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은 도서 정가제로 인터넷 서점마다 파격세일 경쟁을 할 때 구매했다. 이 책을 고른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가격을 맞추려다 장바구니에 넣은 케이스다. 그래서 크게 기대를 하고 보진 않았다. 부담없이 봤던 덕에 크게 실망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삼인조 좀도둑들이 침입한 잡화점에 날아오는 의문의 편지 한 통이 그들로 하여금 큰 혼란에 빠지게 한다. 그것은 먼 과거로부터 날아온 고민 상담편지인 것. 이쯤 되면 소설 장르는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매컬리 컬킨의 영화 '나홀로 집에'처럼 코믹한 에피소드에 해피엔딩일 것이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소설엔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게 된다. 심지어 좀도둑들도 편지에 답장을 쓰는 등 타인의 인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만, 돌아보면 그들 역시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스스로의 인생에 선택을 하고 그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었다. 나미야 잡화점이 힐링의 장소로 새롭게 태어난 셈이다. 그것도 30년을 넘나드는 초월적인 공간으로서 말이다. 

책을 읽으면 일본 문학계에 흐르는 특유의 판타지 감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유치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감성 또한 여전하다. 만화처럼 현실감 없는 에피소드도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기 보단 흐믓한 미소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 이게 일본 문학의 힘이다. 이런 소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되는 센과 치히로의 수상한 터널은 나미야 잡화점의 편지함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물들은 악하지 않은 인간군상들을 대변하며, 이 역시 나미야 잡화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교하자면 헐리웃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SF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는데 비해 일본은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선악이 분명한 서양사상과 동양사상의 차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문학과도 분명히 다른 면을 갖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표지 그림을 참 잘 선택한 듯 하다. 이쁘기도 하지만 일본 문학의 차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을 때 표지 그림은 한 몫 단단히 했다. 소설 한 권에 이쁜 그림 한 첩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몇 천원이 아까울리 없다는 생각으로 결제했다. 그리고 실제로 책을 손에 쥐었을 때 후회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앙증맞은 그림 덕분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