 한번 들썩거렸습니다. 너무나 큰 환호에 본인도 놀랐는지 두리번 거리면서 모자를 벗어 답례하더군요.


역시 두산은 이종욱, 고영민의 발야구가 살아야 빛을 발합니다. 이종욱은 대주자로, 고영민은 홈런과 3루타로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요. 이 두명은 실제 뛰지 않더라도 존재감만으로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타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죠. 그리고 창의적인 플레이의 대명사구요. 어쨌든 두산의 발야구를 책임질 두명이 제 기량을 갖고 돌아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기곰을 안고 관중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히어로즈 관중석에 갔는데요. 비록 숫자는 적지만 팬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유니폼을 맞춰입고 목놓아 응원하는 모습이 상대이긴 하지만 참 아름다웠습니다. 현대왕조의 후예답게 늠름했구요. 여자팬들도 은근히 많아서 구단이 스폰서만 제대로 잡으면 다시 예전의 명가부활은 시간문제인 듯 싶네요. 꼭 히어로즈 팬들이 서울 연고팀답게 구름처럼 몰려들기 바래봅니다.

덧글...
SK가 롯데에 덜미를 잡혀 오늘부로 두산이 1위입니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1위 탈환했다는게 기쁘긴 하지만, 폭풍질주 롯데의 기세가 솔직히 무섭네요. 마침 다음 잠실 주중 3연전 상대가 롯데인데요. 구름관중에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팬들 모두 잠실로 모여 롯데의 기고만장도 꺾고 1위 수성도 해봅시다.


드디어 2009 시즌 시범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상대는 히어로즈로 목동에서 열렸는데요. 경기는 3:2로 이기긴 했지만, 시범경기인만큼 승패는 의미 없습니다. 단지 동계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이 얼마나 늘었는가가 관전 포인트죠. 특히나 FA로 나간 선수들은 많지만 들어온 선수가 없는 올해는 더더욱 자발적 기량향상이 성적을 좌우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즌에서 주목해야할 선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신인 최고몸값 성영훈, 제2의 정수근 정수빈, 기대주 유희관, 돌아온 손병장 손시헌, 잠실갈매기 이원석, 우즈를 꿈꾸는 왓슨, 화려한 부활을 예고한 민병헌, The Khan 용덕한, 김경문감독의 칭찬 릴레이 홍상삼 등 셀 수 없이 많죠. 이렇게 새로 합류한 선수들 말고도 관심가는 선수들은 많답니다. 작년의 신데렐라 오재원은 얼마나 더 날카로워졌는지, 채상병과 최승환, 김진수, 용덕한의 포수 주전대결은 어떻게 펼쳐질지, 김동주는 우승청부사 역할을 얼마나 다부지게 할지, 할매 전상렬은 올해도 건재할런지, 이용찬은 주전 마무리로 자리 잡을지, 정재훈은 선발로 멋지게 성공할런지, 기계 김현수는 거포본능을 깨울지, 맘 착한 유재웅은 올해 주전자리를 꽤찰지 등등 팬심으로는 하루 빨리 야구장에 가고잡네요.

오늘 경기에서는 이용찬과 정수빈이 잘한 모양이네요. 이용찬은 무려 155km의 광속구를 던져 1이닝을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세이브를 따냈답니다. 지금 이 날씨에 155km를 던진다는게 놀라울 뿐입니다. 날씨 따뜻해지면 한국 야구역사 다시 쓸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안타 맞은 선두타자 강정호를 견제구로 잡았다는 점... 참 기특하네요. 견제구의 달인 봉중근이 떠오릅니다. 1번으로 나온 정수빈도 3타수 1안타 치고 도루시도도 있었네요. 비록 실패했지만, 이종욱을 닮고 싶다고 한만큼 전혀 개의치말고 뛰고 또 뛰어서 두산의 스피드 허슬야구를 전승해주기 기대해봅니다.

선발투수 김선우도 3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했구요. 오재원, 유재웅, 김동주도 제몫을 한 모양이네요. 손시헌도 탄탄한 수비실력 뽐냈구요. 반면 진야곱은 나오자마자 얻어맞아서 실점했다고 하는데... 뭐 걱정할꺼 없습니다. 진야곱도 자신의 재능을 분명 떨칠 날이 올테니까요. 느긋하게 마음먹되 다부진 각오로 임하기 바랍니다.

