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하키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챔피언결정전을 일본 사정상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는 불상사없이 잘 치르고 또 우승했으면 좋겠네요. 올해 우승한다면 3연속 우승인데 하키 불모지인 한국으로선 대단한 일이죠. 더불어 동계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고 관심도 높아졌음 합니다.

나름 일찍 경기장을 찾았는데, 티켓사려는 줄이 꽤 길더군요. 거의 20분 정도 서서 샀던 것 같은데요. 짜증나기는 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하키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 경기장 안에는 당연히 매진으로 복도까지 앉아있는 상황이었구요. 우모는 자리 하나에 아기곰을 안고 지켜봤습니다. 개막전 행사는 그럭저럭 괜챦았으나 좀더 안양한라의 역사를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안양한라의 역사가 하키의 역사이기에... 개인적으론 재작년 우승순간도 큰 화면에서 봤다면 훨씬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개막전에 약한 징크스 떄문에 걱정은 했지만, 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잘 마무리지었습니다. 1피리어드에 3득점 성공시키며 완승하는가 싶었는데, 왠걸 2피리어드에 3실점해서 역시 징크스는 무시할 수 없구나 했네요. 특히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리바운드를 내줘 먹은 골은 쫌 열받았습니다. 다행히 연장전에서 정병천의 골로 이기긴 했습니다만... 쿨럭~ 베스트 선수는 라던스키를 꼽고 싶구요. 새로운 외국인 선수 잭맨도 움직임이 좋았습니다. 알렉스킴은 역시나 스틱웍이 한수위임을 보여줬는데 수비가담률에서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박우상, 송동환 등의 해외진출로 국내파들의 무게감이 떨어진건 사실이나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리란 기대는 해봅니다.

참 하이원으로 이적한 이유원은 여전히 민첩하더군요. 응원단도 많이 오고.. 중간에 이돈구와 마찰이 있긴 했지만 하키에서는 일상다반사입니다. 어쨌든 반가웠습니다.


이틀 연속 하이원과의 플레이오프를 관전했습니다. 1차전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터라 2, 3차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는데, 다행히 이겼습니다. 이제 남은 두 경기에서 한경기만 이기면 대한민국 최초로 아시아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갑니다.

하이원 경기를 직접 본건 처음입니다. 그동안 하이원의 간판 알렉스킴에 대한 기사는 읽은 터라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역시 큰물에서 경헙을 쌓았던 선수는 달라도 뭔가 다르더군요. 스케이팅이나 스틱웍이 여느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마치 베트남인가에서 잠깐 자선경기를 뛰었던 지단을 연상시키더군요. 여유있으면서도 시야가 남다른게 매직 존슨의 현란한 어시스트를 떠올리게 하구요. 3차전에서 몸을 날리면서 넣은 골은 정말 NHL급이었습니다. 적이었지만 기립박수를 쳤다능...^^;; 하지만 하키는 팀스포츠입니다. 하나로 똘똘 뭉친 힘은 안양한라가 더 나았네요.

2차전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졌는데, 3차전에서는 2피리어드 2-2에서 6-2까지 달아나자 사실상 승부는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성급하긴 하지만 플레이오프의 승패도 갈린게 아닌가 싶네요. 하이원이 골리를 뺐던 승부처에서 오히려 안양한라가 골을 넣은게 쐐기를 박았구요. 전체적으로 기싸움에서 지지않은게 경기를 장악했던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상적이었던건 허벅지 부상중인 마르티넥이 계속 응원을 보내던 장면이었습니다. 청바지를 입은채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하고 동료를 격려하던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과거 두산의 리오스를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에 서포터스는 마르티넥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부상이 빨리 회복되어 결승전에서는 출전하길 기원합니다.

이제 춘천으로 옮겨 남은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꼭 4차전에서 결승행을 확정지었으면 하네요. 비록 가지느 못하지만 성원은 보냅니다. 안양한라 화이팅~

덧글...
2차전에서는 혼자였지만 3차전에서는 안양한라 서포터스와 같이 처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재미있네요. 응원단장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구요. 하키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네요.


안양한라가 라이벌 하이원에게 어제의 1:4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습니다. 무려 스코어 6:1로 대승을 거뒀죠. 어제 경기는 못봐서 잘은 모르지만, 오늘 경기도 스코어만큼 일방적인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2피리어드는 스코어상으로는 1:0으로 이겼지만 거의 몰리다시피한 열세였구요. 3피리어드도 2:0으로 이기긴 했지만 우세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안양의 골리, 손호성의 선방이 없었다면 경기는 예상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렀을지도 모르겠네요.

1피리어드는 팽팽하게 1:1의 박빙 상황에서 2골을 넣으면서 순조롭게 끌고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피리어드 들면서 하이원의 파상공격에 많이 고전했네요. 다행히 한골을 더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3피리어드는 중반 이후 스코어가 5:1로 벌어지자 하이원이 약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이었구요. 한골을 더 넣어 6:1로 경기는 승리했습니다. 우모가 관람한 두경기 모두 승리해서 기분이 좋네요.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집단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모가 앉은 자리에서 봤을 때, 승리한 안양한라 선수가 경기 끝난 후에 퍽을 골대로 툭 밀어 넣으려 하자 하이원의 용병이 기분이 상했던 듯 싶네요. 바로 치고 받고 싸우더군요. 그러자 다른 선수들끼리도 붙고 한동안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아이스하키가 어느 정도의 폭력을 용인하는 스포츠긴 하지만 직접보니 살벌하데요. 그리고 꽤 볼만 했습니다. ^^

다행히 난투극 이후 모두 악수하며 좋게 헤어졌네요. 돌아서면 다들 선후배, 동료사이인데 뭐 원수질 일은 없죠. 다만 라이벌이라는 점이 민감하게 작용한 듯 싶네요. 오늘도 경기장은 거의 꽉 들어찼는데요. 입장료는 안받고 대신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를 하더군요. 덕분에 선행도 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관중석에는 하이원 원정관중들도 꽤 오셨던데요. 한라 신입사원들의 패기넘치는 응원도 볼 만했구요.


특이했던건 오늘 경기에서 2피리어드 종료후 리틀한라 어린이팀의 시범경기였는데요. 스피디한 경기를 보다가 완만한 어린이 경기를 보니 너무 귀엽더군요. 얼음 위에서 제대로 몸도 못가누면서 퍽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안나올 수 없더라구요. 무럭무럭 자라서 아이스하키를 짊어지고 나갈 대스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같이 보기로 한 회사 선배가 안 온 모양이네요. 전화 안받더라구요. 딸이랑 같이 온다고 했는데... 흠... 일단 다음 홈경기가 1월 10일이니 다시 한번 꼬셔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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