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자마자 빙상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우승장면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거든요. 안양한라는 2승을 이미 얻은 터라 1승만 추가하면 아시아리그 챔피언에 오르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홈에서 우승컵을 안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나요? 전반적으로 경기를 장악당한채 끌려가다 2-5로 석패했습니다. 3골 차이였지만 승부처는 1-2로 따라간 상황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잇지 못하고 실점한 순간이었네요. 1-3이 된 순간 이미 게임은 넘어간거나 다름없었습니다.

빙상장에 들어서자마자 농구장 로비에는 우승축하연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우승을 축하한다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구요. 음식도 세팅을 하고 있었죠. 좀 성급하다 싶긴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에서 지고나자 필승결의파티(?)로 성격이 바뀌었더군요. 어쨌든 시즌의 마지막 홈경기인만큼 기쁜 자리였습니다. 안양한라 스탭들 준비하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경기에서는 크레인스의 율(Chris Yule)을 막지 못한게 아쉬웠습니다. 거의 링크를 헤집고 다녔는데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하더군요. 페널티 킬링 상황에서의 집중력 저하도 지적되어야 하구요. 하지만 이 모든게 결과론 아니겠습니까? 꼭 여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들 몸을 무겁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쪼록 27일 열리는 4차전에서는 1, 2차전의 감각을 찾아 반드시 승리하길 기원합니다.

덧글...
빙상장에 가수 채연이 왔더군요. 제 옆쪽 10미터 정도에 앉아있었는데 TV와 달리 코만 보이더군요. 쉬는 시간에 사인해주느라 정신이 없어 보이긴 하던데... 야구에 홍수아가 있다면 하키엔 채연이 있다고 할 정도로 자주 온다고 하네요. 흠...


하필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있던 일요일, 지방에서 집안일이 있어 올라오는 날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늦게 출발한데다 고속도로가 막혀 빙상장에 도착한 것은 3피리어드 시작할 때였죠. 바삐 안으로 들어가 전광판을 보니 1-1이더군요. 일단 지고 있지 않다는데 안도하며 자리를 찾았습니다. 서포터스석은 모두 꽉 차서 그 위에서 서서 관전했는데 관중 열기는 정말 시즌 최고였네요. 하키장에서 파도타기 응원까지 나온건 처음 봤으니까요. 한라대학교 학생들과 서포터스의 열정은 여전했구요. 일반 관중들도 정말 목이 터져라 응원하더군요. 어떤 외국인 4명은 동물 복장으로 응원해서 눈요깃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안양한라는 선취점을 먼저 얻고 동점을 내주는 패턴을 3피리어드에서도 반복했습니다. 2-1로 앞서는 골을 넣고 3분뒤 바로 어이없는 동점골을 내줘 2-2가 됐죠. 긴장의 순간에 승리의 함성이 터진건 라던스키의 개인기에 의한 골이었습니다. 서든데스방식의 연장전에서 라던스키가 골리의 왼쪽을 파고들다 수비수 2~3명을 제치며 결승골을 성공시킨거죠. 순간 모든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서 환호했구요. 선수들은 라던스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지난 마르티넥의 결승골을 본 이후 최고의 골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로써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안양이 가져갔구요. 2차전과 3차전만 이기면 홈에서 우승컵을 안게 됩니다.

부디 이번에는 크레인스에게 3-0으로 스트레이트로 이겨 작년의 패배를 갚고, 홈팀 팬들과 함께 기쁨을 함께 했음 하네요. 우승한다고해도 일본에서 한다면 중계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참 아쉬운 일이거든요. 오늘이 2차전인데 눈이 많이 오네요. 승리를 부르는 폭설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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