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첼로파트 뒷풀이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는데요. 3차까지 얼큰하게 취해서인지 다들 하고 싶었던 말을 서슴없이 꺼냈습니다. 핵심은 정기연주회를 실력있는 사람만 엄선하느냐, 아니면 다 끌고 가느냐의 선택이었습니다. 주로 실력있는 분들은 스프링콘서트와는 달리 연주회는 실력이 우선이니 실력있는 연주자 위주로 구성해야 하고, 실력이 없는 사람은 그만큼의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구요. 반면 실력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단원들은 의지가 있는 사람도 끌고 가야 동기부여도 되고 실력도 향상된다고 주장했죠. 저는 물론 후자입니다.

얘기의 결론은 안났지만 계속 이 문제는 불거질꺼라 보는데요. 초심자들이 중급 이상의 실력을 단기간에 갖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연습이 요구됩니다. 거의 하루에 1시간 이상씩 강행군을 1년 정도 해야 정기연주회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직장인으로서 그런 열정을 악기에 쏟아붓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개인생활은 어느 정도 포기를 해야 가능하죠. 그렇게 되면 음악은 취미가 아니라 일이 되어버리거든요.

저는 첼로를 통해 인생을 풍부하게 가꾸고 악기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빠르게만 흘러가는 생활에 쉼표를 찍고 싶었죠. 한마디로 취미활동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직업을 갖고 있는 마당에 첼로를 또 하나의 일로 하고 싶지는 않네요. 물론 정기연주회라는 엄청난 무대에 선다는게 취미활동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무대에 서기 위해 엄청난 시간의 희생이 강요된다면... 글쎄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군요.

저는 일과 취미를 구분짓는게 돈이 아니라 의무감이라고 보는데요. 의무감에 짓눌려 취미생활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인생을 천천히 즐기기 위해 배운 첼로인데... 그렇다고 첼로를 그냥 설렁설렁하게 배우겠다는건 아니구요. 주어진 시간에서 정말 열심히 할겁니다. 한국시리즈도 안보고 첼로레슨을 갈 정도였으니 첼로에 대한 열정도 어느 정도 있다고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요? ^^;;

하여간 목표의식은 갖되 의무감은 갖지 말자고 제 생각입니다.
취미는 취미일뿐, 취미를 일하듯이 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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