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두산코칭스탭을 두고 말들 참 많습니다. '누구를 1군에 올려라', '누구를 내려라' 등 각자가 감독이 되어 이러콩 저러쿵 훈수두려 합니다. 물론 다 베어스팬들이고 두산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는건 알지만요. 그런 글 읽을 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리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팀 내부의 사정을 감독, 코치보다 더 잘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지식의 양과는 상관없는 직접 현장에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코칭스탭의 결정이라면 믿고 따라주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특히나 최근 두산의 부진이 외부악재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에 기인한 결과이기에, 따끔한 질책보다는 따뜻한 포옹이 더 절실한 때입니다.

이번주는 전반적으로 우울했습니다. 라이벌전에서 밀렸구요. 한화와의 첫 경기도 직관갔었는데 패했고, 한화전도 위닝시리즈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그닥 실망스럽지는 않은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듯 보여서요. 금주 마지막 경기에서 어쨌거나 역전승으로 힘겹게 연패를 탈출했습니다. 병살이 하나도 없었다는게 참 신기하구요. 상삼이가 퀄리티를 기록했다는 것도 대견스럽습니다. 거기에 외부악재에 대한 후유증이 서서히 씻겨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네요. 물론 상당 기간 이로 인한 비아냥은 들어야 할겁니다만... 에혀... 고인도 불쌍하고 태훈이도 안타깝네요. 

이효봉 해설위원은 들으면 들을수록 참 인간적인 해설위원이더군요. 핵심도 잘 짚을 뿐만 아니라 늘 약자의 편에 선다는게 느껴집니다. 하일성이 시원한 효자손이고, 이순철이 날카로운 창이라면, 이효봉은 따뜻한 손수건 같다고나 할까요? 들으면서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주는 두산 최고 라이벌들과의 일전이 펼쳐집니다. 스크(원정)와 싸대기(홈)를 연달아 만나네요. 오늘 시작한 반전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 위해선 다음주 선전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2승이나마 건질까 싶지만, 감히 4승을 예상... 아니 기대해봅니다. 젭알...!

덧글...
싸대기 3연전의 첫 금요일 경기 직관할까 하는데, 직관 성적이 안좋아서 고민되네요. ㅜㅜ


예전 회사 동기들과 한화전 직관갔더랬죠.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물론 제목처럼 졌구요. 제목처럼 짜릿했습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늘 반전의 씨앗은 자라고 있었죠. 그 씨앗은 폭풍처럼 성장했고, 결국 곰을 잡아 먹었습니다. 허탈했구요. 동기들과 아쉬움의 포옹을 나눴습니다. 아, 동기들중 한명은 lg팬이었는데 그날부터 두산팬으로 돌아섰네요. 왜 그랬을까요?

한화의 공격 참 무섭더군요. 장성호, 최진행, 정원석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파괴력도 상당하고, 덕아웃 분위기도 센 기가 느껴지더이다. 한편 한화가 세컨팀이기에 기쁘기도 했죠. 하지만 상대가 두산이다보니 우울하네요. 두산도 빨리 원기를 회복해야 하는데 말이죠.

경기가 워낙 짜릿하다보니 늦게 끝났습니다. 덕분에 맥주한잔 못하고 다들 헤어졌는데요. 영화나 야구는 복기하는 자리가 때론 더 재밌고 유익한데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다들 재밌었고 간만에 맘껏 소리질러 행복했다고 하네요. 저도 그랬답니다.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재미, 참 쏠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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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구름관중은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분위기 안좋은데도 몰려드는거 보면, 두산야구 자체를 즐기는 마니아층도 많이 두터워진것 같습니다.


이번 한화전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부정적인 면은 일단 1승 2패로 밀렸구요. 1,110일만에 처음으로 5위를 했다네요. 그리고 간만에 5할 승부 밑으로 떨어졌구요. 니에베가 또 선발 실패했습니다. 덕분에 두산이 몰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골프로 치면 OB를 범한 후 날린 공이 벙커에 빠진 격이네요.

