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탈출은 잘 하는 대신 퍼팅은 잘 못하는게 두산야구다. 감동을 주는 승부는 많지만, 정작 그 만큼의 우승은 이루지 못한 팀. 그래서 더더욱 우승에 대한 갈증이 심하지 않을까? 물론 다른 팀들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올해는 퍼팅까지 잘해서 꼭 그린자켓을 입었으면 한다. 


올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이다. 상대는 넥센. 껄끄럽다. 페넌트 레이스 막판까지 2위 싸움을 벌이다 4위로 추락했기에 그닥 유쾌하진 않았다. 게다가 2위는 lg인 탓에 자존심까지 상했더랬다. 어쨌든 이번 준플은 마뜩찮은 시리즈다. 그래서 그런지 1, 2차전 모두 아쉽게 내줬다. 박병호라는 괴물에 된통 당했다. 그가 날린 홈런은 니퍼트를 무너뜨렸고 목동에서 1승도 건지지 못했다. 목동에서 약했던 징크스가 현실화 됐다. 이렇게 되면 5차전까지 간다 한들 lg를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는 상황. 우울했다.


그리고 맞은 3, 4차전. 넥센에 박병호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최재훈이 있었다. 부진했던 양의지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쓴 최재훈은 믿기 어려운 활약을 투타에서 보여줬다. 포수의 제 1덕목인 투수 리드는 전성기의 박경완을 연상시켰고, 그가 날린 홈런 하나는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단기전에서는 누군가 미쳐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 주인공이 최재훈일 줄은 아마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이제 행복했던 잠실과는 이별하고 목동에서 마지막 결판을 남겨놨다. 사실상 4차전 승리로 분위기는 이미 우리가 가져왔다. 리버스 스윕을 예상하긴 했다. 남은 변수는 목동구장의 작은 사이즈일 뿐.



마지막 5차전. 선발은 유희관. 유희관을 나는 구세주라고 부르고, 130km 대의 아리랑볼을 나는 불꽃직구라 부른다. 유희관은 올 시즌 내내 초인적인 성적을 보여줬다. 그 성적을 혹자는 우연으로 격하시키기도 하지만, 유희관은 이를 실력으로 완전히 불식시켰다. 7이닝 1안타 9삼진 무실점. 완벽했다. 덩달아 이원석도 3점 홈런을 날려 9회말 투아웃까지 앞섰다. 그러나.. 그러나 넥센에는 박병호가 있었다. 박병호는 니퍼트의 승부에서 기어코 3점 홈런을 날려버렸다. 혹시나 했던 동점이 눈앞에 펼쳐졌을 땐 허탈했다. 너무 진이 빠져 이대로 끝내기로 진다해도 아쉬울게 없었다. 오히려 이 괴로운 승부를 빨리 누군가 끝내주길 바랐다. 그리고 야구를 당분간 끊고 싶었다. 아마 두산 응원하면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기나긴 승부 끝에 13회초 최준석과 오재원의 홈런으로 두산은 넥센을 물리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누구도 하지 못한 리버스 스윕을 두산은 두번이나 해낸 것이다. 자랑스럽긴 했지만 심장병 걸릴지도 모를 경험을 했다. 누가 그랬다. 두산야구는 건강에 해롭다고.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다시 빠져드는건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플레이오프가 오늘부터 시작한다. 준플에 이겼을 때는 플레이오프는 덤이라 생각하자고 했는데, 막상 플레이오프 게임데이가 되니 막상 마음을 그렇지가 않다. 상대가 lg라 그런지 더더욱 전투력이 상승한다. 닥치고 V4!


