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프로야구 중계가 TV에서 사라졌습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TV 4사와 KBO의 에이젼트인 에이클라의 중계권 협상이 결렬되었기 때문인데요. TV를 시청하지 않는 우모는 어차피 인터넷에서 야구보기 때문에 그닥 불편하진 않지만, 어쨌든 해설자와 캐스터가 나란히 얘기하고 슬로우비디오와 반복화면을 보여주는 익숙한 중계환경이 없어 섭섭하긴 하더군요.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자체 중계로 봤는데요. 어쨌든 스포츠와 미디어의 관계가 미쿡처럼 상호 공동발전해야 하는데, 이렇게 불협화음을 내니 은근히 짜증나네요.

일단 네티즌의 여론은 SBS를 성토하는 분위기입니다. 4사의 협상대표를 맡고 있는 SBS는 사실 이승엽 중계에 수십억을 썼기에 한국 프로야구 중계에 대해선 그닥 미온적인 태도였거든요. 게다가 중계권 협상을 둘러싸고 이쪽에는 이말하고 저쪽에는 저말하는 전형적인 사보타지 행태를 보여서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하일성총장도 이 부분에 대해선 안좋은 시선을 갖고 있구요.

사실 방송사가 수동적 협상 태도로 나온 가장 큰 원인은 앞으로 방송사가 기득권을 계속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대표적인게 IPTV 재판매건에 대한 시각 차이인데요. 방송진영에서는 거대통신과 맞붙는 상황을 가장 꺼려하는데, 킬러컨텐츠인 프로야구가 IPTV로 송출되면 거대통신을 키워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IPTV는 단지 송출만 할 뿐, 제작 및 편성은 하지 않는 채널에 불과한데, 뭘 그리도 무서워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오히려 원소스 멀티유즈로 이익극대화를 추구해야 할 방송사가 채널에 대한 거부전략을 편다는게 합리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저 실현되지 않은 미래 피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과도하게 작용되는건 아닌지...

물론 케이블 SO들이 IPTV에 송출하면 채널편성에 불이익을 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핑계구요. 스포츠 컨텐츠는 케이블 SO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국민 컨텐츠라서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어쩌면 시도도 안해보고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구요. 오히려 방송사의 수동적인 전략이 IPTV 진영으로 하여금 스포츠 제작에 뛰어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할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시청자들이 스포츠 전문방송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승엽 중계에는 수십억을 주면서 한국 프로야구 중계에는 1/5 수준에서 더 깎으려고만 한다는 점은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모독이자, 한국시청자까지 우롱하는 패착이네요. 결국 방송사가 광고수익을 따먹는건 시청자가 있기에 가능한거니까요. 에이클라와는 싸울지언정 시청자와는 싸우면 안되지 말입니다.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의 진지한 자성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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