그러나 우모는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우선 지금의 부진은 전력의 하락세라기보다 투타의 언발란스로 인한 침체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안되지만, 어느 팀이나 이런 시기는 겪기 마련입니다. 얼마나 그 기간을 줄이느냐의 문제죠. 몇해 전 조범현감독은 시즌 내내 6선발체제를 꿋꿋하게 지키며 우승을 일궈낸 바 있습니다. 팬들한테 욕 바가지로 먹으면서 선발야구를 고집했었죠. 그 뚝심은 정말 인정해줘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야구를 밀고 나갈 수 있는 배짱이면 믿고 맡길 만 하지 않을까요? 이런 면에서 달감독님도 믿음직스럽습니다. 이용찬을 선발로 키워보겠다는 마음씨가 느껴지거든요. 롱릴리프였던 이용찬을 덕아웃에서 나와 박수쳐주며 맞아주던 일, 좀 더 쓰고 싶겠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내려주는 모습 등은 앞으로 이용찬이 좀더 화이팅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봅니다. 이런 모습이 쌓여 지금은 어렵지만 분위기만 반전되면 빛을 발할 수 있게 될거구요.
그리고 두산은 니퍼트와 김선우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습니다. 여기에 이용찬이 선발의 한 축을 어느 정도 메워주리라 기대하고 있구요. 노경은과 니에베만 받쳐주고 임태훈이 올라온다면 투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타격은 현재 문제가 있으나, 워낙 부침이 심한 것이 방망이인지라 언젠가는 부담감을 떨치고 제 실력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 입니다. 5월에 어떻게든 +3 정도는 만들어야 할텐데 여정이 쉬워보이진 않네요. 그래도 우리 곰돌이들을 묵묵히 지켜볼랍니다. 분명 일어날 수 있는 뚝심은 갖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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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경기 직관했습니다. 다행히 이겼더랬죠. 아직 밤날씨는 바람으로 쌀쌀했는데 관중 많이 오셨더군요. 한화의 8회 육성응원 손발이 오글거리면서도 멋있었습니다.


이번주에 5승 1패면 만족, 4승 2패면 불만족이라고 했었는데요. 우천연기 게임 포함 5승을 거뒀습니다. 만만치 않은 넥센에게 스윕, 근성의 한화에게 2승... 만족스럽네요. 이로써 올시즌 상당한 동력을 얻었습니다. 당분간 연패를 당하지 않는 한 상위권에서 놀게 되었네요. 

1차전 : 우천 연기
2차전 : 7-3 승 두산베어스 김경문 감독, 500승 달성 ‘역대 8번째 위업’
3차전 : 9-5 승 '최준석 이틀 연속 결승포' 두산, 5연승 질주

주목할 선수는 장돈건이었죠. 만루홈런과 3점홈런 등 이틀 연속 대포쇼로 미친 존재감을 빛내줬습니다. 게다가 요샌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다리까지 빨라져 지난 넥센전에서 내야안타까지 만들어냈죠.이러다 20-20 클럽에 가입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기계만 살아나면 충격과 공포의 클린업을 완성하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기계는 몸쪽공에 대한 트라우마를 끊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더군요. 누군가 기계에 공포 바이러스를 집어넣은게 틀림없구요. 백신 투입 절실합니다. 또한 투수진도 특별한 과부하없이 한주를 잘 소화했습니다. 특히 마지막날 홍상삼을 선발로 써서 승리를 얻은건 다음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도 좋은 결과였습니다. 물론 홍삼이가 선발승을 한건 아니었지만요. 덕분에 니퍼트가 푹 쉬었으니, 다음주 화요일과 일요일 두번 출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삼성과의 홈, 스크와의 어웨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두 스크와는 반게임차까지 줄어든 상태구요. 올시즌 첫 대결입니다. 모두 위닝시리즈로 가져가서 4월을 탑산으로 마무리 짓는 꿈! 기대하겠습니다. 4승 2패면 만족 3승 3패면 불만족인데요. 화~수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3승이 목표승수 되겠네요.

덧글 1...
스나이퍼 장성호 선수 드디어 컴백했습니다. 지난 사이판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친절히 응대해줘 참 고마웠는데요. 오늘 안타도 뽑아냈습니다. 꼭 재기에 성공해서 한화의 부활을 앞에서 이끌어줬음 하네요. 참... 식사하면서 해준 싸인 잘 보관하고 있어요~^^

덧글 2...
외국인 선수 한명 부족한 상태로 2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만족할 순 없죠. 올해는 무조건 우승이니까요. 4월에는 외국인 선수 영입했다는 뉴스... 꼭 보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좌완 선발 10승급으로...!

