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서 그 나라 축제를 볼 수 있다는건 행운이다. 미리 계획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나라의 풍습을 확인하기엔 축제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캐나다로 떠나기 전에 독립기념일 전야제를 볼 수 있었던건 전쟁터에서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것과 비슷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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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역사가 짧아 축제가 다양하지 못하다. 그나마 유럽의 축제를 이민자들이 기념하는게 대부분인 만큼, 미국 고유의 축제는 찾기 힘들다. 그렇게 보면 미국 독립기념일은 미국 고유의 축제라 할 수 있겠다. 우리로 따지면 광복절이랄 수 있는 독립기념일을 Corvallis에서는 동네 공터에서 음악축제 형식으로 행사를 치렀다. 행사장에는 무료로 들어갈 수는 있으나 입구에서 목걸이 판매를 권하고 있어 실은 유료나 다름없었다. 그런걸로 봐선 관에서 주도한다기 보다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로 치르는 듯 보였다. 목걸이는 성조기를 상징하는 파란색, 빨간색, 하얀색 세가지로 가격은 기억나지 않으나 대략 10달러 정도였던 듯 싶다. 


행사장은 밴드가 공연하는 무대를 중심으로 그 옆에 약간의 노점상들이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일본 유학생과 한국 유학생 무리가 있어 잠시 얘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부분 백인이고 유색인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국 역사가 일천하니 축제에 딱히 전통스러운 이벤트랄게 없었다. 그저 시골동네의 잔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행사를 즐기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가장 미국적인지도 모르겠다. 인디언들의 전통을 축제로 승화시키지 않는 한,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미국보다 더 예스러운 미국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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