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진이 드디어 은퇴식을 거행했습니다. 여기서 드디어란 장원진이 은퇴하기를 바랬다는게 아니라, 은퇴식 없이 물러나기엔 너무 아까운 선수였다는 의미죠. 그래서 지난 포스팅에서 장원진 은퇴식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치러야 한다고 했었는데요. 물론 그 포스팅 때문에 은퇴식 한건 아니겠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늘 얘기하지만 프로야구단은 야구티켓이 아니라 추억을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구요. 그래야 관중들의 로열티가 높아집니다. 뜨내기 손님이 아닌 진성고객을 확보하는데 추억만큼 좋은 마케팅전략은 없거든요. 아직까지 관중석에 박철순 유니폼이 돌아다니는거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원진 은퇴식은 두산의 좋은 전통을 이을 수 있고, 남아있는 선수들에게 어떤 롤모델이 될 수 있네요. 아쉽게도 은퇴식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선수 개인으로나, 구단으로나, 팬들로서나 참으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쪼록 좋은 코치로 성장해서 선수시절의 명성을 더욱 빛냈으면 하네요.

은퇴식 축하합니다~


두산 장원진을 흔히 소리없는 강자라고 합니다. 수상경력도 많지 않고,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늘 묵묵히 팀이 원할 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에, 팬들은 그렇게 부르죠. 굳이 타격성향을 따지자면 장거리는 아니고, 중거리형 교타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느 해인가 이병규와 최다안타왕을 다투기도 했었습니다. 장원진의 장점은 야구실력만큼이나, 팀의 후배로서 또는 선배로서 조화를 잘 이루는 성격으로 유명하죠. 덕분에 현재 구단 지원 하에 소프트뱅크에서 코치 연수 중입니다. 끝나면 두산 프런트에서 스카우트와 전력분석을 맡는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장원진하면 떠오르는 경기는 LG와의 507대첩에서 동점타를 날렸을 때입니다. 507대첩이야 뭐 워낙 유명한 역사이기에 딱히 긴 설명은 하지 않지만요. 10:5로 지고 있다 9회초 주자없는 투아웃 이후 무려 5점을 뽑아 연장전으로, 그리고 연장전에서 1점을 뽑아 역전시켰던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만화속에서나 나오는 경기였습니다. 여기서 장원진은 동점타를 만들었죠. 당시 장원진의 붉게 상기되면서도 앳된 얼굴이 기억에 또렷합니다. 이 경기 이후 LG팬들의 원망은 은퇴할 때까지 끊이지 않았구요.

이렇게 한번도 다른 팀으로의 이적없이 두산맨으로 은퇴한 장원진에게 은퇴식이 없다는건 좀 의아합니다. 만약 그동안 코치 연수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면, 그가 복귀하면 서둘러 은퇴식을 치러주는 것이 두산에 젊음을 바친 열정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싶네요. 적어도 은퇴식을 하려면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여야 하구요. 뛰어난 기록을 갖고 있어야 하구요. 가급적 두산구단에 뼈를 묻어야 합니다. 히어로즈 정민태 코치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어쨌든 이적 후 다른 팀에서 은퇴했다면 조금 망설여지기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원진은 이런 조건들에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죠. 프랜차이즈 스타인데다, 각종 훌륭한 기록을 갖고 있고, 뼈속까지 두산맨이거든요. 다만, 기존의 두산 코치진들, 가령 김광수코치도 훌륭한 기록을 갖고 있음에도 은퇴식이 없었기에, 선배들 앞에서 밥그릇 챙기기가 쑥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두산이라면 티켓을 파는게 아니라 추억을 파는 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에서, 장원진 은퇴식은 꼭 실현되어야 합니다.

우모 기억에는 박철순, 윤동균만이 두산구단 공식 은퇴식의 주인공이었는데요. 원년 우승의 명문구단에서 두명 정도만 은퇴식을 했다고 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김형석, 안경현, 홍성흔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한 대우가 소홀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이미지 쇄신도 하고 팬 프렌들리한 구단이 되었으면 하네요. 장원진 은퇴식한다고 하면 아마 구름떼처럼 관중들이 몰려들겁니다. 특별히 두산 올드유니폼데이와 맞추면 금상첨화겠구요. 지난 한국시리즈 때 김장훈 형님이 깜짝 등장해서 공연할 때 입은 져지가 바로 37번 장원진이었습니다. 아마 장훈형님도 오지 않을까요? 

예전 박철순 은퇴식에서 흐르던 My way의 벅찬 감동을 기억하시나요? 그 때의 짜릿함이 가슴에 새겨진 우모로서는 장원진 은퇴식 또한 가벼이 넘기기가 어렵네요. 대한민국의 명문답게 두산구단이 앞으로 어떤 기준을 설정해서 은퇴식을 팬들과 함께 하는 전통을 세워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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