덧글 3...
의지가 참 잘해주고 있습니다. 홈런은 줄었지만 타격은 정교해졌구요. 더욱 고무적인건 도루저지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 지금 2위인가 하더군요. 어린 포수가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박경완을 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 같다능...


두산이 최근 롯데에 스윕당하면서 2위 자리가 가물가물해지고 있었죠. 이렇게 분위기 안좋을 때 한화를 만난게 고맙긴 하지만, 한화에 행여나 지기라도 한다면 타격은 1패 이상이었습니다. 다행히 역전승을 거둬 2위에 대한 욕심을 좀더 오래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간만에 곰돌이 방망이에 불붙은 경기였습니다.

게임은 초반에 양의지의 에러로 점수를 헌납한게 타격이 컸습니다. 일단 거기서 경기 지는줄 알았죠. 근데 한화도 비슷한 실수를 하면서 분위기는 넘어왔구요. 고젯의 싹쓸이 2루타에 두목곰의 홈런으로 간단하게 한화의 벽을 넘어섰습니다.롯데랑도 이렇게 쉽게 경기를 풀어갔음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네요. 어쨌든 막판 이용찬의 씩씩한 세이브 투구까지 곁들여 값진 승리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번 직관은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친분을 튼 알렉스님과 같이 직관했는데요. 어색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야구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나이도 같은 연배라 나중에 친구먹기로도 했구요. 역시 영화와 야구는 보고 나서 리뷰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사케마시며 나누던 야구 얘기에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덕분에 유쾌한 직관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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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응원가가 드디어 바뀌었더군요. 확실히 저번보다는 낫긴 합니다만... 제발 롯데 수준의 응원가좀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언제쯤 가능하려나요? 이종욱, 손시헌 응원가 빼곤 참신한게 없어서리...


야구는 참 모르는겁니다. 고전하리라 봤던 삼성-SK와의 8주차 경기는 의외로 잘해줬는데요. 4승이나 거뒀으니... 대신 하위팀 한화-LG를 만난 9주차엔 맘엔 안드는 경기를 했습니다. 단지 2승만을 추가했네요. 강팀엔 강하고 약팀엔 약한 과거 두산의 전철을 밟나요? 하지만 외형적으로 당한 3패보다 히메네스, 김동주의 부상과 김현수의 부진이 더 우울하게 하네요. 그래도 막판 2경기를 이겨서 그런지 왠지 잘했다는 느낌도 드는건... 뭐지...? 음... 이런게 조삼모사..?

우선 지난 SK와의 세번째 경기에서 히메네스를 중간계투를 기용했던 것.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네요. 결과론으로 팬들이 많이 비판하는거 같긴 한데요. 우모가 볼땐 악수이긴 했지만 무리수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간 고창성, 정재훈 등의 승리계투진이 많이 소모되었던 상황, 올해 무조건 우승에 올인한다는 점, SK와의 원정 3연전 스윕의 의미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이 경기 이후 4연패를 당했다는게 아쉽긴 하지만요. 달감독이 선수단미팅에서 자신의 책임이라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달감독이 매번 무리수를 두는 감독도 아니고, 장기레이스를 펼치다보면 한두번은 변칙적인 운용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한화는 분명 달라지고 있더군요. 별명이와 꽃을 열도에 내주고도 최진행, 김태완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다시 구축한거 보면 한대화감독의 리더십은 분명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리더십이 능력으로 평가받으려면 성적이 4강권에는 들어야겠지만, 1년차에 너무 많은걸 바라는건 그닥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구요. 일단 선수단 장악하고 새롭게 다진 모습은 해결사답네요. LG도 작년보다 좀더 짜임새있어졌구요. 박종훈감독을 영입한 이유가 두산의 화수분야구를 LG에 심고자하는 것이었다면 일단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오지환, 이형종, 박병호, 작은 이병규, 김태군 등의 젊은 피가 기존 멤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거든요. 특히 오지환은 정말 탐나는 물건이네요. 수비에서 돌글러브질을 가끔 합니다만, 타격의 파워는 잘만 키우면 대형유격수 하나 나올 것 같습니다.오히려 두산의 진야곱, 이원재, 서동환, 박민석 등이 생각보다 성장속도가 더 느린데요. 화수분야구의 명성에 걸맞게 성장촉진제라도 놔야될거 같습니다.

