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나올 일이 있어 오랜만에 광화문에 갔습니다. 아침이었는데도 봄기운 정도가 아니라 뻘써 여름이 기승을 부리더군요. 혹시나 해서 긴팔을 입고 나온게 후회될 정도로요. 정말 봄, 가을이 실종된게 맞네요. 4월 중순인데 완전 여름입니다.

광화문 모임 후 점심먹고 집에 오는데 시간도 남고 해서 청계천에 한번 가봤습니다. 4.19 기념식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도 부산하고 사람들도 꽤 많더군요. 중국 관광객들도 깃발따라 시끄럽게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구요. 도심 한가운데 시원한 물줄기와 졸졸졸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는게 좋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데 아직은 청계천이 그냥 시멘트 위에 수돗물 내려보내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세느강이 유명한건 강이 아니라 강 주변을 둘러싼 독특한 문화, 뭐 그런건데요. 청계천 주변엔 여전히 콘크리트 숲만 사람들을 압도할 뿐 그냥 물소리 외에는 볼꺼리가 없습니다.

혹시나 화가나 음악가들이 연주하는게 있을까 싶어 걸어봤는데요. 화가는 두명 정도가 외롭게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음악은 무슨 변두리 나이트에서 온 듯한 시끄러운 밴드가 쩌렁쩌렁 부르고 있더군요. 완전 소음이더이다. 노래도 '아름다운 서울'인가 였구요. 혹시 서울시에서 섭외했나 싶었죠. 게다가 빤짝이 옷을 입은 가수는 언발란스의 극치를 몸소 보여주더군요. 조용히 물소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은은한 음악을 연주하는게 센스있는 발상인데... 쩝 그냥 쓴웃음만 짓게 되더라구요.

아직 청계천은 전체적으로 낙제점 수준입니다. 뭔가 품격있으면서 잔잔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어설픈 흉내만 내는 철학부재의 시멘트와 수돗물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예전에 여기가 고가도로였는데 이렇게 변했네'에서 한발자욱도 발전하지 못했네요. 좀 더 문화 컨텐츠가 숨쉬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