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 영화의 카피다. 그리고 영화의 모든걸 대변해준다.

제목은 '건축학개론'이지만, 실제론 '사랑학개론'을 그리는 영화다.

 

영화 자체를 요새 자주 못보는터라 재밌게 봤습니다. 긴 여운에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네요. 90년대 학교를 다녔던 세대로서 고마울 정도로 추억을 아름답게 채색해줬습니다. 그때는 왜 그리 서로의 주변에서만 맴돌았는지... 그래서 첫사랑이겠죠? 첫사랑의 어리숙함. 그래서 미완성으로 끝날 수 밖에 없던 스토리. 그래서 더더욱 안타까운 인연으로 남는거겠죠.

 

 

영화를 보면서 느낀건, 서연이(한가인)는 승민이(엄태웅)와 어차피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을 운명이라는 겁니다. 서연이가 그랬죠. 자기는 10년 후에 아나운서를 하거나 돈많은 남자에게 시집가서 멋진 집을 짓고 살거라고. 그 집을 승민이에게 지어달라고도 했었구요. 물론 서연이가 승민이를 사랑했지만, 결혼상대로서 적합하진 않았습니다. 결국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첫사랑이었던거죠.

 

15년 후 승민을 불현듯 찾은건 서연이의 특수상황이 컸습니다. 이혼 후의 박탈감, 자아에 대한 연민을 보듬어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 대상은 첫사랑의 추억이었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서연이의 접근은 또한 다분히 자연스러운 행동이기도 했죠. 대다수 사람들은 즐거웠던 과거를 통해 우울한 현재를 잊으려 하니까요. 다행히도 그런 서연이의 현재를 승민이는 내치지 않았습니다. 서연이에게 받았던 상처를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한데, 그 상처를 넘을 사랑이 승민이에게도 남아있었던거죠. 그게 첫사랑인겁니다.

 

영화를 보니 대학시절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당시에는 몰랐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날들이 그립네요. 이 영화를 통해 떠올리는 그 누군가는 나를 떠올려줄지도 궁금하구요.^^ 확인할 수 없는 아니 확인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는게 첫사랑입니다. 그래서 여운이 길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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