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의 물벼락 세리머니가 야구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논란은 인터뷰 중인 정의윤을 향해 날린 임찬규의 물벼락이 정인영 아나운서에게도 꽂히면서 시작되었다. 그간 이런 세리머니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물벼락 맞은 아나운서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넷심도 무례한 임찬규를 용서치 않았고, 임찬규에 대한 비난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방송사와 야구 관계자들의 자존심 대결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KBS N PD의 야구계 비하, 인성 논란에 대응한 이종렬 코치와 김정준 위원의 분노, 그리고 선수협의 사과문까지.

 

이 시끄러운 논란 이면에는 야구계와 미디어 간의 내재된 권력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와 미디어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다. 본능적으로 미디어는 스타를 만들고, 스포츠 스타는 관중을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되고, 결국 다시 방송사의 광고수입으로 직결되는 순환구조다. 그러나 이런 공생관계에도 권력관계는 생길 수 밖에 없다. 미디어의 관심이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지는 비인기종목의 경우 미디어는 슈퍼갑이지만, 인기종목인 경우, 특히 야구 같은 국민스포츠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라운드 현장이 미디어에 제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하고, 오히려 미디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파워를 가진건 국내 스포츠에서 야구가 유일하다.

 

사실 구성원들의 면면도 태생적으로 다르다. 미디어 종사자들과 달리, 한국에서 야구선수란 학창 시절에 학업을 반쯤 포기했다는걸 의미한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미국을 쫓아 주말리그를 운영한다고 하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결국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이질적인 집단이 모이다 보니 잡음이 없을리 없다. 그동안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 임찬규 사건은 어쩌면 이 두 집단 간에 그동안 나이브하게 유지되어 온 공생관계가 팽팽한 긴장관계로 재조정 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또 일정 부분 그런 긴장이 필요하다. 언론의 사명은 팩트 전달과 비판인데, 스포츠 쪽은 그 부분이 상당히 취약했던게 사실이기 때문. 이제 스포츠 업계에도 본격적인 스포츠 저널리즘이 작동하길 바란다. 더불어 민폐 끼치는 세리머니도 자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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