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왼손 투수는 귀하다. 누구 말대로 수맥 때문인진 몰라도 좋은 자원이 들어와도 잘 터지지 않는게 왼손 투수다. 윤석환 이후 임팩트 있는 왼손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팀의 평균 정도만 해줘도 좋으련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을 뽑아도 오른손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인 두산에서도 왼손 투수는 예외인가 보다. 역대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왼손 투수는 주요 선수만 정리해도 아래와 같다. 이 중에서 남아있는 선수들도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활약하고 있는 선수도 드물다. 유희관, 정대현 뿐이다. 개인적으로 장민익과 이현호는 아직 기대가 크다. 특히 이현호는 류현진 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는데, 어이없이 개에 물려 재활치료하는거 보면 수맥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이현호는 현재 상무에 있다.  


2003년 : 전병두(2차 1R)

2005년 : 조현근(2차 2R), 금민철(2차 4R)

2006년 : 남윤희(1차)

2008년 : 진야곱(1차)

2009년 : 유희관(2차 6R)

2010년 : 장민익(1R), 정대현(3R)

2011년 : 이현호(2R)


외부 수혈도 상황은 비슷하다. 채상병을 주고 데려온 지승민은 삼성 시절 권혁 다음으로 구질이 좋았지만, 간염 여파로 방출되었다. 금민철에 10억을 얹어 받았던 이현승도 2009년 전반기까지만 활약하고 2011년까지 허리와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다 군에 입대했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 세데뇨는 KBO 사상 처음으로 산업 연수생이란 용어를 만들어 낸 육성형 외국인 선수였고,  트위터리안으로 인기를 모았던 니코스키도 평작 이상의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왈론드도 비슷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실연의 상처로 부진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프로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다. 고교야구도 아닌데.. 어쨌든 왈룐드는 그나마 포스트 시즌에서 미들맨으로 꽤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긴 했다. 가장 괜찮았던 외국인 선수는 레스였다. 2001년 기아에서 퇴출된 레스는 두산에서 202이닝을 던지고 16승을 거줬다. 2003년 요미우리로 갔다 돌아온 2004년에도 17승을 거둬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후 다시 라쿠텐으로 갔다가 2008년 컴백했지만 3승 2패의 초라한 성적을 올리곤 가족 건강문제로 시즌 중간에 떠나 버렸다. 



현재로선 이혜천이 왼손의 주축돌이 되어야 맞다. 그러나 이혜천은 만성적인 제구력 불안이 치명적이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일본에서 컴백한 2011년 시범경기에서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더랬다. 드디어 우리도 제대로 된 왼손 파이어볼러 가져보나 엄청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시즌 성적은 1승 4패 방어율 6.45. 역시나 이혜천의 제구력은 일본 유학으로도 교정되지 않았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흔들리는 악습은 여전했다. 팬들의 원성은 63빌딩 보다 높았고 만리장성 보다 길었다. 


