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쇼핑이죠. 개인적으로는 제일 불만이구요. 원치 않는 코스로 인도해야 하는 가이드도 그렇고 여행객들도 그렇고 그닥 반갑지는 않은 그런 순서입니다. 하이난의 마지막 여행은 쇼핑입니다. 근데 밤비행기까지 시간이 워낙 많이 남아 중간에 애니월드쇼를 한번 보고 쇼핑하기로 했습니다.

애니월드쇼는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해 찍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아쉽지 않은게 솔직히 그닥 볼꺼리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호랑이, 돼지, 코끼리, 악어쇼가 있지만 아직은 좀 더 가다듬어야 될 것 같더군요. 공연장도 시설이 한창 보수중이라 어수선했구요. 그래도 아이들은 상당히 좋아합니다. 특히 다른건 다 어느 동물농장에 가도 있는거지만 특이하게 돼지 달리기쇼는 처음 봤습니다. 트랙을 한바퀴 돌면 끝나는데 중간에 물에 뛰어드는 코스도 있어서 나름 신선합니다. 하지만 너무 빨리 끝나서 본 경기는 1분도 채 안걸리죠. "어라 이게 다야?" 하고 나오는게 돼지쇼...지요.

북경올림픽이 빨리 열려야 할 것 같더군요. 도시 전체가 온통 올림픽 준비로 공사판이라 제대로 보려면 차라리 올림픽 끝나고 오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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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코스는 쇼핑입니다. 전통차, 라텍스, 짝퉁시장, 선물가게, 진주상점 등을 차례대로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주로 차안에서 시간을 보냈구요. 저녁에는 명동 같은 곳에 갔는데 싼야의 중심가에 있었습니다. 몰은 비록 작았지만 그래도 활기찬 모습이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태어나서 두번째로 한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았습니다. 전에 미국종단여행 할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맞은 이후 하이난이 두번째죠. 솔직히 크리스마스는 눈오는 겨울이어야 제맛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이색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괜챦네요. 이런 동남아 사람들을 위해 눈오는 크리스마스 여행상품을 출시하면 잘 팔리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TV에서는 온통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외치는데 정작 이 사람들은 보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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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이는 상점에서 탈을 하나 샀습니다. 탈이라기 보다는 목각제품인데 상상의 동물을 깍아 만들었다고 하네요. 가이드가 가격을 흥정해서 4달러에 샀습니다. 가격대비 만족도 좋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집에 걸었는데요. 나름 운치있게 벽을 꾸며주네요.

이번 하이난 여행은 잊기 위해 떠났습니다. 무얼 잊으려는지 조차 잊어버리고 싶었는데... 다행히 일정이 빡빡해서인지 많이 버리고 왔습니다. 가슴도 조금은 홀가분해졌구요. 재충전의 시간도 챙긴 것 같네요. 앞으로 다시 우울한 기분에 젖어들지는 모르지만, 또 그 때마다 일상탈출을 꿈꾸겠지만, 이번 여행의 기억이 많이 도움되었으면 싶네요.

평소에 아침을 먹지는 않지만, 호텔투숙비용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뷔페로 발길이 가더군요. 호텔 메뉴는 서양식과 동양식의 퓨전인데요. 딱히 맛없지도 그렇다고 맛있지도 않은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여행객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았구요. 특히 중국에서 만든 김치는 참 오묘한 모방의 맛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역시 김치는 한국이 최고... 입니다.

이번 여행팀은 중년부부, 신혼여행커플, 연인커플 등 포함 모두 11명이었죠. 가이드는 연변총각인데 생각보다는 많이 어렸구요. 81년인가 82년생인가로 소개하더군요. 그래도 연변에서 돈 벌기 위해 하이난까지 와서 고생하는거 보니 동생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발음이 서툴기는 해도 열심히 가이드하는 모습이 역시 한민족은 무얼 해도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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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의 투어는 해양스포츠입니다. 제주도의 우도처럼 하이난에 오지주도라는 섬이 볼만 하다고 하길래 여행팀은 오지주도를 선택했죠. 가서 보니 딱히 가이드 말처럼 우도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 우도는 정말 해변색깔이 옥빛으로 참 예뻤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구요. 해양스포츠 하기에도 적당한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전동차로 섬 한바퀴 돌았는데요. 여행은 관광지는 별로 볼게 없다는걸 확인하러 간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다. 중간중간에 기암절벽이 있긴 했지만서도... 오히려 산책을 하면서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농담도 하고 개인적인 얘기도 하는 수준이 되었죠. 특히 두 커플은 지난 밤에 술자리를 가졌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한 명은 숙취로 내내 고생했구요.

