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왼손 투수는 귀하다. 누구 말대로 수맥 때문인진 몰라도 좋은 자원이 들어와도 잘 터지지 않는게 왼손 투수다. 윤석환 이후 임팩트 있는 왼손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팀의 평균 정도만 해줘도 좋으련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을 뽑아도 오른손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인 두산에서도 왼손 투수는 예외인가 보다. 역대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왼손 투수는 주요 선수만 정리해도 아래와 같다. 이 중에서 남아있는 선수들도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활약하고 있는 선수도 드물다. 유희관, 정대현 뿐이다. 개인적으로 장민익과 이현호는 아직 기대가 크다. 특히 이현호는 류현진 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는데, 어이없이 개에 물려 재활치료하는거 보면 수맥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이현호는 현재 상무에 있다.  


2003년 : 전병두(2차 1R)

2005년 : 조현근(2차 2R), 금민철(2차 4R)

2006년 : 남윤희(1차)

2008년 : 진야곱(1차)

2009년 : 유희관(2차 6R)

2010년 : 장민익(1R), 정대현(3R)

2011년 : 이현호(2R)


외부 수혈도 상황은 비슷하다. 채상병을 주고 데려온 지승민은 삼성 시절 권혁 다음으로 구질이 좋았지만, 간염 여파로 방출되었다. 금민철에 10억을 얹어 받았던 이현승도 2009년 전반기까지만 활약하고 2011년까지 허리와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다 군에 입대했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 세데뇨는 KBO 사상 처음으로 산업 연수생이란 용어를 만들어 낸 육성형 외국인 선수였고,  트위터리안으로 인기를 모았던 니코스키도 평작 이상의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왈론드도 비슷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실연의 상처로 부진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프로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다. 고교야구도 아닌데.. 어쨌든 왈룐드는 그나마 포스트 시즌에서 미들맨으로 꽤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긴 했다. 가장 괜찮았던 외국인 선수는 레스였다. 2001년 기아에서 퇴출된 레스는 두산에서 202이닝을 던지고 16승을 거줬다. 2003년 요미우리로 갔다 돌아온 2004년에도 17승을 거둬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후 다시 라쿠텐으로 갔다가 2008년 컴백했지만 3승 2패의 초라한 성적을 올리곤 가족 건강문제로 시즌 중간에 떠나 버렸다. 



현재로선 이혜천이 왼손의 주축돌이 되어야 맞다. 그러나 이혜천은 만성적인 제구력 불안이 치명적이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일본에서 컴백한 2011년 시범경기에서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더랬다. 드디어 우리도 제대로 된 왼손 파이어볼러 가져보나 엄청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시즌 성적은 1승 4패 방어율 6.45. 역시나 이혜천의 제구력은 일본 유학으로도 교정되지 않았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흔들리는 악습은 여전했다. 팬들의 원성은 63빌딩 보다 높았고 만리장성 보다 길었다. 


또 한명 해줘야 할 왼손 투수는 괜찮은 마무리 스콧 프록터를 포기하고 데려온 게릿 올슨이다. 최소 프록터, 최대 게리 레스 정도의 기대치였는데, 현재 스탯은 수염 난 이혜천이다. 구위는 그렇다 치고, 한계투구가 60개 정도라는게 실망스럽다. 당연히 두산 스카우터의 책임이다. 주로 중간에서 던졌던 선수를 선발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본 건 대체 어떤 근거였는지 묻고 싶다. 그저 아직 한국 무대에 적응 중이라는 미신 섞인 희망을 가져볼 뿐이다. 벌써 시즌이 6월인데도. 그리고 남는 선수는 정대현, 원용묵, 김창훈 정도다. 기대 보다 성장이 더디다. 정대현은 묵직한 공을 갖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 원용묵도 마찬가지. 한화에서 이적한 김창훈도 지금은 원포인트 릴리프지만, 사실 북일고 시절엔 첫 손에 꼽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팬으로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진 않다. 군 복무 중인 이현승과 이현호, 장민익이 있다.  이젠 노망주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진야곱도 대기하고 있다. '굿바이 홈런'의 배경 원주고 출신 함덕주도 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잠룡들이 이천에서 박박 기고 있을거라 믿는다. 이들이 왼손 투수들의 무덤인 두산 마운드에서 랜디 존슨 같은 대투수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기아팬 선배가 말했습니다. 기아가 1위하고 두산이 3위 한게 실력차 아니겠냐고...
우모가 답했습니다. 로페즈와 구톰슨이 두산엔 없었을 뿐이라고...

기아가 좋은 구단인건 의심하지 않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두산이 기아에 뒤진다고 볼 순 없죠. 다만 기아에는 최고의 용병 트리플이 있었습니다. 로페즈, 구톰슨, 그리고 곤잘레스 김. 반면 두산엔 내세울만한 용병이 없었죠. 니코스키와 세데뇨가 나름의 역할은 했지만, 우승을 위한 열쇠까지 가져오진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시즌 중간에 들어와서 제대로 실력을 펼칠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에게 시간은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기에, 이들은 재계약에 실패한거죠. 아마 우모가 구단주였다고 해도 내쳤을겁니다.

