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찬이 마무리로서 올시즌 우승에 기여할까요?
못할까요?

이 질문은 두산팬에게는 절실한 문제인데요. 확실한건 이용찬이 없다면 우승은 어렵다는겁니다. 꼭 이용찬이 아니더라도 믿음직스러운 마무리가 없다면 우승은 요원한 얘기죠. 역대 우승순간을 보면 100% 강력한 마무리의 매조지가 있었습니다. 끝내기로 우승한 케이스는 단 한번도 없었죠. 그만큼 마무리 투수는 최고의 순간을 차가운 심장으로 지켜내야 하는 냉철함과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구위를 지녀야 하죠. 지난 두번의 연속 준우승도 결국 포수와 마무리 열세가 불러온 참사였다고 봐야됩니다.

만약 이용찬이 마무리에서 안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줘서 실패한다면, 결국 이재우가 그 자리를 맡아야 하고, 이재우의 빈자리는 또 정재훈이 메워줘야 하는데, 이런 연쇄부도는 중간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고창성, 임태훈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되죠. 두산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지승민-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이 나오는 지킬(지-KILL)라인이 가동될 때입니다. 물론 그 핵심은 이용찬이구요.

그래서 올시즌 마무리 이용찬에 대한 기대는 차라리 염원에 가까웠죠. 부상경력이 있는 신인급 투수가 과연 그 힘든 자리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구요. 하지만 이용찬은 지금까지 잘 해줬습니다. 22세이브로 1위를 달리고 있구요. 초반 페타지니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았던 악몽도 잘 이겨냈죠. 김경문 감독도 올시즌만 보는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키워야하는 선수라고 믿음을 보여줬습니다. 선수를 보는 안목에 일가견이 있는 달감독이니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이용찬에게 있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올시즌 챔피언이 되기에 이용찬이 아쉬운것 역시 사실입니다. 오늘 경기만 하더라도 1점차 앞선 9회말 올라와서 안타 하나 없이 볼넷-땅볼-볼넷-땅볼-볼넷-볼넷으로 승리를 날렸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김시진 감독의 배짱 두둑한 작전...! 경기를 자세히 보면 볼넷 이후 땅볼이 두개 나왔는데요. 모두 평범한 유격수쪽이었죠. 그럼에도 주자가 살았던건 모두 히트앤런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김시진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 없었다면 이용찬은 병살로 터프세이브를 거둘 수 있었던거죠. 그 상황에서 작전을 걸고 성공시킬 수 있었던 김시진 감독의 결단력... 참 대단하더라구요. 어쨌든 이용찬은 리그 마무리 1위답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공은 짱짱하게 미트에 꽂혔지만, 너무 힘에만 의존하다보니 제구가 전혀 안됐네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이 휘어나가는게 이를 증명하죠. 박찬호의 라이징 패스트볼은 제구가 되면서 공 끝이 살아 있는데... 쩝... 하마터면 본의 아니게 데드볼도 두어번 나올 뻔 했습니다.

무릎에 문제가 있는건지, 마인드가 유약한건지,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올라와서 경기감각이 떨어진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용찬이 좀더 다부지게 마음을 먹었으면 하네요. 기회는 감독이 제공하지만 기회를 잡는건 결국 자신이라는걸 명심하고 멋지게 해냈으면 합니다. 용찬아 형은 너를 격하게 믿는다...

덧글...
비록 히어로즈에게 9회 동점을 허용했지만, 연장 10회에서 손시헌의 싹쓸이 2루타와 고창성의 1.1이닝 무안타 호투로 8:5로 승리했습니다. 오늘 기아가 삼성에 졌으니 1위와의 게임차는 1.5로 줄었네요. 지금처럼 기아를 계속 추격권에 두기만 한다면, Shadow chaser 두산은 막판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