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보면 국민성이 드러난다고 하는데요. 영화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영화에는 한국영화만의 문법이 있고, 중국영화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프레임이 있거든요. '황후화'도 전형적인 중국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형적인 중국영화는 일단 인구대국답게 등장인물의 규모가 방대합니다. CG가 아니라면 어떻게 저 인원들을 통제할까 상상이 안가는 수준이구요. 그리고 중화사상이 짙게 배어있는 스토리에 역사적 우월감을 곳곳에 드러내기에 안간힘을 쓰죠. 간혹 그런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합니다만... 쿨럭...

'황후화'는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나라 왕을 둘러싼 왕가의 얽히고 설킨 가족사가 주 내용인데요. 화려해보이는 왕족들의 이면에는 추악한 스토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권력을 잡기 위한 비정함도 드러나고, 근친상간도 튀어나오고, 가족간 살륙도 서슴치 않는 야만성도 기어나오죠. 사랑이 없는 가족이 현상유지를 위해서 위선을 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서 미간이 찌푸려지더라구요. 가족끼리 그냥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면 될 것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결과적으로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가족은 위선을 선택한 셈입니다. 위선의 댓가로 권력을 얻었구요. 하지만 달콤한 권력은 가족을 그냥 두진 않았죠. 권력에 탐닉하면 할수록 커지는 공허함, 그리고 진실과의 괴리는 권력의 단맛보다 썼습니다. 파멸의 길로 들어선 가족은 마지막에 공멸하는 길을 걷고 맙니다.

영화는 중국 당나라 말기의 왕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특수한 시기의 특정 계층에만 해당하는 얘기만은 아니기에 관객들의 공감을 얻지 않았나 싶네요. 현대사회에서도 가족해체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구요. 내부적으로는 곪아터질 지경이지만, 겉으로는 온화해보이는 가족도 심심챦게 보입니다. 최근의 모 재벌가의 이혼소송도 그런 시각에서 보면 얼추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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