다음주 LG전에는 한번 갔으면 하는데 스케쥴이 될런지 모르겠네요. 행복한 야구시즌이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_^

덧글...
이경은(eunie2)님의 노제가 잠실구장에서 있었다고 하네요. 아마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팬의 입장에서 경기장을 도는 노제를 지낸건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 비록 유족은 아니지만 허락해준 두산구단, 그리고 LG구단에게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유족을 대신한 감사의 글도 엠팍에 올라왔군요.


작년에는 롯데가 뜰꺼라고 예상해서 얼추 맞췄었는데요. 올해의 다크호스 팀으로는 단연 히어로즈를 꼽고 싶네요. 히어로즈는 구단의 빈약함 때문에 저평가받고 있는 대표적인 팀인데요. 2000년대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역사, 맏형 김시진감독의 취임, 올해는 해보자는 의욕으로 뭉친 선수단을 봤을 때 돌풍의 팀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합니다. 과거 야구명가의 재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예상도 아깝지 않네요.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히어로즈를 예전 삼미급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작년에 히어로즈에 지면 무척 창피하게 생각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창피하게 생각해야 할 팀은 LG였고 히어로즈는 악조건에서도 7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LG팬들이 히어로즈를 폄하하는 글을 쓰는거 보면 야구를 제대로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히어로즈는, 물론 전신 현대의 기록이지만, 2000년, 2003년, 2004년 한국시리즈 우승한 2000년대의 강자이구요. 비록 구단의 사정상 박진만, 심정수 등을 내놓고 기울기 시작했지만 우승경험을 했던 선수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국가대표 뽑을 때도 항상 2~3명은 선정되구요. 타팀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들 명단엔 히어로즈 선수들이 꼭 끼곤 하죠. 절대 히어로즈는 당연히 이겨야 하는 팀은 아니라는 점,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올시즌 히어로즈가 돌풍의 핵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김시진감독입니다. 한 시즌에 감독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경기는 10경기 미만이지만, 선수단을 강철부대, 혹은 당나라 군대로 만드는건 전적으로 감독의 역량이기에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작년 이광한감독은 히어로즈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야구만을 고집했기에 선수단을 장악할 수 없었죠. 구단의 후려치기를 다독여줄 수 있는 공감대도 선수들과 없었구요. 그저 이광한감독은 구단에 의해 임명된 감독이었을 뿐, 선수들을 움직이는 리더십을 갖고 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시진감독은 다릅니다. 정민태 투수코치, 최고참 전준호, 김동수 등이 모두 따르는 맏형이구요. 현대가 힘들었을 때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료였습니다. 그런 그가 지휘봉을 잡았으니 히어로즈 선수들의 눈엔 불똥이 이글거릴겁니다. 히어로즈를 근성의 팀으로 만든다고 했으니 분명 달라지겠죠.

또 하나는 선수들 면면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번 전준호, 2번 이택근, 3번 클락, 4번 브룸바, 5번 송지만, 6번 이숭용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어느 팀과 견주어도 해볼만 하죠. 여기에 수준급 유격수 강정호가 버티고 있고, 황재균이 업그레이드되고, 장영석 등의 신인들이 내야에서 커준다면 훌륭한 라인업 구성이 가능하죠. 김동수를 대체할 수 있는 포수의 성장이 좀 시급한 문제이긴 하네요. 

그리고 투수진도 화려하진 않지만 꽤 괜챦습니다. 왼손 에이스 장원삼에 마일영, 김수경까지 리그 상위권의 선발진이 건재하고, 이정호라는 포텐셜이 있습니다. 오재영, 이현승도 쓸 만하네요. 특히 장원삼, 마일영은 두산으로서 탐낼만한 왼손이라는 점에서 무척 군침이 돕니다. 어떻게 우리랑 트레이드해줬음 좋겠는데... (히어로즈 팬들께는 죄송~) 다만 작년 다카스의 선전으로 뒷문이 든든했는데, 마무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민태투수코치의 판단이 기대됩니다. 황두성이 깔끔하긴 한데 선발로도 쓸 수 있는 자원인지라...