결국 두산은 새로운 대체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도미니카에 스카우트팀을 보냈다네요. 좋은 선수들을 뽑아오면 좋으련만... 이 또한 그닥 신뢰하진 못하겠군요. 고작 보름안에 좋은 선수 뽑을 수 있다면, 그동안 다른 팀들이 좋은 용병을 뽑지 못한게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경험상 성공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필연보다는 우연처럼 다가오거든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두산이 우승못한게 참 아쉽네요. 우승했다면 적어도 한명쯤은 재계약했을텐데 말입니다. 

그동안 니코스키와 세데뇨에게 이상한 정이 들어버렸네요. 공부는 중간이어도 성격이 좋은 친구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느낌...? 니코스키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프로선수 2.0으로 솔직함이 매력적이었구요. 세데뇨는 김동주에게 맞아도 능청떨며 눈치살피는 된장냄새나는 친구였습니다. 이 매력이 야구와는 관계없는게 참 안타까울 뿐이죠. 니코스키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두산과 재계약에 실패한 아쉬움을 적었습니다. 읽어보니 좀더 니코스키에게 기회를 줬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대체용병이 뛰어나리라는 보장도 없기에... (갈팡질팡...)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밝혔듯, 우승은 두산에게 한이나 염원에 가깝습니다. 성격 더러워도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강력한 구위를 지닌 극강의 수퍼 울트라 고무팔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즈는 정말 최고의 용병이었네요. 성격좋지, 실력있지, 우승까지 안겨주지... 근데 요새 우즈는 뭐하나요? 보고 싶네요.


두산은 한화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고, 기아는 롯데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로써 두산이 기아에게 1.5게임차로 따라 붙었네요. 미친 듯 질주하는 기아에 주눅들 것 없이 두산은 페이스만 지키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대로 된 것같아 기쁩니다. 

퇴근하면서 3:0으로 이기고 있는거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잠실에 도착하니 3회말이더군요. 1회에 이어 4회에도 김동주의 석점홈런이 나와 승부는 일찍 갈렸습니다. 두목곰이 이 2개의 홈런으로 통산 900타점 돌파한 10번째 선수가 되었다네요. 이후의 상황은 뭐 두산의 일방적인 곡갱이질에 독수리는 힘도 못쓰는 상황이 쭈욱~ 이어졌죠. 오히려 한화가 안쓰러웠습니다. 전통의 명가 한화가 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진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이번 경기는 선발 니코스키를 주시했는데요. 괜챦은 투수인건 확실합니다. 우선 폼이 참 유연하네요. 무리가 안가는 폼이면서도 공은 힘이 있더라구요. 6회까지 147km를 빵빵 찍어대는거 보면 기본 바탕은 갖춘 선수입니다. 게다가 110km대의 느린 커브에서 130km대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위를 가진게,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SK에서 버렸다는게 조급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간 두산으로서는 행운이구요. 두산과 궁합이 잘맞는 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경기 끝나고 수훈선수 인터뷰하는데, '두산팬~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외치는데, 연습한 것 같더군요. 이에 7관중들 환호성으로 답했구요. 흐믓했습니다.

두번째 언급하고 싶은 선수는 오재원입니다. 최근에 타석에서 자신없는 모습으로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는데요. 오늘도 교체로 출전해서 그닥 좋은 스윙은 못보여줬습니다. 다행히 내야안타를 만들어 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작년 포스트시즌에서의 포스는 아직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타격폼이 좀 변했습니다. 처음엔 꼿꼿하게 서서 치는 이치로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무릎을 굽히고 치더군요.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거겠지만, 프로 데뷔 때부터 폼이 자주 바뀐다는게 좋은건 아닐겁니다.

마지막으로 조승수... 신인인데요. 홍상삼처럼 키가 큰 35번 선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길래... 누군가 했습니다. 근데 왠지 차분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더군요. 마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아이처럼... 다행히 마운드에 올라와서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폼은 몸집만큼이나 홍상삼을 연상케 하구요. 직구는 140km를 겨우 찍는 130km 수준이었습니다. 공이 그닥 위력적이진 않았는데, 호리호리한 몸을 좀 찌우면 쓸 만하지 않나 싶네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가지 부탁하자면... 불펜에서 두리번 거리지 말고 여유있게 자기 공을 다듬었으면 한다능...^^

재밌는 장면 보기
아기곰을 패는 두목곰 모습

한편 기아는 가르시아에게 홈런 맞고 11연승에서 멈췄습니다. 더불어 이대진의 100승 도전 게임이었는데, 아깝긴 하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쉬임없이 달려온 발자국보며 한템포 쉬어가라는 하늘 뜻이니, 너무 기아팬들 상심하진 마시고... 그나저나 갈샤 덕분에 게임차는 줄었네요. '그라시아~ 가르시아~'

덧글...
의외로 야구장에 혼자 오는 분들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도 꽤 되구요. 방해받지 않고 야구를 감상한다는 점에서 괜챦죠. 응원할 때 혼자 소리 높이기는 좀 뻘쭘한거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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