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종훈 2군감독이 LG의 감독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가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축하할 일인데, 두산팬들은 적쟎이 당황해하는 기색이네요. 아무래도 박종훈이라는 인물이 지닌 상징성 때문일텐데요. 박종훈은 과거 배번 1번을 달고 외야수를 보면서 1번타자를 맡았습니다. 지금의 이종욱과 비교한다면 발은 이종욱보다는 느리지만 타격의 정교함은 이종욱보다 한발 앞섰던 OB의 간판타자였죠. 특히나 예쁘장한 외모는 박철순, 선우대형, 양세종, 김진욱, 김광림, 김형석, 김상진 등으로 이어지는 꽃미남 계보로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높았구요. 

그런 그가 LG 감독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니 두산팬으로서 상심이 클 수 밖에요. 하지만 크게 보면 달감독이 있는 한 두산감독으로의 승진은 쉽지 않을 것이고, 밖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구요. 게다가 두산출신 선수들이 계속 감독으로 배출되는 것도 현재 두산선수들 뿐 아니라, 오고 싶어하는 예비 곰돌이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으니 부정적으로만 볼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감독이라는게 8명에게만 주어지는 영광된 자리인지라, 마냥 팬들의 사심으로만 묶어 둘 수도 없구요. 아직 결정된건 아니지만 본인에게 좋은 선택이라면, 우모는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2.
그간 한화, 롯데, LG 등이 두산이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온 점을 고려해 볼 때, 두산의 화수분 야구, 특히 2군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박종훈 2군감독을 영입대상으로 저울질하는건 당연하겠죠. 하지만 박종훈 감독 한명을 빼간다고 시스템까지 이식해갈 수 있을까요? 두산의 화수분 전통이 박종훈 감독 한명에 의해 구축된건 아니라서요. 물론 박종훈 감독을 비롯한 여러 스탭들을 데려가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는 있겠지만, 팀의 분위기나 전통까지 이식할 수는 없습니다. 

돌아보면 그렇죠. LG는 김재박 온다고 했을 때 4강은 따논 당상이고 우승도 거칠게 없다고 큰소리 뻥뻥치지 않았었나요? 하지만 결과는 그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이순철 감독보다 훨씬 못미치는 성적을 내고 말았구요.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선수는 팀의 전통 속에서 성장하는 겁니다. 이 전통이 계속 이어지면 명문구단이 되는거구요. 현재 두산은 리그에서 팀컬러를 전통으로 승화시킨 두 구단 중 하나입니다. 이 전통을 한두명 데려간다고 쉽게 베낄 수 있는건지는 의문이네요.

3.
오히려 다른 팀들의 '두산 따라하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괜히 코칭 스탭들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어쩌면 박종훈 감독을 따라갈 사람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LG의 다급한 사정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사를 앞둔 두산 입장에서는 참 거시기 합니다. LG가 일부러 그랬으리라고 보진 않지만... 

참고로 현 1군 코치진은 김광수 수석을 필두로 윤석환 투수코치, 김광림 타격코치, 한영준 수비코치, 김태형 배터리코치, 김민호 주루코치, 강인권 불펜코치로 구성이 되어 있구요. 2군은 박종훈 감독, 송재박 수비/배터리코치, 김진욱 투수코치, 최훈재 타격코치, 권명철 투수코치 등 입니다. 여기에 은퇴한 장원진도 대기하고 있구요. 외부에 있는  두산출신 코치들은 김상진 코치, 이명수 코치, 조계현 코치, 최일언 코치 등도 있고, 한화는 뭐 거의 두산 출신이죠. 흠... 둘러보니 두산 출신 코치진은 여기저기 많이 포진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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