(중간에 야구 보면서 포스팅을 쓰고 있었는데, 완전히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이건 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감동의 쓰나미가 심장을 사정없이 휘몰아치는군요. 11회말 타신의 동점 2루타와 반장곰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심장 박동수는 저멀리 안드로메다를 향해 치닫고, 억누른 목소리는 터져나오고, 이제 정말 한이 서린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현장에 계신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이런 대첩을 직접 관람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의 대첩이라 격을 달리 하거든요. 어떻게든 표를 구해보는거였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오늘 0-4에서 6-4로 역전 그리고 6-6으로 동점, 연장전 돌입한 후 6-8로 재역전 당했을 때도, 왠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죠. 설사 지더라도 다시 4, 5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한국시리즈 티켓은 우리가 따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구요. 그리고 이어진 11회말에서 믿음이 현실로 둔갑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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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은 가장 숫자에 근접한 스포츠이면서도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묵직하게 존재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곧잘 인생과도 비교합니다만, 사실 11회초에 2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을 때, 이걸 역전시킬 수 있는 3점을 낼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죠. 단 세명의 타자만 잡으면 되는데, 투수의 방어율을 보나, 연속안타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을 보나 그렇죠. 하지만 야구공은 둥글고 배트도 둥글기 때문에 그 순간에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구라선생이 '야구 몰라요~', 요기 베라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라는 명언을 남기신거겠지요.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로 출루하는 순간 역전할 수 있다는 느낌... 저만 가졌을까요? 아마 두산팬 뿐만 아니라 삼성팬, 선감독, 마운드에 정인욱투수까지 느꼈을겁니다. 공 하나로 1년 농사의 결과가 왔다갔다 하는 그 무게를 정인욱이라는 신인급 투수가 견디기는 힘들었을테죠. 백전노장인 박진만도 수비의 달인 손시헌도 에러를 하는 자리인걸요. 결국 정인욱은 두목곰과 고젯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타신에게 동점 2루타를 맞았습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두목곰은 그렇다해도 고젯을 볼넷으로 내준게 참 뼈아팠네요. 포스트시즌에서 이름값 못하는 그를 감안한다면 맞더라도 무조건 승부했어야 하는데... 만루가 되는 순간 이미 경기는 끝내기 수순으로 접어든 셈이었습니다. 사색이 된 정인욱의 낯빛만 봐도 알 수 있었네요. 그 끝내기의 주인공이 반장곰인건, 참 하늘이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잘 써주셨나 싶습니다. 반장곰이 앞서 9회 끝내기 찬스를 날려버린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거니까요. 그리고 그 기회를 반장곰은 놓치지 않고, 팬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했습니다.   
오늘 결승타를 날린 손시헌, 누가 뭐래도 두산의 자존심인 김동주, 투혼의 야구를 보여준 임태훈, 동점타를 날린 임재철, 6타수 3안타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오재원, 든든한 허리를 지켜준 왈론드, 허슬플레이의 원조 이종욱, 두산의 신형 엔진 정수빈, 좋은 구질을 보여준 이현승, 홈런 맞아도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정재훈,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탄탄한 수비를 보여준 이원석... 정말 잘해줬구요. 그리고 개점휴업 중인 김현수, 서서히 컨디션 찾고 있는 고영민, 미래의 희망 성영훈, 한국시리즈에선 선발로 내보냈음 하는 김성배, 좌완 김창훈, 대주자로 잠깐 나온 용덕한, 아직 타격감 조율 중인 이성열, 오늘 모처럼 타석에 섰지만 불발에 그쳤던 김재호, 대주자로 나왔던 민병헌... 모두 자랑스럽습니다.(혹시 빼놓은 선수 없나요?)

성급하긴 하지만 누가 이번 가을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미러클 두산의 어게인 베이징 버젼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을야구가 무르익을수록 말할 수 없는 야망이 점점 탐스럽게 영글어만 갑니다. 너무 두레발치면 안되겠죠...? 제발... 이번 가을만은...

덧글 1...
제가 원하는 야구는 이렇게 용찬이가 빠지면 태훈이가 막아주고, 현수가 낙담해 주저앉으면 종욱이가 일으켜 세워주는 야구입니다. 특히 팀에 악재가 닥쳤을 때, 오히려 더 똘똘 뭉쳐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야구, 이제야 비로소 두산다운 야구를 하는 것 같아 흐믓하네요. 이제 두산은 힘도 없지만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덧글 2...
뭘 중계해도 sbs는 찌질합니다만, sbs 라디오 중계한 정동진 해설은 참... 명경기에 티만 남겼네요. 해설이란게 말 그대로 해설이어야 되는데, 게다가 지금 야구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데, 마냥 되도 않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잠깐 외출하면서 들었는데 임팩트 강한 헛웃음 여러번 했습니다. 해설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요? 


