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결국 지상전을 감행하고 말았습니다. 팔레스타인 공습에 대한 전세계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개전 8일째에 지상군을 가자지구로 투입했다고 하네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표명은 단지 미국 뿐이었지만, 다른 모든 국가의 반대보다 미국 한표의 지지가 더 위력적이군요.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가자지구는 서울의 반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그 작은 영토에 퍼부어질 폭탄과 로켓, 총탄 등으로 볼 때, 앞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지상전에서 나올지 걱정스럽습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재를 위해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단행해서 피의 전쟁을 중단시켰으면 좋겠군요. 그 동안에는 팔레스타인의 희생이 최소화되길 바랄 뿐이구요. 이렇게 블로그에 글만 올리는게 염력으로 비행기를 띄우는 것만큼 현실성이 없는 일인 줄은 알지만, 어쟀든 부디 팔레스타인의 안녕을 기원할 뿐입니다.


종교, 이념 등의 갈등이 어떠하든, 현실적으로 힘의 크기가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 나라에 오로지 희생만을 강요하는건 옳지 않습니다. 가능하지도 않구요. 이스라엘 스스로도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를 평정하리라 생각하진 않을겁니다. 다만 오바마 정권교체 이후 있을지 모를 미국의 정책변화에 앞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인 것 같은데요. 그런 전략치고는 치러야 할 피의 댓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되진 않나요? 하마스도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가 아닌 공존을 원하고 있는만큼, 이스라엘도 고집스런 정책에서 벗어나길 기대합니다.

예전에 새뮤얼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 이론을 발표하면서 앞으론 이념이 아닌 문명권 간의 대립이 갈수록 첨예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죠. 대표적인게 유대교와 이슬람의 대결구도인데요. 역설적으로 '문명의 충돌'은 '문명의 공존'으로 해결을 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고 해도 중동에서 사는 한 이슬람 세력과 타협하지 않으면 고립되기 쉽상이구요. 설사 중동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다른 문명권이 이스라엘을 침략국가로 인식하는 한 유대교의 시오니즘은 그들만의 꿈으로 전락할 수 있거든요. 미국도 국익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면 언제든 이스라엘을 내칠 수 있다는 사실... 직시해야 합니다.

결국 공존만이 해답이거든요. 이스라엘은 부질없는 아집을 버리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상전을 지금이라도 거두기 바랍니다. 아울러 그들의 경전도 사심없이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경전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이 혹시 악마의 탈을 쓰고 있는건 아닌지...

세계는 이스라엘의 독선에서 나치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세밑에 우울하게 하는 사진이 있습니다. 제겐 아기곰이 있어서인지 이런 사진을 보면 울컥해지는데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으로 발생한 비극입니다. 이 사진은 묘한 마력이 있어서 그냥 순간 분노하고 사그러드는게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어떤 역사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아이가 울부짖는 것 같네요. 그래서 한번 중동역사도 공부할겸 대충 뒤져봤습니다.

일단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게 있는데요. 팔레스타인 지역이 원래 유대인들의 땅이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현재 유대인들은 바빌론 시대나 로마제국 시대에 쫓겨난 유대인들과는 혈통적으로 유대관계는 없습니다. 다만 중세시대 이후에 유대교로 개종한 카자르족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구요. 그래서 지금의 유대인들이 주장하는 '고향으로부터 추방당한 유대인들'이라는 주장은 허구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허구적 신화는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 영토 불법점령을 정당화시킨 정서적 근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유대인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사실관계를 명확히하면, 수천년 전의 유대인과 지금의 이스라엘 국민은 혈연적 연관성이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종교적으로 묶여있을 뿐입니다.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역사를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요. 상당히 복잡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어에서 보시면 될 것 같구요. 20세기 이후의 상황을 보면 1917년 영국이 선언한 벨푸어선언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데요. 중동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이 1차 세계대전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한 유대인들의 원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오니즘을 자극하는 벨푸어선언을 하게 됩니다. 내용인 즉슨, 이미 오래 전에 멸망한 이스라엘을 유대인들을 위해 건국해주겠다는 거구요. 우여곡절 끝에 1948년 이스라엘은 독립국가를 선포하게 됩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UN 등에서는 아랍인 국가와 유대인 국가를 동시에 세울 것도 논의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아랍인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강대국과 유대인의 야합만으로 아랍인의 일방적 희생을 강제한 셈이죠. 이는 비극적인 역사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팔레스타인의 영토분쟁은 영국의 경제적 잇권,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야욕이 빚은 결과인데요. 그래서 20세기를 야만의 시대라 할 만 합니다. 이런 일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으니까요. 아프리카 각국의 국경선이 왜 직선으로 그어졌는지, 한반도는 왜 분할되어야 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지 싶습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이로 인해 원래 팔레스타인에서 거주하고 있던 아랍인들은 주변의 북아프리카로, 이집트로, 레바논으로, 요르단으로 쫓겨나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올해 이스라엘이 건국 60주년을 치렀는데,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후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간의 10년 전쟁 등 끊이진 않는 충돌을 빚어왔구요, 그 와중에도 공존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 클린턴-아라파트-라빈 충리간의 평화선언으로 오랜 갈등이 종식되는가 했죠. 평화선언은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은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점령한 요르단, 시리아, 이집트 영토의 반환에 동의한다는게 골자였습니다. 하지만 평화선언은 이스라엘의 유대종교 극단주의자들의 불만을 샀고 라빈이 암살되기에 이르렀구요. 이후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샤론 등의 강경파가 득세하기 되었고, 평화와 공존에 대한 뚜렷한 합의없이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SAVE PALESTINE!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여기서 현재의 상황이란 이스라엘은 첨단무기로 공습하고 팔레스타인은 재래무기로 보복하는 악순환을 말하는데요. 서방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팔레스타인의 테러에 대한 이스라엘의 응징으로 뒤바뀌어 버립니다. 특히 하마스를  이슬람 과격단체, 혹은 무장세력으로 표현하는데요. 현실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곤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하에 핵과 막강한 육군력,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하마스는 보잘 것 없는 게릴라 수준의 전투력과 로켓포만 가지고 있거든요. 강자의 시각에서 약자를 일방적으로 테러리스트로 낙인찍는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테러리스트라면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들도 테러리스트고, 영국에 대항한 미국의 독립전쟁도 테러리스트들의 난동에 불과한겁니다. 수천년간 이어온 자기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이 자신의 영토와 권리를 되찾겠다는 의사는 정당하기에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이 미국의 역할인데요. 현재 유일하게 이스라엘의 공습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은 자신의 경제력의 상당 부분을 유대자본으로 버티고 있고, 중동에서 그들의 이익을 어느 정도 실현시킬 수 있는 전진기지로 삼고 있습니다. 이라크와의 전쟁을 이스라엘에 쏠린 관심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오는거구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습한 이유도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부시행정부가 바뀌기 전에 어느 정도 쐐기를 박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겁니다. 앞으로 오바마가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올지는 모르지만, 오바마인들 미국 국익을 고려한다면 큰 변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이스라엘은 미국에게 순망치한의 존재니까요.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폭력에 대한 허접한 양비론입니다. 폭력은 어차피 상대적인 것이기에 '누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는가' 따지는건 변죽만 울릴 뿐입니다. 핵심은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가'이며, 이를 명확히 가려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대국의 이해관계, 종교적 대립관계, 경제적 득실관계를 따져보면 팔레스타인 독립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가물가물 멀어져 보이네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없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도움줄 것이 없어 보이구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해는 풀고 팔레스타인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전파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지 않을까요? 사진속의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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