그리고 구단의 지원이 좋아진 점도 상위권 도약을 점치게 하죠. 아직 탄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구단에서 돈을 풀기 시작했다는 점,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는게 선수들의 사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히어로즈를 올시즌 쓰나미급 폭풍을 몰고올지는 시범경기는 최소한 치러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시진감독을 중심으로 야구판을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이 있다는 점에서 올시즌 태풍의 핵이 될꺼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무엇보다 모래알처럼 제각각이었던 팀 분위기만큼은 바로잡을 수 있기에, 김시진감독의 의리를 믿기에, 히어로즈의 올시즌은 4강권으로 도약할 수 있으리라 예상해봅니다.


어제 두산이 히어로즈를 대파하면서 2위를 확정지었기에 오늘 경기는 부담없는 승부였습니다. 그래서 김동주, 홍성흔, 이종욱, 고영민, 이대수, 채상병 등을 모두 빼고 백업 멤버들 위주로 라인업을 짰더랬죠. 대개 이런 경기는 맥빠지기 쉬운데 저는 오히려 이번 경기가 기대가 되더군요. 그동안 못봤던 선수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특히 김재환선수의 선발출장 여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같이 오래간만에 야구장에서 만났습니다. 물론 저는 자전거타고 목동야구장에 갔구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집이 목동인지라 먼저 표를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집이 아닌 회사에서 온 것이라더군요. 개천절까지도 출근을 한거 보면 바쁘긴 정말 바쁜 모양입니다.

목동야구장은 처음 왔는데요. 조금은 어설프긴 해도 야구장이 아담해서 경기 관전하기에는 잠실보다 낫지 싶습니다. 특히 선수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종합운동장에서 축구보다 전용경기장에서 축구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경기장에 들어서자 포수 뒤쪽 중앙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한게 참 반가웠습니다. 잠실은 기자들의 전용석이 되어서 왠지 심통이 났었거든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같이 자리를 잡고 전광판을 살펴보니 김재환이 선발출장했더군요. 기뻤습니다. 인천고 시절의 포스를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구요. 내년부터 상무 입대한다니 한동안 못본다는게 아쉬워서 더욱 그랬죠.

선발 라인업도 무척 생소하네요. 김재호, 오재원의 테이블 세터진에 유재웅, 최준석, 이성열의 클린업 트리오, 그리고 정원석, 김재환, 최승환, 전상렬로 이어지는 하위타선. 마치 시범경기를 보는 듯하더군요. 특히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출전한게 이색적이었습니다. 김경문감독이 홍성흔의 대를 잇는 차세대 공격형 포수로 키우고 싶은 의중이 반영된게 아닌가 싶네요.

목동야구장이 특이한건 외야석이 없다는건데요. 그래서 그런지 불펜이 외야에 있어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장 너머로 구경하는 모습이 좀 웃겼습니다. 마치 단오에 처녀들의 널뛰기를 구경하는 동네 총각들처럼 보이더군요.

경기는 예상 외로 히어로즈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어제의 대패를 복수하는 듯 히어로즈 타자들은 신들린 방망이를 선보였구요. 선발 김선우는 5이닝 동안 8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김선우가 잘해야 포스트시즌에서 빛을 보는데 하면서 연신 불안해했구요. 덩달아 저도 우울해지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꼬마가 즉석에서 격문을 작성해서 계속 들고 있던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이쁘장하게 생긴 꼬마가 김선우를 열렬히 응원하더군요. 아쉽게도 김선우가 오늘 영 아니어서 꼬마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대신 꼬마의 격문은 '김선우 괜챦아' 였구요.

5이닝 마치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저녁을 먹을겸 매점으로 갔습니다. 잠실 먹거리와 비교해서 목동은 어떤지 궁금했는데요.단연 인기품목은 구워먹는 닭한마리 입니다. 줄이 가장 길어서 맛있으리라 생각하고 얼른 줄섰죠. 한마리에 11,000원인데요. 사장님도 친절하고 맛도 그런대로 괜챦았습니다.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가 워낙 소식가라 거의 혼자 다 먹느라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서두...

