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문회에서 청계산 등반이 있었는데요. 등산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터라 내키지는 않았지만, 선배들 얼굴 익히는 차원에서 참가했습니다. 모임 장소는 청계산 올라가는 원터마을의 한 음식점이었구요. 시간 전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더군요. 역시 주말이라 차가 막히기도 해서 제 시간에 도착하기는, 뭐 그런 모양입니다. 약속시간을 넘기고 나서야 한명 두명 도착했는데, 예정인원보다 많이 불참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네명이서 단촐하게 올랐네요. 덕분에 많이 친해졌습니다.  

청계산은 회사 체육대회 때마다 올랐던 산입니다. 대강의 코스는 눈에 익죠. 초반에 완만한 산행이 이어지다가 무지막지한 계단이 나오는데, 평소 운동 안했던 사람이라면 쉬이 넘어갈 수 없는 악의 언덕입니다. 최근 회사 헬스클럽에서 자전거를 탔더니 그닥 무리없이 올라가는데, 다른 선배들은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그래도 나이 한살이라도 덜먹은 티가 나긴 납디다. 근데 여성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선배는 등산매니아라 그런지 씩씩하게 잘 올라가네요. 매주 남편과 등산하면서 다진 체력이랍니다. 더불어 금슬도 좋아진다고 하면서 적극 권하더군요. 아무래도 등산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다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겠지요.

산을 많이 타는 사람들 중에 청계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접근성도 좋고, 가파른 언덕과 완만한 구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해서 인데요. 무엇보다 청계산은 악산과는 달리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무릎에 무리가 별로 안가죠. 비가 오면 질퍽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여성의 기운이 많이 돈다고 하네요. 엄마의 품처럼 아늑한 산행을 원하는 산꾼들에게 청계산은 안성마춤입니다.

결국 등산은 중턱에서 내려왔습니다. 좀더 올라가고 싶었지만, 겨울문턱의 청계산에서 힘겨워하는 선배들의 표정을 보니 더 올라갈 수는 없겠더라구요. 대신 음식점에서 합류한 동문들과 함께 푸짐한 점심겸 저녁을 먹었네요. 나이차는 많이 나지만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하다보면 세대차는 별로 느껴지지도 않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경륜이라는게 그래서 중요한가 보네요. 동문모임에서 가져가는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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