또 한명 해줘야 할 왼손 투수는 괜찮은 마무리 스콧 프록터를 포기하고 데려온 게릿 올슨이다. 최소 프록터, 최대 게리 레스 정도의 기대치였는데, 현재 스탯은 수염 난 이혜천이다. 구위는 그렇다 치고, 한계투구가 60개 정도라는게 실망스럽다. 당연히 두산 스카우터의 책임이다. 주로 중간에서 던졌던 선수를 선발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본 건 대체 어떤 근거였는지 묻고 싶다. 그저 아직 한국 무대에 적응 중이라는 미신 섞인 희망을 가져볼 뿐이다. 벌써 시즌이 6월인데도. 그리고 남는 선수는 정대현, 원용묵, 김창훈 정도다. 기대 보다 성장이 더디다. 정대현은 묵직한 공을 갖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 원용묵도 마찬가지. 한화에서 이적한 김창훈도 지금은 원포인트 릴리프지만, 사실 북일고 시절엔 첫 손에 꼽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팬으로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진 않다. 군 복무 중인 이현승과 이현호, 장민익이 있다.  이젠 노망주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진야곱도 대기하고 있다. '굿바이 홈런'의 배경 원주고 출신 함덕주도 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잠룡들이 이천에서 박박 기고 있을거라 믿는다. 이들이 왼손 투수들의 무덤인 두산 마운드에서 랜디 존슨 같은 대투수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두산이 넥센한테 약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고 하죠. 이종욱도 물방망이질 많이 했구요. 하지만 징크스는 그냥 하는 말이고, 넥센이 원래 전통의 강팀입니다. 최근에 야구에 입문한 사람들의 기억엔 현대유니콘스가 없겠지만, 2000년대 초반 유니콘스는 현대왕조라는 소리까지 듣던 강자였죠. 구단주를 잘못 만나 지금에 이르렀지만, 투수진이 참 강했던 명문구단이었습니다. 지금 김시진감독, 정민태코치, 이숭용선수는 그 주인공들이었구요.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현대에게 3승 4패로 눈물로 패배했던 쓰라린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늘 넥센의 유니폼이 노란색 유니콘스의 로고가 함께 겹쳐보입니다. 롯데가 살아야 한국 프로야구가 사는게 아니라 넥센이 살아야 한국 프로야구의 중흥기가 오고 있다고 믿고 있구요.
 
1차전 : 3-4 김선우 패 넥센, 두산 4대3으로 잡고 시즌 첫승
2차전 : 5-2 이현승 승 이현승 5.1이닝 1실점! 두산, 넥센 5-2 꺾고 연패탈출
 
그런 넥센의 홈 개막전을 두산이 함께 했습니다. 결과는 1승 1패. 한 경기는 방사능 우천으로 연기되었네요. 고마운건 이현승입니다. 라미레스의 퇴출로 땜방 선발로 자리매김한 첫 선발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네요. 게다가 1차전 써니의 패배로 우울했었는데, 그나마 희망의 불꽃을 지켜줬습니다. 만약 이현승까지 패했다면, 아마 두산 선발진의 총체적 부실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르죠. 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이혜천보다는 이현승이 투수로서 훨씬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달세는 기복이 워낙 커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인데요. 그런 이유 때문에 달세가 선발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중간계투진에게 롤로코스터는 2군행을 의미하니까요. 어쨌든 달세만큼 빠르진 않아도 안정감있는 공을 던진다는 이유로 이현승이 중간으로 내려간거 같은데,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올 시즌 선발과 중간을 번갈아가며 달릴텐데 모쪼록 아름다운 완주를 해주기 바랍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재미있었던건 오재원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네요. 그간 오재원의 홈런과 최준석의 3루 도루중 어떤게 먼저 나올 것인가 하는 얘기도 많았는데... 그만큼 본인에게도 의미있는 홈런이었을겁니다. 오재원 팬으로서도 기분 좋았구요. 근데 오재원의 스윙을 보면 좀처럼 홈런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궤적입니다. 위에서 약간 내려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자세히보면 내려치다가 끝에는 또 살짝 올라갑니다. 이런 스윙은... 글쎄요... 유사한 레퍼런스를 찾기 힘든 타법입니다. 오재원만의 타법인데, 어쨌든 깎아치는 스타일이다 보니 당연히 담장을 넘기기는 어렵죠. 좀더 파워풀한 타격 매커니즘을 찾았음 하네요.
 
덧글...
이대수의 끝내기 홈런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일명 이대수 방사능포... 한화의 끝내기였지만 두산못지않게 기뻤고, 특히 늘 짠한 모습의 이대수여서 더욱 남다르더군요. 한화에서 꼭 성공시대를 열기 기대&응원하겠습니다. 