점수가 너무 벌어져서 이제 김재환의 활약으로 관심사를 포커싱했습니다. 김재환은 계속 잘 맞혔지만 외야수 정면으로 날아가고, 삼진당하더니, 마지막 타석에서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내더군요. 오늘의 유일한 위안꺼리였습니다.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가 아웃되어서 타점까지는 올리지 못했지만, 어쨌든 김재환의 안타는 처음 봤으니 본전은 뽑은 셈이네요. 


목동야구장의 명물은 단연 턱돌이입니다. 적이지만 왠지 친근한 이미지 때문인지 관중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호응이 괜챦더군요. 사진을 찍는 팬들도 많고 응원을 유도하는데 두산팬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줬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춤추고 있는 두산 치어리더들이 뻘쭘해 보였다는...

턱돌이는 바쁩니다. 경기장을 고르기도 하고, 의상을 차려입고 선보이기도 하고, 투수의 투구모습도 봐주기도 하고, 관중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양팀 응원을 혼자 주도하기도 하고... 하여간 히어로즈 최고의 히트상품입니다. 언론에서 하도 띄워주니 이젠 연예인 같은 필마저 느껴지더군요.

경기 끝나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가까운 곳에서 맥주한잔 마셨습니다. 맥주집에 들어갈 땐 몰랐는데 화장실 가면서 확인해 보니 41층에 '스카이뷰'가 있는 현대41타워더군요. '스카이뷰'라면 걸쭉한 추억이 서려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화장실 나오면서 쓰윽 웃어줬습니다. 그 때 마시던 앱솔루트 정말 맛있었는데 말이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오랫동안 얘기하고 술마시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네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가 워낙 바빠서... 쩝...

참고로 오늘 뛴 자전거 거리는 약 52km 입니다.
 
삼거리 갈림길 20분(20분)
마의 언덕       20분(40분)
광명대교        20분(60분)
목동야구장     20분(80분)


두산베어스가 히어로즈를 대파하면서 2위 확정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남은 경기가10경기에 매직넘버는 6인데요. 롯데가 남은 경기에 전승한다고 해도 두산이 6승 4패만 하면 자력으로 2위 확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플레이오프 구상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어제 경기는 내년을 위한 리빌딩 차원에서 신진급을 많이 기용한 히어로즈였기에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쑥스럽구요. 타자들의 타격감 조율과 투수진 운용방안에 대해 여러 시험을 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어제 랜들이 2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는데요. 이젠 랜들의 구종이 국내 타자들에게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히어로즈 타자들이 쉽게 공략한게 아닌가 싶네요. 랜들의 계속된 부진은 내년도 재계약할지 고민이 될 것 같구요. 현재로서는 SK에게 강했다는 성적만이 랜들의 가치를 유일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반면 임태훈은 3회부터 롱릴리프로 나와서 7회까지 1인타 무실점으로 버텨서 마운드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네요. 그간의 부진을 이번 계기로 훌훌 털고 일어섰음 좋겠습니다.

타자쪽에서는 이대수가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만루에서 역전 싹쓸이 3루타로 승리타점의 주인공이 됐죠. 수훈선수 인터뷰도 했구요. 반면 고영민이 데드볼맞고 교체되었는데 별 탈 없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몸푸는 훈남들^^ 김재환, 박민석


5회 끝나고 클리닝 타임 때는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푸는 사진 올려봅니다. 김재환과 박민석 얼짱답게 누나 팬들한테 인기 엄청많더군요. 어찌나 박민석 이름을 불러대는지...^^;;

그리고 김동수선수가 2000경기 출장했다고 꽃다발 전달식을 갖더군요. 예전에 신인 때부터 영리한 투수 리드를 해서 두산을 꽤나 괴롭혔었는데, 벌써 2000경기라니 세월도 빠르네요. 꽃다발은 김동주가 전달했는데요. 꽃다발 받는 김동수 모습에 박노준단장이 언급한 노장퇴출 발언이 왠지 겹치네요.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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