이번주 두산베어스는 성적과 관계없이 상당히 걱정스러운 한주를 보냈습니다. 야구란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구요... 장거리 여행과 같아서 한경기 한경기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지만... 같은 패배라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주, 특히 롯데전의 내용을 보면 두산이 당분간 현상유지하기도 쉽지 않겠구나 싶네요. 무지막지한 롯데의 홍대갈 트리오를 감안한다고 해도 두산의 대책없는 선발진은 현재 스코어 리그 중하위권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선발진을 제외한 중간과 마무리는 아직 건재하다는 점이네요.

사실 7주차 두산은 하위팀과의 경기여서 최소 4승 2패 혹은 그 이상을 노렸어야 했죠. LG와의 어린이날 시리즈 첫 경기에서 어이없이 역전패한게 아쉽기만 합니다. 그 경기만 제대로 이겼어도 시리즈 스윕을 하고 부산에 내려가는건데... 어쨌든 에이스 써니와 히메네스의 호투로 어린이날과 그 다음경기는 큰 점수차로 이겨 체면치레는 했는데요. 문제는 부산에서의 선발진입니다. 3선발(이현승)-땜방(홍상삼)-땜방(임태훈)의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이라면... 이기기 쉽지않을꺼란 점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처참하게 발릴 줄은 또 몰랐네요.  

특히 이현승... 쫌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금동이에 10억을 얹어 데려왔건만... 원투펀치는 커녕 선발 5이닝이라도 채워줘야 하는데... 본인 스스로 동료들과 팬들한테 미안하다고 했으나... 뭐 당연히 그렇게 느껴야되구요. 여기에 상삼이까지 기대에 못미치니 가습이 답답해집니다. 그나마 임애교의 분전이 눈물겹게 고마울 뿐...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주니 그나마 보기가 편하네요. 아울러 용찬이도 점차 특급 마무리로서의 안정감을 갖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공격쪽으로는 이원석의 포지션이 눈에 밟히네요. 빼어난 실력과 성적에도 불구하고, 3루에는 두목곰, 2루에는 오똘, 1루에는 돼동건이 있어서, 선발 출장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그래도 나올 때마다 한건씩 해주고 있구요. 조뱀도 칭찬했다고 하니 아시안게임 대표 꿈이 꼭 꿈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벤치에 앉아있는 고젯의 모습은 참 어색하구요. 대신 출장하는 오똘은 나름 허슬플레이는 해주지만 결정적인 실책 또한 빼놓지 않네요. 으이구~ 이눔아 내가 그렇게 너를 아끼건만... 좀 수비할땐 차분하게 해주면 안되겠니...?

기계는 슬럼프 논란 속에서도 나름 자기 방망이 휘둘러주고 있고, 두목곰과 주장곰도 앞에서 잘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반면 유대인은 아직 자리를 못잡고 있구요. 특이한건 뽕열이의 우익수 출장인데요. 양의지가 잘해주는 한 뽕열이를 포수로 앉힐 기회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명으로 쓰기엔 아까워서 다시 외야수 실험을 하는 모양이네요. 선수 개인으로는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다는게 아쉽지만... 두산의 두터운 뎁스를 감안하면 이해못할 것도 아닙니다. 대신 늘 열심히 하는 타신의 자리가 없어 보이는게 좀 그렇네요.

문제는 다음주입니다. 삼성과의 홈, SK와의 원정 등 험난한 상대와의 맞대결인데요. 4승 정도 거둬줬음 하는데... 솔직히 이대로라면 반타작도 만만치 않을 듯... 달감독은 다음주를 위해 박정배와 오현택을 2군으로 내리고 대신 왈론드와 지승민을 올렸다네요.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왈론드의 활용법인데요. 달감독은 이미 원포인트 릴리프로 쓰겠다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일요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한타자만 상대했구요. 야구를 오래 보다보니 KBO에서 원포인트 릴리프로 용병을 쓰는 장면도 보게 되는군요. 제발 원포인트로라도 잘해줬음 싶은데... 아니 팬심으론 왈론드가 대오각성해서 불같은 투구를 해줬음 하네요. 어차피 대체용병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리...

