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서판교 쪽으로 자전거 나들이 갔다.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나길래 자전거를 돌렸더니, 운중천 카페거리 작은 음악회란다. 이름과 어울리게 규모가 아주 작은 음악회다. 다리 한쪽 구석에 연주자가 있고 그 앞에 스무명 정도 앉아 감상하고 있다. 공간이 좁아서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기는 힘들어 보였다. 아마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런 행사가 기획된 듯 한데, 연주 수준에 비해 관객들은 좀 썰렁하긴 했다. 



뜬금없긴 하지만, 밴쿠버 섬 여행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쉐마이누스(Chemainus)였다. 쉐마이누스는 벽화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었는데 우연히 마을 축제를 여행하다 보게 되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축제는 사실상 장기자랑에 가까웠다. 음악 연주를 하는 주민들까리 한 구석에서 기타 연주하기도 하고, 아줌마들끼리 아코디언을 연주하기도 하고, 다같이 탱고를 춤추기도 했다. 그런 자발적인 참여가 소박하지만 아름다워 보였다. 


아마 운중천 작은 음악회의 주체는 주민이 아닌 지역상인일 것이다. 매상을 올리려는 목적의 축제는 스토리가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음악회 연주자가 초대손님일테니 지역과 밀착된 스토리가 축적되기도 어렵다. 판교라는 동네가 역사가 짧아 어쩔 수 없긴 하다. 좀더 시간이 흘러 지역색이 짙어져 진정한 지역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의 축제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자전거를 다시 장만했습니다. 지난 겨울 아파트 내 자전거 보관소에서 누군가 우모 자전거를 끊어간 이후, 한동안 자전거를 잊고 지냈는데요. 불현듯 다시 타야겠다는 생각에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배달을 받자 마자 바로 자전거타고 청계산으로 달려갔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도 말이죠.

사실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탄다는건 그닥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죠. 미끄럽기도 하고 시야가 많이 제약을 받기 때문에, 안전상에 문제가 생기거든요. 하지만 이 나이에 비오는 날 남의 눈치 안보고 우산없이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어디 흔한가요? 자전거나 타야 그런 자유를 누리죠. 게다가 땀으로 범벅이 되는 것보다 비에 젖는게 훨씬 달콤하구요. 실제로 빗물맛은 꽤 달짝지근합니다. 게다가 사람들도 거의 없어 한적하게(?) 자전거 탈 수 있구요.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행복해지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의 안쓰러운 시각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런거 신경쓰기 시작하면 인생 고달퍼지기 십상입니다. 자전거 가게 사장님도 비슷한 걱정을 해주시긴 했지만... 뭐 다 자기 생각하기 나름아니겠습니까? 앞으로도 종종 비오는 날이면 페달을 밟을까 합니다.

. 일시 : 9.10(금)
. 거리 : 약 15.71km
. 코스 : 우모집, 갈미한글공원, 모락산터널, 백운호수, 청계교, Cafe451, 청계산 주차장, 포일로, 새중앙교회, 우모집


진고개는 900m 정도되는 산입니다. 소금강을 가려다 날씨 때문에 돌렸는데 택한 길이 진고개를 넘는 코스였는데요. 상당히 높아서 나사처럼 차로 뱅뱅 돌면서 올라가야 했죠. 근데 올라가는 길이 정말 예쁘더군요. 서울에서 좀 먼 것 빼놓고는 상당한 수준의 드라이브 코스였습니다. 전원주택들도 왜 그리 멋지게 지었는지... 차 속도를 늦추고 한참 쳐다보기도 했네요. 마침 오랜 여행에 지친 아기곰과 와이프가 차에서 자는 바람에, 간만에 혼자 호젖하게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진고개 정상에 오니 휴게소가 있어 잠시 쉬어가려고 주차하는데,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온몸을 비닐로 뒤집어 쓴채 커피를 마시고 있던 대학생 3명이 마침 눈에 띄었습니다. 휴게소도 문닫았고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말을 걸었네요. 예상대로 배낭여행중인 학교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이 날씨에 자전거타고 진고개를 넘어온거냐고 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네!'하고 답하네요. 역시 젊음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이 궂은 날씨에 해발 900m를 자전거로 올라올 생각을 하다니... 다음 행선지는 횡성이라고 하니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네요. 열심히 여행하라는 덕담을 뒤로 한채, 그들은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싣고 힘차게 페달을 밟습니다.