(중간에 야구 보면서 포스팅을 쓰고 있었는데, 완전히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이건 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감동의 쓰나미가 심장을 사정없이 휘몰아치는군요. 11회말 타신의 동점 2루타와 반장곰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심장 박동수는 저멀리 안드로메다를 향해 치닫고, 억누른 목소리는 터져나오고, 이제 정말 한이 서린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현장에 계신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이런 대첩을 직접 관람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의 대첩이라 격을 달리 하거든요. 어떻게든 표를 구해보는거였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오늘 0-4에서 6-4로 역전 그리고 6-6으로 동점, 연장전 돌입한 후 6-8로 재역전 당했을 때도, 왠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죠. 설사 지더라도 다시 4, 5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한국시리즈 티켓은 우리가 따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구요. 그리고 이어진 11회말에서 믿음이 현실로 둔갑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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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은 가장 숫자에 근접한 스포츠이면서도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묵직하게 존재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곧잘 인생과도 비교합니다만, 사실 11회초에 2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을 때, 이걸 역전시킬 수 있는 3점을 낼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죠. 단 세명의 타자만 잡으면 되는데, 투수의 방어율을 보나, 연속안타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을 보나 그렇죠.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고 배트도 둥글기 때문에 그 순간에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구라선생이 '야구 몰라요~', 요기 베라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라는 명언을 남기신거겠지요.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로 출루하는 순간 역전할 수 있다는 느낌... 저만 가졌을까요? 아마 두산팬 뿐만 아니라 삼성팬, 선감독, 마운드에 정인욱투수까지 느꼈을겁니다. 공 하나로 1년 농사의 결과가 왔다갔다 하는 그 무게를 정인욱이라는 신인급 투수가 견디기는 힘들었을테죠. 백전노장인 박진만도 수비의 달인 손시헌도 에러를 하는 자리인걸요. 결국 정인욱은 두목곰과 고젯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타신에게 동점 2루타를 맞았습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두목곰은 그렇다해도 고젯을 볼넷으로 내준게 참 뼈아팠네요. 포스트시즌에서 이름값 못하는 그를 감안한다면 맞더라도 무조건 승부했어야 하는데... 만루가 되는 순간 이미 경기는 끝내기 수순으로 접어든 셈이었습니다. 사색이 된 정인욱의 낯빛만 봐도 알 수 있었네요. 그 끝내기의 주인공이 반장곰인건, 참 하늘이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잘 써주셨나 싶습니다. 반장곰이 앞서 9회 끝내기 찬스를 날려버린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거니까요. 그리고 그 기회를 반장곰은 놓치지 않고, 팬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했습니다.   
오늘 결승타를 날린 손시헌, 누가 뭐래도 두산의 자존심인 김동주, 투혼의 야구를 보여준 임태훈, 동점타를 날린 임재철, 6타수 3안타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오재원, 든든한 허리를 지켜준 왈론드, 허슬플레이의 원조 이종욱, 두산의 신형 엔진 정수빈, 좋은 구질을 보여준 이현승, 홈런 맞아도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정재훈,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탄탄한 수비를 보여준 이원석... 정말 잘해줬구요. 그리고 개점휴업 중인 김현수, 서서히 컨디션 찾고 있는 고영민, 미래의 희망 성영훈, 한국시리즈에선 선발로 내보냈음 하는 김성배, 좌완 김창훈, 대주자로 잠깐 나온 용덕한, 아직 타격감 조율 중인 이성열, 오늘 모처럼 타석에 섰지만 불발에 그쳤던 김재호, 대주자로 나왔던 민병헌... 모두 자랑스럽습니다.(혹시 빼놓은 선수 없나요?)

성급하긴 하지만 누가 이번 가을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미러클 두산의 어게인 베이징 버젼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을야구가 무르익을수록 말할 수 없는 야망이 점점 탐스럽게 영글어만 갑니다. 너무 두레발치면 안되겠죠...? 제발... 이번 가을만은...

덧글 1...
제가 원하는 야구는 이렇게 용찬이가 빠지면 태훈이가 막아주고, 현수가 낙담해 주저앉으면 종욱이가 일으켜 세워주는 야구입니다. 특히 팀에 악재가 닥쳤을 때, 오히려 더 똘똘 뭉쳐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야구, 이제야 비로소 두산다운 야구를 하는 것 같아 흐믓하네요. 이제 두산은 힘도 없지만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덧글 2...
뭘 중계해도 sbs는 찌질합니다만, sbs 라디오 중계한 정동진 해설은 참... 명경기에 티만 남겼네요. 해설이란게 말 그대로 해설이어야 되는데, 게다가 지금 야구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데, 마냥 되도 않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잠깐 외출하면서 들었는데 임팩트 강한 헛웃음 여러번 했습니다. 해설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요? 