7주차 Weekly report... 
. 성적 : LG 원정(X ○ ○), 롯데 원정(X X ○)
. 투수 : 김선우, 히메네스, 임태훈 각 1승, 이용찬 2세이브, 정재훈 1홀드
. 타자 : 김동주, 이성열 각 2홈런, 이원석, 최준석, 양의지, 김현수 각 1홈런
. 관중 : N/A
. 순위 : 2위(20승 1무 12패)

덧글...
지방에서 올라오는데 DMB가 잘 안나와 보기 힘들었네요. 대전에서 올라오는데 천안 부근에 와서야 DMB가 쪼~금 보이더군요. 그나마도 중간중간 끊겼구요. DMB 사업 어렵다고 하더니 왜 어려운지 알겠네요. 이렇게 커버리지가 저질인데 서비스 만족도가 좋을리 없죠. 야구 빼곤 그나마도 볼게 없습니다.


두산베어스 팬들에게 FA란 Fade Away 혹은 Fly Away라는 말이 있습니다. FA를 통한 전력보강은 그저 남의 집 일인지라, 이번엔 누가 나갈까 싶어 스토브리그는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죠. 그래도 신은 공평하셔서 두산에게 화수분의 전통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나마도 없었다면 두산의 올해는 정말 암흑이었을겁니다.

그간 두산의 FA 선수들을 뽑아보니 아래와 같네요. 인터넷에서 뒤진거라 틀릴 수도 있으니 만약 사실과 다른게 잇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두산 -> 두산
2000 조계현 2.8억/1년
2002 안경현 15억/4년
2003 장원진 5.5억/2년
2005 전상렬 4억/2년
2006 홍원기 0.8억/1년
         김창희 1억/1년
2008 김동주 9억/1년

두산 -> 타팀
2004 정수근 롯데 40.6억/6년
2007 박명환 LG 40억/4년
2009 홍성흔 롯데 2,79억/1년
         이혜천 야쿠르트 400만달러/2년

타팀 -> 두산
全無

위의 내용을 얼핏보면 두산이 FA 선수를 많이 잡은 것 같지만. 타팀의 FA 선수 영입한 케이스는 한명도 없었구요. 내부 FA 잡은 선수도 김동주와 안경현, 장원진을 제외하면 솔직히 대어급은 아니었습니다. FA라고 하기에도 머쓱한 금액도 있었구요. 반면 프랜차이즈 선수들의 이탈은 심했습니다. FA로만 봐도 정수근, 박명환, 홍성흔, 이혜천이 떠났구요. FA는 아니었지만 최일언, 김형석, 이명수, 김경원, 김상진, 심정수, 진필중, 안경현 등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거나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죠. 

이런 아픔의 역사가 있었기에 두산팬들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애착은 유독 강했습니다. 박철순 이후 프랜차이즈 스타로 은퇴식을 하고 영구결번하는 선수가 탄생하길 손꼽아 기다렸죠. 그 가능성에 근접했던 안쌤, 홍포의 이탈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위야 어찌됐든 팬들의 실망감은 김경문감독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구요. 저도 안쌤, 홍포를 내보낸 달감독이 왠지 미웠습니다. 사실 홍포는 달감독이 내친게 아니었음에도...


하지만 2009 시즌이 중반에 치닫고 있는 지금 두산은 1위를 하고 있고, 세대교체를 가장 성공적으로 한 팀이 되었습니다. 이용찬, 홍상삼, 임태훈 등의 주축 투수들은 19~21살 정도이고, 정수빈, 김현수, 민병헌, 고영민 등의 야수들도 20대 초반에 불과하죠. 다른 팀에 가면 중간급 정도 밖에 안되는 손시헌이 고참행세를 하고 있으니, 타팀의 부러움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만큼 두산의 미래는 탄탄합니다. 덕분에 지금 두산팬들은 홍성흔, 안경현, 이혜천을 그리워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애정을 쏟게 되네요. 이원석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요. 홍포의 보상선수로 와서 트레이드 대상으로 전락하더니 지금은 두산의 없어서는 안될 유틸리티 선수가 되었죠. 우윳빛깔 이원석이라는 쌔끈한 별명도 얻었구요. 홍성흔의 롯데행이 없었다면 이원석은 두산과 인연을 맺지 못했을겁니다.