그래도 두산의 허슬야구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건 우선 종박이 살아났다는 점입니다. 요새 심심챦게 멀티안타와 도루를 추가하기 시작했죠. 두산의 전형적인 득점공식이 종박 안타-오똘 안타/종박 3루까지/이틈에 오똘도 2루까지-클린업의 싹쓸이 인데요. 그간 종박이 부상으로 조금 컨디션이 난조였는데 이제 대한민국 리드오프의 명성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고젯이 다음주에 복귀한다는군요. 변태적인 능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 다시 보여주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고젯이 돌아오면 ㅋㅋ는 또 자리를 뺏기는군요. 안타까워라...

투수진은 왈선생이 생명연장의 꿈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2경기 잘했다고 뭐라고 하긴 그렇지만, 일단은 옆쥐와의 대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퇴출이야기를 쑥집어넣게한건 사실이네요. 달감독이 일단 한경기는 지켜보겠다... 한경기는 더 지켜보겠다.... 하면서 압박한게 효험을 발휘한게 아닌가 싶구요. 반면 용찬이의 구위가 좀 걱정스럽습니다. 안타도 맞고 홈런도 맞더니 결국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죠. 남자답게 우직한 직구만 승부하다보니 읽힌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일시적인 현상이라 보고 싶습니다.

9주차 Weekly report... 
. 성적 : 한화 홈(- X X), LG홈(X ○ ○)
. 투수 : 정재훈, 고창성 각 1승
. 타자 : 김현수, 손시헌 각 1홈런
. 관중 : 평균관중 17,737 총관중 425,686(한화 - 10,154/13,229, LG - 27,000/27,000/17,449)
. 순위 : 2위(26승 1무 17패)

성적은 레젼드급이면서도 나이가 40을 바라보거나 훌쩍 넘었고, 그러면서도 현역에서 꾸준히 활약을 해주는 스타를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한다면... 현재 프로야구에 살아있는 전설은 이종범, 양준혁, 전준호, 구대성, 그리고 송진우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벅찬 감동을 안겨주죠. 특히 송진우는 늘 푸른 소나무처럼 꾸준한 몸관리로 한화팬을 넘어 전 야구팬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 송진우가 오늘 은퇴를 선언했다고 하네요. 아쉬움과 함께 그간의 활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프로야구 코치들은 롱런할 수 있는 투수로 폼이 예쁘면서도 부드러운 선수를 꼽습니다. 그중에서도 늘 첫째 혹은 둘째 손가락에 언급되는 선수가 송진우죠. 송진우의 폼은 참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폼도 예쁘구요. 그래서 큰 부상없이 지금까지 버텨온겁니다. 폼이 딱딱한 선수, 이제는 남의 팀 선수라 뭐라 하기 그렇지만, 박명환같은 경우는 잔부상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투구폼이구요. 왼손으로 따진다면, 류현진이 유연한 폼이긴 하지만 송진우만큼 이쁘진 않죠. 김광현은 다이내믹하긴 하지만 역시 송진우처럼 부드럽다고 볼 순 없구요. 결국 지금 내로라하는 왼손투수 중에서 송진우를 능가하는 폼은 찾기 힘듭니다.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교과서라 할 만 하죠.

이런 살아있는 전설 송진우의 기록은 화려합니다. 1989년 데뷔 이후 통산 210승 153패 103세이브, 방어율 3.51, 3003이닝, 64완투, 2048 탈삼진을 기록했는데요.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깨지겠지만, 210승은 10승씩 21년을 꾸준히 올려야 가능한 언터쳐블급입니다. 그리고 3000이닝도 1년에 200이닝만 던져도 혹사라고 하는데, 노예급 피칭 200이닝을 15년을 해야 근접할 수 있는 수준이죠. 그야말로 전설 그 자체입니다.

아쉬운건 이런 레젼드가 우승의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는겁니다. 99년인가요? 한화가 우승했을 때 마지막 투구를 송진우가 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한화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송진우와 구대성을 보유하고도 우승숫자가 많지 않은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한화팬들은 아마 송진우의 은퇴선언이 참 허탈할텐데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우모도 세번의 두산 우승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95년인데요. 그 이유가 레젼드 박철순의 눈물겨운 투혼이 함께 했기에 그렇습니다. 올해 한화가 꼴찌를 달리고 있어서 은퇴선언이 또 남다르겠죠. 다행히 한화는 오늘 SK에게 12회말 연장전에서 승리했네요. 송진우의 은퇴를 계기로 독수리들이 대오각성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합니다. 