이번주 두산베어스는 성적과 관계없이 상당히 걱정스러운 한주를 보냈습니다. 야구란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구요... 장거리 여행과 같아서 한경기 한경기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지만... 같은 패배라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주, 특히 롯데전의 내용을 보면 두산이 당분간 현상유지하기도 쉽지 않겠구나 싶네요. 무지막지한 롯데의 홍대갈 트리오를 감안한다고 해도 두산의 대책없는 선발진은 현재 스코어 리그 중하위권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선발진을 제외한 중간과 마무리는 아직 건재하다는 점이네요.

사실 7주차 두산은 하위팀과의 경기여서 최소 4승 2패 혹은 그 이상을 노렸어야 했죠. LG와의 어린이날 시리즈 첫 경기에서 어이없이 역전패한게 아쉽기만 합니다. 그 경기만 제대로 이겼어도 시리즈 스윕을 하고 부산에 내려가는건데... 어쨌든 에이스 써니와 히메네스의 호투로 어린이날과 그 다음경기는 큰 점수차로 이겨 체면치레는 했는데요. 문제는 부산에서의 선발진입니다. 3선발(이현승)-땜방(홍상삼)-땜방(임태훈)의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이라면... 이기기 쉽지않을꺼란 점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처참하게 발릴 줄은 또 몰랐네요.  

특히 이현승... 쫌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금동이에 10억을 얹어 데려왔건만... 원투펀치는 커녕 선발 5이닝이라도 채워줘야 하는데... 본인 스스로 동료들과 팬들한테 미안하다고 했으나... 뭐 당연히 그렇게 느껴야되구요. 여기에 상삼이까지 기대에 못미치니 가습이 답답해집니다. 그나마 임애교의 분전이 눈물겹게 고마울 뿐...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주니 그나마 보기가 편하네요. 아울러 용찬이도 점차 특급 마무리로서의 안정감을 갖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공격쪽으로는 이원석의 포지션이 눈에 밟히네요. 빼어난 실력과 성적에도 불구하고, 3루에는 두목곰, 2루에는 오똘, 1루에는 돼동건이 있어서, 선발 출장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그래도 나올 때마다 한건씩 해주고 있구요. 조뱀도 칭찬했다고 하니 아시안게임 대표 꿈이 꼭 꿈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벤치에 앉아있는 고젯의 모습은 참 어색하구요. 대신 출장하는 오똘은 나름 허슬플레이는 해주지만 결정적인 실책 또한 빼놓지 않네요. 으이구~ 이눔아 내가 그렇게 너를 아끼건만... 좀 수비할땐 차분하게 해주면 안되겠니...?

기계는 슬럼프 논란 속에서도 나름 자기 방망이 휘둘러주고 있고, 두목곰과 주장곰도 앞에서 잘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반면 유대인은 아직 자리를 못잡고 있구요. 특이한건 뽕열이의 우익수 출장인데요. 양의지가 잘해주는 한 뽕열이를 포수로 앉힐 기회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명으로 쓰기엔 아까워서 다시 외야수 실험을 하는 모양이네요. 선수 개인으로는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다는게 아쉽지만... 두산의 두터운 뎁스를 감안하면 이해못할 것도 아닙니다. 대신 늘 열심히 하는 타신의 자리가 없어 보이는게 좀 그렇네요.