이런걸 아이러니하다고 해야 되나요? 아니면 새옹지마라고 해야 되나요? 김경문의 경쟁체제가 프랜차이즈의 퇴출로 이어졌지만, 또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가져왔으니... 물론 모든게 결과가 좋으니 이렇게 얘기하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하일성 아저씨가 야구는 모른다고 했지 싶습니다. 어쨌든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공은 당연히 달감독입니다. 김현수, 정수빈, 홍상삼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죠? 이들은 시즌 전 달감독이 주목해야 할 선수로 언급했던 히든카드였죠. 그리고 보기좋게 성공했구요. 달감독이 선수를 볼 줄 아는 좋은 안목을 지녔다는데 이젠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한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홍성흔에게 포수마스크를 벗기려했던 것도 수긍이 가구요.

프랜차이즈의 이적이 아쉽긴 하면서도 쑥쑥 커가는 아기곰들을 보는 맛에 익숙해져간다는건... 떫은 차맛속에 담백한 단맛을 맛본 듯한 느낌입니다.

흠... 그러고보니 김경문도 두산의 자랑스러운 프랜차이즈였네요.


롯데와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8:7로 이겼습니다. 5:0에서 5:6으로 역전, 다시 6:6 동점 허용, 그리고 연장 10회에 7:6으로 끌려가다가, 7:7 동점, 마침내 연장 11회에 7:8로 끝내기 재역전승... 보기드문 명승부로 재미는 있었지만, 출혈이 크네요. 지토 김상현은 난타 당했구요. 여러 선수가 컨디션이 안좋고 부상당해서 주전 별로 없는 상태였죠. 특히 이원석이 홈쇄도하다가 강민호의 무릎보호대에 머리를 부딪쳐 엠뷸런스에 실려나가는 모습...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원석이 허슬두에 완전 녹아드는 플레이를 펼치니 이뻐 죽겠네요.

이 경기에서는 두산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김상현 무너지고 나서 선수들은 김현수와 용덕한 제외하곤 모두 후보선수들로 채웠는데도 5점차를 따라잡더라구요. 김동주는 팔꿈치가 안좋아서 막판에 대수비로 들어왔고, 최준석은 허벅지 근육통, 이종욱과 고영민, 최승환은 부상, 이원석은 오늘 중간에 실려나가고, 김재호도 이종욱과의 충돌 충격으로 2군행이죠. 이런 비상시국에 최주환, 이성렬은 정말 간만에 올라왔는데도 나름 잘해줬구요. 정수빈은 강력한 신인왕 포스 오늘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원석은 멀티 내야수로 든든했구요. 오재원도 제 몫은 다했네요. 그리고 오현택을 빼놓을 수 없죠. 김상현 무너지고 나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줬습니다. 고창성에 이은 또 하나의 사우스포 무기를 얻었네요. 2군에서 이강철처럼 뱀처럼 휘는 공을 가졌다고 팬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는데 역시 허튼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신고선수에서 선발까지 올라간 신화가 또 하나 터지지 않을까 싶네요.

두산의 힘을 보여준 또 하나는 11회말 무사 1루에서도 무사 1, 2루에서도 절대 번트를 대지 않더라는거죠. 아마 SK나 LG였다면 분명 번트싸인 나갔을겁니다. 그냥 힘대 힘으로 밀어붙이는 뚝심... 두산팬이지만 자랑스럽네요. 그리고 그런 감독의 배짱을 묵묵히 성공시키는 선수들도 칭찬받을만 하구요.