송진우는 앞으로 은퇴 기자회견과 은퇴식 이후 해외연수를 간다고 하니, 이젠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컴백하겠네요. 모쪼록 코치로도 훌륭한 모습 보여주길 기원합니다.

덧글...
송진우 은퇴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장쌤 장원진의 은퇴식은 정녕 안하는건가요...? 이러면 안되는데...


두산은 한화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고, 기아는 롯데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로써 두산이 기아에게 1.5게임차로 따라 붙었네요. 미친 듯 질주하는 기아에 주눅들 것 없이 두산은 페이스만 지키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대로 된 것같아 기쁩니다. 

퇴근하면서 3:0으로 이기고 있는거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잠실에 도착하니 3회말이더군요. 1회에 이어 4회에도 김동주의 석점홈런이 나와 승부는 일찍 갈렸습니다. 두목곰이 이 2개의 홈런으로 통산 900타점 돌파한 10번째 선수가 되었다네요. 이후의 상황은 뭐 두산의 일방적인 곡갱이질에 독수리는 힘도 못쓰는 상황이 쭈욱~ 이어졌죠. 오히려 한화가 안쓰러웠습니다. 전통의 명가 한화가 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진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이번 경기는 선발 니코스키를 주시했는데요. 괜챦은 투수인건 확실합니다. 우선 폼이 참 유연하네요. 무리가 안가는 폼이면서도 공은 힘이 있더라구요. 6회까지 147km를 빵빵 찍어대는거 보면 기본 바탕은 갖춘 선수입니다. 게다가 110km대의 느린 커브에서 130km대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위를 가진게,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SK에서 버렸다는게 조급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간 두산으로서는 행운이구요. 두산과 궁합이 잘맞는 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경기 끝나고 수훈선수 인터뷰하는데, '두산팬~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외치는데, 연습한 것 같더군요. 이에 7관중들 환호성으로 답했구요. 흐믓했습니다.

두번째 언급하고 싶은 선수는 오재원입니다. 최근에 타석에서 자신없는 모습으로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는데요. 오늘도 교체로 출전해서 그닥 좋은 스윙은 못보여줬습니다. 다행히 내야안타를 만들어 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작년 포스트시즌에서의 포스는 아직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타격폼이 좀 변했습니다. 처음엔 꼿꼿하게 서서 치는 이치로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무릎을 굽히고 치더군요.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거겠지만, 프로 데뷔 때부터 폼이 자주 바뀐다는게 좋은건 아닐겁니다.

마지막으로 조승수... 신인인데요. 홍상삼처럼 키가 큰 35번 선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길래... 누군가 했습니다. 근데 왠지 차분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더군요. 마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아이처럼... 다행히 마운드에 올라와서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폼은 몸집만큼이나 홍상삼을 연상케 하구요. 직구는 140km를 겨우 찍는 130km 수준이었습니다. 공이 그닥 위력적이진 않았는데, 호리호리한 몸을 좀 찌우면 쓸 만하지 않나 싶네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가지 부탁하자면... 불펜에서 두리번 거리지 말고 여유있게 자기 공을 다듬었으면 한다능...^^

재밌는 장면 보기
아기곰을 패는 두목곰 모습

한편 기아는 가르시아에게 홈런 맞고 11연승에서 멈췄습니다. 더불어 이대진의 100승 도전 게임이었는데, 아깝긴 하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쉬임없이 달려온 발자국보며 한템포 쉬어가라는 하늘 뜻이니, 너무 기아팬들 상심하진 마시고... 그나저나 갈샤 덕분에 게임차는 줄었네요. '그라시아~ 가르시아~'

덧글...
의외로 야구장에 혼자 오는 분들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도 꽤 되구요. 방해받지 않고 야구를 감상한다는 점에서 괜챦죠. 응원할 때 혼자 소리 높이기는 좀 뻘쭘한거 빼고는...^^


오늘은 두산이 한화와, 기아가 롯데와 경기했습니다. 두산경기를 보면서도 관심은 광주로 향했는데요. 두팀 모두 이겨서 2.5게임차를 유지했습니다. 두산, 롯데가 이기기 바랬건만... 인생이 뭐 생각되로 되나요? 현실에서 생각대로 안되니까 CF에서 생각대로 한다고 떠드는거겠죠?

