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영화 한편 때렸습니다. '화려한 휴가'였는데요. 기대가 커서일까요. 중간중간 옥의 티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전반적으로는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아니 그 시대의 고통을 잘 몰랐던 세대들과 아직도 5.18 민주화운동을 빨갱이 짓이라고 믿는 분들에게는 강추입니다. 이걸 봐야 왜곡된 사고체계가 깨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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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5.18 민주화운동처럼 드라마틱한 소재도 없습니다. 1980년 전두환이라는 절대악의 등장에 모든 사회의 권력들은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리고는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식으로 살죠. 그러다 민주화 물결에 힘입어 6.10 항쟁과 6.29 항복을 거쳐 전두환이라는 절대권력은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그야말로 10년도 안되어 역사는 역전된거죠.

광주시민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폭도로 빨갱이로 몰려 사회적으로 제명당하는 잉여인으로 살게되죠. 아직도 그들을 폭도로 빨갱이로 낙인 찍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는 꼭 봐야 할껍니다. 잘못된 인식이 얼마나 무서운 폭력이 될 수 있는지 우리는 역사적으로 실제 경험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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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어떤 문법을 사용할까 사뭇 기대가 컸습니다. 그리고 한편 우려도 있었습니다. 너무 역사적인 이야기에 치우치면 계몽적으로 흐를테고 픽션을 강조하면 부담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을테니까요. 아마 제작진의 고민도 이런 부분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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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말하면 솔직히 제 기대에는 못미쳤습니다. 우모는 주인공의 삶이 실제 사건들 사이로 물 흐르듯 녹아들어가는 잘 짜여진 각본을 원했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처럼 역사적인 사건과 극중 톰 행크스의 개인사는 톱니바퀴처럼 물려있었죠. 그래서 관객들은 혹시나 진짜 그러진 않았을까 하는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화려한 휴가'는 택시운전사와 간호사, 전직 대령 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상생활이 5.18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지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잔혹할 수 있는 화면구성을 자제한 측면도 평가할 만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것도 간과할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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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아끼던 전직 공수부대 박흥수 대령(안성기 역)이 시민군의 지휘를 맡고 공수부대장과 협상을 벌이는 장면, 택시기사인 강민우(김상경 역)가 체포되었다가 트럭에서 뛰어내려 탈출하는 장면 등은 영화적 장치라기엔 약간 현실적이지 않네요. 마지막 전남도청 사수할 때도 감동을 주기위한 감독의 의도가 지나쳐 리얼리티는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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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취향에 기반한 평이구요. 대부분 만족스러워 하시네요. 영화보는 내내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흐느낌이 멈추지 않습니다. 5.18을 제대로 된 시각에서 영화화 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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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박신애 간호사(이요원 역)의 외침은 살아남은 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라 보여지네요. 어찌 잊겠습니까? 그 슬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절대 잊을 수 없지요. 별 3개반을 주고 싶네요. 그리고 주위에 추천합니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꼭 보세요! 보는만큼 왜곡된 인식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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