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음악을 처음 접한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이라는 영화에서 였습니다. 국보급 원로가수 예닐곱명이 부르는 노래가 흥겨우면서도 왠지 한(恨)같은게 묻어있어 낯설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한민족은 라틴의 정서와 어느 정도 통하는게 있는가 봅니다. 이후 쿠바음악을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쿠바는 음악적으로 동경의 도시가 되었는데, 영화 '리빙 하바나(For Love or Country : The Arturo Sandoval Story)'를 통해서 그런 생각이 좀더 생명력을 갖게 된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음악의 자유를 찾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던 실존 트렘펫 연주가 아르투로 산도발(Arturo Sandoval)의 이야기입니다. 70년대 쿠바에서는 카스트로와 국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었다네요. 그런 답답한 사회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재즈 뮤지션이 갈증을 느끼는건 당연한 일이었을테구요. 늘 탈출을 꿈꾸던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 마리아넬라는 그만...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맙니다. 공무원이었던 아내는 국가관이 투철한... 그래서 사상, 노선이 너무나 달랐던거죠. 많은 충돌이 있었지만, 마침내 마리아넬라는 남편을 통해 국가체제의 모순을 깨닫게 되고 같이 도미하는 계획에 동의하게 됩니다. 남편의 해외공연에 같이 동행하는 기회를 잡은거죠. 그러나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아들 레오넬은 징집대상이라 못가고 둘 사이에서 낳은 투리만  데리고 갑니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가족은 모두 재회하게 됩니다. 레오넬과 부모님들까지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는데 성공하구요. 산도발은 그래미상을 세번이나 받은 세계적 연주가로 명성을 얻는 것으로 피날레를 날립니다.

줄거리를 너무 노출했나요? 스포일러는 자제하려고 했지만, 이미 오래된 영화이기도 또 적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어쨌든 국가의 체제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건 당연한 명제지만, 심지어 5공화국에서 제정한 대한민국 헌법에도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국가가 보장하게 되어 있죠, 실제는 거리가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어쩌면 헌법은 그런 당연한 권리가 이미 주어졌다고 명시하는게 아니라, 이런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계몽하는 선언문같이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답답한 남북한의 상황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짙어지네요.

덧글...
산도발 역은 앤디 가르시아가 맡았습니다. 원래 트럼펫을 연주한 경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트럼펫 연주? 연기? 잘하더군요. 느끼한 콧수염 때문에 한동안 앤디 가르시아가 아닌줄 알았습니다. 매력적인 쿠바 미인 마리아넬라를 연기한 배우는 미아 마에스트로구요. 이쁘긴 이쁘더군요. 어떻게 저런 입술을 갖고 태어날 수 있는건지 보면서 의아했습니다. 갑자기 안젤리나 졸리가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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