반면 롯데는 안습이었습니다. 나름 초반에는 잘했지만, 이대호의 알까기 하나로 한 순간에 5점차 승리를 뺐겼죠. 롯데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수비인데요. 수비가 약한 팀은 돌풍은 일으킬 수 있어도 강팀은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습니다. 홍포도 어제까진 잘했는데 오늘은 5타수 무안타였네요. 가르시아도 그냥 그렇고... 하여간 오늘 경기는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내일 선발은 세데뇨와 장원준이네요. 세데뇨가 가능성은 보이는데 좀 키우면 터질 것도 같습니다. 함 기대해보죠.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의 레젼드 박철순형님의 시구가 있다네요. 가고 싶지만, 선약이 있어 못간다는게... 참... 쩝...

덧글...
종범형님의 500도루 1천 득점 축하드립니다. 다른 팀이지만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젼드로서 참 좋아하고, 또 노대통령 서거 애도기간 동안 500도루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강한 민주정신 고개 숙여 깊이 존경합니다. 형님 빼고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은퇴하기 전에 V10 이루고 싶다고 인터뷰 하셨던데... 음... 두산과 멋진 코리안시리즈 하고 싶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올해 꼭 코리안시리즈 올라오시길... 기원합니다.

기아 화이팅~ 종범신 화이팅~


"야 지금 홍성흔 타석이야. 빨리와~"
잠실운동장역을 막 뛰어 올라가는데 롯데팬 선배의 다급한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울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 실망감이 철철 흘러 넘치네요.
"아~ 근데 초구에 파울 플라이 아웃이야~ 어휴..."

롯데팬 선배는 표를 끊어놓고 경기장 안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구요. 우모는 회사에서 대충 일 마무리 짓고 뛰어 오면서 어디서 만날지 전화하는 통이었습니다. 그렇게 홍성흔의 두산전 첫 타석은 아웃으로 시작되었죠. 밖에서 치킨윙 사서 들어가는 동안 내내 홍포 생각만 맴맴 돌았습니다. '쩝... 이젠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오늘 경기는 시즌 전부터 점찍어 둔 꼭 봐야 하는 must have 였는데요. 이유는 뭐 다름 아닌 홍성흔 때문이었습니다. 갈매기 유니폼을 입은 홍성흔을 적으로 만나는 게임인지라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었죠. 기분은 그닥 유쾌하진 않았구요. 홍성흔이 안타 혹은 홈런을 치고 어떤 세리머니를 할 지, 그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머릿 속은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바티스투타가 골 넣고 세리머니 없이 고개를 파묻었을 때 피오렌티나 팬들은 피눈물을 흘렸는데, 그 기분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해보기도 했구요. 그런 일이 두산팬들에게 닥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홍성흔의 오늘 성적은 데드볼 한개 포함 3타수 무안타였네요. 예전의 날카로운 스윙, 파이팅 넘치는 손짓은 찾아볼 수 없고, 허공만 가르는 방망이가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통쾌하게(ㅜ.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도 홍포는 수비가 끝나면 덕아웃 앞에서 제일 먼저 선수들을 맞이하는 버릇... 여전하더군요. 이런 홍포의 마음 씀씀이가 항상 믿음직스럽게 했었는데요. 간만에 보니 미소가 절로 그려지구요. 다만 상대 덕아웃에 서있는 모습... 그건 왜 그렇게 어색한지요. 마치 일장기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서있는 손기정옹을 보는 듯 했습니다. 또 지명타자로만 나서는 바람에 벤치에 앉아있기 미안했는지 틈나는대로 불펜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몸을 푸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안스럽기도 했구요. 혹자는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홍포를 몰라서 하는 얘기구요. 홍포를 오래 봐온 팬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죠. 성실하면서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홍포 아니 홍지명은 분명 슬럼프에서 벗어나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리라 믿습니다.

위의 사진은 모두 홍성흔을 찍은건데요. 이중 좌하단에 있는건 홍지명이 1루에 나가 있을 때 장면입니다. 나름 의미있는 그림이겠다 싶어 찍었던건데... 바로 1루수가 이원석이었거든요. 오늘 이원석은 선발 6번타자 1루수로 출장해서 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습니다.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나는 이원석을 보면서 홍지명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어쨌든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니까 홍지명도 더 분발하겠죠?


