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던 내게 다른 사람들의 극렬한 반응은 놀라웠다. 책모임 사람들 중 일부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자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저자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니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직접 접하지 않는 상태에서 남의 말만 듣고 사람을 판단하진 않는다. 그리고 내겐 저자의 과거보단 책 내용에 집중하고 싶었다. 


저자는 굳이 산문집이라고 주장한다. 소설이라고 해도 좋으련만 소설이라고 하기엔 논픽션의 요소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역시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어쨌든 운문이 아니라는 면에서 산문집이라고 한 들 틀린 말은 아니다. 


산문은 주인공의 자잘한 일상을 영화 보듯 보여준다. 이혼남과 이혼녀가 만나는 일상은 그리 로맨틱하지 않다. 현실과 뒤엉킨 에피소드들은 구질구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인 묘사가 외려 더 오래 잔상에 남는 법.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줄타기로 독자에게 공감을 얻는 게 저자가 노린 점이 아닐까 싶다.


산문에 등장하는 장소는 실명을 써서 그런지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광화문 교보문고는 개인적으로 자주 가는 곳이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자의 의도가 소설이 아닌 산문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읽으면서 내내 머릿 속을 맴돌았던 생각은 이게 논픽션일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논픽션이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스포일러 하나. 

산문의 맨 마지막 장,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건  좋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그게 픽션이건 아니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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