두산은 선발 김선우가 6.1이닝 5실점으로 그런대로 막아줬습니다. 5회까지 잘 막다가 6회에 꽃범호에게 쓰리런을 맞아 한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구요. 이후 점수차를 더 벌려서 승리를 지켰습니다. 김선우는 그간 정상급의 구위를 갖고도 그닥 미더운 승리를 따내지 못했는데요. 최근에 스플리터를 장착한 이후에 쉽게 쉽게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어쨌든 아직은 에이스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용덕한...! 칭찬이 전혀 아깝지 않네요. 투수 리드도 훌륭했지만, 2안타로 5타점 올리는 맹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최승환보다 나은게 블로킹 솜씨였는데, 그 외에도 타격도 무시못하겠네요. 풋워크도 좋구요. 곧 상무에서 김재환까지 돌아오면 정말 볼 만 하겠네요. 홍포, 채포 다 나가도 포수 풍년이 들다니 참 알다가도 모르는 세상입니다.

기아는 윤석민의 7이닝, 손영민의 1이닝, 곽정철의 0.2이닝, 유동훈 0.1이닝으로 팀 완봉승을 거뒀네요. 완벽에 가까운 마운드 높이로 11연승을 달렸구요. 김상현의 투런홈런이 결승타가 되었네요. 롯데는 4위싸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과연 누가 무한질주 기아차를 세울 수 있을지 시즌 후반기에 쓰나미로 등장했군요. 흠냘~

기아와의 승차를 좁히면 좋지만, 굳이 따라잡겠다고 지금 오버페이스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라톤에서도 선두보다는 선두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가는 쉐도우 체이서(Shadow chaser)가 바람도 피할 수 있고, 시야를 넓게 가질 수 있어 좋으니까요. 다만 선두와의 간격을 놓치면 안되겠죠. 전에도 포스팅했지만, 두산은 그저 두산의 경기 스타일만 유지하면 되구요. 계속 2~3경기차를 유지하다 8월말 기아와의 진검승부에서 뒤집으면 됩니다.

다만 이용찬의 무릎이 안좋다는게 마음에 걸리네요. 마무리는 시즌전 두산의 아킬레스건이었는데, 그나마 이용찬이 잘 막아줬거든요. 김경문감독이 투구수 조절해주면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두산이 한화와의 1박 2일간의 혈투 끝에 겨우 승리했습니다. 연장전 무려 18회에서야 끝났네요. 18회말이면 두게임을 연달아 한 것과 같은데요. 더블헤더는 중간에 쉬기라도 하지 이건 뭐 거의 선수나 관중이나 인내심의 한계를 측정하는 수준입니다. 한국야구 사상 최장 이닝 기록했네요.

연장 18회지만 점수는 1:0입니다. 투수를 칭찬해야 할지 타자를 탓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요. 승패 여부를 떠나 1박 2일 동안 수고하신 선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밤 12시 24분까지 끝까지 남아 응원하신 양팀 팬 여러분도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귀가길이 적쟎이 불편하시겠네요. 그래도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셨다는건 소득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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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두산은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네요. 잔인하다고 해야할지, 팬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고 해야할지... SBS스포츠도 인터뷰를 안하는데... ㅋㅋ

오늘 경기를 인터넷으로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김상훈 해설위원하고 이름 모를 캐스터네요. 김상훈이야 뭐 워낙 안티두산인지라 아예 드러내놓고 한화를 응원하던데 만루에서 안영명이 김현수에게 끝내기 볼넷을 내주자 장탄식을 하는군요. 캐스터도 같이 "아~~~~~~" 하고 합창을...^^ 방송하느라 목아파 죽겠는데 맘에 안드는 결과까지 보고 하여간 욕보셨습니다. 추가근무수당은 나오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쿨럭~)

뭐니뭐니해도 두산베어스, 한화이글스 선수, 코칭스탭, 팬 여러분 고생많으셨어요.
이제 들어가서 푹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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