보너스로 불펜에서 이리저리 몸푸는 홍포 모습 올려봅니다.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이글거리는 빛이 느껴지지 않나요? 저런 눈빛이 10년간 두산의 덕아웃을 지켰는데... 에혀... 머지 않은 날에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을 홍포를 기대해 봅니다. 성공한 갈매기로 돌아오길...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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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11:3으로 두산이 이겼습니다. 홍상삼이 잘 던졌는데 고비는 못넘겨 역전당한채 내려왔구요. 두산타자들의 매서운 방망이질로 재역전시켰습니다. 김현수, 이원석의 홈런이 좋았구요. 손시헌의 적시타가 결정적이었네요.


롯데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11:5로 이겼습니다. 스코어 상으로는 시원한 대승인데요. 그닥 기분이 좋진 않네요. 롯데한테 이긴게 중요한게 아니라, 올시즌 우승하기 위해서는 에이스의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에이스 김선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4승을 챙겼지만, 방어율 4점대라는건... 쩝... 게다가 SK는 김광현이라는 특급 에이스가 서서히 위용을 찾아가고 있기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하네요.

김선우는 공이 나쁘지 않습니다. 140km 후반의 직구와 130km 대의 슬라이더가 있어서 리그 상위권인건 맞는데요. 정통파 투수이면서도 횡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이 드네요. 자꾸 김광현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김광현은 타점이 높아서 그런지 내리 꽂는다는 느낌인데, 김선우는 약간 밋밋해 보인다능...ㅡㅡ;; 야구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지적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김선우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될 선수거든요. 두산이 올해 기필코 우승하기 위해서는 김현수보다는 김선우가, 이종욱보다는 이용찬이 잘해줘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김현수, 이종욱이 못해야 한다는건 아니구요. 단기전에서는 선발과 마무리가 강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어쨌든 오늘 김선우는 5이닝 4삼진 10안타(홈런 2 포함) 5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퀄리티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닝이터도 아닌, 윤석환 투수코치에게 숙제만 잔뜩 안겨준 경기였네요. 내일은 홍상삼이 선발이라네요. 또라이 기질이 있는 홍상삼이 그간 2군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한번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부디 또 하나의 신데렐라가 탄생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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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로 넘어간 연인 홍성흔이 부상으로 출전을 못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하여간 맘이 아프지만 허슬갈매기의 모습도 보고 싶네요. 인터넷에는 경기 끝난 그라운드에 홀로 달리기하는 홍성흔의 사진이 올라왔더라구요. 여전하네요. 그 열정은... 뭘하든 잘 해낼겁니다. 홍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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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곰 유니폼 입은 이원석은 오늘 투런홈런 날리며 수훈선수가 되었네요. 두 사람의 명암이 이렇게 갈리는걸 보면 야구는 정말 인생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최근에 회사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한데요. 야구? 정말 몰라요~ 인생? 정말 더더욱 몰라요~


두산의 내야진이 얼마나 뎁스가 깊고 럭셔리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네요. 어제 한화전에서 막판에 이원석-김재호-손시헌-이대수로 이어지는 내야라인을 선보였거든요. 모두 유격수 출신인데다 다른 팀에 가면 주전을 할 선수들인데 후보로 출전해 1루에서 3루까지 채워놓은거죠. 주전멤버는 오재원-고영민-손시헌-김동주로 국대급 수준인데요. 백업으로 구성해도 왠만한 다른 팀 1군보다 면면이 화려하네요.(수비력만 보면...)

그래서 한편 이대수, 김재호, 이원석에게는 미안한게 사실이에요. 풀타임 주전의 실력을 갖추고도 벤치에서 응원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래서 지난 스토브리그에 트레이드를 주장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 보니 트레이드가 별로 필요없을꺼 같네요. 오재원 부상에서 보듯 한 시즌 내내 부상선수 없이 구단을 운영하기는 힘들구요. 탄탄한 백업멤버가 있어야 기존 선수들도 실력이 일취월장하죠. 그리고 결국 수비가 탄탄한 팀이 단기전에서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백업멤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아의 양현종이나 히어로즈의 이현승과의 트레이드를 꿈꾸기도 했는데... 이젠 접을랍니다. 쏠쏠한 좌완도 좋지만 탄탄한 내야가 더 눈에 쏙 들어온다능... 넘 설레발 팬심인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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