오지주도에서 아기곰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입 안이 헐어서 계속 짜증이 나는데다 주위환경이 낯설어서인지 무척 힘들어했죠. 역시 좀 더 커야 해외여행을 갈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고집 피워 온 여행이라 미안한 마음은 더했구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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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녹회두(鹿回頭) 공원으로 갔습니다. 싼야시 전경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공원이라네요. 해발 120미터 정도이니 산이라고 하기도 뭐한 산책하기에 딱 적당한 높이입니다. 녹회두는 어떤 리족이 사슴 한마리를 쫓다가 고개를 넘고 해변 벼랑끝에 다다르자 사슴이 어여쁜 소녀로 변해서 부부가 되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진의 동상처럼 사슴과 남여 한쌍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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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은 요코하마만큼은 아니어도 괜챦았습니다. 여행가는 어느 도시를 가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을 먼저 간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녹회두 공원은 싼야에 온 이상 꼭 한번은 와야 할 곳이죠. 가이드가 저기는 어디고, 여기는 어디라고 설명은 열심히 하는데 솔직히 귀에는 잘 안들어왔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찍었던 곳이 어디라고 얘기하는데 드라마를 안 보니 그닥 실감도 안나더군요. 셋째날은 이렇게 마감하고 호텔에 들어와 좀 일찍 쉴 수 있었습니다.


요새 어딘가로 무조건 떠나야 한다는 욕망이 가슴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간절하게... 지금까지 이토록 절박하게 일상탈출을 원했던 때도 없지 않았나 싶네요. 때 마침 회사에서 부상으로 받은 여행상품권이 있어 이번 연말에 '아무 생각없이' 바로 떠날 수 있는 곳을 정말 '아무 고민없이' 골랐습니다. 하이난 3박 5일 짜리 상품입니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징후가 좋지 않았죠. 회사일도 바빴지만 아기곰이 열이 있어서 떠나기 하루 전까지도 꼭 지금 떠나야만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거든요. 다행히 감기기운은 잦아들던 상태여서 상비약을 준비하기로 하고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게다가 내년에는 시간내기가 더 힘들 것 같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구요. 하지만 개인적인 욕망이 결정타였음은 부인하지 못하겠네요. 어쨌든... 떠났습니다...


하이난(海南)

면적 : 33,920 km²
인구 : 8,030,000 명
별칭 : 중국의 하와이라고 불리움

솔직히 하이난에 대해 잘 모릅니다. 올해 초 하이난에 워크샵 한번 갈 기회가 있었다가 무산되었다는 점 빼고는 정보가 거의 없었죠. 게다가 이번 여행의 컨셉은 '묻지마 여행'이었기에 떠난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습니다. 일정표에는 대략 시내관광과 해양스포츠로 되어 있어서 여차하면 스킨스쿠버 하고, 귀챦으면 호텔에서 수영이나 하고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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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텔에 있는 수영장을 보는 순간 수영이나 하고 지내야 겠다는 생각은 깨끗이 접었습니다. 시설도 4성급 호텔치고는 만족스럽지 않았구요. 바람도 많이 불어 수영하다가는 감기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반 관광코스대로 쫓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첫날은 새벽 1시 넘어 도착했기에 일단 숙소에 짐풀고 잠자기 바빴습니다. 다행히도 아기곰의 상태도 나빠지진 않았구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둘째날 여행에 나섰습니다. 코스는 원숭이섬이라고 하네요. 예전에 뉴스에서 저질 관광지로 어느 나라의 원숭이섬인가 원숭이공원인가를 언급했던걸 본 기억이 있어서 혹시 거기는 아닌가 했었죠. 거기는 그냥 돈내고 갈만한 데가 아닌데 유료상품으로 판매해서 뉴스에서 얻어 맞았었는데 다행히 하이난의 원숭이섬은 아닌것 같더군요.

섬은 케이블카로 이어져 있어서 홍콩의 구룡공원인가 가는 코스와 비슷했습니다. 위의 사진이 케이블카에서 찍은 모습인데요. 수상가옥촌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면 가정집 뿐만 아니라 잡아놓은 물고기들을 모아놓은 양식장 같은 시설도 있더군요. 주거를 넘어 생산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수상가옥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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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섬에는 시설이 잘 정돈되어 있었구요. 몇가지 간단한 쇼도 있었죠. 원숭이와 사람의 만담극도 있엇고, 원숭이가 자전거 타고 다니는 쇼도 있었고, 원숭이가 말이나 염소들과 함께 하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물을 학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하이난이 생각보다는 커서 원숭이섬에 다녀오니 오후시간이 거의 다 가버리더군요.

저녁에는 발맛사지를 받았습니다. 전에 홍콩에서 받았을 때보다는 덜 시원했지만 1시간 정도 받았고, 가격은 저렴했습니다. 20달러 정도니까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안들었구요. 덕분에 여행 첫날의 피로는 어느 정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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