문제는 다음주입니다. 삼성과의 홈, SK와의 원정 등 험난한 상대와의 맞대결인데요. 4승 정도 거둬줬음 하는데... 솔직히 이대로라면 반타작도 만만치 않을 듯... 달감독은 다음주를 위해 박정배와 오현택을 2군으로 내리고 대신 왈론드와 지승민을 올렸다네요.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왈론드의 활용법인데요. 달감독은 이미 원포인트 릴리프로 쓰겠다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일요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한타자만 상대했구요. 야구를 오래 보다보니 KBO에서 원포인트 릴리프로 용병을 쓰는 장면도 보게 되는군요. 제발 원포인트로라도 잘해줬음 싶은데... 아니 팬심으론 왈론드가 대오각성해서 불같은 투구를 해줬음 하네요. 어차피 대체용병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리...

7주차 Weekly report... 
. 성적 : LG 원정(X ○ ○), 롯데 원정(X X ○)
. 투수 : 김선우, 히메네스, 임태훈 각 1승, 이용찬 2세이브, 정재훈 1홀드
. 타자 : 김동주, 이성열 각 2홈런, 이원석, 최준석, 양의지, 김현수 각 1홈런
. 관중 : N/A
. 순위 : 2위(20승 1무 12패)

덧글...
지방에서 올라오는데 DMB가 잘 안나와 보기 힘들었네요. 대전에서 올라오는데 천안 부근에 와서야 DMB가 쪼~금 보이더군요. 그나마도 중간중간 끊겼구요. DMB 사업 어렵다고 하더니 왜 어려운지 알겠네요. 이렇게 커버리지가 저질인데 서비스 만족도가 좋을리 없죠. 야구 빼곤 그나마도 볼게 없습니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첫 트레이드가 발표 직전입니다. 히어로즈에게 이현승을 받는 대신 금민철에 10억을 얹어서 준다고 하는데요. 두산팬으로서 약간 미묘한 감정이 드네요. 우선 이현승, 장원삼, 이택근을 잃어 마음이 찢어지는 영웅팬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하구요. 두산팬으로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한 느낌을 적어봅니다.

비정하긴 하지만 트레이드 득실을 따지려면 우선 성적을 들쳐봐야 합니다. 우선 스탯상 이현승이 훨씬 활약이 많았네요. 이현승은 2009년 히어로즈에서 13승을 올려 확실한 선발진이었지만, 금민철은 중간과 선발을 오가는 불안한 포지션이었습니다. 때문에 단순비교가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름값이나 활약도를 봤을 때 이현승에 무게감이 가는건 사실이죠. 특히 이현승의 묵직한 직구는 삼진잡는데 톡톡히 쓰일 정도로 위력적이구요. 140km 후반대의 전형적인 정통파 투수죠. 반면 금민철은 직구구속은 그닥 빠르지 않지만 커터가 좋고 볼끝의 움직임이 살아있는 기교파 투수입니다. 경험상 주자가 나갔을 때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사실 제가 가장 맘에 안들어하는 부분이네요. 배짱있게 칠테면 쳐봐라 하고 던지는 모습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워낙 숫기 없는 성격이라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이현승 
- 83년생, 계약금 1.8억원/연봉 7천만원 군미필
- 170이닝 13승 10패 방어율 4.18 볼넷 66 삼진 120 피홈런 25 (2009년)
- 353이닝 22승 20패 방어율 4.46 볼넷 142 삼진 255 피홈런 39 (2006년~2009년)

금민철 
- 86년생, 계약금 4천 5백만원/연봉 6천만원 군미필
- 83.1이닝 7승 2패 방어율 4.43 볼넷 52 삼진 55 피홈런 1 (2009년)
- 311이닝 13승 11패 방어율 4.02 볼넷 172 삼진 233 피홈런 17 (2005년~2009년)

문제는 이현승이 성적상 가치있는 투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연 10억을 얹어줄만하냐는 것입니다. 금민철의 최근 가파른 상승세, 적은 나이 등을 감안하면 10억이라는 금액은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금민철은 김광현 부럽지 않은 포스였거든요. 두산팬들은 이제야 금동이가 터졌구나 하고 좋아했구요. 무표정한 그의 표정에서 오히려 침착함을 느꼈더랬죠. 그래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상실감이 크고 이면에 어떤 모종의 거래가 있는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현승과 10억은 정해놓고 카드를 이리저리 맞춰봤는데, 여론을 의식해서 금민철로 귀결된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흠냘...

