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서판교 쪽으로 자전거 나들이 갔다.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나길래 자전거를 돌렸더니, 운중천 카페거리 작은 음악회란다. 이름과 어울리게 규모가 아주 작은 음악회다. 다리 한쪽 구석에 연주자가 있고 그 앞에 스무명 정도 앉아 감상하고 있다. 공간이 좁아서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기는 힘들어 보였다. 아마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런 행사가 기획된 듯 한데, 연주 수준에 비해 관객들은 좀 썰렁하긴 했다. 



뜬금없긴 하지만, 밴쿠버 섬 여행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쉐마이누스(Chemainus)였다. 쉐마이누스는 벽화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었는데 우연히 마을 축제를 여행하다 보게 되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축제는 사실상 장기자랑에 가까웠다. 음악 연주를 하는 주민들까리 한 구석에서 기타 연주하기도 하고, 아줌마들끼리 아코디언을 연주하기도 하고, 다같이 탱고를 춤추기도 했다. 그런 자발적인 참여가 소박하지만 아름다워 보였다. 


아마 운중천 작은 음악회의 주체는 주민이 아닌 지역상인일 것이다. 매상을 올리려는 목적의 축제는 스토리가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음악회 연주자가 초대손님일테니 지역과 밀착된 스토리가 축적되기도 어렵다. 판교라는 동네가 역사가 짧아 어쩔 수 없긴 하다. 좀더 시간이 흘러 지역색이 짙어져 진정한 지역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의 축제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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