휴게소를 둘러보다 더 이상 사람도 없고 볼 것도 없어 다시 출발했는데요.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저 앞에 자전거로 내려가는 대학생들도 보였습니다. 근데... S자 코스로 그들이 안보였다가 다시 보일 무렵, 맨 뒤에 있던 한명이 넘어졌더군요. 빗길에 그만 중심을 잃은거죠. 뒤에서 오는 차에 부딪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보니 자전거는 좀 상한 것 같은데, 다행히 학생은 별 탈 없었습니다. 앞서가던 동행들도 다시 올라오고 상태를 살펴보는데, 넘어졌던 학생이 잘 뒹군 덕분에 다치지도 않고 피 한방울 안났다고 씩 웃네요.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빗길에 내리막길이라면 속도도 꽤 빨랐을텐데 말이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길래 조심히 내려가라는 인사와 함께 먼저 길을 나섰습니다. 예전 학부시절 때 홍도, 흑산도를 무전여행 비슷하게 다녀왔던 기억이 순간 떠오르더군요. 그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던지라 지금의 이 친구들처럼 고생까지는 안했지만, 나름 재밌었죠. 그땐 고생이라고도 생각안했고, 그저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아마 쉽진 않을겁니다. 하여간 힘들지만 고생길을 당당히 택한 젊은 대학생들의 용기가 참 부러웠습니다.


어제 두산이 히어로즈를 대파하면서 2위를 확정지었기에 오늘 경기는 부담없는 승부였습니다. 그래서 김동주, 홍성흔, 이종욱, 고영민, 이대수, 채상병 등을 모두 빼고 백업 멤버들 위주로 라인업을 짰더랬죠. 대개 이런 경기는 맥빠지기 쉬운데 저는 오히려 이번 경기가 기대가 되더군요. 그동안 못봤던 선수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특히 김재환선수의 선발출장 여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같이 오래간만에 야구장에서 만났습니다. 물론 저는 자전거타고 목동야구장에 갔구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집이 목동인지라 먼저 표를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집이 아닌 회사에서 온 것이라더군요. 개천절까지도 출근을 한거 보면 바쁘긴 정말 바쁜 모양입니다.

목동야구장은 처음 왔는데요. 조금은 어설프긴 해도 야구장이 아담해서 경기 관전하기에는 잠실보다 낫지 싶습니다. 특히 선수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종합운동장에서 축구보다 전용경기장에서 축구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경기장에 들어서자 포수 뒤쪽 중앙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한게 참 반가웠습니다. 잠실은 기자들의 전용석이 되어서 왠지 심통이 났었거든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같이 자리를 잡고 전광판을 살펴보니 김재환이 선발출장했더군요. 기뻤습니다. 인천고 시절의 포스를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구요. 내년부터 상무 입대한다니 한동안 못본다는게 아쉬워서 더욱 그랬죠.

선발 라인업도 무척 생소하네요. 김재호, 오재원의 테이블 세터진에 유재웅, 최준석, 이성열의 클린업 트리오, 그리고 정원석, 김재환, 최승환, 전상렬로 이어지는 하위타선. 마치 시범경기를 보는 듯하더군요. 특히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출전한게 이색적이었습니다. 김경문감독이 홍성흔의 대를 잇는 차세대 공격형 포수로 키우고 싶은 의중이 반영된게 아닌가 싶네요.

목동야구장이 특이한건 외야석이 없다는건데요. 그래서 그런지 불펜이 외야에 있어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장 너머로 구경하는 모습이 좀 웃겼습니다. 마치 단오에 처녀들의 널뛰기를 구경하는 동네 총각들처럼 보이더군요.

경기는 예상 외로 히어로즈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어제의 대패를 복수하는 듯 히어로즈 타자들은 신들린 방망이를 선보였구요. 선발 김선우는 5이닝 동안 8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김선우가 잘해야 포스트시즌에서 빛을 보는데 하면서 연신 불안해했구요. 덩달아 저도 우울해지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꼬마가 즉석에서 격문을 작성해서 계속 들고 있던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이쁘장하게 생긴 꼬마가 김선우를 열렬히 응원하더군요. 아쉽게도 김선우가 오늘 영 아니어서 꼬마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대신 꼬마의 격문은 '김선우 괜챦아' 였구요.

5이닝 마치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저녁을 먹을겸 매점으로 갔습니다. 잠실 먹거리와 비교해서 목동은 어떤지 궁금했는데요.단연 인기품목은 구워먹는 닭한마리 입니다. 줄이 가장 길어서 맛있으리라 생각하고 얼른 줄섰죠. 한마리에 11,000원인데요. 사장님도 친절하고 맛도 그런대로 괜챦았습니다.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가 워낙 소식가라 거의 혼자 다 먹느라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서두...