선수 개인으로 보면 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변수가 있지만, 이현승에게 좀더 기대가 커지네요. 그 근거로는 우선 피홈런 갯수인데요. 이현승은 빠른 볼을 구사하는만큼 홈런도 많이 얻어맞았습니다. 2009 시즌은 무려 25개... 하지만 투수친화적인 잠실이라면 분명 줄어들테구요. 삼진이 볼넷에 비해 훨씬 많다는게 김경문 감독의 마음에 쏙 들게 할겁니다. 그리고 구단운영이 불안한 히어로즈보다는 두산이 한결 낫겠죠.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겨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테구요. 대신 금민철은 우선 심리적인 허탈감을 극복하는게 중요할겁니다. 이현승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했기에 별 동요는 없겠지만, 금민철은 다르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 보금자리로 옮기는건 유쾌한 일이 아니니까요. 그것도 처음 겪는 일이니... 휴우... 긍정적인 면은 이현승과 장원삼이 빠진 히어로즈 선발진에서 금민철은 붙박이 선발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 마일영, 번사이드가 있지만, 강윤구, 김영민 등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 반해, 금민철은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선수거든요. 게다가 어린 나이에 포스트시즌 1선발도 뛰어봤구요. 아울러 최고 투수 반열의 정민태 코치를 만난다는 점, 기대를 걸 만하죠. 다만 변화무쌍한 커터의 위력을 배가할 직구가 5km 정도만 빨라지고 볼넷 좀 줄이면 참 좋겠다능...^^;;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에서 터진 금민철에 대한 포텐셜이 아깝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합니다. 아마도 금민철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하는 이현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도 있구요. 트레이드 카드로 오르내리던, 임태훈, 이용찬, 고창성 등의 KILL 라인, 혹은 김상현+민병헌 등 어이없는 루머들로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이유도 있지 싶네요. 하지만 삼성과 엘지가 내준 선수들을 보면 배아프기는 합니다. 두팀은 거의 출혈없이 선수를 돈주고 산 격이라...

바라는건 두 선수 모두 적응잘해서 기량을 맘껏 떨치는 겁니다. 금동이가 두산을 상대로 호투를 해도 밉지 않을만큼 정말 잘 커줬으면 하구요. 이현승도 두산우승을 위해 데려온 기대대로 좌완 에이스가 되어줬음 하네요. 늘 트레이드 때마다 느끼는건 어디 가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 두 선수의 분투를 기원합니다.


두산의 내야진이 얼마나 뎁스가 깊고 럭셔리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네요. 어제 한화전에서 막판에 이원석-김재호-손시헌-이대수로 이어지는 내야라인을 선보였거든요. 모두 유격수 출신인데다 다른 팀에 가면 주전을 할 선수들인데 후보로 출전해 1루에서 3루까지 채워놓은거죠. 주전멤버는 오재원-고영민-손시헌-김동주로 국대급 수준인데요. 백업으로 구성해도 왠만한 다른 팀 1군보다 면면이 화려하네요.(수비력만 보면...)

그래서 한편 이대수, 김재호, 이원석에게는 미안한게 사실이에요. 풀타임 주전의 실력을 갖추고도 벤치에서 응원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래서 지난 스토브리그에 트레이드를 주장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 보니 트레이드가 별로 필요없을꺼 같네요. 오재원 부상에서 보듯 한 시즌 내내 부상선수 없이 구단을 운영하기는 힘들구요. 탄탄한 백업멤버가 있어야 기존 선수들도 실력이 일취월장하죠. 그리고 결국 수비가 탄탄한 팀이 단기전에서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백업멤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아의 양현종이나 히어로즈의 이현승과의 트레이드를 꿈꾸기도 했는데... 이젠 접을랍니다. 쏠쏠한 좌완도 좋지만 탄탄한 내야가 더 눈에 쏙 들어온다능... 넘 설레발 팬심인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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