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은 두산팬에게 추억이 많은 스타입니다. 우모에게는 애증이 교차하는 선수구요. 특히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상대로 3루타를 치고 환호했을 때의 모습... 잊을 수가 없네요. '이제 우승이구나!' 하는 확신을 심어줬던 그의 세리머니로 온 몸은 전율감에 떨어야했죠. 그리고 2000년인가 준우승하고서 아쉬움에 눈물짓는 두산팬들에게 응원단상에 올라 내년에 꼭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던 에피소드도 떠오르구요. 실제 이듬해 삼성을 박살내면서 우승하면서 정수근은 팬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정수근은 최경환, 홍성흔과 더불어 덕아웃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죠. 홍성흔과는 거의 만담수준의 재치로 동료 뿐만 아니라 팬들까지 기쁘게 했구요. 언젠가 아이돌 걸그룹이 시구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넋이 빠지게 보던 정수근의 침을 홍성흔이 닦아주던 장면도 기억나네요. 어찌나 배꼽잡았던지...

그랬던 그가 어느날 두산을 떠나더군요. 두산팬에게 스토브리그가 아픔이었던 역사는 정수근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있었지만 FA였던 프랜차이즈 스타였기에 더욱 착잡했죠. 솔직히 정수근을 좋아하긴 했지만, 홍성흔만큼 아끼지는 않았기에 떠나는 모습에 쿨하게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가서 잘살아라... 그리고 너에 대한 미련은 버리마... 라고 생각을 했었죠. 오히려 홍성흔에게 롯데 오라고 손짓했을 때 참 미웠습니다. 왜 홍성흔을 빼가려고 할까 하는 생각에 정수근을 마음속에서 지우기도 했더랬죠. 홍성흔과는 친구 사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서두... 팬심으로는 용납이 안된다능...

하지만 이런 애증의 정수근이 막상 은퇴한다고 하니 씁쓸하네요. 그것도 본인의 잘못이 부풀어진 언론플레이의 희생인 탓에 안타깝기도 합니다. 본인으로서는 다시 명예를 회복해보고도 싶겠지만, 이쯤에서 세로운 길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 않나 싶구요. 정수근이 복귀한다 한들 그를 향한 삐뚤어진 시선이 쉽게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부산을 떠나야 하는데 받아줄 팀도 마땅치 않고...  하여간 제2의 인생에서는 다른 말썽없이 성공가도를 달렸으면 하네요.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고 새옹지마의 굴곡이기에 지금의 선택이 그리 나쁘지만도 않을겁니다.

정수근선수, 그동안 고생많았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꼭 행복하길 바랄께요~ 굿바이!


어디서 들었는데요. 로마가 번성했던건 개방된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로마는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이건 관계없이 능력만 있으면 중용했다는거죠. 심지어 식민지 사람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되었는데요. 로마의 이런 유연한 문화가 구성원의 강한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또 이런 충성심이 모여 역사에 남을만한 제국을 만들어 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롯데를 사랑하는 부산출신 후배'랑 같이 퇴근하는 길에 롯데가 삼성에 진 이유에 대해서 토론(?)을 했었는데요. 저는 롯데가 삼성에 대비해 세가지를 준비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이대호를 1루나 지명으로 돌리고, 둘째, 강민호를 지명이나 대타로 돌리고, 셋째, 정수근을 어떻게든 출전시켜야 한다고 했죠. 이건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주변의 지인들에게 얘기했던 것인데요. 정말 롯데가 이기길 바라는 충정(?)에서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더랬죠.

근데 '롯데를 사랑하는 부산출신 후배'는 이대호와 강민호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세번째 정수근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유를 물었더니 정수근은 롯데출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흠... 역시 롯데에도 순혈주의가 있구나 싶었죠.

정수근이 잘한건 없지만, 그래도 롯데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입니다. 손민한, 조성환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질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구요. 그리고 분위기를 띄울 수있는 톱타자란 면에서, 정수근의 결장은 롯데에게 재앙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인구나 김주찬 등이 선두타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경험많은 선수가 앞에서 뚫어주는 것과는 차이가 크거든요.

어느 팬이나 자기가 응원하는 팀으로 입단해서 스타가 된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외부에서 온 선수, 특히 이질적인 성향을 지닌 선수에 대한 포용력이 없다면, 그 팀은 변화하기 힘듭니다. 롯데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천방지축 이미지인 정수근이 딱 그 예가 되겠군요. 어쨌든 정수근에 대한 추억이 많은 저로서는 롯데에서도 잘해주길 바랬지만, 여러모로 롯데팬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다 정수근 선수의 덕이 모자란 결과가 아니겠나 싶네요. (아쉬워라..)

더불어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모팀이 왜 하위권에서만 노는지 생각해보면 실력을 무시한 텃새가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짐작할 수 있을겁니다. 롯데는 그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떨런지는 모르겠네요.

  

더위보다는 차라리 추위가 낫다고 생각하는 우모로서는 요새같은 찜통더위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습니다. 한줄기 쏟아지는 비가 왔음 싶기도 하구요. 시원하게 불어제끼는 바람이 고맙기도 하고 그렇네요. 하악하악~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20도 후반대를 오르내리고 있어서 거의 맨바닥에서 이불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밤에 더위 때문에 깨기도 하네요. 새벽에는 좀 선선해지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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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를 보니 태풍이 올라오고 있네요. 아직 한반도를 통과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 찌는 듯한 더위를 식혀줬음 싶습니다. 근데 태풍 이름이 갈매기더군요. 요새 롯데가 거의 죽을 쑤고 있는데 이 태풍이 어떤 전조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부산 갈매기 정수근은 참 아쉽네요. 야구를 엔터테인먼트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였는데... 마땅히 잘못한 만큼 죄값은 치러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야구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요? 정수근 정도라면 연예인으로도 괜챦을 것 같은데요. 물론 어느 정도 자숙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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