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해설하면 두 말 할 것 없이 하일성 해설위원이 제일 재밌게 합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타 공인 최고죠. 구수한 입담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있는 해설도 그렇고, 예리한 분석력, 그리고 탁월한 예측능력까지... 하일성이 "지금 홈런 조심해야 하는데요." 하면 어김없이 홈런 한방 나와줘서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죠. 한마디로 야구의 맥을 짚어가며 해설하는 유일한 해설위원이었습니다.

이런 독보적인 하위원이 KBO로 들어가면서 해설위원 쪽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하일성을 능가하는 해설을 들어본 적이 없네요. 어서 다시 방송국으로 복귀하셨으면 합니다. "야구 몰라요~"라는 유명한 '하구라'도 들어보고 싶구요.

전 하일성 없는 야구중계는 허구연씨나 이용철씨가 재밌게 느껴지네요.

해설을 잘해서냐고요? oh no~~

해설실력은 하일성 위원의 반도 안되는걸요. 두사람의 해설이 재밌는건 두산 안티기 때문이죠. 아니 안티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두산이 졌으면 하는 뉘앙스는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두산과 LG의 어린이날 3연전에 나란히 첫째날과 셋째날 해설을 맡았었는데요. 역시나 두사람 모두 LG가 이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목소리에 묻어나더군요.

어떻게 아냐구요?
같은 안타를 칠 때 나오는 감탄사가 하나는 탄식이구요. 하나는 기쁨의 표현으로 다르게 납니다. 예를 들면요. 두산이 안타치면 "아...(장탄식) 역시 안타네요. 잘치는군요.", LG가 안타를 치면 "아!~~~(환호작약) 안탑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에요~" 이런건 직접 들어보면 그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가 있죠.

그리고 주로 해설하는 대상이 LG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답니다. 두산이 '찬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 '찬스'라는 말을 안쓰죠. '위기'란 말만 들립니다. 반대로 LG가 '찬스'인 경우도 두산의 입장에서 '위기'라는 말은 안나옵니다. 마치 LG팬들끼리 야구보며 얘기하는거랑 똑같아요. 그건 뭐 거의 본능적으로 피아를 구분하면서 튀어나오는 반응인지라... 어쩔 수 없다는 거 이해하죠.

근데 왜 재밌냐구요?
요번 3연전 모두 LG를 초전박살 냈거든요. 아주 통쾌한 스윕이었죠. 첫째날과 둘째날은 16:4, 8:3으로 대파했구요. 셋째날은 4:2로 극적인 연장전 승리했습니다. 이렇게 두산이 이기는 날 두산이 지길 바라는 해설위원의 해설을 듣는게 가장 아드레날린 분비가 극대화되죠. 속으로 열받는데 꾹꾹 눌러가며 해설하는게 느껴지니까요. LG가 무참히 깨진 날 쌍마에 더 들어가보고 싶은 심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

두산선수를 칭찬해주긴 해줘야 하는데 하긴 싫고, 그렇다고 안할 순 없으니 방송상 억지로 한마디 내뱉는게 본인으로서는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뭐 방송이라는게 원래 그렇게 위선적인 것이지만... 이런 해설위원의 열받는 목소리를 들으면 승리감이 배가되더군요.^^ 그래서 때로는 LG의 자체 방송을 한번 들어보고 싶기도 해요. 육두문자를 써가며 편파중계한다고 하는데, 뒷목 부여잡고 중계하는걸 들으면 얼마나 웃음이 나올런지... ㅋㅋㅋ

두산은 이번 어린이날 3연전을 작년과 똑같이 스윕하면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홍캡틴의 오버, 안경현의 컴백, 김현수의 타격1위, 이종욱의 최강의 리드오프까지... 이제 SK를 따라잡을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은 마련했구요. 차분히 승수만 쌓으면 되네요. 벌써 신바람 5연승입니다. ^^

이번주 금~일은 롯데와의 잠실 3연전입니다. 롯데광인 선배랑 같이 가서 맥주놓고 응원한판 멋지게 겨룰까 합니다. 메가톤급 팬을 확보하고 있는 두팀의 경기인 만큼 분명 3연전 모두 만원관중으로 꽉꽉 들어 차리라 예상되네요.

두산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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