점수가 너무 벌어져서 이제 김재환의 활약으로 관심사를 포커싱했습니다. 김재환은 계속 잘 맞혔지만 외야수 정면으로 날아가고, 삼진당하더니, 마지막 타석에서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내더군요. 오늘의 유일한 위안꺼리였습니다.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가 아웃되어서 타점까지는 올리지 못했지만, 어쨌든 김재환의 안타는 처음 봤으니 본전은 뽑은 셈이네요. 


목동야구장의 명물은 단연 턱돌이입니다. 적이지만 왠지 친근한 이미지 때문인지 관중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호응이 괜챦더군요. 사진을 찍는 팬들도 많고 응원을 유도하는데 두산팬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줬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춤추고 있는 두산 치어리더들이 뻘쭘해 보였다는...

턱돌이는 바쁩니다. 경기장을 고르기도 하고, 의상을 차려입고 선보이기도 하고, 투수의 투구모습도 봐주기도 하고, 관중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양팀 응원을 혼자 주도하기도 하고... 하여간 히어로즈 최고의 히트상품입니다. 언론에서 하도 띄워주니 이젠 연예인 같은 필마저 느껴지더군요.

경기 끝나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가까운 곳에서 맥주한잔 마셨습니다. 맥주집에 들어갈 땐 몰랐는데 화장실 가면서 확인해 보니 41층에 '스카이뷰'가 있는 현대41타워더군요. '스카이뷰'라면 걸쭉한 추억이 서려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화장실 나오면서 쓰윽 웃어줬습니다. 그 때 마시던 앱솔루트 정말 맛있었는데 말이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오랫동안 얘기하고 술마시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네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가 워낙 바빠서... 쩝...

참고로 오늘 뛴 자전거 거리는 약 52km 입니다.
 
삼거리 갈림길 20분(20분)
마의 언덕       20분(40분)
광명대교        20분(60분)
목동야구장     20분(80분)


오늘 기아와의 2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롯데와의 2위 싸움도 그렇지만 윤석민이 선발이기 때문네 남다른 느낌이죠. 뭐 딱히 윤석민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임태훈이 올림픽 선발에서 막판에 밀린 기억 때문에 윤석민이 솔직히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임태훈 홈피에 욕설을 퍼부은 기아 팬들도 그렇구요. 약간의 복수심(?)을 품고 야구장으로 향했습니다.^^;;



야구장에는 자전거 타고 갑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같은 코스로 양재천을 따라 잠실구장으로 가는거구요. 대략 70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어제의 55km 라이딩으로 허벅지와 고관절이 아파서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운동으로 뭉친건 운동으로 풀자 싶어 자리를 박차고 나갔죠.

익숙해진 코스라 그런지 얼추 비슷한 예정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늦게 출발해서 입장했을 때 경기는 이미 2회말 진행중이었구요. 김선우는 7.1이닝 3실점, 윤석민은 5이닝 1실점하는등 선발진은 팽팽한 대결이었지만 윤석민이 내려가고 나서 기아 계투조를 두들겨서 두산이 완승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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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이 나왔더라면 더 그림이 좋았을텐데 그럴만한 점수차가 아니어서 아쉽게 출전은 못했습니다. 결과는 어제와 같은 8:3 승리네요.


솔직히 시즌 전에 김선우에 대해서 기대를 안했었습니다. 메이저에서 좀 던졌다고 만만하게 볼 한국야구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메이저 출신들이 그닥 첫해에는 큰 활약을 못펼쳐서 더욱 그랬죠. 김선우도 전반기에는 그랬습니다. 2군을 오르락 내리락 했구요.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더군요. 퀄리티스타트는 물론, 이닝이터로 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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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리오스 이후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이 아닐까 잔뜩 기대를 품게 하네요. 오늘도 8회에 좀 얻어맞긴 했지만 토종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올시즌 뿐 아니라 향후계속 두산의 에이스로 마운드를 지켜줬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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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성당의 야경.. 알흠다워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과천성당의 야경모습을 찍어봤습니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잔잔한 분위기가 참 아름답더라구요. 자전거 덕분에 주변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참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체력도 좋아지구요. 참... 인덕원에서 평촌으로 오는 한적한 길도 발견했습니다. 어제는 대로변으로 와서 좀 복잡했는데 아~~주 한산해서 달리기에 거리낄게 없더군요. 마치 숨겨둔 보물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더군요.^^ ㅎㅎㅎ

집에 와서 샤워하고 몸무게를 재보니 71.8kg이군요. 추석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운동해도 조금 늘었네요. 그나마 자전거가 없었다면 아마 73kg을 상회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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